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Kapitel 5501 – Kapitel 5510

5516 Kapitel

제5501화

무진은 더 말하지 않고 이렇게만 덧붙였다.“제가 린아를 설득해서 유청 씨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게 할게요. 그러니 사장님도 린아에게 한 번만 아량을 베풀어 주세요.”말을 마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한마디를 더 얹었다.“그 민유청 씨는 조심하시는 게 좋겠어요.”명경의 눈빛이 깊어졌다.“무슨 일이 있어도 그 사람을 해쳐선 안 돼요.”“네!”명경은 위층으로 올라가 곧장 피아노실로 향했다.문을 밀자 피아노 앞에 앉은 유청이 보였다. 우아하고 능숙한 자세에 선율은 유려하고 아름다워, 듣는 이의 넋을 빼앗을 정도였다.명경이 들어오는 걸 보고 유청이 손가락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웃으며 물었다.“오랫동안 연주하지 않았는데 듣고 싶어요?”그 말에 명경이 유청을 바라봤다. 서늘한 얼굴에서는 감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눈동자만은 깊고 다정했다. 이에 명경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앉아서 들으세요. 주무시면 안 돼요.”유청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가 다시 피아노를 연주했다. 아름다운 선율이 밤의 달빛처럼 천천히 흘러들어, 마음속 가장 여린 곳을 건드리며 영혼까지 파고들었다.유청은 아주 몰입했고 또 아주 편안하게 연주했는데 그 모습이 완벽한 음악가 같았다.명경은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어 유청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에는 대견함과 자부심이 어렸다.유청은 여러 방면에 재능이 있었고, 영리한 데다 배우기를 좋아했으며 지력도 남달랐다.자라 온 환경이 억지로 빚어낸 게 아니었다. 유청은 본래 인간 세상에 떨어진 진주처럼 느껴졌다. 타고난 자질이 총명하고 영롱하게 아름다우나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을 뿐이었다.한 곡이 끝나자 유청이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봤다. 웃음이 은하수가 막 펼쳐지듯 환하게 번졌다.“듣기 좋았어요?”명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았어요.”유청이 일어나 명경에게 다가가더니, 몸을 기울여 무릎 위에 앉았다. 꽤나 장난스러우면서도 다정한 얼굴이었다.“왜 이번엔 안 잤어요?”그 말에 명경은 손을 들어 유청의 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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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2화

경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납치범들이 유청이 휴대폰에서 제가 약혼자인 걸 보고 저한테 전화를 걸었어요.][자기들은 임희현 씨를 데리러 온 사람들인데, 유청이가 조직에 쫓기는 몸이라 유청이한테 보복하는 거라고 했어요!]경준이 다급하게 물었다.[임희현이 누구죠? 유청이랑 무슨 관계예요?]명경은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뭘 요구하던가요?”유청을 잡아 놓고 바로 죽이지 않고 가까운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면, 분명 조건을 걸겠다는 뜻이었다.경준이 곧바로 대답했다.[몸값으로 200억을 요구했어요. 돈이 넘어가면 풀어주겠다고요. 10분 안에 송금하지 않으면 유청이 손을 자르겠다네요.]명경이 즉시 말했다.“계좌 넘겨주세요. 내가 돈을 보내서 붙잡아 둘 테니까. 그쪽에서 전화가 오면 돈은 문제가 아니라고, 대신 유청 씨를 해치면 안 된다고 전하세요.”경준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자마자 계좌를 명경에게 보냈다.해외 계좌였다. 그리고 명경은 송금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무진에게 납치범의 위치를 파악하게 했다.그러나 곧 경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돈은 받았으니 저더러 유청이를 데리러 오라고 하네요. 반드시 혼자 오라고요.]명경의 말투가 차갑고 빨라졌다.“주소 넘기세요.”경준이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혹시 저쪽에서 말을 뒤집으면, 사장님이랑 유청이가 위험해지는 건 아닐까요?]명경이 차갑게 말했다.“가는 건 난데 뭐가 두려운 거죠?”경준의 목소리가 잠겼다.[사장님, 조심하세요.]주소를 받았을 때 명경은 이미 차 안이었다. 그리고 주소를 한 번 쓱 훑어보고는 곧장 차를 몰았다.유청이 있는 곳은 어느 산 위였다. 명경은 내내 질주하듯 달렸고, 산을 오르는 길에 무진의 전화를 받았다.무진도 유청이 납치된 장소를 찾아낸 뒤였으나 목소리는 꽤 무거웠다.[사장님, 뭔가 이상하니 우선 올라가지 마세요. 저희가 아직 이자들의 내력을 조사하는 중이니까요.]“계속 알아봐요.”명경은 전화를 끊었다. 차는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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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3화

