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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5031 - 챕터 5040

5384 챕터

제5031화

혼인 신고할 날짜까지 전씨 할머니가 꼼꼼히 골라 주셨는데 내일 오전 아홉 시부터 열한 시까지가 가장 좋은 시간대라고 하셨다.전유하는 전씨 할머니가 보내주신 날짜 표를 훑어보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흐뭇해졌다.할머니는 정말 손자들의 속속들이 꿰뚫고 계셨다.정말로 가장 가까운 날짜를 콕 짚어주셨다.그는 곧바로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다.전씨 할머니는 전화를 받자마자 물으셨다.“유하야, 이 날짜 괜찮지? 다 가장 빠른 날들로 골랐는데 너희한테 딱 맞을 거야.”“할머니, 이 날짜 정말 마음에 들어요. 수고 많으셨어요.”전씨 할머니가 웃으시며 대답하셨다.“네가 조바심 낼 줄 알았어. 그래서 혼인 신고할 날짜를 가장 빠른 걸로 골랐지. 운도 따랐어. 마침 좋은 날이 딱 하나 걸렸더구나.”“고맙습니다. 할머니.”“고맙긴. 너희가 모두 가정을 이루면 할머니도 마음이 놓이고 한이 없을 것 같아.”전유하가 웃으며 받아쳤다.“할머니 소원은 다 이루어질 거예요. 유림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서요? 할머니가 연애 코칭까지 해 주셨다고 들었는데.”“응, 유림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 관성에 살아. 멀지 않아. 할머니가 살짝 도와주긴 했는데 애가 너무 거북이라 도대체 언제 행동할지 하나도 안 급해 보이더구나.”“아직 젊으니까 천천히 해도 되죠. 서두를 필요 없잖아요.”“그래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란다. 2, 3년 뒤면 서른이 되잖니. 근데 늦어도 상관없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할머니는 마음이 놓이니까.”“예전에도 말씀드렸잖아요. 저희 일은 걱정 마시고 할머니는 식사 잘하시고 잘 주무시고 재미있게 노시면 된다고요. 저희는 다 어른이니까 알아서 잘할 수 있어요.”전유하는 결혼을 조바심 내며 서둘러 본 적이 없었다.조급해한 사람은 오히려 가족들이었다. 그가 곧 서른두 살 고지에 오른다는 사실에 하나같이 안절부절못했다.그런데 이제 전유하도 곧 인생의 해답을 내놓게 된다.몇 달 만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고 상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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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2화

동이 트자마자 전씨 할머니께서는 늘 그렇듯 일어나 앞 정원을 거니셨다.한참 산책을 하시고는 가볍게 태극권도 몇 차례 하시고 집 안으로 돌아오셨다. 그런데 전유림이 아직 내려오지 않은 걸 보시더니 이내 집사에게 물으셨다.“유림은 아직 안 일어났어?”집사가 대답했다.“평소 주말이면 거의 점심때가 되어서야 일어나십니다. 친구와 약속이 있거나 중요한 고객을 만나야 하는 날이 아니면요. 항상 평일에는 정신없이 바쁘다며 주말에는 제대로 이틀을 푹 쉬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오늘이 무슨 날인데 아직도 늦잠을 자고 있나. 내가 올라가서 직접 깨워야지.”전씨 할머니께서 계단으로 향하셨다.집사가 부축하려 했지만 손사래를 치셨다.할머니는 아직 마당을 두 바퀴나 걸을 만큼 몸은 멀쩡하셨다.평소에 손주들이 부축해 드리게끔 허락하는 것은 그저 효도할 기회를 주는 것뿐이었다.집사는 그제야 부축해 드리지 않고 계단 입구에 서서 전씨 할머니가 천천히 올라가시는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사실 전유림도 알람을 맞춰 놓긴 했었다. 하지만 알람이 울리자 끄고 다시 잠에 빠져들곤 했는데 심지어 토요일에 왜 알람을 맞춰 놓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어젯밤은 깊은 밤까지 접대를 끝내고 돌아온 터라 온몸이 무겁게 느껴졌다.민심 아파트의 공사는 오늘 하루 쉬기로 했다. 당재현 일이 생겨 오지 못한다고 어젯밤에 이미 알려 주어 오늘은 현장에 갈 필요도 없었다.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푹 쉬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런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한 번, 두 번 이어지자 전유림은 억지로 잠에서 깨어나 맨발로 걸어 나와 문을 열었다.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했고 문을 두드린 이를 집사라 여긴 전유림은 이미 화가 치밀어 오르는 중이었다.문을 확 열고 소리를 지르기 직전, 문 앞에 서 있는 분이 자신의 할머니라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잠시 멈칫했다.“할머니?”“아직도 자고 있냐? 해가 벌써 중천에 떴는데 얼른 일어나. 그리고 진씨 진료서에 가서 소아 씨를 데려와. 혹시 할머니가 소아 씨랑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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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3화

