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Bab 171 - Bab 180

350 Bab

제171화

윤태호가 다시 물었다.“곽정수에게 다른 문제도 있나요?”“문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아요.”임다은이 말했다.“그는 제약 회사와 짜고 약품을 미주 병원에 들여오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챙겼는데, 몇 년 만에 미주 시내 한복판에 수십억이 넘는 고급 별장을 샀대요. 그리고 병원 내과 수간호사와 불륜 관계였는데, 곽정수 때문에 두 번이나 유산했다고 하더군요.”“이것 말고도 다른 문제들이 많아요. 정신병원에 수감되지 않았더라면 감옥에 갇혀서 최소 10년 이상 썩었을 거예요.”윤태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는 곽정수에게 그렇게 많은 문제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정신병원에 들어간 게 곽정수에게는 오히려 좋은 결말이었던 셈이다.“전에는 곽진우가 쓰레기가 된 이유가 곽정수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곽진우는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행동한 것뿐이었네요. 정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이 딱 맞아요.”임다은이 갑자기 멈추고 윤태호를 돌아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저에게 약속 하나 해줄 수 있어요?”“무슨 약속이요?”“영원히 좋은 의사가 되겠다고 약속해주세요. 태호 씨의 환자가 가난하든 부유하든 차별 없이 똑같이 대하고 촌지를 받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의사로서의 윤리를 지키며 생명을 구하는 일에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세요.”임다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요즘 시대에는 의사는 많지만 좋은 의사는 정말 찾기 힘들어요.”“걱정 마세요, 누나 실망시키지 않을게요.”윤태호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누나, 예전에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시죠? 제 평생의 꿈은 위대한 의사가 되는 거라고요.”“기억하고 있어요.”임다은이 말했다.“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난 언제나 태호 씨를 응원해요. 화이팅!”“누나, 저번에 수정 호텔에서도 나 대신 나서줬고 어제는 곽정수 그 골칫덩이도 해결해줬잖아요. 그 은혜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윤태호는 고민스러워했다.그는 남한테 빚지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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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배달 기사의 외모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방금 전에 봤어도 금세 잊어버릴 얼굴이었고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 절대 찾을 수 없을 그런 인상이었다.그는 모자를 쓰고 노란색 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배달 기사와 다를 바 없이 너무나 평범했다.그런데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가 살수일 줄이야.그는 임다은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면서 몸을 숙여 임다은의 손에 들린 배달 상자를 받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그의 오른팔 소매에서 날카로운 비수가 튀어나와 임다은의 심장을 향해 돌진했다.한 번에 끝내려는 심산이었다.그는 자신의 칼솜씨에 자신이 넘치는 듯, 비수를 뻗는 순간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바로 그 찰나의 순간, 윤태호의 매서운 눈에 그 작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배달 기사가 방금 전 넘어졌는데 보통 그런 일은 재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다니, 너무나 이상했다.윤태호의 시선이 배달 기사의 손으로 향했고 거기서 비수를 발견했다.“조심해!”윤태호는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며 두 손에 힘을 주어 휠체어를 뒤로 잡아당겼다. 휠체어는 자연스럽게 뒤로 미끄러지며 임다은과 함께 치명적인 공격을 피했다.하지만 살수는 공격이 실패하자 두 발로 재빨리 달려들어 다시 한 번 임다은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목표를 제거하기 전에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맹렬한 기세였다.절체절명의 순간, 윤태호는 재빠르게 반응했다.그는 즉시 오른팔을 뻗어 칼날을 막아냈다.푸욱!칼날은 윤태호의 피부 깊숙이 파고들었다.순식간에 윤태호의 오른쪽 팔은 피투성이가 되었다.살수도 이런 식으로 자신의 비수를 막아낼 줄은 예상 못했는지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 틈을 타 윤태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 임다은을 뒤로 보호하며 동시에 주먹을 날렸다.살수는 몸을 숙여 윤태호의 주먹을 피하고 몸을 몇 번 뒤로 공중제비하더니 풍덩 소리와 함께 다리 아래 호수로 뛰어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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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윤태호가 소파에 앉자, 임다은은 조심스럽게 그의 손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그러다 상처가 깨끗하게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물었다.“벌써 다 나은 거예요?”“그렇다니까요. 괜찮다고 했잖아요.”임다은은 그제야 윤태호가 비산 주술을 쓸 줄 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안도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태호 씨, 고마워요.”“별말씀을 다 하세요.”윤태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누나, 아까 많이 놀라셨죠?”“태호 씨 손에 피투성이인 걸 봤을 때 정말 놀랐어요.”임다은은 윤태호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방금 왜 나를 구한 거예요?”윤태호는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남자잖아요. 남자의 의무는 여자를 보호하는 겁니다.”