경준이 걸어와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자 준수한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사실, 명 사장님은 너한테 정말 잘해 줬어.”경준은 유청이 자신에게 보복할 거라 생각했지 그 대상이 명경일 줄은 몰랐다.어쩌면 자신이 너무 약해서 유청의 눈에 담을 가치조차 없었는지도 몰랐다.명경은 선량한 사람이 아니었다. 예전에 명경을 얼마나 미워했는지를 떠올리면 지금은 속이 후련해야 마땅했다. 꼴좋다고 욕이라도 해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마음이 묵직했다.마치 짙은 연기에 막힌 것처럼 흩어질 출구도 찾지 못할 것만 같았다.이윽고 경준이 무거운 눈으로 유청을 바라봤다.“네가 이 방법을 떠올린 건, 결국 그 사람이 너를 구하러 올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잖아.”“너는 그 사람을 못 믿었을지 몰라도, 결국 이용한 건 그 사람이 너를 아끼는 마음이었어!”그 말에 유청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달려오던 그 순간이 떠오르자 통증이 밀려왔다.그러나 유청은 금세 냉정을 되찾았다. 되짚지 않았고 자신에게 후회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곧 유청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우리 사이는 이걸로 끝이야. 네 도박 빚은 내가 전부 갚아 줬으니까 앞으로 도박은 하지 마.”“명경 씨 부하들이 순순히 물러나진 않을 거야. 당분간 외국에 나가서 피해 있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감당할게.”말을 마친 유청은 노을과 흩어진 구름을 한 번 바라보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차를 몰고 산에서 내려온 유청은 민씨 저택으로도, 명경의 별장으로도 가지 않았다.무언가에 홀린 듯 수지원으로 향했다.아주 오랜만이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온 방 안이 썰렁했다.방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마당의 불빛만이 통창을 넘어 들어와, 달그림자처럼 피아노 위에, 소파 위에 고요히 깔렸다.어른거리는 그림자 속에서 유청은 명경이 훤칠한 몸이 소파에 반쯤 기대어, 편안한 자세로 자신의 연주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유청은 문가에 선 채 안으로 더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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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4화

