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661 - Chapter 670

676 Chapters

제661화

그때 예진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나 H시에 도착했어요. 지금 의뢰인 만나러 가요.][그래요, 조심해서 다녀와요.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그 시각, 민혁은 회의 중이었다.핸드폰을 보고 있던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자 직원들은 죄다 못 본 척 고개를 푹 숙였다.보다 못한 서나운이 헛기침을 하자, 그제서야 민혁은 다시 회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핸드폰을 내려놓자마자 민혁의 표정은 다시 단호했다.“방금... 어디까지 얘기했죠?”서나운이 이어서 보고했다.“서일 코스메틱 신상 립스틱 생산은 이미 포장 단계에 들어갔고, 지금은 홍보 준비 단계입니다. 모델은 아직 선정 중이고요.”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우리 그룹 제품들이 여론의 의심을 많이 받았죠. 그런 상황에서 신제품을 내놓는 건소비자들 앞에 모든 걸 그대로 드러내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그러니 이번에는 절대 실수하면 안 됩니다. 브랜드 영향력도 확실히 키워야 하고요. 모델은 반드시 제품 이미지에 맞게 탑 티어급으로 하고요. 비용은 얼마가 들더라도 상관없어요.”서나운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서일 코스메틱은 원래 그녀가 총괄하고 있었다.“그리고 여론이 돌아서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완전히 이긴 건 아닙니다. 앞으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은 평소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관리하세요.”“약점이 될 만한 어떤 문제도 절대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걸 기억하세요.”직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민혁은 그제서야 회의를 마무리했다.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서해도를 따로 불러서 지시했다.“이번 립스틱 1차 생산이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사람을 보내서 공장 CCTV를 24시간 감시하도록 하세요.”“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즉시 나한테 보고하도록 하고, 절대 미리 티를 내면 안 됩니다.”지시를 받은 서해도는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지시대로 움직였다.역시나 그날 밤, CCTV에 수상한 장면이 포착됐다.한 공장 직원이 퇴근 시간 이후 몰래 다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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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역시나 양혜숙은 곧바로 어떤 남자를 만나러 갔다.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 미행하던 서해도는 들키지 않기 위해 멀찍이서 뒤를 밟았다.멀리서 흐릿하게 보였지만, 그 남자가 양혜숙에게 봉투 같은 걸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잠시 뒤 두 사람은 흩어졌다.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채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형의 남자.앞서 피해자 가족들이 묘사했던 그 ‘누군가’와 아주 흡사했다.서해도는 서둘러 그 장면을 촬영한 뒤 민혁에게 보냈다.다음 날, 민혁은 직접 양혜숙을 불러서 만나기로 했다.혹시라도 눈치를 챈 그녀가 배후의 인물에게 미리 연락할까 싶어서, 서해도에게 공장 앞에서 바로 데려오도록 했다.양혜숙은 곧바로 서해도의 차를 타고 서씨 가문의 저택으로 향했다.기사가 차를 몰고 이동하는 내내, 양혜숙의 옆에 앉은 서해도는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분위기가 너무 이상하다는 걸 느끼자, 양혜숙은 점점 불안해졌다.“서... 서 비서님, 저... 저를 어디로 데려가시는 건가요? 제가... 일을 잘못해서 부회장님이 화가 나신 건가요?”서해도는 씩 웃었다.“걱정할 필요 없어요. 우리 사장님이 일일이 직원들 태도를 보고 부르실 만큼 한가한 분은 아닙니다. 오늘 부른 건...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그 말을 듣자, 양혜숙은 오히려 더 불안해지면서 손바닥에 식은땀이 났다.시선이 자꾸 흔들리면서 몰래 핸드폰을 꺼내 연락하려고 했지만, 핸드폰을 꺼내기도 전에 서해도의 시선이 그 움직임을 잡아냈다.“양혜숙 씨 맞죠? 싱글맘으로 아이 키우느라 고생이 많다는 거... 공장에서 다들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동안 우수사원 상여금도 웬만하면 양혜숙 씨에게 몰아줬잖아요.”그 말에 양혜숙은 움찔하면서 핸드폰을 조용히 다시 주머니 속에 넣었다.그리고 애써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서일그룹은 대우도 좋고, 좋은 급여에 야근도 없어서 덕분에 아이를 돌볼 시간도 있었어요.이 회사가 아니었다면 저랑 제 아이는... 정말 어떻게 살았을지 모르겠어요.”서해도는 냉소를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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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예진이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자신 때문에 억지로 쉬거나 슬쩍 빠질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도.