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기 전엔 못 놔줘: Bab 2171 - Bab 2180

2202 Bab

제2171화

진서연은 단지 이 버릇없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본보기를 보여주려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 순간을 최현아가 목격하고 말았다.“사모님, 오해하셨어요. 저는 아드님이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길래 말렸을 뿐이에요. 그런데 오히려 제게 욕까지 해서 저도 어쩔 수 없이 훈계를...”진서연은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며 손에 붙잡혀 있던 유지훈을 내려놓았다. 최현아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자신 때문에 박민정이 곤란해질까 걱정스러워 애써 설명을 덧붙인 것이었다.하지만 최현아는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차갑게 잘라냈다.“그래서 내 아들을 때렸다는 건가요? 얘가 겨우 이 나이에 뭘 알겠어요? 어른이란 사람이 어린애에게 손찌검해도 된다고 생각해요?”진서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가 곧 단호한 목소리로 맞받아쳤다.“제가 과했다고 생각하시기 전에 먼저 아드님부터 제대로 교육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진서연이 이렇게 당당히 맞설 줄 몰랐던 최현아의 눈이 분노로 가득 차올랐다.“좋아요. 두고 봐요. 아이를 때린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어요.”최현아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를 걸기 시작했고 진서연은 담담하게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를 본 박윤우가 급히 엄마에게 달려갔다.“엄마! 서연 이모 큰일 났어!”서재에서 업무를 보던 박민정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갔고 바깥에서는 이미 최현아가 경찰 신고까지 마친 채 아들 유지훈의 몸 상태를 꼼꼼하게 살피고 있었다.“지훈아, 어디 아픈 데 없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이따 꼭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해.”유지훈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배를 움켜쥐며 호소했다.“엄마, 온몸이 다 아파요. 머리도 어지러워요.”진서연은 어이가 없어 입을 열었다.“내가 너한테 뭘 어쨌다고 그래?”그러자 유지훈은 기다렸다는 듯 더 큰 울음을 터뜨렸다.“아줌마가 나를 때렸잖아요! 다음에 또 보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어요!”꼬마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매우 능수능란했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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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2화

저택 안은 순식간에 냉랭한 긴장감으로 휩싸였다. 최현아는 진서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박민정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봤지? 이 여자가 얼마나 뻔뻔한지! 내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최현아는 원래부터 박민정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기회를 봐서 어떻게든 약점을 잡으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아들 유지훈이 박민정의 비서인 진서연에게 맞기까지 했으니 그녀는 절대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박민정이 입을 열려 하자 진서연이 오히려 먼저 그녀를 막았다.“보스, 저 신경 쓰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 기껏해야 며칠 갇히는 거겠죠.”박민정 역시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아무리 사정해도 최현아는 더욱 기세등등하게 나올 것이 뻔했다. 결국 진서연은 경찰에 의해 끌려가고 말았다.최현아는 떠나기 직전 박민정을 향해 비웃듯 말했다.“동서, 너무 서운해하지 마. 나도 엄마야. 자기 자식이 맞고 있는데 가만있을 엄마가 세상 어디 있겠어? 동서도 자기 애들이 당했다면 똑같이 했겠지?”박민정은 아무런 대꾸 없이 입을 꾹 다물었다. 최현아가 사라지자 박민정은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변호사인 장명철에게 연락을 취했다. 어떻게든 진서연을 보석으로 빼낼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통화를 끝내자 곁에 있던 아들 박윤우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엄마, 다 내 탓이야.”박민정이 놀라 물었다.“왜 그런 말 하는 거야?”“내가 친구들을 초대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잖아.”박윤우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죄책감에 고개를 푹 숙였다. 아이는 자신이 초대하지 않은 유지훈이 이렇게까지 문제를 일으킬 줄 꿈에도 몰랐다.박민정은 따스하게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아가,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서연 이모도 널 절대 원망하지 않을 거고. 엄마가 어떻게든 서연 이모를 구해낼 테니 걱정하지 마.”엄마의 말을 듣고 박윤우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최현아는 아들 유지훈을 데리고 차에 올랐다. 유지훈은 여전히 흥분한 상태였다.“엄마가 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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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3화