손경애가 한참 동안 유청의 얼굴을 노려보다가 문득 음침하게 웃었다.“복수한 기분이 어떠냐?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 깨는 건 아니냐? 유혁이랑 우영이가 매일 밤 목숨값을 받으러 오지는 않고?”유청이 천천히 눈을 떴다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우영이 꿈은 꿨어요. 저승길이 혼자라 너무 무섭다고, 할머니를 보내 달라고 저한테 빌던데요?”손경애의 안색이 변했더니 잠시 뒤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말로만 강한 척하지? 나는 네가 후회하고 있다는 걸 다 알아!”유청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저는 이제 누가 나를 해치지 않을까 시시각각 경계하지 않아도 되고, 내 집에서 남의 집 얹혀사는 신세로 지내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 왜 후회하겠어요?”손경애가 막 입을 열려는데 유청이 차가운 눈으로 흘겨봤다.“할머니, 어머니가 보고 싶으세요? 그래서 가서 곁에 있어 주고 싶으신 거예요?”손경애는 과연 그 협박에 기가 꺾였다. 그저 속으로만 궁시렁 거릴 뿐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유청은 눈을 감고 햇살이 몸에 내려앉는 온기와 평온을 느꼈다.그런데도 옆에 앉은 손경애의 원망 어린 시선 탓인지, 마음은 끝내 가라앉지 않았다.세 살 때부터 유청의 어린 시절은 끝났다. 분명 살아남았는데 이 세상의 온기는 다시는 느낄 수 없었다.엄마는 참혹하게 죽었고 아버지도 할머니도 유혁과 우영의 것이 되었다.그나마 언니가 챙겨 주었지만, 송이란이 시집온 지 반년 만에 핑계를 만들어 언니를 기숙사로 보냈다.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송이란은 유청이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유청마저 멀리 보내 버렸다.유청은 이 차갑고 외로운 세상에 익숙해졌다. 명경처럼 누군가 잘해 주면 흑심이 있으리라 여기게 되었다.살아남으려는 본능이 모든 것을 경계하는 습관을 만들어 놓았다.오직 햇빛만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어 믿을 만했고, 그래서 유청은 밝은 것만 좋아했다.몸이 충분히 데워지자 유청은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나설 때라 유청은 자리에서 일어나 뒷마당을 나섰다.오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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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5화

혼미한 혼수상태에 빠진 유청은 길고도 긴 꿈을 꾸었다.12살 때 유청은 집안사람들 손에 의해 ML국이라는 작은 나라로 보내졌다.나라라고는 하지만 국토 면적이 C국의 시 하나에도 미치지 못했다.거기는 삼각주 북서쪽 지대에 자리 잡고 여러 나라 사이에 끼어 있어 전쟁이 끊이지 않았 낙후한데다가 가난했다.영토를 개인이 사고팔 수 있었기 때문에 돈 있는 자들이 이곳에 땅을 사서 농장과 장원을 세웠고, 그 덕에 수많은 암흑 세력의 본거지이기도 했다.민용훈도 막 사업을 일으키던 시절 이곳에 장원을 하나 사 두었다. 그 장원 안에서는 거의 반노예제로 칭할 수 있는 것이 시행되고 있었다.유청은 바로 그곳으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살며 근처 학교에 다녔고, 유청을 돌보는 사람은 건장한 흑인 여성 도우미였다.이후 2년 동안 유청은 수도 없는 치명적인 위험을 넘겼다.쥐병, 이질, 고열 같은 질병이 있었고, 교통사고나 테러 같은 사고도 있었다.거기에 오래 산 흑인 도우미조차 놀라워하는 눈빛 속에서 유청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그러다 그해 겨울, 농장 운전기사가 낡은 차를 몰고 유청을 하교시키던 길에 차가 얼음 구멍에 빠졌다.미리 준비해 두었던 기사는 물가로 기어 올라온 뒤, 유청이 다시는 올라오지 못하리라 확신하며 주머니 속 현금을 세고 휘파람을 불면서 떠나 버렸다.그러나 유청은 그 안에서 계속 발버둥 쳤다. 팔다리가 얼어붙어 뻣뻣해져도 살고자 하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바람은 더 차가워졌다. 나뭇가지를 붙든 손이 이미 얼어 굳었을 무렵, 지나가던 소년이 유청을 구했다.그 소년이 바로 명경이었다.사실 그때의 명경은 소년이라 하기엔 나이가 있어 청년이라는 말이 어울렸다.그래도 스무 살 남짓에 준수하고 늠름한 생김새에 온몸에서 소년미가 물씬 풍겼다.날이 어둑해서 물속에 있는 유청을 봤을 때 명경은 물귀신인 줄 알았다. 그런데 건져 올리고 나서야 아이라는 걸 알았다.전쟁 때문에 ML국에는 버려진 집이 널려 있었다. 명경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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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6화

