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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ผู้เขียน: 꼬마 구름
북요산 아래, 낡은 사당.

밤바람에 눈보라가 깨진 창문을 뚫고 들어와 사당 안에는 찬기운이 가득했다.

몸을 웅크린 채 마른 풀 위에 누워 있는 심안영의 배와 다리에는 피가 흥건한 붕대가 감겨져 있었고 이따금 전해지는 통증은 그녀의 의식을 점차 삼켜가고 있었다.

눈을 깜빡했을 뿐인데 잠시 지금이 언제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지만 머릿속에는 서경율의 포효와 사초령의 웃음소리, 금군의 사나움과 시녀의 모욕이 한 장면씩 선명히 떠올랐다.

심안영은 확신했다.

그녀는 돌아왔다.

바로 열다섯 살인 그 해로 말이다.

북요산 아래, 서경율과 만났던 그 낡은 사당으로 돌아왔다.

지금 몸의 상처들은 변방에서 수도로 돌아오던 중 강도와 맞서 싸우다 남긴 것이었다.

죽기 직전, 서경율은 이 모든 것이 자기가 꾸민 일이라며, 그녀는 이미 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생각하니 심안영의 창백한 얼굴에는 싸늘한 미소가 떠올랐다.

졌다고?

심씨 가문 수백 명의 목숨과 그녀가 임종 직전에 겪었던 모든 일,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까지...

이 많은 빚을 어찌 ‘졌다’라는 두 글자로 덮을 수 있겠는가?

심안영은 단도를 꽉 쥐었다.

서경율은 이기적이고 위선적이었다.

그는 진국장군부의 권력과 인맥을 빌려 황자들의 권력 쟁탈에서 혈전을 벌이며 고위에 올랐으면서도 마치 진국장군부에 기대는 게 아닌 것처럼 행동했고 그녀가 군대를 이끌고 난세를 평정하며 공을 세웠는데도 백성들이 그녀를 칭송하는 것을 꺼려했다.

안타깝게도 총명하고 계책에 밝다고 자부했던 그녀는 평생 서경율에게 속아 거짓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하늘이 그녀를 안타깝게 여겨 다시 기회를 줬으니 더는 바보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강도들이 서경율이 꾸민 일이라면 곧 그도 도착할 것이다.

북요산 아래, 지난 생에 그녀와 서경율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 밤 서경율이 온다면 죽어도 그를 북요산에 묻어버릴 것이다.

쏟아지는 눈보라와 죽음을 맞이했던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닮아 있었고 이는 모두 하늘이 준 것이다.

심씨 가문의 수많은 목숨 빚, 그녀가 갚을 것이다.

그리고 서경율이 그녀에게 진 빚도 반드시 받아낼 것이다.

눈은 점점 더 많이 내렸고 사방으로 부는 바람에 사당은 점점 더 추워졌다.

몸이 점점 뜨거워지며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하자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어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잠들 수도, 기절할 수도 없었다.

“왕야님, 눈이 너무 많이 오니 이 사당에서 잠시 머무르는 건 어떠신지요?”

“좋다.”

“왕야님, 안으로 드십시오. 곧 말을 묶고 오겠습니다.”

한참 뒤,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 속에서 대화 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심안영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탁한 눈을 반짝이더니 단도를 더 꽉 쥐고 기운을 모아 공격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서경율이 밖에 세워둔 부하들도 한꺼번에 처리해 뒤탈을 남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곧 누군가 사당 안으로 들어왔다.

밤은 깊었지만 눈이 많이 내려 사당 안은 평소보다 덜 어두웠다.

들어온 사람은 심안영을 보자 잠시 발걸음을 멈칫했지만 곧 빠르게 다가왔고 심안영은 숨을 죽이고 거리를 계산했다.

다섯 걸음, 세 걸음, 한 걸음...

상대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눈앞에 다다르는 순간 그녀는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전신의 힘을 다해 높게 뛰어올라 단도를 휘두르며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그녀의 공격은 빠르고 매서웠다.

하지만 단도가 남자의 몸을 찌르기도 전에 상대는 재빨리 반대편 손으로 심안영의 손목을 낚아챘다.

서경율의 무공 실력은 보통이라 심안영은 아무리 중상을 입어도 그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도리어 그에게 붙잡히다니...

심안영은 믿을 수가 없었다.

곧 그녀는 다시 남자를 향해 공격했고 다리로 그의 하단을 노렸다.

커다란 분노가 터져 나오듯, 심안영은 전력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다.

몸은 너무나 아팠고 커다란 동작에 상처가 다시 벌어져 피가 솟구쳐 찬바람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가 퍼졌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계속해서 맹공격을 이어갔다.

“하, 재밌는 여인이군.”

남자는 심안영의 공격을 여유롭게 받아내며 낮고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 심안영은 순간 동작을 멈추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짙은 자줏빛 비단옷에 허리에는 금색 구름 무늬가 있는 띠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 띠에는 양지백옥으로 만든 커다란 동심패가 달려있었고 어깨 위엔 검은 두루마기가 덮여 있었다.

비록 넓은 갓이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으나 심안영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검은 눈썹과 맑고 날카로운 눈동자, 그리고 단단하게 다문 입술까지... 얼음처럼 차가운 인상이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남자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심안영을 바라보았다.

이건... 서경율이 아니다.

상대는 대업의 구황자이자 전왕인 서경연, 황제가 가장 아끼는 막내아들이었다.

심안영은 믿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그럼 서경율은?

분명 그가 꾸민 판이라 했는데 왜 나타나지 않은 거지?

서경연은 왜 이곳에 있는 거지?

우연히 지나가던 참인가?

아니면 서경율의 계략을 알아채고 먼저 움직인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건가?

설마... 이 죽음의 판 뒤에 그녀가 알지 못했던 더 큰 비밀이라도 있는 건가?

심안영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더는 안 싸울 것이냐?”

서경연의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그게...”

심안영은 입술을 떨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몸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서경연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성큼 다가가 그녀의 팔을 붙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허리에 손이 닿는 순간, 축축하고 끈적한 피가 그의 손에 퍼져 그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렇게 다치고도 싸울 생각이라니, 죽어 싶어서 그러냐?”

심안영은 대꾸할 힘조차 없었다.

서경연도 더는 말하지 않고 그녀를 안아 아까 그녀가 누워 있었던 마른 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더니 두루마기를 벗어 그녀를 감싼 후 그녀의 허리띠를 풀려고 했다.

심안영은 손으로 그의 손등을 눌렀다.

“죽고 싶은게야?”

심안영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지만 상당히 매서웠다.

서경연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죽고 싶을 정도로 좋은 거라면 시도해 봐도 좋다.”

“네 이놈...”

“이놈 저놈 하지 말고 그 입 좀 다물어라.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피범벅이다. 내가 설령 짐승이라도 이런 곳에서 피 튀기며 그 짓거리를 할 생각은 없어.”

“......”

“다친 곳 좀 봐줄테니까 입 다물고 조금만 참아. 금방이면 된다.”

부드러운 서경연의 목소리는 그녀의 다친 마음까지 달래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전생에 그녀는 서경연과 한 번 맞붙은 적이 있었다.

그는 아주 강하고 위험한 인물이었다.

다시 시작한 인생, 그리고 비슷한 시작...

서경연은 그녀를 구하고 있지만 심안영은 그가 적인지 아군인지 확신할 수 없어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한 번 잘못 믿은 대가는 너무나 참혹했기에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었다.

심안영이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서경연은 과감히 그녀의 손을 치우고 허리띠를 풀더니 피에 젖은 옷자락을 들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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