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671 - 챕터 680

744 챕터

제671화

언론 매체들은 그야말로 정신없이 움직였다.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 불빛이 마치 클럽의 조명처럼 번쩍거리면서 빛나고 있었다.윤제가 오늘 이렇게까지 대대적인 연출을 준비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예진이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는 곳에서 자신의 얼굴을 그렇게까지 망가뜨리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고,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마지못해 동의할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반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에, 예진이 이렇게까지 변했을 줄은.이토록 단호한 거절의 대답이 돌아오자, 윤제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지면서 억지로 짓고 있던 미소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이안 역시 옆에서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가장 빠르게 반응한 사람은 도순희였다. 곧장 앞으로 달려 나와서 예진의 팔을 붙잡고, 얼굴 가득 억울함을 담은 표정으로 애원했다.“예진아, 정말 우리에게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겠다는 거니? 전에 우리가 너한테 잘못한 거, 다 알아. 내가 너한테 무릎 꿇을게, 그래도 안 되겠니?”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안은 아직 어려! 엄마 없이 살 수는 없잖아!”그렇게 말하면서 도순희는 그대로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예진의 성격이라면, 말리면서 자신을 붙잡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그러나 예상과 달리, 예진은 그저 그녀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말릴 이유가 없다는 듯이 그 눈빛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담겨 있지 않았다.이미 수많은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도순희는 이를 악물고 결국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면서, 이 장면은 그야말로 대형 참회 드라마처럼 보였다.“엄마가 너한테 이렇게 무릎 꿇을게... 네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여기서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어!”도순희가 스스로 완벽한 약자를 자처하자, 예상대로 곧바로 주변의 동정이 쏟아졌다.사정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람들은 일제히 예진을 향해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어른이 저렇게 무릎을 꿇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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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예진의 말에 윤제는 순간 멍해졌다.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예진이 지나치게 냉정하고 무정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는 점점 커져 갔다.“아니, 말을 저렇게밖에 할 수 없는 거야? 저 정도로 공감 능력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스타 변호사가 된 거지? 다 이미지 메이킹 아니야?”“그러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윗어른이 무릎까지 꿇었는데, 그 정도 체면도 안 세워주다니 말이야.”“애가 우는 거 좀 봐. 저렇게 애가 울고 있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잖아. 자기 자식도 안 챙기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리가 없지.”“내가 보기엔, 둘이 이혼한 데는 분명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는 것 같아.”기자들과 구경꾼들은 원래부터 사실 확인보다는 이야기를 키우는 데 익숙했다. 처음부터 시비를 가릴 생각도 없었다.“방금 법정에서 나왔는데, 저 여자 장난 아니더라. 법정에서 얼마나 독하게 굴었는지 알아? 칼날 같은 말발로 상대 변호사 말문을 막아버리더니, 결국 무기징역까지 받아냈어.”“저 정도면 절대 만만한 인물이 아니지. 부씨 집안 사람들도 참 고생이 많겠어.”이 수많은 말들이 예진의 귀에만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윤제도 또렷하게 듣고 있었다.예진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왜 이혼했는지, 윤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악의적인 비난 앞에서 그는 단 한마디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이게 네가 말하던 반성과 사과야?’ 예진은 속으로 씁쓸하게 생각했다.예진이 차분한 눈빛으로 윤제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이런 유치한 행동은 그만해. 나는 이미 분명히 말했어. 우리 사이에 다시 가능성은 없다고.” “이럴수록 나는 또다시 여론의 한가운데로 끌려 나올 뿐이야.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내 인내심을 더 시험하지 말고 제 삶을 방해하지 마.”