“장원에 개가 있어서 피 냄새를 맡고 찾아와요. 저는 매번 이렇게 처리했어요.”명경이 물었다.“자주 다쳤어?”14살의 유청은 오랜 영양실조로 키도 작고 몸도 말랐다. 게다가 도우미가 입던 옷을 줄여 입은 탓에 더 왜소해 보였다.유청은 솔직히 털어놓았다. 흑인 도우미에게 자주 맞고 욕을 먹으며 한밤중에 눈밭에 내쳐진 적도 있다고. 그래도 이 나무집이 생긴 뒤로는 얼어 죽을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다고.이야기를 나누며 유청의 처지를 알게 된 명경은 오히려 걱정이 커졌다.ML국 같은 곳은 조직 세력이 얽히고설켜 있어 교전이 잦았고, 때때로 국경 밖 난민들이 넘어와 불을 지르고 죽이고 빼앗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농장주는 그 사람들이 노리는 주된 표적이었다.그런 곳에 열몇 살 되는 얼굴까지 고운 여자아이를 던져 놓았다는 건, 배후에 있는 자가 지독히도 악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곧 명경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오빠라고 부르면 앞으로 내가 지켜 줄 수도 있어!”눈매에는 명경 특유의 거침없음이 서려 있었고, 가슴팍을 드러낸 모습엔 건들거리는 기운이 가득했다.그러자 유청이 놀리듯 대꾸했다.“그 목숨도 제가 살려 준 건데요?”두 사람은 나무집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유청은 이 나무집이 자신의 비밀 기지라고 말했다. 도우미에게 맞을 때마다 이곳으로 도망쳐 숨는데, 아주 잘 숨겨 둬서 여태 한 번도 들킨 적이 없다고 했다.이에 명경이 약속했다.“앞으로 우리 여기서 만나자. 내가 자주 찾아올게.”유청이 궁금한 듯 물었다.“오빠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명경도 숨기지 않았다. 자기 이름은 명경이고 어느 용병 조직 소속인데, 임무를 받고 이쪽으로 파견되어 당분간은 ML국에 머문다고 했다.유청은 등하굣길에 서로 다른 복장의 사람들이 총격전을 벌이는 걸 본 적이 있었다.용병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 뿐이었지만, 명경만은 믿었다.세 번째 만남은 유청이 흑인 도우미의 아들에게 겁탈당할 뻔한 때였다.명경이 제때 나타나 그 사내아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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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7화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니 흑인 도우미가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카레 소고기 수프였다.도우미는 고기 수프를 먹으면서도 유청에게는 한 번도 주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고기는 자기 돈으로 산 것이라는 것이었다.사실 유청은 민용훈이 매달 보내는 생활비를 이 도우미가 가로채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차피 가로채도 아무도 묻지 않았고, 따질 사람은 더더욱 없었으니까.유청의 저녁은 늘 변함없이 마른 빵 한 조각이었다. 농장 일을 충분히 하지 못한 날에는 그 마른 빵조차 없었다.오늘 유청이 돌아오자마자 도우미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뻔뻔하게 돌아왔네!”유청은 곧장 식탁으로 걸어가 담담하게 말했다.“나도 고기 수프 먹을 거예요.”도우미가 비웃는 눈으로 유청을 바라보며 막 입을 열려는데, 유청이 단검을 뽑아 힘껏 식탁에 꽂고는 차갑게 노려봤다.도우미는 날카롭게 벼려진 단검을 힐끔거리다가 결국 고기 수프를 한 그릇 떠서 유청에게 주었다.그러고는 자리에 앉아 입속으로 웅얼웅얼 말을 늘어놓았다. 대충 유청이 사내를 하나 끼고 뒤를 봐주는 자가 생겨서 이제 자기한테까지 이래라저래라 한다는 험담이었다.유청은 알아들었지만 상대하지 않았다. 그저 허겁지겁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다.한밤중, 흑인 도우미가 유청의 방으로 몰래 들어와 두 손을 목에 얹었을 때, 유청은 이미 깨어 있었다. 그러고는 단검을 도우미의 축 처진 배에 들이댔다.어둠 속에서 단검을 쥔 손은 미세하게 떨렸지만, 목소리만은 유난히 차분하고 냉정했다.“나가요!”어스름한 빛 속에서 늑대 같은 유청의 눈빛을 마주한 도우미는 허둥지둥 기다시피 도망쳤다.그날 이후 유청을 보는 도우미의 눈빛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섞였고, 함부로 때리거나 욕하지 못했다.그리고 유청과 명경이 비밀 기지에서 만나는 횟수도 점점 잦아졌다.명경은 올 때마다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 거기에 햄, 쿠키, 육포, 가끔은 과일도 있었다.유청은 키가 자라기 시작했고, 얼굴에도 살이 조금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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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8화