변호사로부터 진서연을 보석으로 빼낼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박민정의 표정은 절망으로 물들었다.“장 변호사님, 다시 한번 제대로 조사해 주세요. 서연이는 정말로 아이를 다치게 한 적이 없어요.”장명철은 그녀의 간절한 부탁에 차분하게 응답했다.“내가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감사합니다.”박민정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편은 여전히 불안했다. 그녀는 최현아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절호의 기회를 잡은 그녀가 진서연을 쉽게 풀어줄 리 없었다.초조한 마음에 박민정은 곧장 진서연을 찾아갔다. 그러나 정작 진서연은 예상과 달리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보스, 걱정하지 마세요. 별일 없어요. 그냥 여기서 며칠 쉬다 나가면 되죠. 하나도 안 무서워요.”박민정은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며칠이 아니라, 최현아가 제출한 진단서대로라면 진서연은 최소 반년 이상 형을 살아야 할 처지였다.“걱정하지 마. 반드시 내가 꺼내줄게.”박민정의 결연한 다짐에 진서연은 깊은 신뢰를 담아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그녀가 말했다.“보스, 이번 일 민기 씨한테는 절대 말하지 마세요.”“왜?”“별거 아닌 일로 바쁜 사람 괜히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요.”박민정은 잠시 망설이다 결국 그녀의 부탁을 받아들였다.“알았어.”“고마워요, 보스. 매번 신세만 지네요.”진서연이 밝게 웃었지만 박민정은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그런 말을 해.”방문 시간이 끝나고 돌아서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박민정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다시 진서연을 돌아봤다.“꼭 기다려줘.”진서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맑은 눈빛에 두려움 대신 오직 박민정에 대한 굳은 신뢰만이 담겨 있었고 그 눈빛이 오히려 박민정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죄책감과 무거운 마음으로 걸어 나가던 박민정은 가까운 가로등 아래 익숙한 두 사람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중 한 사람은 유남준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말끔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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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4화

“정말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네요.”박민정이 나지막이 읊조리자 유남준은 그녀의 손등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아이는 어떻게 됐어요?”박민정이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같이 데려왔어. 지금은 아이의 조부모님이 돌보고 있지.”유남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강연우의 아내 황예지는 진심으로 그를 사랑했기에 생명까지 걸고 그의 아이를 낳았지만 결국 아이는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조부모 손에 자라야 했다.‘만약 강연우 씨가 이런 결말을 미리 알았더라면 과연 같은 선택을 했을까?’박민정은 갑자기 그런 생각에 빠져들었다.“남준 씨, 강연우 씨가 나중에 재혼할까요?”박민정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녀는 세상의 냉정한 현실을 너무 많이 겪어왔기에 이런 질문이 튀어나왔다.유남준은 잠시 침묵했다가 조용히 말했다.“잘 모르겠어.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려운 법이니까.”그는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털어놓았다.“그럼 만약 내가 그렇게 되면요?”박민정은 자신도 모르게 서글퍼지며 유치한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순간 유남준의 가슴이 조여왔다.“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당신은 황예지 씨가 아니고 나도 강 변호사가 아니야. 당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그의 단호한 말은 그녀를 안심시키기에 충분했다.박민정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그냥 해본 말인데 왜 그렇게 정색해요?”“앞으로는 그런 농담하지 마.”유남준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박민정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그나저나, 진서연한테 일이 생긴 걸 어떻게 알았어요?”“돌아오는 길에 애들한테 들었어.”그때였다. 강연우가 마침내 밖으로 나오고, 그의 뒤로 진서연이 나타났다. 박민정은 강연우의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역시 최고의 변호사다운 솜씨였다.진서연은 박민정에게 달려와 꽉 끌어안았다.“보스, 봤죠? 제가 나올 수 있다고 했잖아요.”진서연은 말을 마친 후 유남준을 향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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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5화

