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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ผู้เขียน: 꼬마 구름
서경연이 위협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이를 악물고 말하자 명진은 연달아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닙니다.”

“죽기 싫으면 입조심하거라. 또 본왕을 놀린다면 젊은 나이에 요절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닙니다, 아닙니다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허나 왕야님...”

명진은 목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사람은 워낙 정곡을 찔리면 화를 낸다고 하잖습니까. 그러니까... 헤헤헤...”

명진은 말을 계속하지 않았지만 그 음흉한 웃음은 그의 속내를 낱낱이 드러내고 있었다.

서경연은 발을 들어 명진에게 헛발질하며 호통을 쳤다.

“저리 꺼져라!”

그러자 명진은 연기처럼 잽싸게 도망쳤다.

서경연은 고개를 돌려 심안영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은 부드럽고도 복잡했다.

...

궁문 앞.

심안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따뜻한 햇살이 눈 위를 비춰 눈이 부셨다.

붉은 담장과 푸른 기와 너머로 펼쳐진 하얗고 환한 풍경에 심안영은 어둡기만 했던 과거가 한순간에 환히 밝아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냉궁에서의 감금, 겨울날의 눈보라, 피비린내 나는 능지형, 서경율과 사초령, 그리고 태어나지도 못한 그녀의 아이...

순간 이 모든 것이 아주 멀리 떠나버린 듯해 그녀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절로 미소가 번졌다.

“하늘도 참 좋구나.”

낡은 사당에서 그녀는 의식이 흐릿해질 정도로 생의 희망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 그녀가 생각한 건 바로 죽음을 무릅쓴 싸움과 무모한 복수, 서경율에게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었다.

다만 숨이 붙어있다면 현장을 처리해 진국장군부에 누를 끼치지 않는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살고 싶어졌다.

전생의 몫까지 다해 제대로 살고 싶어졌다.

죽음은 서경율의 몫이지 그녀의 몫이 아니다.

심안영이 넋을 잃고 서 있을 때 멀리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안영아, 사랑하는 내 안영아...”

늙고 떨리는 목소리는 심안영을 굳게 만들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머리가 하얗게 센 노부인이 지팡이를 짚고 시종의 부축을 받은 채 비틀거리며 그녀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는데 바로 심안영의 할머니자 심씨 가문의 태부인이었다.

태부인은 눈이 두껍게 쌓여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태부인의 곁에는 심안영의 큰어머니와 둘째어머니, 넷째 숙모와 회임한 새언니, 그리고 부상 치료차 귀경한 셋째 오라버니가 함께 있었다.

그들을 보자 심안영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 번 잃어봤기에 그녀는 누구보다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그녀가 사랑하고, 또 그녀를 사랑해 주는 가족들이다.

그들 또한 그녀로 인해 지옥으로 떨어졌고 불타는 화염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하늘은 그녀에게 그들을 모두 되돌려주었다.

이번 생에는 반드시 잘 지켜내서 그 누구도 다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심안영은 몸에 상처도 잊은 채 전속으로 달려가 눈물을 흘리며 태부인의 품에 안겨 할머니를 몇 번이고 외쳤다.

...

같은 시간.

숙경궁에도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지만 그보다 더 강한 것은 분노였다.

사초령은 침상에 반쯤 기대어 숙비를 부축한 채 거의 숨이 넘어갈 듯이 울고 있었다.

“마마, 심안영은 정말 고약한 계집입니다. 자기가 율 오라버니를 다치게 해놓고 끝까지 발뺌하는 것도 모자라 폐하를 들먹이면서 그럴듯한 말만 해대며 오히려 저를 몰아붙였습니다. 전 그저 율 오라버니를 위해 한마디 했을 뿐인데 나인들이 보는 앞에서 절 담장에 묶어버렸지 뭡니까.”

이 일을 떠올리니 사초령은 심안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모욕에 그녀는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마마, 심안영은 변방에서 자라서 야성만 가득했지 예의란 눈곱만치도 없는 계집이라 방자하고 제멋대로입니다. 율 오라버니를 그렇게 만들었으니 절대 이대로 넘어가시면 아니 됩니다. 마마, 반드시 제대로 혼쭐을 내주어 그 계집이 뼈저리게 후회하며 피눈물을 흘리게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가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는지 알게 아닙니까?”

숙비는 궁중에서 오래 산 사람답게 사초령의 속셈쯤은 뻔히 꿰뚫고 있었지만 서경율이 크게 다친 것 또한 사실이기에 그를 해친 심안영을 절대 그냥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숙비는 유 상궁을 힐끗 보며 차갑게 물었다.

“태의는 뭐라고 하더냐?”

“마마, 태의 말에 따르면 사황자님의 부상은 가볍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비파골 두 곳과 오른손 힘줄이 심하게 손상되어 회복이 어려우니 예전처럼 손을 자유로이 쓰긴 힘들 거라고 했습니다.”

숙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뭐라? 자유로이 쓰긴 힘들다고?”

“태의가 그렇게 말했나이다.”

유 상궁은 감히 숨기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황자님의 오른손 힘줄은 비록 끊어지지 않았다만 심안영이 제대로 공격하는 바람에 치료하기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태의원에서도 여러 명의 태의가 진찰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비파골에 생긴 두 개의 상처도 비녀에 찔린 것으로 상처가 넓진 않다만 깊게 찔렸고 또 말에 오래 끌려다니며 상처가 재차 자극을 받아 뼈까지 다쳤으니 설령 치료가 된다고 해도 날씨가 궂은 날이면 상처가 욱신거려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크고 작은 상처가 셀 수 없이 많아 한동안은 푹 쉬셔야 하지만 폐하께서는 웬일인지 심안영 그 계집을 벌하실 생각이 없어 보이십니다. 안타깝게도 사황자님만 억울하게 생겼습니다.”

와당탕!

숙비가 손을 휘두르자 탁자 위의 다기들이 바닥에 와당탕 떨어졌다.

아들이 크게 다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녀에게는 아들이 서경율뿐이라 모든 희망이 그에게 걸려있었다.

만약 그가 병을 얻고 손까지 회복이 어렵다면 이 모자의 앞날도, 친정에게도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런 결과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니,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유 상궁은 숙비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마마, 부디 진정하십시오. 태의원은 믿을 수 없지만 우리에겐 위 신의가 있습니다. 소인이 당장 궁 밖으로 사람을 보내 위 신의를 모셔 오겠나이다. 그분이 오신다면 사황자님께서는 반드시 회복하실 겁니다.”

위 신의를 언급하자 그제야 숙비의 분노는 조금 누그러졌다.

“어서 가서 모셔 오너라.”

“예,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아니다.”

숙비는 싸늘한 얼굴로 유 상궁을 향해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명령했다.

“네가 직접 찾아가거라. 경율이 상태를 자세히 설명드리고 반드시 치료하라고 전해라. 그리고 마침 본궁이 제대로 조치할 수 있도록 사람을 준비해라.”

“마마, 그 뜻은...?”

“무슨 수를 쓰던 상관없다. 본궁은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원할 뿐이야. 심안영이 피로 갚을 수 있게, 이름이 더럽혀져서 천박한 인생으로 떨어지게, 죽을 수도, 살 수도 없게 만들어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소인 이만 물러나겠나이다.”

유 상궁은 명을 받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사초령은 머릿속으로 심안영의 비참한 꼴을 끊임없이 상상했다.

그녀가 고통 속에서 짓밟히고 능욕당하다 아무 힘도 없이 몸부림칠 모습을 떠올리니 저도 몰래 웃음이 나왔다.

이 순간, 그녀의 사랑스러운 얼굴은 악랄하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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