말을 마치고 돌아선 예진은, 모든 언론의 질문을 거절한 채 곧장 차에 올라 현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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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심지어 에진이 과거에 납치당했던 사건조차 전부 조작된 홍보였을 거라고 떠들어대기도 했다. 결국 사람들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고예진’이라는 사람 자체를 부정했고, 예진이 그동안 해왔던 모든 일들까지 모조리 지워버리려고 했다.간혹 반박하는 글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대부분 예진의 과거 의뢰인들이었다. 게다가 그 사람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미약했다. 그 사람들도 악성 댓글의 표적이 되거나, ‘알바 계정’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일쑤였다.더 황당한 건, 타로 카드나 점술을 한다는 유튜버들까지 이 사건을 소재로 영상을 올렸다는 것이다.그 사람들은 예진을 위해서 특별히 점을 봤다면서, ‘남자를 홀리는 상’이라거나, ‘사주와 카드가 평범하지 않다’고 떠들어댔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였다. 예진이 남자를 유혹하는 교활한 불여우 같은 여자라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치밀한 수법을 가진!은주는 볼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선아가 옆에서 말렸다.“이 인간들 다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우리 예진이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다니! 안 되겠어, 이건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그렇게 말하면서 은주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병상에 누워 있던 영호가 몸을 일으키려다 결국 실패한 채, 선아를 향해서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선아가 급히 앞으로 나서서 은주를 붙잡았다.“은주야, 지금 나가서 뭘 할 수 있겠어? 이 일은 이미 너한테도 불똥이 튀었잖아. 온라인에서는 네가 민혁이랑 예진을 이어준 장본인이고, 불륜을 도왔다고까지 말하고 있어.” “심지어 네 오빠가 맡았던 이혼 소송도 수상하다고 몰아가고 있는 걸. 지금 나가서 아무 말이나 했다가는 오히려 상황만 악화될 거야.”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은주는 답답함에 발을 굴렀다.“그럼 어떡해? 이건 누가 봐도 조직적으로 몰려와서 예진이를 공격하는 거잖아. 이건 완전히 사이버 폭력이야. 그런데도 우리가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해?”선아는 은주를 자리에 앉게 하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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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통화 버튼을 누르고 예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반대편에서 선아와 은주의 목소리가 연달아 쏟아져 나왔다.먼저 선아였다.[예진아, 지금 어디야? 괜찮아?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들 다 봤어?]이어서 은주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우리 오빠가 이 사실을 알고 있어? 부윤제 그 새끼는 도대체 뭐야? 두꺼비 같은 괴물 새끼! 그냥 콱 죽어 버리면 좋겠어!]예진은 은주와 선아가 뉴스를 보고 크게 놀랐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곧바로 차분하게 두사람을 달랬다.“두 사람 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난 지금 회사에 있고, 안전해. 지금 모두 다 같이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선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내가 바로 너한테 갈게.]은주도 바로 덧붙였다.[나도 갈래!]말을 하고 나서야 뒤늦게 영호 생각이 난 은주가 쳐다보자, 영호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난 괜찮아. 혼자서도 있을 수 있어. 가고 싶으면 조심해서 다녀와.”선아가 재빨리 말을 끊었다.“사람이 많이 간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야. 이건 전문적인 홍보 파트가 필요한 문제인데, 민혁 씨 회사에도 미디어 담당팀이 있잖아. 다들 방법을 찾고 있을 거야.” “넌 괜히 갔다가 상황만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여기서 영호 씨 잘 돌보고 있어. 지금 예진이 혼자 움직이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데리러 갈게.”은주는 자신이 성격이 급한 편이라는 걸 아는 데다가, 무엇보다 영호를 혼자 둘 수 없었기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무슨 일 생기면 바로바로 연락해!”선아는 고개를 끄덕인 선아는 곧장 로펌으로 향했다.하지만 은주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채 병실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서성거렸다.“뭔가 이상하지 않아? 오빠가 J시에 간 지 꽤 오래됐는데 아직도 안 돌아오잖아. 연락도 거의 없고, 집도 요즘 너무 조용해.” “제일 수상한 건, 평소엔 예진이 껌딱지처럼 붙어 있던 오빠가, 이렇게 큰 일이 터졌는데도 곁에 없다는 거야.”