게다가 지금 자신은 J시에 없고, 예진은 지난번 사건을 계기로 로펌에서 ‘가장 이름 있는 변호사’가 되었다.최근엔 혼인법 판례까지 깊게 파고들면서, 불행한 결혼 속에 갇혀 있던 여성들이 그녀를 찾아 몰려들고 있었다.예진은 얼마 전에도 그에게 말했다.자신도 한때 결혼이라는 굴레에서 상처를 겪었기에, 더 많은 사람들을 거기서 꺼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의미 있다고.화면 속 민혁의 안색도 좋지 않다는 걸 느낀 예진은 속으로 살짝 걱정이 밀려왔다.[민혁 씨는요? 그쪽 일은 잘 풀리고 있어요?]어제 예진이 J시에 왔을 때, 한참 눈싸움을 하며 놀았던 두 사람은 방으로 돌아와서 오랜만에 서로에게 온전히 기댈 수 있었다.그 뒤 민혁은 이곳에서 벌어진 모든 상황을 예진에게 털어놓았고, 앞으로의 계획까지 모두 말했다.적을 어떻게 유인하고, 어떻게 차분히 대처해서 큰 성과를 거둘지.민혁이 그냥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예진도 한결 마음이 놓였다.“순조롭게 진행 중이에요. 어젯밤에 결국 매수된 공장 직원이 립스틱 원료에 장난치는 장면을 잡았거든요. 지금 서 비서가 그 직원을 데리고 오는 중이에요.”고개를 끄덕인 예진은 재판 시간이 다 되자, 몇 마디 더 당부를 남긴 뒤 전화를 끊었다.마침 그때, 서해도가 양혜숙을 데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소파에 앉아 있던 민혁의 앞에 양혜숙은 거의 끌려오는 듯한 모습이었다.회장급 오너 앞에 서자, 더욱 긴장한 양혜숙은 옷자락만 꽉 잡은 채 어찌할 줄 몰랐다.서해도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부회장님, 데려왔습니다.”민혁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서해도는 뒤로 물러나서 대기했다.그제야 민혁의 시선이 천천히 양혜숙을 향했다.양혜숙은 아주 소박해 보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입고 있는 셔츠는 원래 연노랑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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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한참이 지난 뒤, 결국 버티지 못한 양혜숙이 먼저 입을 열었다.“부회장님...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잘 이해를 못 해서요.”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은 민혁은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그리고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긴장할 것 없어요. 무슨 일이겠어요. 당신과...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당신 아이 이야기지요.”그 말을 듣자, 양혜숙은 비로소 조심스레 숨을 내쉬었고 표정도 조금 풀렸다.“부회장님께서 이렇게 바쁘신데... 저 같은 일개 직원 일까지 챙기실 줄은 몰랐어요.”민혁은 말없이 주머니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그녀 앞으로 밀었다.“당신 아이의 심장병이 꽤 심각하다고 들었어요. 심장 이식이 필요하다면서요. 하지만 적합한 공여자도 못 찾았고, 수술비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더군요.”“당신도 서일그룹 직원인데, 내가 이 사실을 알고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지 않겠어요?”“그 돈이면 아이의 모든 치료비를 감당하고도 남을 겁니다. 그 뿐만 아니라 지금 물가 기준으로 따져도 아이가 성인이 된 뒤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충분히 키울 수 있는 돈이에요.”민혁이 수표를 더 가까이 밀자, 양혜숙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수표에 적힌 금액을 내려다보았다.그리고 곧바로 손사래를 치면서 당황한 말투로 말했다.“이건 너무 큰돈이에요. 저는... 받을 수 없습니다.”하지만 민혁은 거절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당신은 서일그룹 직원이에요. 이 정도 금액은 내겐 큰 부담이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 아이에게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돈이죠.”“그냥 내가 하는 작은 선행이라고 생각하세요. 앞으로 아이의 심장 이식 관련 공여자 소식도내가 따로 신경을 쓰겠습니다. 서일그룹은 어떤 직원도 내버려두지 않습니다.”양혜숙의 가슴속은 뒤죽박죽이 되었다.불안감 때문인지 아니면 양심의 가책 때문인지, 감정이 뒤엉키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단번에 눈가가 붉어지면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부회장님, 이런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이렇게 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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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당신에게도 사정이 있다는 거 잘 알아요.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이해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직접 만나지 않았겠죠.”