전씨 할머니가 말씀하셨다.“난 어젯밤에 먼저 왔어. 네 큰아버지네도 돌아왔으니까 손녀랑 잘 놀아 줄 거야. 내가 왔을 때는 너도 아직 안 돌아왔더라고.”전씨 할머니는 일찍 주무시는 편이셨는데 이미 잠잘 준비 하고 있을 때조차 전유림은 돌아오지 않았다.집사 일행은 밤 10시면 퇴근하는 터였다.“어젯밤에 오셨어요? 방금 도착하신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하연이는 왜 안 데려오셨어요? 주말인데 귀여운 조카들 데려오셔서 여기서 놀게 하면 얼마나 좋아요. 소아 씨도 더 편하게 느낄 거고요.”전씨 할머니가 대답하셨다.“집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나길 바란다면 어렵지 않지. 주말이니까 네 조카들도 유치원 갈 일 없고. 일단 밥 좀 먹고 소아 씨 데리러 가. 네 형과 형수님들께 전화할게. 아이들만 데려오게 할까, 아니면 네 형들과 형수님들까지 함께 초대할까? 태윤이랑 이진이가 관성에 있고 다른 형들은 관성에 없어.”전유림이 말을 이었다.“그럼 다 같이 초대해요. 애들도 데려오와서 우리 집에서 식사하면서 시끌벅적하게 보내면 좋겠어요. 그러면 소아 씨도 제 형수님들이랑 좀 친해질 기회가 있잖아요.”“그래. 그럼 내가 전화해서 아이들 데려오라고 할게. 네 효진 누나도 큰형 집에 있을 거야. 효진이가 둘째를 가져서 몸을 조심해야 하는데 시우가 너무 활발해서 효진이한테 부딪힐까 정남이가 걱정이더구나. 임준이도 요즘 태윤이 집에 눌러앉아 있으니까 아마 따라올 거야.”전유림이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제 집이 좁지 않아요. 아이 하나쯤 더 와도 전혀 문제없어요. 전부 데려오세요. 그런데 우빈이는 이번 주말에 안 돌아왔나요?”“아니, 지금은 학업 때문에 좀 바빠. 중학생이 됐잖니. 성적이 좋은 건 좋은데 그만큼 공부도 엄청 열심히 하더라. 평소에는 기숙사에서 지내다 주말에나 집에 오니까 부모님이랑 여동생도 만나고 좀 쉬어야 할 거 아니야. 다음에 돌아오려면 겨울방학쯤 되어야 할 거야. 아이가 커서 어릴 때처럼 매일 곁에 붙어 있을 수 없잖아.”전씨 할머니께서는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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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4화