영호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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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여러 개의 바도 모두 정리했고, 손에 물 한 방울 한 번 묻혀본 적이 없던 부잣집 아가씨가 이제는 매일같이 나를 돌보고 있어.’‘나는 정말 형편없는 남자친구야...’의사가 했던 말들이 떠오르자,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린 듯한 두려움이 밀려왔다.한편, 예진이 전화를 끊자마자 아름과 인성은 현재 상황에 대해서 긴장된 표정으로 분석을 시작했다.“부씨 집안이 이렇게 판을 벌여 놓으니까, 네티즌들은 앞뒤 가리지도 않고 어머니가 무릎을 꿇었다는 이유 하나로 전부 예진 씨를 공격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직접 해명에 나서면, 오히려 더 불리해질 가능성이 커요.”인성도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인터넷 분위기 자체가 워낙 공격적이잖아요. 익명성인 인터넷의 특성상 자신이 책임질 필요도 없으니까, 말도 점점 더 거칠어지고요.”아름은 더욱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댓글이야 안 보면 그만이지만, 혹시라도 반사회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예진 씨 동선을 알아내서 물리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을까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인성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이런 건 가장 좋은 대응이 ‘무대응’이긴 해요. 인터넷은 기억이 짧거든요. 파파라치를 통해서 톱스타 스캔들 하나 터뜨리면, 여론은 금방 그쪽으로 쏠릴 거예요.”아름은 이런 방식이 좀 억울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게 예진의 안전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두 사람은 예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저 말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자신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임에도, 마치 한 발 떨어진 관찰자처럼 침착해 보였다.그 모습에 아름이 오히려 더 조급해졌다.“예진 씨, 뭐라도 말해봐요. 아니면... 대표님한테 전화라도 할까요?”인성도 고개를 끄덕였다.“이 정도 일이면, 대표님도 알고 계셔야죠.”‘민혁 씨는 지금 서일그룹의 난장판을 수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배후에서 조종한 적까지 찾아내야 해.’‘이 일은 번거롭고 힘든 데다가 위험하기까지 해.’‘이런 일로까지 민혁 씨를 끌어들이는 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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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선아는 예진의 선택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지만, 인성과 아름의 표정에는 여전히 걱정이 드러나 있었다.“하지만 부씨 집안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에요. 그쪽에서는 또다시 언론을 동원해서 사실을 왜곡할 거예요.” “우리가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는 순간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도 있어요. 솔직히 위험 부담이 커요.”아름의 말에 인성도 고개를 끄덕였다.“이 정도 큰 일은, 최소한 대표님하고는 먼저 상의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예진은 잘 알고 있었다. 민혁이 지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자신이 언제까지나 그의 보호 하에 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내가 직접 마주하지 않고 남의 도움만 기대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어.’그렇게 마음을 정리한 예진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이 정도 일에 민혁 씨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어요. 매듭을 지은 사람이 풀어야 하는 법이죠. 제 과거인데 제가 직접 해결해야죠. 그리고... 우리가 증거를 왜 못 내놓겠어요?”예진과 선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선아는 단번에 그녀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맞아. 증거가 왜 없어요? 두 사람이 이혼할 당시의 법원의 판결문이 가장 확실한 증건데요. 부윤제가 정말로 예진이에게 잘못한 게 없었다면, 재산 분할이 그렇게 나올 리가 없죠.”아름과 인성은 여전히 불안했지만, 예진의 태도가 너무나 확고했기에 결국 그녀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대응 방향이 정해지자, 아름과 인성은 곧바로 기자회견 준비에 들어갔다.선아가 예진의 계획을 은주에게 전하자, 은주는 두 손을 번쩍 들고 환영하면서 찬성했다.영호는 기자회견 현장에 가서 예진을 돕고 싶어하는 은주의 심정을 잘 알기에 계속 설득했다.“괜찮아. 잠깐 다녀오는 건데 내가 뭐 어때. 지금 수치도 다 안정됐고, 은주 씨가 여기 있어도 난 그저 누워서 쉬기만 하는 걸.” “간병인도 있으니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할게. 기자회견 장소도 멀지 않으니까 충분히 바로 올 수 있어.”영호의 말에 마침내 안심이 된 은주는, 곧바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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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이를 악문 윤제가 소리쳤다.