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요. 어젯밤 일도... 당신이 원해서 한 게 아니잖아요. 모두 아이 때문이었다는 거, 나도 잘 압니다.”양혜숙은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미안함에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는...”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입술에서 맴돌다가 결국 나오지 않았다.민혁은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다시 입을 열었다.“양혜숙 씨도 알겠지만, 어젯밤 당신이 한 행동은 법적으로는 범죄입니다. 당신을 매수한 사람 역시 마찬가지고요.”“내가 마음만 먹으면, CCTV 영상 하나만으로도 당신을 교도소에 보낼 수 있습니다.”그 말을 듣자 양혜숙은 화들짝 고개를 들며 급히 고개를 저었다.“제가 정말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는 거 압니다. 회사에 그런 짓을 하다니... 저도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습니다.”“하지만... 저는 정말... 아이 때문에... 아이 때문에 한 짓입니다. 아이가 아직 그렇게도 어린데 병원에 혼자 누워 있고... 저는 일하느라 옆에 있어줄 시간도 없습니다...”“제가 감옥에 가기라도 하면... 제 아이는 정말...”결국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목이 꽉 잠기면서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민혁은 수년간 변호사 일을 하면서 이렇게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그 누구보다 힘들었겠지...’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더이상 몰아붙일 생각도 없었다.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을 감옥에 보낼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직접 부르지도 않았습니다. 오늘 당신을 부르고 이 돈을 건넨 것도 단순한 동정으로 베푸는 게 아닙니다.”“이제는 아이 때문에 협박을 받을 필요도 없게 됐고, 당신이 원한다면... 회사에 저지른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줄 수도 있습니다.”그 말을 듣자 양혜숙의 눈빛이 곧바로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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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마음 한쪽에서는 양심이 고개를 들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의 치료라는 현실이 버티고 있었다. 어머니라는 이름 앞에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양혜숙에게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이야기가 거기까지 이르자, 양혜숙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터져 나오면서,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서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부회장님... 제가 정말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이 돈이 없으면 아이가 병원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중병에 걸린 아이가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걸, 저는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민혁은 어제 양혜숙의 자료를 받아보자마자, 대략적인 사정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양혜숙의 처지를 이해했기에, 오늘 이 자리에서 수표를 내민 것이다.자리에서 일어난 민혁이 양혜숙을 부축해 세워서 다시 자리에 앉게 한 뒤에 말했다.“당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이 돈은 받으세요. 이걸로 아이의 치료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이제는 마음 편하게 일에만 집중하세요.”민혁이 이렇게 말할수록, 양혜숙의 마음속 죄책감은 더 커져만 갔다.“그렇지만 부회장님... 어젯밤에 제가 이미 그 약봉지를 립스틱 원료에 섞어 넣었습니다. 회사의 이번 신제품이...”그녀가 말끝을 흐리면서 더이상 묻지 못하자, 옆에 있던 서해도가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양혜숙 씨. 부회장님께서는 이미 대비하고 계셨습니다. 이번 신제품 광고를 대대적으로 진행한 것도, 일부러 상대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죠.” “어제 양혜숙 씨가 약봉지를 넣은 이후에 생산된 립스틱은 전부 교체 조치됐습니다. 지금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은 아무 문제가 없어서,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은 전혀 없습니다.”