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장군부의 그림자, 다시 걸어 나오다: Chapter 1 - Chapter 10

35 Chapters

1 화

창문 하나 없이, 하루 열두 시진 내내 칠흑 같은 어두운 밀실.한아름은 누더기 같은 옷을 입은 채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여기는 방 안 다른 곳보다 끔찍한 소리가 조금은 덜 들리는 자리였다.그녀가 삼백 일밤을 견디며 몸소 찾아낸 것이었다.끼이익.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햇빛 한 줄기가 어둠을 가르며 쏟아졌다.그녀는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그 빛을 가리려 했지만, 이내 멈추고 급히 팔을 내렸다. 웅크린 자세를 바꿔 무릎을 꿇고 허리를 곧게 폈다. 그리고 두 손을 포개고 이마를 손등에 댔다. 햇살이 날카롭게 내리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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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

부준서의 날카로운 시선이 한아름 쪽을 스치듯 바라보고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이번에는 남순왕을 조사하기 위함이니 경성엔 분명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소식이 들리는 즉시 서신으로 보고하거라.”“명 받들겠습니다.”부준서는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로 이십 대 초반에 이미 전전 지휘사 자리에 올랐다. 조정의 문무백관 중 유일하게 검을 찬 이로 그가 용좌 아래 서면 모든 대신들이 숨을 죽였다. 부준서 자체로 한 자루의 명검이었다. 오직 황제만을 위한 검으로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았고 문무백관 모두가 그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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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

말을 타고 달려온 이는 다름 아닌 한아름의 둘째 오라버니, 소씨 가문의 둘째이자 태자의 책동무로 명성이 자자한 경성 최고의 재능을 지닌 자, 소형준이었다.말에서 내린 소형준은 바닥에 꿇고 있는 한아름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곧장 다가가 손을 뻗었다.“아름아, 왜 이러고 있는 것이냐? 어서 일어나거라.”소형준이 그녀의 오른팔을 덥석 잡았다.그러자 밀려오는 극심한 고통에 한아름은 낮게 신음을 내뱉으며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그를 밀쳐냈다. 소형준의 놀란 눈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름아, 너 지금…?”어렵게 다시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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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

한아름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그녀 눈동자 속에 번진 감정의 균열은 방금 전의 차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그걸 확인한 소형민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무릎 꿇는 거 좋아하는 것 아니었느냐? 어디 실컷 꿇어보거라.”소 부인의 눈물이 툭 떨어졌다. 그녀가 당장 말리려던 그때, 소미진이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더니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소 부인이 급히 다가가 물었다. “또 무릎이 아픈 것이냐?”소형민과 소형준도 급히 그녀 곁으로 달려갔다.그 사이 한아름은 이미 수하들에게 둘러싸여 그대로 사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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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

한아름은 무릎 방석 위에 쓰러져 몸을 웅크린 채로 눈을 반쯤 감고 연신 입술에 침을 바르고 있었다.너무 지치고, 너무 배가 고팠다. 전날부터 지금까지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한 상태였다.그러다 문득, 우르르 몰려오는 발소리와 점점 가까워지는 말소리에 한아름은 화들짝 놀라 깨어났고, 거의 반사적으로 무릎을 세우고 양손을 모아 머리를 조아렸다.소 부인은 그녀의 모습에 곧장 눈시울이 붉혔다.“아름아, 대체 왜 이러는…”오 마마가 소 부인을 부축하며 탄식했다. “아씨, 부인께서 얼마나 걱정하시는지 아시면서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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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

소형준이 문을 박차고 들어서자, 차가운 기운이 방 안 가득 번졌다.그는 한아름이 처음 집에 돌아왔을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준비한 옷을 입고 얼마나 기뻐하던지, 작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리며 눈웃음 짓던 그 모습에 그는 온 경성의 예쁜 옷을 모두 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황후께서 하사한 옷이야말로 귀한 것이고 어머니께서 준비하는 것은 시시해졌겠지. 겨우 1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어찌 이리 허영심만 가득해졌느냐!”그러나 소 부인은 조용히 타일렀다.“형민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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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화

“괜찮습니다.”소미진의 물건엔 손대고 싶지 않았다. 감히 이들과 엮일 수 없었으니 말이다.잠시 멈칫하던 소미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혹시 나를 원망하고 있느냐?”“그럴 리 없습니다.” 한아름은 그녀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덧붙였다. “제 것이 편한 것뿐입니다.”소 부인은 즉시 하인에게 한아름이 머물던 거처에서 그녀의 옷가지를 가져오게 했다.한아름은 안방에서 옷을 갈아입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밖에 나가 있었다. 소형준은 크게 숨을 내쉬었지만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마음에 답답함을 토해냈다. “어쩌다 저리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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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화

한아름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한때는 혈육들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들떴던 적도 있었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렸다.그나마 유일하게 품고 있던 작은 기대는 오 할머니가 무릎을 꿇는 순간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오 할머니는 예전부터 다리가 불편했다. 비가 오거나 겨울이 되면 늘 시큰거리고 퉁퉁 부어 한아름이 산에서 캔 약초로 며칠동안 치료해야만 겨우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며칠 전에도 경성엔 장대비가 쏟아졌었다. 오명순는 어떻게 견뎠던 걸까?한아름이 막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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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화

“악!” 소미진이 비명을 질럿다.식탁에 둘러앉은 이들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바뀌더니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 틈을 비집고 한아름은 오 할머니에게로 달려갔다.“괜찮으세요?”오명순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 장면을 본 소형준은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그의 착한 여동생은, 가족이 아닌 시골에서 온 저 늙인이게만 애정을 쏟고 있었다. 성큼성큼 다가간 그가 손을 들어올린 순간, 한아름이 오명순 앞을 막아섰다.“비키거라.”한아름의 얇은 다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나이가 많으십니다.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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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화

그녀는 오명순을 한 번 흘끗 보더니 한아름에게 시선을 돌렸다.“소씨 가문의 피가 밖에서 떠도는 일은 없다. 고작 몇 마디로 구슬려 데려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라.” 그녀의 눈빛은 마치 칼처럼 날이 서 있었다. “우리 집안에는 그리도 천한 뼈대를 가진 이는 없다.”‘구슬리다’, ‘천한 뼈대’단 몇 마디였지만 두 사람의 존재를 단번에 규정해 버렸다. 그녀가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그건 곧 오명순에게 속아 넘어갔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었다. 동시에 오명순에게는 나쁜 마음을 먹고 접근한 죄로 목숨마저 부지 할 수 없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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