“그게 다예요?”임다은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윤태호는 그제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누나는 내가 아주... 존경하는 분이에요. 누나가 다치는 건 싫어요.”사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괜히 임다은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존경하는 분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임다은은 윤태호를 꿰뚫어 보려는 듯 깊숙이 응시했다.윤태호는 재빨리 화제를 돌려 물었다.“누나, 아까 그 배달 기사 솜씨가 아주 능숙하더군요. 딱 보니 직업 살수 같았어요.”“맞아요.”임다은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누나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누군지 짐작 가는 데가 있나요?”임다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모른다고 대답했다.“그 일은 제가 알아볼게요.”윤태호가 말했다.“구천 어르신이 미주를 저에게 맡겼으니, 제 밑에 수천 명이나 되는 부하들이 있어요. 살수 한 명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알아볼 필요 없어요.”임다은이 말했다.윤태호는 당황했다.“왜요?”“지난 몇 년 동안 원한을 산 사람이 꽤 있지만, 난 그 사람들을 잘 알아요. 그 사람들은 날 죽일 배짱은 없거든요. 진짜 나 죽일 놈은 딱 두 명밖에 안 돼요.”“혹시 전희원을 말하는 거예요?”“전희원도 있겠죠. 그 여자는 수찬 씨가 죽은 걸 내 탓으로 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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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우리 뭐 재미있는 거라도 해볼래요?”임다은은 달콤한 숨결을 내쉬며 촉촉한 눈망울로 윤태호를 바라보았다. 요염함 속에 장난기가 살짝 엿보였다.‘하고 싶다!’윤태호는 꿈에서도 하고 싶었다.아니, 남자라면 누구나 임다은과 뜨거운 밤을 보내는 상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솔직히 말해서, 임다은 같은 여자와 하룻밤만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면 수명이 10년 줄어든다고 해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남자들이 수두룩할 것이었다.하지만 윤태호는 임다은이 지금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누나, 제발 이러지 마세요.”윤태호는 시선을 피하며 임다은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자제력을 잃고 임다은에게 무슨 짓을 저지를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요?”임다은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되물었다.“계속 그렇게 놀리지 마세요. 솔직히 재미없어요.”윤태호는 단호하게 말했다.“아, 이런 거 싫어하는구나. 그럼 다른 방식으로 해볼까요? 이건 마음에 들어요?”임다은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앞으로 숙여 마치 물뱀처럼 윤태호에게 바싹 달라붙었다.윤태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누나, 이것도 좋지 않아요.”“이것도 싫어요?”임다은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윤태호의 셔츠 깃을 잡아채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전에는 양손으로 목을 감았을 때 윤태호가 두 손으로 침대 표면을 짚고 버텨서 간신히 20센티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임다은의 기습적인 행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거리가 완전히 좁혀졌다.두 사람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순간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임다은의 목덜미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향수 향기가 윤태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여성과 이토록 가까이 밀착해본 경험이 없었다.“누나, 미안해요...”윤태호가 입을 열어 사과하려 하자 임다은이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막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잘못한 거 없으니까 사과할 필요 없어요.”윤태호가 말했다.“하지만 이러면 안 돼요.”“내가 좋아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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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아! 창피해!’“괜찮아요.”임다은은 윤태호를 위로하며 말했다.“아직 힘이 남아 있어요?”“당연히 남아 있죠.”윤태호는 남자의 자존심을 되찾고 싶었다.잠시 후, 방 안에는 듣기 좋은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40분이 흘렀고 마침내 방 안의 소리가 멎었다.임다은은 윤태호의 넓은 가슴에 기대어 발그레한 볼을 붉히고 있었다. 그녀는 윤태호를 올려다보며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어쩜 이렇게 힘이 세요?”“하하하, 어쩔 수 없어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열심히 했거든요.”윤태호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임다은은 그를 흘겨보며 물었다.“기분이 어때요?”“온몸이 거뿐해요.”윤태호가 대답하고 나서 물었다.“누나는요?”“저도 똑같아요.”임다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더니 쓰읍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왜 그래요, 누나?”윤태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바보.”임다은은 손가락으로 윤태호의 머리를 톡 쳤다.윤태호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침대 시트에 붉은 얼룩이 선명하게 보였다.“누나, 설마...”“왜, 설마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태호 씨 눈에는 내가 아무 남자나 쉽게 만나는 그런 여자로 보이는 건가요?”임다은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울먹였다.윤태호는 황급히 그녀를 끌어안으며 해명했다.“누나, 오해하지 마세요. 그런 뜻이 아니라...”“내가 경험이 많다고 생각하는 거죠?”