명경은 염주를 손목에 끼고 유청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해가 바뀌면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온성에서 다시 ML국으로 돌아왔을 때, 명경은 유청을 보자마자 확연한 상실감을 느꼈다. 그래서 이런 데로 돌아와 고생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해서 기분이 안 좋은 거냐고 농담을 건넸다.그러나 유청은 고개를 저었고 눈빛은 더는 반짝이지 않고 빛을 잃은 눈빛이었다.이윽고 유청은 하나 둘 털어놓았다. 엄마가 꾸며 준 방은 새어머니의 딸이 쓰고 있었고, 엄마가 준비해 준 침대며 인형이며 동화책은 전부 버려졌다고.세 살 때 엄마가 사 준 D사 인형은 유청이 늘 보물처럼 여기던 것이었는데, 그마저 뒷마당 개집에 던져져 사나운 개에게 물어뜯겨 형체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유청은 명경 앞에서 처음으로 그렇게 서럽고 억울하게 울었다.“올 때 미키도 데려와야 했는데 아무것도 못 가져오게 했어요.”명경은 마음이 아파 유청을 품에 끌어안고 달랬다. 나중에 자기가 큰 집을 지어서 예쁜 공주방을 꾸며 주고, D사 인형도 아주 아주 많이 사 주겠다고.유청이 고개를 들었고 눈물 어린 눈 속에 증오와 단단함이 숨어 있었다. 곧 유청은 마음속 깊은 곳의 비밀을 명경에게 털어놓았다.“저는 복수도 해야 해요. 우리 엄마가 어떻게 죽었는지 저는 알아요!”명경의 눈매는 늠름하고 준수했다. 그래서 손을 들어 유청의 눈가를 쓸었다.“그래, 네가 뭘 하려고 하든 오빠가 도와줄게!”그 후로 명경은 유청에게 호신술을 가르쳤다. 도우미가 때리려 들어도 유청은 차츰 손쉽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명경은 공부도 봐 주었고, 여러 환경에서의 생존 기술도 가르쳤다.살아남기 위해 유청은 예민하고 의심이 많았으며 경계심이 극도로 강했다. 오직 명경 앞에서만 진짜로 긴장을 풀 수 있었다.명경은 어둡고 외롭고 버려진 세월 속에서 유청에게 주어진 유일한 빛이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를 위로하며 1년을 보냈다.그리고 1년 뒤, 명경이 갑자기 사라졌다.처음에는 임무를 나갔으려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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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9화