박민정은 진서연을 원망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렇게 말하지 마. 만약 그때 내가 현장에 있었어도 똑같이 지훈이를 혼내줬을 거야. 그러니까 네 잘못이 아니야.”“네.”진서연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의 불안과 죄책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거실 소파에 앉아 유남준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유씨 가문 옛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유남준은 곧장 유지훈의 집으로 향했다. 2층에서 내려오던 최현아는 유남준을 발견하자 놀라며 물었다.“유 대표가 웬일이에요?”유남준은 그녀를 차갑게 응시하며 곧바로 물었다.“지훈이 어딨어요?”최현아는 그 말에 상황을 바로 이해했다.“내가 잔소리하려는 게 아니라, 동서를 좀 단속하세요. 직원까지 조카를 괴롭히잖아요.”유남준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은 채 위층을 바라봤다. 곧 그는 유지훈의 방 위치를 짐작하고 계단을 올라갔다.최현아가 급히 그를 따라 올라가며 소리쳤다.“무슨 일인데 이러세요? 내 아들한테 손대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어린애가 뭘 알겠어요?”유남준은 무시하고 유지훈의 방문을 열었다. 방 안의 유지훈은 유남준을 보자마자 얼어붙었다.“삼촌...”유남준은 천천히 아이에게 다가갔다.“다쳤다며? 삼촌한테 어디 다쳤는지 보여줘 봐.”유지훈은 겁에 질려 어머니를 쳐다봤고 최현아는 재빨리 아들을 끌어안으며 유남준에게 항의했다.“어른이 아이를 협박하면 안 되죠! 유 대표, 당신은 이 아이 삼촌이에요! 어떻게 남의 편을 들어요?”“삼촌이니까 더 바르게 가르쳐야죠.”최현아는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유남준과의 관계를 이용하려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유남준은 다시 유지훈을 불렀다.“지훈아, 이리 와봐.”아이는 더욱 어머니 품에 매달리며 움직이지 못했다. 최현아는 아들을 더 세게 끌어안으며 유남준을 노려봤다.“지금 이게 무슨 짓이에요?”“별거 아니에요. 지훈이 병원 가서 전신 검사받을 거예요. 다른 데도 다쳤는지 확인해야죠.”최현아의 표정이 굳었다.“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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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6화

유지훈은 차마 유남준의 눈을 보며 거짓말을 할 용기가 없었다. 아이가 마침내 작은 입을 떼고 진실을 털어놓으려 한 순간, 곁에 서 있던 최현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지훈아, 지금 뭐 하는 거야? 네가 당하고도 상대에게 사과라도 하겠다는 거니?”최현아의 눈동자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주먹을 꽉 쥐고 유남준을 노려보았다.“유 대표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요?”분위기가 긴장으로 팽팽히 당겨진 바로 그때였다.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유석진과 유성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 안의 묘한 긴장을 느낀 유석진은 잠시 놀란 듯 걸음을 멈추고 차분히 물었다.“무슨 일이야? 다들 왜 이렇게 서 있어?”최현아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사람처럼 급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아버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제발 저희를 좀 도와주세요.”최현아는 유석진의 동정심을 끌기 위해 오늘 있었던 일을 교묘하게 자신한테 유리한 쪽으로 부풀려 전했다. 그러나 유석진은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고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옆에 있던 유성혁이 더 다급한 모습으로 아들 앞으로 다가왔다.“지훈아, 괜찮아? 어디 다친 곳 없어?”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유지훈은 울상이 되어 버렸고 두 눈에서 금세 눈물이 흘러내렸다.“아빠!”엄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재빨리 아버지의 품속으로 뛰어든 아이는 흐느껴 울었다. 유성혁의 가슴이 아이의 울음에 아프게 저며왔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용기를 내어 유남준을 향해 단호히 입을 열었다.“남준아, 네가 나보다 잘난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내 아들을 이렇게까지 괴롭히면 안 되는 거 아니야?”평소엔 유성혁을 은근히 깔보던 유남준이었으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나서는 그의 모습에 내심 놀랐다. 잠시 침묵하던 유남준이 다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훈이가 크게 다쳤다고 하니 병원에서 철저히 검사받아야겠지. 형수가 걱정하는 문제는 내가 김인우를 미리 불러놨으니까 걱정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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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7화

