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ผู้เขียน: 향임
부준서의 날카로운 시선이 한아름 쪽을 스치듯 바라보고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이번에는 남순왕을 조사하기 위함이니 경성엔 분명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소식이 들리는 즉시 서신으로 보고하거라.”

“명 받들겠습니다.”

부준서는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로 이십 대 초반에 이미 전전 지휘사 자리에 올랐다.

조정의 문무백관 중 유일하게 검을 찬 이로 그가 용좌 아래 서면 모든 대신들이 숨을 죽였다.

부준서 자체로 한 자루의 명검이었다.

오직 황제만을 위한 검으로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았고 문무백관 모두가 그의 조사 대상이었기에 ‘부준서’라는 이름을 꺼내기만 해도 몸을 벌벌 떨었다.

하여 뛰어난 용모에 기품마저 비범하다지만 감히 그를 사모하는 여인은 없었다.

“찾으라 했던 일은 진전이 있느냐?”

“아직은… 없습니다만 반드시 찾아내어, 소식이 닿는 즉시 보고드리겠습니다.”

“내가 한때 나락에 떨어졌을 때, 바로 그 여인이 나를 구해줬다. 나 또한 타인의 은혜를 지고 모른척하는 사람이 아니다.”

부준서의 검은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를 찾아서 전해라. 소원 세 가지를 들어주겠다고. 그걸로 은혜는 갚은 거고, 더는 서로 얽힐 일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부준서가 마차 가림막을 내리자, 마차는 서시히 움직였다.

...

한아름이 장군부에 도착했을 때, 큰 오라버니 소형민이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은 아직 도착도 안 했는데, 소문은 벌써 온 거리에 자자하더구나. 한아름, 1년 동안 대체 뭘 배운 것이냐!”

소형민 역시 무장이었고,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장을 누볐기에 짧은 검을 허리춤에 한 자태는 소나무처럼 곧고 늠름했다.

검은 눈썹과 매서운 눈매는 소대장군과 똑 닮아 경성의 여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한아름이 처음 장군부에 돌아왔을 때, 가장 따랐던 사람도 큰 오라버니였다.

그는 검술도 뛰어나고 활도 잘 다루었으니, 그녀가 손수 만든 활로 사냥하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날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오라버니가 손수 활을 쏘는 자세를 가르쳐주던 그 봄날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봄 사냥에서는 더 많은 사냥감을 잡아 오라버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바로 그 사냥터에서 오라버니는 단 한 마디 설명조차 들으려 하지 않은 채 그녀의 활을 부러뜨리고 활을 당기던 그녀의 손마저 부러뜨렷다.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눈빛은 마치 금방이라도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맹수 같았다.

“미진이에게 겨누라고 너에게 활을 가르친 게 아니다.”

그리고 지금, 한아름을 바라보고 있는 눈빛도 1년 전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어머니께서 친히 널 데리러 가셨는데도 기어이 걷겠다고 우겨? 온 세상에 너의 억울함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냐?”

“그날 말에서 떨어져 다친 미진이는 다리가 여태 낫지 않고 있다. 어쩌면 평생 걷지 못할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런데 너는!”

그는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쏘아붙였다.

“고작 황후의 별원에서 예법이나 읽힌 것이 전부잖냐. 그저 1년 동안 집에 돌아오지 못했던 것뿐이지 않느냐!”

그러고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가에 번진 조소도 감추지 않았다.

“이 얼굴빛 좀 보거라. 이 곱게 차려입은 비단옷은 또 무엇이더냐! 벌받으러 간 거냐, 상 받으러 간 것이냐?”

한아름은 그저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일일이 상처받을 마음도,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어두컴컴한 방에서 보냈던 낮과 밤들, 귀에 맴도는 것은 귀신의 울부짖음과 짐승의 포효뿐, 몸뚱아리에는 새로 생긴 상처가 덧입혀지면서 정신과 육체는 완전히 부서지고 말았다.

궁에서 이루어지는 고문 방식이 이토록 다양할 줄은 그녀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가족들이 구하러 와주기만을 수도 없이 바랐다.

아버지는 공을 세운 무장이었고 둘째 오라버니는 태자의 책동무로 신망이 두터웠으니, 그들이 입만 연다면 황후라도 거절하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실망은 절망이 되었고 상처는 곪다 못해 딱지가 져 무더졌다.

“지금 듣고는 있는 것이냐? 그 잔뜩 찌푸린 얼굴은 또 누구한테 보여주려는 것이냐?”

소형민의 입가에 머금었던 웃음기는 사라지고 눈에는 서서히 분노가 치밀기 시작했다.

처음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그 꼬마는 촌스러웠지만 참 여리고 연약했다.