“너희들이 뭘 알아.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우리 엄마까지 무릎을 꿇었고, 오늘 이안은 울다가 목소리까지 다 쉬었어. 그런데도 예진이는 단 한 번도 돌아보지도 않았어.” “이제는... 예진이가 애초에 나를 사랑하긴 했던 건지 의심이 들 정도야.”말을 마치자마자, 윤제는 술잔을 거칠게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그게 아니라면, 불과 몇 달 만에 예전의 그 모든 마음을 완전히 지울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건우가 마치 비웃듯이 씩 웃었다.“이건 내가 예진 씨 편을 안 들 수가 없네. 예진 씨가 예전에 너한테 얼마나 올인했는지, H시 사람들은 다 알거든.” “한때 사랑에 눈이 멀어서 네 뒤만 따라다녔다고 해서, 평생 그렇게 살길 바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선재도 고개를 끄덕였다.“애초부터 형하고 류아린은 거의 당사자 눈앞에서 바람을 피운 거나 마찬가지였잖아요. 그때는 형 어머니도 은근히 두 사람을 밀어줬고요.” “예진 씨가 형 좋아했던 건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인데, 결국 마음을 완전히 접었겠지요. 실망도 많이 했을 거고.”윤제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지만, 당장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태현이 핸드폰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예진 씨가 기자회견을 열었어! 지금 실시간으로 생중계 중이야!”그 말을 듣자, 건우와 선재가 서둘러 태현에게 다가갔다.호기심이 발동한 윤제도 핸드폰을 꺼내서 생중계 화면을 열었다.기자회견이 시작되자마자, 기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쏟아냈다.“고예진 씨, 온라인에서는 고예진 씨가 부씨 집안에 있을 당시 시어머니를 학대했다는 말이 떠돌고 있습니다.” “또 아이를 낳은 뒤에도 양육 책임을 지지 않고, 아이를 시어머니에게 떠넘긴 채 본인은 편하게 지냈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오늘 시어머니께서 공개적으로 무릎을 꿇으셨는데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예전에도 시어머니를 이런 식으로 대하셨던 건가요?”“신뢰할 만한 제보에 따르면, 아들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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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한참이 지나서야 기자들의 질문이 모두 끝났다. 그제서야 장내의 모든 시선은 줄곧 침착하게 앉아 있던 예진에게로 향했다.가볍게 미소 지은 예진이 단상 아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질문은... 다 끝난 건가요?”순간 회견장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다.모두가 그녀의 입에서 나올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지금 보니 기자분들 중에 여성분들이 특히 많으신 것 같네요. 그래서 제가 한 여성의 입장에서 기자분들에게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만약 여러분의 시어머니가, 공개적으로든 은근히든 여러분의 남편과 시어머니의 수양딸을 엮어 주려고 한다면, 그런 시어머니를 계속 존중하고 효도를 할 수 있으시겠습니까?”“만약 남편이, 아내가 얼마나 억울하고 상처를 받았는지 뻔히 알면서도 외면한 채, 다른 여자에게는 거리낌 없이 다정하게 대한다면요.” “아내의 마음이 무너지는 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면... 그런 남편을 여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사랑할 수 있을까요?”“만약 여러분의 아이가 매일같이 ‘엄마는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남편의 내연녀를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 한다면... 그런 아이를 위해 자신의 청춘을 기꺼이 바칠 수 있을까요?”“그런데도 여러분은 매일 시어머니를 공손하게 대하면서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고, 남편을 살뜰하게 챙겼습니다.” “가정을 위해서 자신의 꿈과 커리어를 모두 내려놓고, 기꺼이 ‘현모양처’가 되어 아이를 직접 돌보면서 모든 일을 자신의 손으로 했습니다.”“하지만 결국 돌아온 건, 화재 현장에서 남편과 아들이 내연녀를 끌어안고 빠져나가고, 자신은 혼자 불길 속에 버려지는 기막힌 현실이었습니다.” “그 화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말 그대로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죠.”“그렇게 간신히 살아나 병원에 갔을 때, 다른 식구들과 내연녀는 이미 한 가족처럼 화기애애했고, 당신은 철저하게 외부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식사조차 챙겨주지 않았죠.”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단상 아래에서는 낮은 탄식과 속삭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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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그 화재 현장에서 저는 이안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이안은 부윤제 씨에게 내연녀를 먼저 데리고 나가 달라고 했고, 저는 불길 속에 남겨졌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아이가, 그리고 여러분의 배우자가 같이 그런 선택을 했다면... 