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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1화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하문은 속이 답답해졌다.하지만 달리 좋은 방법이 있을 리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예천우 곁에 앉아 틈틈이 말을 걸어주며 신경을 써줬다.하문의 이런 행동이 오히려 유석주의 심기를 더 거슬리게 했다.하문이 나이가 좀 있다고 해도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고 매력적인 외모와 분위기까지 지닌 여자였다.이런 여자는 유석주 본인도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상대였기에 괜히 더 신경이 곤두섰다.“이봐, 네 이름이 뭐랬지?”유석주는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예천우를 쳐다봤다.“예천우야.”예천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 예천우, 겉모습은 멀쩡해 보이는데 어디서 일하고 있어? 나름 괜찮게 사는 것 같은데?”유석주가 대놓고 조롱 섞인 어조로 묻자 예천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자유직업이야.”그러자 옆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자유직업? 그거 그냥 백수라는 소리 아냐?”다른 남자도 웃음을 얹었다.“맞아. 사실 우리도 솔직히 따지면 죄다 백수나 다름없지.”“그렇지만 우리는 다르지!”또 다른 남자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거들었다.“이 녀석은 딱 봐도 하층민인데 어떻게 우리랑 같을 수 있겠어? 우리 집안이 얼마나 대단한데! 어느 하나 돈이 없고 힘이 없는 사람이 있어? 그러니 일 같은 건 할 필요도 없지.”이렇게 큰소리치는 젊은 남자는 바로 오민규였고 평소에도 거만하고 무례한 데다 여러 대가문 자녀와 일부러 어울리는 걸 좋아했다.그의 아버지 오아람은 바로 예씨 집안에 등을 돌린 세력의 대표였다.그러자 유석주가 비웃으며 거들었다.“하하. 너무 그러지 마. 그러다 진짜 열등감 느끼면 어떡하려고 그래?”그러자 또 다른 남자가 차갑게 받아쳤다.“저런 애가 뭐로 열등감을 느끼겠어. 정말 그랬으면 아예 이 자리에 못 앉았겠지. 별것도 아닌 녀석이 우리랑 한 테이블에 앉아 있다니.”이번에는 남궁 가문의 자제인 남궁성주가 나섰다.직계는 아니지만 집안에서 꽤 인정받는 인물이었고 주변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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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2화

남궁성주는 평소 유수민에게도 은근한 호감을 품고 있었기에 그녀가 나서자 바로 한마디 했다.“흥. 수민이 부탁이니까 이번만큼은 넘어가 주지. 굳이 사과까지는 안 해도 돼.”그러고는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덧붙였다.“하지만 앞으로 좀 신중해야 할 거야. 쓸모도 없는 자식 때문에 괜히 괜한 사람들 건드려서 곤란해지는 일은 만들지 말라고.”그러자 다른 남자들도 비웃으며 맞장구쳤다.“그러게 말이야. 세상엔 참 손 좀 봐줘야 하는 애들이 너무 많아.”“근데 이 녀석이 은근히 배짱은 좀 있나 보네? 우리가 아무리 무시해도 묵묵히 앉아 있는 걸 보니 말이야.”“배짱은 무슨 배짱이야. 그냥 말 한마디도 못 하고 여자 뒤에만 숨는 한심한 놈이지.”“이런 애는 신경 쓸 필요도 없어. 아, 민규야, 이번에 예씨 가문이 남궁 가문을 이겼다던데 내일 대규모 행사 연다면서? 혹시 너희 집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오민규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예천우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걸 보며 속으로 쾌감을 느끼는 듯했다.“흥, 남궁 가문을 이겼다고 해도 어쩔 건데? 예씨 가문이 세상을 상대로 싸울 수나 있겠어?”오민규는 거만하게 어깨를 으쓱였다.“이번에 우리 오씨 가문은 여러 가문과 손잡았어. 남궁 가문이 앞장설 테니 내일은 예씨 가문 자존심을 밟아줄 거야. 감히 우리를 건드리다니.”남궁성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그렇지. 우리 남궁 가문이 나섰는데 예씨 가문이 뭘 해보겠어. 아무리 날뛴다고 해도 그냥 독 안에 든 쥐일 뿐이야.”그 말에 다들 한껏 의기양양해졌다.“내일 꼭 구경하러 갈 거야. 우리 유씨 집안도 빠질 수 없어.”“구경거리가 따로 있겠어? 그냥 예씨 가문을 망신 주는 자리겠지. 지네들이 너무 오만하게 굴었으니 이번엔 용수 어르신까지 나서서 혼쭐을 내주실 거래.”남궁성주가 더 당당하게 덧붙였다.“우리 쪽에서 분석한 바로는 예씨 가문이 요즘 워낙 여기저기 적을 만들어서 이번엔 용수 어르신뿐만 아니라 비룡위까지 움직일 거래.”“심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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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3화

