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 씨네 가족도 다 가요?”여운초가 다시 물었다.“응, 그쪽도 곧 온대. 유림이가 마음에 둔 사람이 심심할까 봐, 아이들이 있으면 분위기도 살고 덜 어색해하라고 그러더구나.”전이진이 웃으며 말했다.“유림이가 참 다정하네요.”“그럼. 느릿느릿한 게 흠이지만 여자 마음 사는 건 너희보다 훨씬 잘해.”전이진이 말을 이었다.“할머니, 저도 나름 괜찮았거든요...”그는 곧바로 아내에게 물었다.“여보, 나 당신 쫓아다닐 때, 나 다정하지 않았어? 나 엄청나게 잘해줬잖아.”여운초가 받아쳤다.“아니. 그때 나는 앞도 안 보였는데 자기는 일부러 내가 꽃을 배달해야 한다고 요구했잖아.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그건 세심한 게 아니라 그냥 나를 괴롭힌 거야. 내가 자기 마음 안 받아줬을 땐 자기가 나를 강제로 키스했잖아. 그게 다정한 거야?”전이진은 순간 할 말이 없었다.할머니께서 전화 너머로 배꼽을 잡고 웃으셨다.“이진아, 할머니가 한 말 아니야. 네 아내가 한 말이지. 사실이기도 하지. 호호호...”전이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할머니, 그렇게 웃지 마세요. 제가 민망하잖아요. 저희도 곧 갈게요. 그럼 이만 끊어요.”아내에게 ‘배신’당한 전이진은 할머니의 너털웃음을 듣고 싶지 않아 얼른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내려놓고 전이진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물었다.“여보, 그때 나 정말 많이 미웠어? 정말 내가 자기를 괴롭히려고 한 거로 생각했어?”여운초가 말했다.“그땐 그냥 요구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지. 어쩌면 자기가 나를 괴롭히려고 내가 망신당하는 걸 보려는 건가 싶기도 했고. 눈이 안 보인다는 걸 알면서도 내 꽃집에서 네 회사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 내가 걸어서 꽃을 배달하느라 정말 힘들었거든. 난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어. 난 장사하는 사람이라 손님이 요구하는 게 뭐든 할 수 있는 한 들어줘야 했기 때문에 그때는 그냥 억지로 꽃을 갖다줬어.”전이진이 그녀를 품에 안으며 미안한 듯 말했다.“여보, 미안해. 내가 방법을 잘못 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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