서해도의 말을 듣고서야, 양혜숙은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제가 회사에 이렇게 큰 죄를 지었는데도 부회장님께서 저를 이렇게 대해 주시다니...” “만약 저의 이 한 순간의 실수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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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안전 문제는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병원은 구환그룹 산하의 의료 기관인 데다가 회장은 저의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아이가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제가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이 모두 끝나면 장기 휴가도 드릴 테니, 아이 곁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세요.”이토록 빈틈없이 모든 걸 준비해 두었을 줄은 몰랐기에, 순간 감정이 북받친 양혜숙은 또다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얼굴 가득 감사함이 묻어나는 표정이었다.“부회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까지 저희 가족을 배려해 주셨는데, 다시는 회사를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남자가 다시 연락해 오면, 곧바로 서 비서님께 보고하겠습니다.”양혜숙에 대한 모든 지시를 마친 뒤, 민혁은 서해도에게 그녀를 다시 공장으로 데려다 주라고 했다. 괜한 의심을 사지 않도록, 평소와 다름없이 근무를 이어가게 하려는 것이다.그녀가 자리를 떠나자마자, 곧바로 재하가 들어왔다.그는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네가 맡긴 일은 전부 처리했어. 아이는 언제든지 전원할 수 있도록 병원 쪽에도 다 얘기해 뒀어. 너는 어때?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민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대답했다.“일단은 순조로운 편이야. 미끼는 이미 던져 놓았으니까, 이제 물기만 기다리면 돼.”그동안 재하도 은밀하게 조사를 이어오고 있었다. 그는 표정이 한층 어두워지면서 민혁을 바라보았다.“속으로 짐작 가는 방향은 있어? 아니면 의심이 가는 대상이라든가.”민혁은 알고 있었다. 재하가 평소엔 허술해 보여도, 중요한 순간에는 누구보다 신중하고 믿음직하다는 것을.재하가 이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단서를 잡았다는 뜻이었다.그래서 민혁은 담담히 말했다.“물론 있지.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터진 건 절대 우연이 아니야. 서일그룹은 그동안 적을 거의 만들지 않았고, J시에서 서씨 가문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곳도 손으로 꼽을 정도야.”“상대도 서씨 가문의 본업에는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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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이전에 영호는 세준과 충돌한 적이 있었지.’‘신씨 가문은 겉으로는 보복하지 않았지만, 신세준의 외삼촌인 임국봉이 뒤에서 손을 써서 영호를 위험한 보직으로 전출되게 만들었어.’‘결국 영호는 임무 수행 중에 부상을 입었어.’‘만약 이 일에도 신씨 가문이 관련되어 있다면, 그 말은 곧 신씨 가문이 영호가 참여했던 그 임무에 손을 썼다는 뜻이 돼. 설마...’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민혁은 한층 어두워진 표정으로 재하를 바라보며 물었다.“네 말은, 신씨 가문이 손을 대서는 안 될 사업에 손을 댔다는 뜻이야?”재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임국봉의 영향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어. 신세준이 H시에서 뒤로 무슨 짓을 하든, 임국봉 말 한마디면 그걸 덮기에 충분하거든.”“게다가 지난 번 사건 뒤로 부모하고 사이가 틀어진 신세준은, 아예 독립하겠다고 마음먹었거든. 너도 모르지 않잖아. 그 자식이 무슨 제대로 된 사업을 하겠어?” “몇 배의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일이라면, 거기에 가장 끌리겠지. 게다가 위에서 또 누군가가 감싸주고 있으니까.”민혁이 미간을 더 깊게 찌푸렸다. 만약 신씨 가문에서 정말로 그런 사업에 손을 댔다면, 이건 단순한 기업 간의 경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재하의 정보는 거의 틀린 적이 없지.’민혁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 일은,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었다.한편 그 시각. 예진이 맡은 사건이 오늘 개정된다는 소식을 들은 윤제는, 막 퇴원한 이안과 도순희와 함께 법원 앞에 도착해서 기다렸다.가족 모두가 함께 움직여서, 마지막으로 예진을 붙잡아 보려는 최후의 몸부림이었다.이번 사건에서도 예진은 예상대로 완승을 거두었다. 지금 그녀의 명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기에, 법원 입구에는 이미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이 언론 매체들은 재벌들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데도 능숙했기에, 예진과 윤제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미 모르지 않았다.