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고민한 후, 윤구주는 명필무에게 헨드리 공주를 소개했다.“명 사부님, 이분이 바로 이자벨라 설윤 공주입니다.”윤구주를 놀라게 한 것은 설윤과 명필무가 이미 알고 있는 사이였다는 점이었다.
“명 장군님, 오랜만입니다.”
“공주님,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만 해도 아직 성인이 아니셨죠. 그땐 어린아이였는데,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자라셨군요.”명필무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마치 오랜 친척을 대하듯 설윤을 위로했다.윤구주는 곧 설명을 듣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몇 년 전 화진 해군이 헨드리 제국의 초청을 받아 새로 건설된 항구를 시찰한 적이 있었다. 그때 설윤은 왕실 구성원 신분으로 헨드리를 대표해 화진 장군들을 맞이했었다.그 만남은 사실 설윤이 훗날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자리였다. 당시 설윤은 걱정 하나 없는 어린 소녀였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며 많은 일을 겪고 성숙해진 그녀는 더 이상 예전처럼 밝고 천진난만하지 않았다.서로 소개를 마친 후, 명필무는 즉시 얼굴을 굳히고 윤구주의 이름을 정식으로 부르며 말했다.“저하,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 합니다.”“서두를 필요 없어요. 먼저 부상당한 전사들을 치료실로 데려가세요. 윌리엄, 너도 먼저 가서 치료부터 받아. 나는 공주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고 올 테니 회의실에서 보자.”윌리엄은 뭔가 말하려 했지만, 윤구주와 명필무는 이미 설윤과 함께 먼저 자리를 떠났다.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헨드리는 이미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명필무는 윤구주의 군령을 받고 함대를 이끌고 이곳에 집결했다. 하지만 동시에 육도진이 이끄는 정무부의 명령도 받았다. 그것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설윤을 보호하라’는 것이었다. 육도진은 보호는 동시에 통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명필무에게 명확히 전달했다. 즉, 색다른 방식으로 헨드리와 협상해서 화진의 이익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윤구주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고 개입할 생각도 없었다. 다만 화진에 이익이 된다면 육도진이 무엇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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