김인우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여전하세요.”어색한 안부 인사가 몇 마디 더 오갔고 김인우의 시선은 이내 유지훈에게 옮겨졌다.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의 긴장을 풀어주려 애썼다.“지훈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어디 불편한 데가 있으면 삼촌이랑 같이 의사 선생님 보러 가자. 알았지?”평소 엄격하고 위압적인 유남준과 달리, 김인우의 따뜻하고 온화한 분위기에 유지훈은 조금 안심이 되는 듯했다. 아이는 조그만 손으로 자기의 머리를 가리키며 엄마가 알려준 대로 능숙하게 연기하기 시작했다.“삼촌, 머리가 너무 아프고 어지러워요...”“정말? 머리가 아프면 큰일인데.”김인우는 걱정스러운 듯이 목소리를 낮추었지만 그의 눈에는 어딘지 모를 장난스러운 기색이 어렸다.“하지만 너무 겁먹지는 마. 삼촌이 아주 뛰어난 한의사 할아버지를 모셔 왔거든. 검사 같은 기계 없이도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맞히시는 분이야.”그 말에 최현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의사라면 아이의 거짓말을 간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김인우가 앞장서자 모두 그의 뒤를 따라 진료실로 향했다. 걸음을 옮기면서 김인우는 아이의 귀에 살며시 속삭였다.“지훈아, 조금 이따 의사 할아버지가 물으시면 절대 거짓말하면 안 돼. 꼭 사실대로 말해야 해, 알았지?”유지훈은 살짝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거짓말하면 의사 할아버지가 엉뚱한 약을 주거나 아주 무서운 주사를 놓을 수도 있어. 그러면 진짜 아프고 고생만 할 거야.”그 말에 유지훈은 다시 한번 단호히 고개를 끄덕이며 거짓말을 멈추지 않았다.“전 절대로 거짓말 안 해요. 정말로 아픈걸요.”김인우는 아이의 작은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일부러 아이에게만 들리도록 몸을 낮춰 다시 속삭였다.“사실 말이야, 그 의사 할아버지가 굉장히 무서운 분이야. 삼촌도 그분을 엄청나게 무서워해. 예전에 삼촌이 침 맞았을 때 정말 아팠거든.”김인우는 고통스러운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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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8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무겁게 눈을 감고 맥을 짚던 노인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시선은 차갑고도 날카로웠으며 서늘한 눈동자는 곧장 유지훈의 얼굴 위로 향했다.“머리가 아픈 거 말고 또 다른 데 불편한 곳은 없니?”유지훈이 입을 떼기도 전에, 최현아가 급하게 끼어들며 목소리를 높였다.“의사 선생님, 오늘 하루 종일 애가 배가 아프다고 했어요. 지금은 좀 나아졌다곤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돼서요...”노인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곁에 서 있던 간호사에게 눈짓했다. 간호사는 능숙한 동작으로 의료 상자를 꺼내 노인 앞에 놓았다.“저기 뒤에 있는 침대에 누우렴.”노인이 커튼으로 가려진 진료 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유지훈은 갑자기 침대에 누우라는 말에 불안감을 느꼈지만 마지못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간호사가 커튼을 닫자 최현아와 일행들은 내부 상황을 알 수 없게 되었다.“다들 잠시 여기서 기다리시오.”노인은 짧게 지시한 뒤 커튼 안으로 들어갔다.침대 위에 누운 유지훈은 두려운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곧이어 노인이 의료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다양한 크기와 굵기의 바늘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유지훈은 그 광경에 숨이 막힐 듯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침을 좀 놔야겠다.”노인의 목소리는 지극히 담담했지만 유지훈에게는 마치 사형 선고처럼 들렸다. 아이는 침술이 바늘로 몸을 찌르는 치료법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싫어요!”유지훈의 온몸이 공포에 사로잡혀 덜덜 떨렸다.“네가 지금 상태가 아주 심각해. 침을 반드시 맞아야 해. 아까 머리가 많이 아프다고 하지 않았니?”노인이 엄하게 묻자 유지훈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싫어요, 저 침 맞기 싫어요!”노인은 한숨을 쉬며 간호사에게 명령했다.“아이를 꽉 붙잡아라.”간호사가 단호하게 유지훈의 팔을 눌러 잡았다. 노인은 일부러 더욱 커다란 침을 꺼내 들었다. 젓가락 굵기만 한 길고 무시무시한 침을 보자 아이는 거의 울먹이며 몸부림쳤다.“싫어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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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9화

