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니 흑인 도우미가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카레 소고기 수프였다.도우미는 고기 수프를 먹으면서도 유청에게는 한 번도 주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고기는 자기 돈으로 산 것이라는 것이었다.사실 유청은 민용훈이 매달 보내는 생활비를 이 도우미가 가로채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차피 가로채도 아무도 묻지 않았고, 따질 사람은 더더욱 없었으니까.유청의 저녁은 늘 변함없이 마른 빵 한 조각이었다. 농장 일을 충분히 하지 못한 날에는 그 마른 빵조차 없었다.오늘 유청이 돌아오자마자 도우미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뻔뻔하게 돌아왔네!”유청은 곧장 식탁으로 걸어가 담담하게 말했다.“나도 고기 수프 먹을 거예요.”도우미가 비웃는 눈으로 유청을 바라보며 막 입을 열려는데, 유청이 단검을 뽑아 힘껏 식탁에 꽂고는 차갑게 노려봤다.도우미는 날카롭게 벼려진 단검을 힐끔거리다가 결국 고기 수프를 한 그릇 떠서 유청에게 주었다.그러고는 자리에 앉아 입속으로 웅얼웅얼 말을 늘어놓았다. 대충 유청이 사내를 하나 끼고 뒤를 봐주는 자가 생겨서 이제 자기한테까지 이래라저래라 한다는 험담이었다.유청은 알아들었지만 상대하지 않았다. 그저 허겁지겁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다.한밤중, 흑인 도우미가 유청의 방으로 몰래 들어와 두 손을 목에 얹었을 때, 유청은 이미 깨어 있었다. 그러고는 단검을 도우미의 축 처진 배에 들이댔다.어둠 속에서 단검을 쥔 손은 미세하게 떨렸지만, 목소리만은 유난히 차분하고 냉정했다.“나가요!”어스름한 빛 속에서 늑대 같은 유청의 눈빛을 마주한 도우미는 허둥지둥 기다시피 도망쳤다.그날 이후 유청을 보는 도우미의 눈빛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섞였고, 함부로 때리거나 욕하지 못했다.그리고 유청과 명경이 비밀 기지에서 만나는 횟수도 점점 잦아졌다.명경은 올 때마다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 거기에 햄, 쿠키, 육포, 가끔은 과일도 있었다.유청은 키가 자라기 시작했고, 얼굴에도 살이 조금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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