예천우는 잠시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일단 저랑 하문 씨는 그냥 친구 사이일 뿐 연인 사이 그런 거 아니에요. 그리고 두 번째로 수민 씨가 저를 가만 안 두겠다는 건 좀 웃기네요.”“뭐라고? 건방진 자식!”유수민이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조금 전에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못 들었어요? 우리끼리 무슨 얘기하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큰소리치냐고요?”그녀로서는 예천우가 자기를 감히 무시한다고 느낀 듯했다.이 자리에 있던 이들은 예씨 가문과 남궁 가문과 오씨 가문 같은 대가문의 미래를 놓고 논쟁할 만큼 위세가 대단한 집안 자손들인데 예천우가 그런 사람들 앞에서 겁도 없이 맞섰기 때문이다.하지만 예천우는 태연하게 말했다.“뭘 모르겠어요. 다들 헛소리만 늘어놓고 있잖아요.”“너!”유수민은 완전히 열을 받은 듯 보였다.그때 하문이 재빨리 끼어들었다.“그만해, 수민아. 네가 오해한 거야. 우리는 정말 그냥 친구 사이야. 그리고 천우 오빠도 그만해. 다들 내 소중한 친구들이야.”유수민은 여전히 언짢은 표정이었지만 곧 차갑게 말했다.“흥, 하문을 봐서 이번엔 넘어가 줄게요. 다음번엔 반드시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명심하세요.”그리고는 하문을 향해 말했다.“하문아, 눈 똑바로 뜨고 남자를 만나. 저렇게 자기 잘난 줄만 아는 사람이 너랑 어울릴 수 있겠어?”그렇게 말하곤 단호하게 자리를 떴다.한편,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유석주는 하문과 예천우가 이미 자리를 떴다는 사실에 얼굴이 잔뜩 굳었다.‘저 자식이 감히 내 앞에서 하문이랑 친하게 굴다니... 두고 봐.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마.’사실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고 그들 눈에 예천우는 그저 하찮은 인물일 뿐이었다.‘이번엔 이 정도로 넘어갔지만 다음에 또 마주치면 절대 가만 안 둘 거야. 이번에 한마디도 못 하고 도망간 걸 절대 잊지 않을 거야.’이들은 예천우가 특별히 반박을 안 해도 자기들 기분만 상하면 그게 곧 예천우의 잘못이라는 식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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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4화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하문아, 넌 정말 인기가 많네. 그런데 언제 천해시로 돌아갈 거야?”그러자 하문도 웃으며 대답했다.“내일쯤 돌아가려고 해. 며칠간 여기 있으면서 볼 건 다 봤으니 슬슬 가서 임연 그룹 정상화되는 것도 지켜봐야죠.”“그래. 그러면 무사히 잘 다녀가.”예천우는 잔을 들어 살짝 건배했다.두 사람은 크게 오래 머무르지 않고 잠시 얘기를 나눈 뒤 예천우가 하문을 호텔까지 데려다주었다.원래 하문은 내일 아침 일찍 떠날 생각이었지만 유수민이 계속 설득하는 바람에 결국 하루 더 머물기로 마음을 바꿨다.유수민은 용도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대규모 가문의 행사에 함께 가 보자고 권했다.이번 행사는 정말 오랜만에 열리는 특별한 자리라 명문가 자녀들은 물론 용도 최고의 인맥들이 다 모인다고 했다.사실 유수민의 진짜 속내는 하문에게 더 넓은 인맥을 쌓게 해주고 싶었다.괜히 예천우 같은 무능한 남자에게 소중한 젊음을 허비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하문은 솔직히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유수민이 강하게 밀어붙이자 어쩔 수 없이 따라가기로 했다.그래도 수민이가 옆에 있으면 이상한 일은 없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한편 예천우는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른 채 하문과 헤어진 뒤 곧장 예씨 가문으로 돌아가고 있었다.그런데 저택 입구에 도착하자 한 여자가 길을 막아섰다.얼핏 보기에도 성스럽고 신비로운 마치 신선처럼 아름다운 여자였다.박민정이었다.그 옆에는 작은 녹색 옷을 입은 소녀 소정이 함께 서 있었다.두 사람 모두 예천우를 예리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특히 소정은 속이 꽤 상해 있었다.박민정이 예천우와 헤어진 뒤로는 온종일 마음이 다른 곳에 있어서 자꾸만 예천우를 다시 찾으러 가겠다고 조르기 일쑤였다.겉으로는 임무 때문이라 말했지만 소정은 그게 전부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사실 그냥 예천우 그 자식을 찾으러 가겠다는 거잖아!’한편 박민정 역시 속이 좋지 않았다.예천우가 약속해 놓고 자기한테 아무런 연락도 없이 내팽개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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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5화

