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혁수는 수많은 가능성을 떠올렸지만 그중 변여름과 연결된 시나리오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는 꿈에서라도 어린 시절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 이제는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소녀이자 친구의 여동생인 그녀가 그를 이렇게 바보처럼 속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변여름이 오기 전 그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었다. 최근의 시간과 노력이 수포가 되었다고, 결국 비정한 상업 세계에서 또 한 번의 대가를 치렀다고 체념하려 했다. 하지만 누가 감히 자신을 속였든 그 대가를 치르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가게 두지는 않을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 그의 앞에서 힘없이 소파에 앉아 있는 건 변백호의 여동생 변여름이었다.‘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양혁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마치 벽에 머리를 부딪히고 싶은 심정이었다.굴욕과 답답함이 온몸을 뒤덮었고 그 감정들이 서로 뒤엉켜 마치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화산이 터져버린 듯했다. 피가 뜨겁게 끓어올랐고 숨은 거칠게 몰아쉬어졌고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일이 터지면 양혁수가 분명 분노할 것이라고 변여름은 예상했다.하지만 막상 그의 눈에서 거부감과 격렬한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보자 그녀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고 힘이 빠진 손에서 라이터가 미끄러져 떨어졌다.불꽃이 꺼지고 다시 어둠이 내려앉았다.하지만 양혁수의 날카로운 시선은 여전히 그녀를 꿰뚫고 있었다.변여름은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고 두려움 때문인지 약물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사지는 점점 감각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그때 갑자기 맞은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어둠 속에서도 그의 움직임은 거칠고 빠르게 이어졌다. 순식간에 의자가 날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소리를 듣고 변여름은 양혁수가 진짜로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변여름은 입을 열고 사과하려 했지만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혁수 오빠...”양혁수는 들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는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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