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매체들은 그야말로 정신없이 움직였다.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 불빛이 마치 클럽의 조명처럼 번쩍거리면서 빛나고 있었다.윤제가 오늘 이렇게까지 대대적인 연출을 준비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예진이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는 곳에서 자신의 얼굴을 그렇게까지 망가뜨리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고,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마지못해 동의할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반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에, 예진이 이렇게까지 변했을 줄은.이토록 단호한 거절의 대답이 돌아오자, 윤제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지면서 억지로 짓고 있던 미소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이안 역시 옆에서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가장 빠르게 반응한 사람은 도순희였다. 곧장 앞으로 달려 나와서 예진의 팔을 붙잡고, 얼굴 가득 억울함을 담은 표정으로 애원했다.“예진아, 정말 우리에게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겠다는 거니? 전에 우리가 너한테 잘못한 거, 다 알아. 내가 너한테 무릎 꿇을게, 그래도 안 되겠니?”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안은 아직 어려! 엄마 없이 살 수는 없잖아!”그렇게 말하면서 도순희는 그대로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예진의 성격이라면, 말리면서 자신을 붙잡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그러나 예상과 달리, 예진은 그저 그녀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말릴 이유가 없다는 듯이 그 눈빛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담겨 있지 않았다.이미 수많은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도순희는 이를 악물고 결국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면서, 이 장면은 그야말로 대형 참회 드라마처럼 보였다.“엄마가 너한테 이렇게 무릎 꿇을게... 네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여기서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어!”도순희가 스스로 완벽한 약자를 자처하자, 예상대로 곧바로 주변의 동정이 쏟아졌다.사정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람들은 일제히 예진을 향해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어른이 저렇게 무릎을 꿇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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