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율을 소개하는 순간, 차주헌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색해졌다.그러자 하도원은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차주헌을 바라보며 말했다.“왜? 주헌아, 작은어머니를 소개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차주헌은 시선을 내려 목소리를 낮추더니 마지못해 오가연에게 말했다.“여기는 우리 작은어머니, 임서율 씨야.”오가연은 차주헌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가문의 실력이 탄탄하다는 것 말고는 차주헌의 사정을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바에서 차주헌에게 쫓겨난 뒤로는 한동안 연락도 끊겼다. 차주헌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눈치 없이 매달릴 성격은 아니었다.공교롭게도 어제 근무하던 중 만취 손님이 달라붙었다. 상대가 까다로워 매니저도 말리지 못했고 차라리 술 한 잔 받아 주고 끝낼까 하던 순간 손님이 오가연을 밖으로 끌고 나가려 했다. 그때 마침 차주헌을 마주쳤다. 어젯밤 그 우연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오가연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런데 집에 데려다준 차주헌이 뜻밖에도 여자 친구가 되어 달라고 했다. 술김에 하는 농담인 줄 알았지만, 몇 번을 되물어도 진심이었다. 원래 마음이 있던 터라 오가연은 차주헌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틀 만에 뜻밖으로 차씨 가문 본가까지 따라오게 된 것이다.오가연은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인사했다.“작은어머니, 안녕하세요.”임서율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서 앉아요. 어르신께서 먹을 걸 많이 사 오셨어요. 입맛에 맞는 게 있나 한 번 봐요.”“고마워요.”오가연은 예의바르게 대답했다. 말투에는 약간의 긴장이 묻었지만, 겉보기에는 순하고 꾸밈이 없어 보였다.임서율은 오가연이 마음에 들었다. 분위기가 어쩐지 강수진과 닮아 있긴 했지만 강수진은 달랐다. 임서율은 처음 봤을 때부터 강수진이 속내를 깊게 숨기고 있다는 걸 느꼈다. 겉으로 보이는 온순함과 공손함은 연기에 가까웠고, 눈동자 너머로는 분명한 야심이 번뜩였다. 그래서 임서율은 애초부터 강수진을 경계하고 싫어했다.반면 오가연의 눈은 너무도 맑았다. 갓 대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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