예진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는데, 윤제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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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윤제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도순희가 예진의 회사에 찾아갔다는 사실은 정말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도순희는 윤제가 고열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사이에 예진을 찾아갔기에, 자신이 깨어났을 때는 예진을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윤제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안을 안은 도순희가 앞으로 나서며 말을 이어갔다.“내가 예진이 앞에 무릎을 꿇는 게 뭐가 대수겠어요. 우리 아들을 용서해 주고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우리 가족 전부가 무릎을 꿇어도 괜찮아요. 그렇지, 이안아?”이 자리에 오기 전부터, 도순희는 이안에게 단단히 일러 두었다. 엄마를 다시 데려오고 싶다면, 반드시 자신의 말에 따라서 움직여야 한다고.영리한 아이인 이안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울음을 터뜨렸다.“엄마가 보고 싶어요. 엄마가 다시 저하고 같이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엄마 아빠가 이혼하는 거 싫어요!”기자들은 원래 작은 단서 하나만 가지고도 이야기를 부풀리는 데 능하다. 그 순간, 이미 기자들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실시간 검색어 제목이 만들어지고 있었다.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화제성 넘치는 제목들이었다. 흔히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이 장면은 드라마보다도 훨씬 더 극적일 정도였다.그때, 예진이 법원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그녀를 발견한 윤제가 도순희와 이안을 데리고 바로 달려가자, 기자들도 순식간에 그 뒤를 따르면서 이 가족을 둘러쌌다.예진은 이미 도순희가 또다시 회사에 찾아와서 소란을 피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게다가 윤제 일가가 기자들까지 대동한 채 한꺼번에 다가오자, 어떤 상황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또 이 수법이네.’ 예진의 마음속에서 곧바로 혐오감이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부씨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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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오늘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네가 나한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만 줬으면 해서야. 내가 예전에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도 이제는 제대로 깨달았어.” “앞으로는 반드시 너하고 이안에게, 그리고 우리 작은 가정에 전부 보상하도록 할게.”이런 쓸모없는 말들을 예진은 이미 셀 수 없이 들어와서, 지금은 그저 속이 답답하고 신경만 거슬릴 뿐이었다. ‘정말 날파리처럼 물지는 않지만, 옆에서 계속 윙윙거리면서 사람을 미치게 만드네!’참다 못한 예진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입을 열려고 했다. 그 순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도순희가 서둘러 이안을 안고 앞으로 나섰다.“이안아, 엄마한테 잘 얘기해 봐야지.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잖아. 아빠 말대로 우리하고 같이 집에 가자고 하렴. 그러면 앞으로 계속 엄마랑 같이 있을 수 있잖아. 응?”그 말을 듣자 도순희의 품에서 내려온 이안은, 종종걸음으로 달려가서 예진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엄마... 이안이 잘못했어요. 앞으로 말 잘 들을게요. 아빠 말대로, 우리 같이 집으로 가면 안 돼요?”이안이 퇴원한 뒤, 예진이 아이를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아이의 모습은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 빠졌던 살도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앙상한 몸은 마치 뼈만 남은 듯했다. 크고 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들어 눈물 어린 시선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예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이기에, 그런 모습을 마주한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 정도의 동요로, 자신의 남은 인생을 다시 걸 수는 없었다. ‘이젠 절대로 그럴 수 없어!’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순희가 말을 이었다.“예진아, 예전엔 다 우리가 잘못했다는 걸 이제야 정말 깨달았단다. 아이 얼굴을 봐서라도,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렴. 너랑 윤제가 그래도 그렇게 오래 함께했잖니.” “이안도 이만큼 컸고... 아이를 위해서라도, 완전한 가정을 만들어 주면 안 되겠니?”그 말을 듣자 예진은 비웃듯이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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