전유림이 아침을 먹는 동안 전씨 할머니께서는 두 손자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이 휴대폰 너머로 말을 건넸다.“저도 할머니 따라가려 했었는데 할머니께서 어젯밤에 먼저 가셨잖아요. 제가 하연이를 돌봐야 해서 같이 갈 수가 없었다고요. 아까도 태윤 씨랑 얘기했는데 우리 네 식구가 임준이랑 함께 유림 도련님 집에 가서 점심을 먹을 참이었거든요. 말이 나온 참인데 할머니께서 전화를 주셨네요. 할머니, 뭐라도 좀 사 갈까요?”전씨 할머니가 답하셨다.“너희가 알아서 해. 애들 먹을거리며 간식, 그리고 가지고 놀 만한 것들을 좀 챙겨 오는 게 좋겠어. 유림 집에는 그런 게 별로 없어서 애들이 지루해할까 걱정이야. 거기다 소아 씨를 위한 작은 선물도 하나 마련해 둬. 너무 비싼 건 말고. 아직 유림이가 그쪽 마음을 잘 모르니까. 비싼 선물은 오히려 소아 씨가 부담스러워할걸. 사소한 선물이라면 몰라도. 일부러 건네는 듯한 느낌은 주지 말고 대화를 나누다 자연스레 화제를 돌려서 ‘마침 내가 가지고 있는데 하나 줄게요’ 하는 식으로 전해 주면 돼.”하예정이 말했다.“할머니, 염려 마세요. 제가 알아서 가져갈게요.”“응, 네가 하면 난 무조건 안심이지!. 일찍 와. 이따가 유림이가 곧 진씨 진료소로 소아 씨를 마중 나갈 거야. 난 다시 이진이네한테 전화할게.”할머니께서 하예정에게 몇 마디 당부하시고는 전이진에게 전화를 돌리셨다.전이진 부부는 아직 침대에 누워 있었다.달콤한 아침을 즐기며 거의 아이를 만들 뻔했던 차에 할머니의 전화가 울린 것이다.전이진이 침대 옆 탁자에서 휴대폰을 집어 들고 발신자를 확인하며 품에 안긴 아내에게 조용히 말했다.“할머니셔.”여운초가 황급히 그를 밀어내며 재촉했다.“빨리 받아. 할머니가 전화하셨으면 급한 일이시겠지.”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전이진은 이미 전화를 받아들였다.전씨 할머니 연세를 생각하면 전화가 울릴 때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신 건 아닐까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할머니, 무슨 일이세요? 혹시 몸이 좀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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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5화

“예정 씨네 가족도 다 가요?”여운초가 다시 물었다.“응, 그쪽도 곧 온대. 유림이가 마음에 둔 사람이 심심할까 봐, 아이들이 있으면 분위기도 살고 덜 어색해하라고 그러더구나.”전이진이 웃으며 말했다.“유림이가 참 다정하네요.”“그럼. 느릿느릿한 게 흠이지만 여자 마음 사는 건 너희보다 훨씬 잘해.”전이진이 말을 이었다.“할머니, 저도 나름 괜찮았거든요...”그는 곧바로 아내에게 물었다.“여보, 나 당신 쫓아다닐 때, 나 다정하지 않았어? 나 엄청나게 잘해줬잖아.”여운초가 받아쳤다.“아니. 그때 나는 앞도 안 보였는데 자기는 일부러 내가 꽃을 배달해야 한다고 요구했잖아.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그건 세심한 게 아니라 그냥 나를 괴롭힌 거야. 내가 자기 마음 안 받아줬을 땐 자기가 나를 강제로 키스했잖아. 그게 다정한 거야?”전이진은 순간 할 말이 없었다.할머니께서 전화 너머로 배꼽을 잡고 웃으셨다.“이진아, 할머니가 한 말 아니야. 네 아내가 한 말이지. 사실이기도 하지. 호호호...”전이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할머니, 그렇게 웃지 마세요. 제가 민망하잖아요. 저희도 곧 갈게요. 그럼 이만 끊어요.”아내에게 ‘배신’당한 전이진은 할머니의 너털웃음을 듣고 싶지 않아 얼른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내려놓고 전이진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물었다.“여보, 그때 나 정말 많이 미웠어? 정말 내가 자기를 괴롭히려고 한 거로 생각했어?”여운초가 말했다.“그땐 그냥 요구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지. 어쩌면 자기가 나를 괴롭히려고 내가 망신당하는 걸 보려는 건가 싶기도 했고. 눈이 안 보인다는 걸 알면서도 내 꽃집에서 네 회사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 내가 걸어서 꽃을 배달하느라 정말 힘들었거든. 난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어. 난 장사하는 사람이라 손님이 요구하는 게 뭐든 할 수 있는 한 들어줘야 했기 때문에 그때는 그냥 억지로 꽃을 갖다줬어.”전이진이 그녀를 품에 안으며 미안한 듯 말했다.“여보, 미안해. 내가 방법을 잘못 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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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6화