“그래. 말해 봐요. 무슨 일이에요?”예천우는 더 이상 질질 끌기도 귀찮다는 듯 바로 물었다.“천우 씨가 갖고 있는 옥패를 좀 보여줘요.”“여기요.”예천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옥패를 박민정에게 던져줬다.박민정은 잠시 멍해져서 손에 차가운 옥패가 쥐어진 걸 느끼며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이렇게 순순히 내준다고? 지금 바로 들고 도망가 버릴까?’잠깐 고민했지만 바로 앞이 예씨 저택 입구고 예천우의 실력도 생각하면 어차피 뺏기게 될 게 뻔했다.‘그래. 일단 진짜 옥패가 맞는지 확인만 하고 나중에 기회를 봐서 가져오는 게 낫겠지.’그래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내주는 게 좀 이상해서 박민정은 조심스럽게 옥패를 들여다봤다.확실히 보통 물건이 아니었고 손에 쥐었을 때 감촉부터 남달랐다.“안심하세요. 가짜 아니에요. 믿기 힘들면 민정 씨가 직접 힘을 실어 부숴보든지.”예천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는 하루빨리 박민정을 돌려보내고 싶은 눈치였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옥패를 꼼꼼히 살폈고 확실히 진품 같았다.잠시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제가 옥패를 들고 도망치면 어쩔 건데요?”“못 도망가요.”예천우가 단호하게 말했다.“다 봤으면 돌려줘.”박민정은 아쉬운 표정으로 옥패를 던져주며 말했다.“가져가요. 전 별로 관심 없어요.”예천우는 옥패를 받자마자 더 머물 이유도 없이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이제는 박민정이 자기 사부님을 해친 원수의 제자라는 사실도 신경 쓰였고 괜히 더 가까워져 봤자 서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예천우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이 자식... 어떻게 이제는 이렇게 날 신경도 안 써?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소정도 멍해진 얼굴로 박민정을 바라보다가 급히 입을 열었다.“언니, 신경 쓰지 마세요. 저건 일부러 잘난 척하는 거예요. 언니 마음 흔들어 보려는 수작이니까 속으면 안 돼요!”박민정은 소정의 말을 듣고 금세 눈빛이 살아났다.“맞아. 저 자식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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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6화

예천우의 말을 들은 예관희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 참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기분 좋게 자리를 떴다.‘이 정도면 내일 예씨 가문 연회는 정말 엄청난 성공이겠네.’그렇게 생각하던 예관희는 일부러 사람들에게 이번엔 예씨 가문이 큰 위기에 빠졌다는 소문을 퍼뜨리게 했다.심지어 비룡위의 지원도 사실상 남궁 가문과 남궁성주 편에 붙은 것처럼 위장해서 내보냈다.예천우는 이런 소문이나 외부의 소동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설마 남궁 가문이 이렇게까지 무모할 줄이야... 그저 남궁 가문에 4대 전신 중 한 명인 주작이 있다는 이유로 이러는 걸까?’자신이 소식을 일부러 봉쇄하고 있기도 했고 용도에서 활동하는 몇몇 인물들도 워낙 강력해서 웬만한 사람들은 그들의 움직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남궁 가문 쪽은 정보가 완전히 차단된 것도 아니었고 남궁 노조가 예씨 집안에서 목숨을 잃은 것도 알 텐데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혹시 주작이 이미 종사의 절정에 도달해서 남궁 노조 따위는 전혀 상대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실제로도 그랬다. 남궁 가문의 주작 남궁 청아는 예씨 집안에서 죽은 남궁 노조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녀는 남궁 노조가 최근에야 겨우 경지를 하나 더 올렸을 뿐 본인과는 근본적인 실력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반면 자신은 이미 기초부터 단단히 다져왔으니 어떤 위기가 와도 흔들릴 리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다만 남궁 청아 역시 모든 걸 긍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었다.사실 그녀는 이렇게 가문을 대표해 앞장서 예씨 집안과 맞붙는 것에는 그다지 찬성하지 않았다.하지만 가문 내의 강력한 지지와 이번 기회를 통해 남궁 가문의 위세를 한 단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결국 등 떠밀려 나설 수밖에 없었다.특히 이번에는 용씨 집안조차 별다른 의견 없이 조용히 있는 상황이었다.‘만약 이번에 성공한다면 남궁 가문이 챙길 수 있는 이득은 정말 상상 이상일 거야.’무엇보다 그들이 알아낸 정보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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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7화