유청은 하루 낮과 밤을 내리 혼수상태로 잠들어 있었다.침대 곁을 지키던 유단은 유청의 눈꼬리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몇 번이나 봤다.꿈속에서까지 울만큼 유청이 대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유단은 알지 못했다.이튿날 저녁 무렵, 유청이 마침내 깨어났다. 그리고 유단이 조심스레 손을 붙잡고 목메어 불렀다.“유청아!”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유청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언니, 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어.”유청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고 잿빛만 남았다.이에 유단이 깜짝 놀랐다.“뭐라고? 누구를 죽여?”유청은 눈을 감았고 몸이 가늘게 떨렸다.“유청아, 오래 자서 정신이 아직 흐린 거야. 좀 더 쉬고 있어. 내가 의사 불러올게!”유단이 서둘러 일어나 의사를 부르러 갔다.그러나 유청은 잊고 있던 지난날을 전부 떠올렸다. 새로 태어난 것 같았으나 밀려오는 후회가 유청을 다시 한번 죽였다....보름 뒤 유청은 퇴원했다. 언니인 유단을 먼저 돌려보내고 혼자 차를 몰아 명경이 살던 별장으로 갔다.입원해 있는 동안 경찰이 찾아와 린아가 차로 들이받은 일을 조사했다.유청은 린아를 모른다고, 원한 관계도 없으며 아마 여자의 차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었을 거라고 딱 잘라 말했다.그러니 살인미수가 아니라 사고일 뿐이고, 자신은 합의해 주겠다고 했다.다시 이 집으로 돌아온 유청의 감회는 완전히 달랐다. 이곳이 바로 명경이 지어 준다던 그 큰 집이었다.유청이 했던 말을 명경은 전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위층으로 올라가 그 예쁜 공주방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인형들, 그 한가운데 놓인 가장 커다란 미키가 눈에 들어왔다.유청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목 놓아 울었다.명경은 언젠가 이곳이 전부 유청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때 유청은 조금도 믿지 않았다.명경은 유청의 머릿속에 칩이 심어진 걸 몰랐던 모양이다. 최면 때문에 자신을 잊었다고 여겨, 피아노를 쳐 달라며 찾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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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10화

우무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유청을 바라봤다.“린아가 쫓겨날 때 사장님이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우리가 본인을 배신하는 건 괜찮아도, 유청 씨를 해치는 것만은 안 된다고요.”“그렇게까지 감싸 주신 분한테 어떻게 손을 댈 수 있었나요?”우무진은 유청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면서도 또 연기를 한다고 여겨, 목소리를 한층 더 차갑게 냈다.“이 마당에 유청 씨도 더는 연기할 필요 없어요. 사장님 말고는 아무도 당신을 안 믿으니까요.”유청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애원하듯 말했다.“저 다 알아요, 다 기억났어요. 그저 그분이 살아 있는지만 알려 주세요. 부탁이에요!”“부탁하실 것 없어요. 저는 유청 씨하고 나눌 말이 없어요.”그러자 무진이 매섭게 말했다.“당장 여기서 나가 주세요. 앞으로 사장님에 관한 일은 전부 유청 씨와 상관없으니까요.”그때 집사가 다가와 먼저 유청에게 가볍게 몸을 숙여 인사하고는 무진을 향해 말했다.“우 비서님, 말씀을 가려서 하시죠. 사장님께서 언제 누가 되었든 유청 아가씨께 무례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이르셨거든요.”그 말에 무진은 말문이 막히고 분했는지 몸을 돌려 나가 버렸다. 유청이 안 나가겠다면 자기가 나가면 될 일이었다.이윽고 유청이 즉시 뒤를 쫓았다.“알려 주세요, 사장님 어디 있어요? 살아 있다는 것만 알려 주시면 돼요. 다른 건 안 물을게요. 보기 싫다고 하시면 매달리지도 않을게요.”무진은 상대하지 않았다.그 뒤로 이틀간 무진이 가는 곳마다 유청이 따라붙었다. 반드시 명경의 소식을 알아내야겠다는 집념이었다.결국 견디다 못한 무진이 독하게 마을 내뱉었다.“그렇게 모질게 손을 써 놓고, 사장님이 살 수 있을지 없을지 본인이 모르는 건가요?”“사장님을 찾고 싶으면 그 벼랑에서 뛰어내리세요. 그러면 틀림없이 만날 수 있을 거예요!”‘아니야.’유청은 이미 명경의 죽음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무진에게서 소식을 얻지 못한다면 직접 찾아 나설 생각이었다.명경의 회사, 인터네이트, 평소 드나들던 곳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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