여운초는 갈아입을 생각이 없었다.“애들이랑 놀려면 원피스가 좀 불편해서 이걸로 입을래. 날씨가 추워져도 원피스 입을 수 있어. 겨울 원피스도 있으니까. 자기도 빨리 갈아입고 아들 방에 가서 찬우 일어났는지 좀 봐.”전이진은 더 이상 아내에게 원피스를 입어 보라고 조르지 않았다.그냥 제안했을 뿐이었다.주말에 아이랑 놀아 주려면 원피스가 확실히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전이진이 입을 열었다.“학교 갈 땐 아무리 불러도 안 일어나더니 안 갈 땐 새벽같이 일어난다니까.”여운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곧 날씨 추워지면 이불 속이 따뜻할 테니까 그땐 찬우가 일어나기 더 힘들어할 거야. 애들은 다 그러잖아.”전이진이 살짝 삐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요즘 자기 찬우한테만 너무 치우치는 거 같아. 나한테는 옛날만큼 관심이 없는 것 같고.”여운초는 바로 눈을 흘겼다.“몇 살인데 아직도 아들 두고 질투하는 거야? 그건 자기 아들이고 핏줄이잖아. 아들이랑 겨루는 게 우습지 않아? 그래, 그래. 이제 자기는 뒷전이고 찬우야말로 내 마음속 1순위야. 엄마라면 대부분 애를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전이진이 시큰둥하게 말했다.“봐, 당신도 솔직하게 말했잖아. 찬우가 내 자리 빼앗았는데 내가 한마디도 하면 안 돼?”아들을 질투한 척은 했지만 전이진은 이내 옷을 갈아입고 아들 방으로 향했다.전찬우는 벌써 일어나서 테이블 앞에 앉아 열심히 블록을 조립하는 중이었다.어젯밤에 새 블록을 두 봉지 사다 줬더니 꼬마는 밤새 조립하더니 아직도 못 끝냈다.그것도 부품이 엄청 작은 블록이었다.전찬우는 겨우 세 살이라 블록을 맞추는 것이 좀 어려울 법했다.그런데 전찬우는 조립하는 걸 좋아해서 블록 두 봉지만 던져 줘도 하루 종일 빠져들어 논다.아빠가 들어오는 걸 보고 전찬우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더니 아빠가 가까이 오자 말했다.“아빠, 블록 아직 다 못 맞췄어요.”전이진이 가까이 다가가 보니 꼬마는 설명서를 책상 위에 펼쳐 놓고 블록 부품을 색깔별로 분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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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7화

“아빠, 우리 오늘 큰아버지 집에 가는 거예요? 하연이 보고 싶어요. 큰아버지 집에는 정말 오랜만이에요.”전찬우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꼬마는 유치원에 다니지만 평일에는 부모님의 바쁜 일정 탓에 방과 후 도우미 아줌마가 데려와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했다.함께 뛰놀 친구가 없으니 주말에나 겨우 부모님과 외출할 수 있었던지라 자연스레 큰아버지 집은 좀처럼 찾지 못하게 되었다.“오랜만인가? 아빠 기억엔 얼마 전에도 시우랑 하연이와 놀았던 것 같은데.”“정말 오래됐어요.”전이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알았어, 오래됐지. 자, 얼른 짐 좀 챙겨라. 증조할머니께서 전화했는데 너를 유림 삼촌 집에 데려가서 이틀 놀게 하라고 하셨어. 옷 두어 벌 챙겨. 삼촌 집엔 네 옷이 없을 테니까.”“아빠, 그럼 유림 삼촌 집에 가는 거예요? 큰아버지 집에 가는 줄 알았는데.”전찬우가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전유림의 집은 전태윤 집과 달리 가도 반나절쯤 놀다 돌아오는 곳이었다. 어차피 삼촌 집은 멀지 않으니까.“증조할머니께서 유림 삼촌 집에 계셔. 큰아버지도 오늘 시우와 하연이 데리고 유림 삼촌 집으로 가실 거야. 이참에 차라리 거기서 이틀 묵자. 유림 삼촌이 이틀 동안 너희랑 잘 놀아 줄 거야. 그리고 너희도 증조할머니와 함께 놀아.”전찬우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아, 네... 시우랑 하연이도 간다면 저도 짐 챙기러 갈게요. 아빠, 제 블록 좀 치워주실 수 있어요?”“네 일은 네가 해야지. 굳이 안 가져가도 돼. 시우가 워낙 장난감이 많아서 네 블록을 탐낼 일은 없을 거야. 다만 삼촌 집에서 너희들이 심심할까 봐 아직 다 맞추지 못한 블록을 가져가서 시우랑 같이 하라는 거야.”전유림은 아직 미혼이라 조카들을 위해 장난감을 조금 마련해 두었을 뿐 많지는 않았다.하여 아이들은 전태윤의 집을 더 좋아했다. 결혼하지 않은 삼촌들의 집은 재미없고 함께 놀 상대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잘 가려 하지 않았다.전찬우는 말없이 자신의 작은 가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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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8화