작은 고양이 새끼 같아서, 온 집안이 아껴주려 했다.

서툰 모습으로 ‘오라버니’라 부르던 목소리와 조금은 고집스럽지만 또렷하게 빛나던 그 눈동자는 그의 마음을 사르르 녹여버리곤 했다.

왜, 왜 진작 몰랐을까!

이 작은 들고양이는 길들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 마음속엔 처음부터 원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아름은 그저 한발 물러서서 단정하고 정확한 예법으로 큰절을 올렸다.

“장군님께 무례를 범했다면 용서 바랍니다. 노비는 한 씨이지, 소 씨가 아닙니다. 감히 얼굴빛을 드러낼 수 없지요. 신분이 천박하여 장군부의 마차를 더럽힐까 두려울 뿐입니다.”

그녀가 ‘장군님’라 부르고 자신을 ‘노비’라 하며 스스로를 천하다고 했다. 심지어 소 씨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자 소형민은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발을 들어 그녀를 계단 아래로 걷어찼다.

한아름은 전혀 준비가 없었다.

방심하지 않았어도 이미 만신창이인 그녀의 몸으로는 그 힘을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전신이 욱신거리고 있었고, 발은 더욱 심했다. 지금은 그저 정신력 하나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그 발길질에 그녀의 몸은 공중으로 날아가듯 휘청였고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소형민도 그 순간 잠시 멈칫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본능적으로 한 걸음 계단을 내려섰다. 그때야 비로소 자신의 신발 끝이 보였다.

그 신발은 소미진이 새로 만들어 준 것이었다.

그녀가 며칠 밤을 꼬박 새워 정성껏 만든 것으로 한아름을 맞을 때 신으라며 준비한 선물이었다.

그토록 사랑스럽기만 한 여동생 소미진을 떠올리자 방금 스치듯 피어오른 연민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침착하게 걸음을 옮겨 한아름 앞에 다가섰고, 이내 신발 끝으로 그녀의 오른쪽 손목을 짓눌렀다.

“소아름, 설령 네 마음속에 원망이 가시지 않아 네 자리를 대신했던 미진이를 탓하고, 널 일찍 데려오지 못한 우리가 한스럽다고 해도 결국 지금 멀쩡한 건 너다. 하지만 미진이는 다시는 걷지 못할지도 모른단 말이다!”

“두 다리로 네 신분을 맞바꾼 것이니 손해 본 쪽은 미진이란 말이다!”

한아름은 팔에 난 상처 때문에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뼈마디가 으스러지는 듯하여 1년 전, 뼈가 부러졌던 고통이 그대로 되살아나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만해! 당장 그만두어라!”

그때, 마차에서 내린 소 부인이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허둥지둥 달려왔다.

“형민아,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아름이는 네 친동생이다!”

시녀의 어깨에 쓰러지듯 기댄 소 부인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제야 소형민은 비로소 행동을 멈췄다.

“소아름, 똑똑히 들어라. 소씨 가문은 네게 빚진 것이 없다. 네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죽은 네 양어미 탓이다!”

그러자 한아름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팔의 통증에 몸이 떨렸고 목소리마저 떨리기 시작했다.

“그자는 제 양어미가 아닙니다. 제 인생을 망친 자 중 한 명에 불과할 뿐이지요.”

“저 또한 ‘소’씨가 아닙니다. 소씨 가문의 족보에도 오르지 않았고, 사당에 가서 조상께 인사드린 적도 없습니다.”

“저는 단지, 잠시 몸을 의탁하러 온 사촌, 소 부인의 외조카일 뿐입니다.”

“너…!”

소형민은 화를 참지 못하고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너 지금 어머니를 죽게 만들 셈이냐? 아주 우리가 증오스러워 미칠 지경이지?!”

그가 다시 발을 들려 하자 한아름은 급히 몸을 일으켜 곧장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너무나 빠르고 능숙한 움직임으로 보아 수없히 익힌 듯 했다.

“노비는 감히 미움을 품지 못합니다. 장군님께서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소형민의 들린 발이 허공에서 멈췄고, 주위는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소 부인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고, 소형민의 눈엔 다시 불길이 일었다.

길 한복판에서 무릎을 꿇은 채 절을 하며 입만 열면 ‘노비’라니, 지금 대체 누구를 조롱하고 있는 것인가!

소형민은 주먹을 꼭 쥐었다.

그토록 애지중지 여겼지만, 그 모든 시간이 헛된 수고에 불과했다.

중도에서 데려온 아이는 역시 길들여지지 않았다. 마음은 벌써 그 천한 여인에게 물들어 버리고 만 것이다.

그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났고 누군가가 말을 타고 달려왔다.

흰 비단옷 위에 수묵빛 망사를 걸친, 풍류 가득한 문인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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