예씨 집안이 모두 정신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예천우만은 혼자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이 행사를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 듯 평소처럼 평범한 캐주얼 차림으로 여기저기를 슬렁슬렁 거닐었다.사실 그는 예씨 가문의 저택 구조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다가 굳이 자신이 직접 손님을 맞이하는 일 같은 귀찮은 일들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예관희 노인이 알아서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상황이 무르익었을 때 자신이 나타나서 몇몇 사람들을 가볍게 정리하고 따끔하게 말해 놓으면 끝이었다.그래서인지 그는 지금 매우 여유롭고 편안한 모습이었다.며칠 사이에 예씨 가문 사람들도 이미 이런 예천우의 태도에 익숙해진 듯 보였다.그때 밖에서부터 여러 명의 젊은이가 줄지어 예씨 가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여기가 바로 예씨 가문 저택이군. 위치도 좋고 분위기도 제법인데?”남궁성주, 오민규, 유석주를 비롯해 어젯밤 함께 했던 일행들이었다. 이들의 가문 지위로 보면 오늘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이렇게 정식으로 예씨 가문의 저택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과거였다면 절대 이런 기회조차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하문 역시 유수민 옆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예씨 가문의 웅장한 저택을 그녀가 직접 볼 기회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하문아, 이리 와봐. 내가 너한테 괜찮은 친구들 좀 소개해 줄게. 어제 봤던 그 건방진데 능력도 없는 쓰레기보다는 훨씬 괜찮은 남자들이야.”오늘 유수민이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은 하문에게 좋은 남자들을 소개해 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오빠 유석주가 하문에게 품은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오빠의 성격이 어떤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하문이 오빠에게 휘말리지 않도록 보호해 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오빠가 말을 듣는 사람도 아니어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말로만 설득하는 것뿐이었다.“수민아, 천우 오빠도 진짜 괜찮은 사람이야. 그리고 우린 진짜 연인 사이가 아니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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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8화

그 노인은 바로 용도 최고의 전설적 존재인 청룡 전신 용지천이었다.그 엄청난 신분과 위세에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모두가 경탄하고 있을 때 예씨 가문 측에서 즉시 큰 소리로 환영 인사를 외쳤다.“청룡 전신 용지천 님과 손녀 용수아 양의 예씨 가문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렇게 자리를 빛내주셔서 가문의 영광입니다!”이번엔 예관희가 직접 입구까지 나와 용지천을 맞이했다.용지천은 주변을 잠시 둘러봤지만 예천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내심 약간 불만을 느꼈으나 내색하진 않았다.그가 이번에 특별히 여길 찾아온 목적은 오직 예천우 때문이었다.한편 예관희는 마음이 다급했다. 그는 중요한 손님들은 가문의 족장인 예천우가 직접 맞이해 주길 바랐지만 예천우는 그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예관희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예천우의 명성은 높아질 대로 높아져서 오늘 이 자리에 찾아온 대부분의 사람은 오직 예천우 한 사람만을 보기 위해 모인 것이나 다름없었다.용수아는 예관희를 보고 특별한 말 없이 고개만 살짝 숙여 인사했다.예관희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용수아가 과거 손자인 예훈에게 큰 상처를 받았던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차갑고 외로운 성격도 역시 예훈 때문이었다.그런 용수아가 예씨 가문을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할아버지, 저 잠시 둘러보고 올게요.”용수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과거 예훈에게 수모를 겪은 이후 그녀는 성격이 더욱 폐쇄적으로 변해 극히 소수의 사람하고만 교류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용미소였다. 그녀는 용결의 영향을 받았는지 최근 들어 예천우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고 그의 소문과 전설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관심이 갔다.용지천은 손녀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둔다는 게 기뻤기 때문에 이번에도 일부러 그녀를 데리고 함께 나온 것이었다.“그래. 조심하거라.”용지천은 손녀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과거 손녀가 다쳤을 때 직접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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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9화