“우리 아들이 엄청나게 똑똑해. 글자는 별로 못 읽지만 그림 설명서는 척척 읽어내더라고. 설명서 보면서 맞추더니 벌써 반은 완성했어. 내가 블록을 챙겨서 유림네 집에 가서 계속 맞추라고 했어. 시우가 도와주면 오늘 안에 저 두 봉지 다 맞출 거야.”여운초가 말을 이었다.“아마 시우도 장난감 잔뜩 싸 들고 도련님 집에 갈 걸.”꼬마들은 아직 아내가 없는 삼촌 집에 갈 땐 장난감을 챙겨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 집들에는 놀잇감이 별로 없고 가끔 미리 준비해 놓는 예도 있지만 많지 않았다.심심할까 봐 아이들은 스스로 장난감을 싸 들고 가는 것이 이제 습관이었다.“그럼 딱이지. 애들끼리 신나게 놀면 자기는 주말에 나랑 알콩달콩 보내면 되잖아.”여운초가 남편을 흘깃 보며 말했다.“얼른 얼굴이나 씻어. 수염도 좀 밀고. 피부에 닿으면 너무 아파. 나 먼저 밥 좀 먹을게.”전이진이 턱을 만지며 말했다.“며칠만 안 밀어도 빨리 자라서 그래.”그러나 전이진은 아내를 붙잡아 뽀뽀 한 번 하고서야 아래층으로 내려보냈다.전이진은 전속력으로 씻고 수염을 밀고 옷이 좀 별로인 것 같아 다시 갈아입었다. 그리고 거울 앞에서 한참을 확인하고 나서야 만족한 얼굴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세 식구가 아침을 먹고 나서 집을 나선 것은 오전 열 시가 다 되어서였다.전찬우는 너무 신나서 아빠를 재촉하며 빨리 나가자고 졸랐다.차에 올라서도 불평을 멈추지 않았다.“매번 외출할 때마다 아빠가 제일 느려요. 달팽이 같아요.”전이진이 웃으며 말했다.“아빠가 달팽이면 너도 꼬마 달팽이지. 네가 내 아들이잖아.”전찬우가 어이없어 아빠를 쳐다보았다.여운초가 웃으며 말했다.“네 아빠가 원래 그래. 놀러 나갈 때면 항상 꾸물거려. 주말에는 집에 처박혀서 자고 싶어 하잖아.”“아빠는 달팽이예요.”“맞아, 달팽이 아빠가 게으른 달팽이 아들을 낳았지.”전찬우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빠의 아들인 이상 자기가 뭐라 하든 결국 아빠는 그 말을 되받아칠 게 뻔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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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9화