과연 여러분은 다시 마음을 다해서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예진의 말이 끝나자, 회견장 곳곳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이번 기자회견은, 예진이 대중 앞에서 자신의 상처를 다시 드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처음에는 사람들은 예진의 상태를 걱정했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과거의 일들을 담담하게 말할 뿐, 얼굴에는 어떤 동요도 비치지 않았다.그제야 사람들은 안심했다. 사람이 감정 없이 말할 수 있다는 건, 이미 그 일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기에.그때, 선아가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기자분들 중에는 재벌가 동정을 오래 취재해 오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세상에 완전히 숨길 수 있는 비밀은 없죠.” “고예진 씨와 부윤제 씨의 결혼 생활이 대등했는지 여부는, 이미 재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제 말에 책임을 지고 말씀드리죠. 고예진 씨가 부윤제 씨와 결혼했을 당시, 부씨 집안은 사실상 몰락 직전이었습니다.” “고씨 집안에서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지금의 부씨 집안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부씨 집안은 그런 은혜를 입고도 고씨 집안을 어떻게 대했습니까?”“은혜를 원수로 갚는 그런 행동을 해 놓고, 상처를 준 뒤에 고작 값싼 이벤트 몇 개 벌이면 용서를 받을 수 있겠지 생각했다면 말 그대로 터무니없는 착각입니다.”“오늘 부윤제 씨와 그 가족들이 벌인 모든 행동은 고예진 씨가 강요한 게 아닙니다. 여론을 이용해 예진에게 고개를 숙이게 만들려는 시도였을 뿐이죠.” “이것은 명백한 도덕적 협박입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요구할 권리가 없습니다.”은주도 말을 이었다.“저는 고예진 씨와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입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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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순간 모두 흠칫하면서, 일제히 고개를 돌려서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입구에서 민혁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직 두툼한 코트를 입은 채로.그는 J시에서 막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 게 분명해 보였다. 아마도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이곳으로 온 듯했다.잠시 멍해졌전 예진은 곧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시선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민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은주와 선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말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예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도착했어!’민혁의 몸에서는 낯선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압도적인 기운이 흘러나왔다. 민혁의 시선이 오직 예진에게만 향해 있자, 잔뜩 질문을 품고 있던 기자들은 감히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사람들 사이를 그대로 가로질러서 예진의 곁에 선 민혁은, 수많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의 가는 허리를 자연스럽게 끌어안았다.“왜 돌아왔어요? 실시간 검색어 본 거예요? J시 쪽 일은 다 정리된 거예요? 이렇게 갑자기 왔다가, 일에 지장이 생기는 거 아니에요?”민혁은 그녀를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이렇게 큰 일이 터졌는데, 왜 제일 먼저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다들 나한테 전화했는데, 왜 예진 씨만 전화 한 통도 안 했어요?”조금 마음이 찔린 예진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민혁 씨가 J시에서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이 정도 일은... 내가 한 번 혼자 해결해 보고 싶었어요. 민혁 씨한테 괜히 짐이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민혁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톡 치면서 말했다.“예진 씨보다 중요한 일은 없어요.”그는 마치 보호하듯이 그녀를 자신의 뒤에 세운 뒤, 기자들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단호한 태도로 마치 위에서 내려다보듯이.“오늘 제가 J시에서 일부러 돌아온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저와 고예진 씨의 관계는, 우연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흐름도 아닙니다. 여러분의 말처럼, 의도된 선택이었습니다.”이 말이 떨어지자, 회견장 아래에서는 다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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