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도 자신한테 이렇게까지 차갑게 굴 필요는 없지 않으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나야. 근데 무슨 일이지?”“무슨 일이냐고? 흥, 내가 너 같은 사람의 속셈을 모를 줄 알아? 이제 다 파악했다고!”유수민은 콧대를 높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녀는 예천우를 싫어하고 무시했지만 그래도 누군가 자기를 좋아해서 일부러 접근한다는 건 나름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특히 그녀는 외모가 특별히 예쁜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에게 접근한 남자들이 많지 않았다.“내 속셈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흥, 끝까지 모른 척하기는!”유수민은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었다.“네가 하문한테 접근한 이유는 결국 나를 만나기 위해서였잖아. 나한테 관심이 있으니까!”그러면서 그녀는 더 당당하게 덧붙였다.“뭐 그렇다고 해서 네가 눈이 낮은 건 아니라고 봐.”“잠깐... 너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말 당황한 예천우는 하문을 돌아보며 물었다.“하문아, 네가 이런 말을 한 거야?”“아니. 오빠 난 그게 아니라...”하문 역시 당황한 채 머뭇거렸다. 여기서 진실을 솔직히 털어놓으면 유수민이 크게 화를 낼 것이고 그럼 괜히 예천우한테 피해가 갈까 봐 걱정됐다. 비록 예천우가 예씨 집안 사람이지만 유수민 역시 유씨 집안의 중요한 인물이었기에 그녀는 상황이 부담스러웠다.“흥, 또 아닌 척이야? 나한테 접근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왜 굳이 예씨 집안 연회까지 숨어들었겠어?”유수민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래도 나한테 관심 가진 거 창피한 일은 아니니까. 앞으로 내 앞에서 잘 보인다면 특별히 널 내 곁에서 애완견처럼 데리고 있을게.”예천우는 어이가 없어서 차갑게 대꾸해 쫓아버리려던 찰나 바로 그때 부드럽고 아름다운 음성이 뒤에서 들려왔다.“안녕하세요. 혹시 예천우 도련님 맞는가요?”모두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하문은 나타난 여성의 압도적인 미모에 완전히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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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0화

용수아를 얻는다는 건 그 어느 남자도 거절하지 못할 일이었다.“맞아요. 용수아 씨, 이 녀석은 여자 뒤에 숨어서 허세나 부리는 한심한 인간이에요. 혹시 이 녀석한테 무슨 오해라도 하신 거 아니에요?”남궁성주가 기다렸다는 듯 나서서 거들자 옆에 있던 유석주 역시 곧장 끼어들었다.“그래. 이 자식아, 네가 직접 알아서 사라질래 아니면 우리가 나서야겠냐? 우리가 손대면 진짜 뼈도 못 추릴 테니까 잘 생각해.”예천우는 정말 기가 막혀 더는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으로 보였단 말이야?’한편 용수아는 순간 어리둥절하더니 곧 재미있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랫동안 무표정하고 차갑기로 유명했던 그녀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이 남자 생각보다 훨씬 재밌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진짜 신분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만약 알았다면 감히 이렇게 함부로 말할 수 있었을까. 용수아는 이 상황이 꽤 흥미로웠고 예천우가 다음에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해졌다.그러나 가만히 서서 미동도 없는 예천우를 본 유수민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예천우, 넌 거기 멍청하게 가만히 있지 말고 빨리 용수아 씨께 솔직히 말씀드려. 네가 그냥 별 볼 일 없는 한심한 놈이고 사실은 나를 따라다니며 권력에 빌붙고 싶어 한다고 말이야!”“...”예천우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며 담담히 말했다.“내가 너를 따라다닌다고? 됐어. 너 같은 애는 공짜로 줘도 싫다. 정말 권력에 빌붙을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용수아 씨한테 다가갔겠지.”“이, 이 미친놈이! 지금 뭐라고 한 거야?”유수민은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게졌고 유석주 역시 분노에 차서 으르렁거렸다.“야, 이 자식아. 감히 내 동생한테 그런 말을 해? 넌 오늘 정말 살아서 못 나갈 줄 알아라.”예천우는 담담한 어조로 받아쳤다.“그래? 그럼 어디 한번 해봐.”유석주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지만 유수민이 급히 제지했다.“오빠, 여긴 예씨 가문 저택이야. 일단 오늘은 그냥 넘어가고 나중에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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