전유림이 배려하며 답했다.“천천히 하세요. 저는 괜찮아요. 이분들 먼저 다 보시고 가는 게 좋겠어요. 환자분들도 기다리시는 만큼 답답하실 테니까.”매년 독감이 돌면 면역력이 약해져 아이들이 가장 심하게 걸렸다.지금 대기 중인 환자들도 대부분 애들이었고 이마에는 해열 패치가 하나둘씩 붙어 있었다.전유림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지만 조카들이 여러 명 있는 터라 애가 아프면 부모가 얼마나 조급해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여 조급해하지 않고 곁에서 조용히 기다려주었다.어차피 그가 진소아를 데리러 온 이유는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자기 집을 구경시키며, 두 형수님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하려는 자리였다.조금 늦어도 전혀 상관없었다.그때 진국림이 말했다.“괜찮아, 이쯤이면 내가 다 진료할 수 있어. 소아야, 얼른 유림 씨랑 먼저 가봐. 할머니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진소아는 이미 진국림 부부에게 이번 휴가 때 전씨 할머니와 얘기도 나누고 전유림의 별장도 둘러보기로 했다고 알려 준 상태였다.진국림 부부는 전씨 할머니가 전유림의 연애 작전을 도와주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한 것임을 알고 있었으나 굳이 귀띔해 주지는 않았다.다만 조카딸이 너무 순수하게 ‘전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 드리러 간다’라고만 생각하는 게 조금 안타까울 뿐이었다.그래도 진소아가 전유림을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아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였다.전씨 가문은 평판이 좋기로 소문난 집안이었다. 전유림이 진심이라면 진소아가 그리로 시집가는 것이 임씨 집안보다 훨씬 나을 터였다.진소아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제가 두 분만 더 진료하고 나서 갈게요.”대기 중인 환자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진소아가 곧 자리를 비운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하여 이내 자리를 옮겨 앉으며 진소아가 먼저 진료를 봐주길 기다렸다.진소아는 두 환자를 더 진료한 뒤에야 전유림과 함께 진료소를 나섰다.그런데 두 사람이 막 문을 나서려는 찰나 길 건너편에서 김아라가 임도준의 부모님을 모시고 지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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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0화

이주영이 진소아에게 묻자 진소아는 전유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제 남자 친구는 아니고 친구예요. 잠깐 일이 있어서 나왔어요.”어디로 가는지는 굳이 이주영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이주영은 가볍게 웃었지만 속으로는 분명 진소아의 남자 친구일 거로 생각했다.진소아가 그렇게 대답한 것은 자신과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 친구 사이로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알린 셈이었다.“그럼 먼저 가볼게요.”진소아는 이주영과 대화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몇 년 전 이주영이 무리한 요구를 한 이후로 진소아는 이주영에게 호감이 없었다.다만 임도준의 친어머니라는 이유로 예의를 지켜주고 있을 뿐이라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 정도는 하는 수준이었다.“그래요.”진소아는 김아라에게도 고개를 끄덕인 뒤 전유림과 함께 그의 마이바흐로 걸어갔다.전유림은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 낯선 사람들과는 친분이 없으니 굳이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그는 신사답게 진소아에게 차 문을 열어 주었고 그녀가 올라타자 차 문을 닫은 뒤 운전석으로 돌아갔다.곧 차는 부드럽게 출발했다.세 사람은 차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주영이 입을 열었다.“전씨 가문의 도련님 차나 우리 아들 차나 별 차이 없어 보이는데...”임영훈이 말을 이었다.“보는 눈이 왜 이렇게도 없어? 저 차는 한눈에 봐도 비싼 차야. 우리 아들 차랑은 급이 다르지. 바퀴만 봐도 알 수 있잖아.”세 사람은 임씨 진료소로 발걸음을 돌렸다.김아라가 걸으며 웃으며 말했다.“임 선생님 차랑 저 차는 확실히 급이 달라요. 저분 차 한 대 값이면 임 선생님 차를 열 대도 넘게 살 수 있어요. 저 차는 마이바흐인데 한 대에 수억 원씩 한대요.”김아라가 설명을 덧붙였다.“임 선생님 차는 비쌀 때도 6천만 원이 조금 넘었지만 지금은 4천만 원대에요.”이주영이 혀를 차며 질투 섞인 말투로 덧붙였다.“다 검은색 차인데 대체 뭐가 그렇게 고급스럽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몇억 원이나 하는 차라고요? 그렇게 많은 돈으로 차 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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