남편 유성혁의 말에 최현아는 여전히 절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시아버지 유석진마저 그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최현아는 마침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유 대표, 미안해요. 이번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요. 우리 아이가 그 비서한테 괴롭힘당하는 걸 보고 너무 흥분했어요. 절대로 동서를 괴롭히려고 그런 게 아니었어요.”최현아는 억울함을 참으며 변명했다. 그 순간, 유남준이 차갑게 되물었다.“이렇게 큰 소동을 벌여놓고 겨우 한 마디 사과로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해요?”그의 말에 최현아는 한순간 말문이 막혔고 그제야, 유남준이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요? 난 아들이 괴롭힘을 당했는데 사과까지 했잖아요. 이렇게까지 사람을 몰아붙일 필요가 있어요?”최현아가 목소리를 높이자, 유남준은 한숨을 섞은 목소리로 말했다.“별장에 CCTV가 있다는 건 몰랐나 보네요? 영상에 지훈이가 다른 아이를 괴롭히고 때리는 장면이 확실하게 찍혀 있었어요. 진서연 씨는 단지 그걸 말렸을 뿐인데, 이제 와서 피해자인 척 그만하죠.”그의 말에 최현아는 완전히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얼굴은 억울함과 짜증으로 물들었다.한동안 침묵이 흐르자 유석진이 나섰다.“남준아, 현아가 엄마로서 자기 아이를 걱정한 건 당연한 일이잖니? 이번 일은 그냥 오해로 치고,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해서 마무리 짓자꾸나.”그의 말에 유성혁도 거들었다.“그래, 그냥 여기서 끝내자.”두 사람은 더 이상 유남준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 유남준은 차갑게 최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형수님께서 사과문하고 각서 쓰시면 저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습니다.”“뭐라고?”최현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유남준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싫어요? 그럼 우리 변호사와 얘기하던지요...”변호사라는 단어에 최현아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쓸게요.”평생 살면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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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0화

유남준은 강연우를 한참 동안 바라본 후,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약간의 동정심을 감추며 담담하게 말했다.“갑시다.”강연우는 그제야 말없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유남준을 따라나섰다.김인우는 강연우를 챙기는 유남준의 낯선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유남준은 김인우에게 강연우의 아내가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전했고 김인우는 그 말을 듣자 순간적으로 깊은 죄책감에 휩싸였다.자신이 강연우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짓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김인우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했다.한참 뒤, 강연우가 유남준을 따라 밖으로 나서며 먼저 감사를 표한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유 대표님, 왜 굳이 최현아 씨한테 각서를 쓰게 하신 건가요?”강연우는 각서라는 것이 어린아이들 사이의 약속이나 부부들 사이에서나 쓰는 것으로 생각했다.“오늘 일은 처음이 아니니까요.”유남준이 차분히 답했다. 최현아는 이미 여러 차례 박민정을 음해한 적이 있었다. 유남준은 이번에 다시 같은 행동을 했을 때, 그 각서를 증거로 삼아 확실히 그녀의 코를 꺾을 계획이었다.강연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이해했습니다. 정말 좋은 방법이네요.”강연우를 먼저 집에 내려준 뒤, 유남준은 돌아가는 길에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이 해결되었음을 알렸다.소식을 전해 들은 박민정은 옆에 있던 진서연에게 상황을 전했고 그제야 진서연은 마음의 큰 짐을 내려놓은 듯 안도하며 입을 열었다.“정말 고마워요, 보스. 그리고 유 대표님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박민정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우리는 친구잖아. 너무 고마워할 필요 없어.”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그리고 너 지금 특별한 상황이잖아.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좋은데 그래도 너 자신부터 잘 챙겨야 해. 알았지?”진서연은 며칠 갇히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박민정은 여전히 걱정하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뱃속에는 소중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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