‘풍부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프로급이지.’임다은이 말했다.“혹시 내가 너무 노련해서 순진한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아니에요. 누나, 오해하지 마세요...”“오해는 무슨.”임다은은 쿡 웃으며 말했다.“그 문제는 나중에 알려줄게요.”그러고 나서 그녀는 윤태호의 품에 안겼다.윤태호는 임다은을 껴안으며 말했다. “누나, 솔직히 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제가 누나와 함께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나도 마찬가지예요.”임다은이 말했다.“그동안 나를 쫓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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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한 시간 후.윤태호는 임다은을 품에 안고 욕실에서 나왔다.“진짜 나쁜 남자네요. 저를 왜 그렇게 괴롭히는 거예요. 완전히 진 빠졌잖아요. 진짜 녹초가 다 됐네요.”임다은은 머리가 흐트러진 채 뺨과 온몸이 불그스레해져서 한층 더 매혹적으로 보였다.윤태호가 웃으며 말했다.“다은 누나, 이건 제 탓이 아니잖아요. 누나가 자꾸 멈추질 않으니까 저도 허리랑 다리까지 후들거려서 힘들어 죽겠어요.”임다은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웃기고 있네요. 아까는 완전히 새끼 호랑이처럼 달려들던데요. 너무 세더라고요.”“그래도 좋았어요?”윤태호가 묻자 임다은은 전혀 부끄러운 기색이 없이 대답했다.“정말 좋았어요. 아까 몇 번이나 완전히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어요. 정말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황홀했어요.”“누나가 만족했다니 다행이네요.”윤태호는 여자 친구를 행복하게 해줬다는 사실에 괜히 뿌듯했다.“근데 한 가지 아쉬운 건 태호씨가 아직 너무 미숙하단 거죠. 다음에는 제가 몇 가지 비법 좀 알려줄까요?”“누나가 그런 것도 알아요?”윤태호가 놀라 묻자 임다은은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영화에서 많이 배웠죠 뭐. 다음엔 우리 둘이 침대에서 같이 영화 보면서 바로 실습해볼 까요?”“좋아요.”이런 제안을 거절할 남자는 거의 없었다.“좀 피곤하네요. 잠깐 자고 싶은데 같이 잘래요?”임다은이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이며 물었다.“저는 안 잘래요.”윤태호는 자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솔직히 겁이 났다.임다은은 마치 요물 같은 존재였고 얼굴도 몸매도 완벽한 데다 실전 경험까지 풍부해서 또 한 번 누워 있다가는 정말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아직 젊지만 그래도 자기 몸은 잘 아껴야지.’“진짜 저랑 같이 안 잘 거예요?”임다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토라진 얼굴로 윤태호를 노려봤다.“설마 저를 안 좋아해서 그런 거예요? 혹시 백아윤 교수님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그 말에 윤태호가 급히 말했다.“말도 안 돼요. 저는 누나밖에 없어요.”임다은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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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어떻게 안 충돌한다는 거예요? 제가 이미 누나 남자 친구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다른 여자랑 잘 수가 있어요?”윤태호는 도무지 임다은의 속내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때 임다은이 다시 말했다.“솔직히 말해봐요. 백아윤 교수님 같은 여자는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상대 아니에요?”“맞아요!”윤태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백아윤은 워낙 예쁘고 몸매도 좋아서 병원 내에서도 유명한 얼음공주였고 그런 여자를 품는다는 건 남자로서는 대단한 성취감일 것이다.게다가 평소 늘 흰 가운을 입고 다니는 모습에 특별한 취향을 가진 남자라면 더더욱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럼 당신 남자 맞죠?”임다은이 다시 묻자 윤태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누나, 제가 남자인지 아닌지 아까 누나가 이미 다 확인해 봤잖아요?”임다은이 흘깃 째려보더니 못을 박았다.“아무튼 난 상관없으니까 어떻게든 백 교수님이랑 꼭 한 번 자요.”윤태호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다시 물었다.“누나는 정말 남자 친구를 다른 여자랑 공유해도 괜찮아?”임다은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과거부터 지금까지 큰일을 이룬 남자치고 한 여자만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나는 진작에 이런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다 받아들였어요. 내가 만나는 남자는 내 마음에만 나를 담아주면 다른 여자가 몇 명이든 괜찮아요. 그리고 요즘 세상에 괜찮은 남자 하나 잡는 게 명품 가방보다 더 어려운 거 알잖아요. 그런 남자한테 다들 집착하는 게 당연하죠.”임다은은 두 손으로 윤태호의 얼굴을 감싸고 이어 말했다.“난 태호 씨가 앞으로 점점 더 대단해질 거라 믿어요. 분명 머지않아 세상이 다 아는 사람이 될 거예요. 그런 남자를 나 혼자만 갖는 건 솔직히 너무 욕심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이쯤 되니 윤태호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임다은의 말은 전통적인 가치관엔 어긋날지 몰라도 현실을 생각하면 하나하나 반박하기가 어려웠다.지금 이 사회에서 권력 있고 돈 많은 남자치고 밖에 여자가 없는 사람은 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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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윤태호는 그동안 비산 주술을 제법 많이 익혔지만 유독 천안을 여는 법만큼은 아무리 해도 진전이 없었다.지금 용왕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윤태호는 어떻게든 이 기이한 비술을 반드시 익혀야만 한다는 절박함으로 가득했다.며칠 동안 그는 계속해서 수행에 매달렸다.소파 위에 앉아 다리를 꼬고 눈을 감은 채 내공을 운용하려 했지만 몸은 아직도 임다은 누나에게 시달린 후유증으로 여기저기 쑤시고 힘이 빠졌다.‘임다은 누나의 체력이란 정말... 사람 잡겠네.’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내공을 집중했다.십 분쯤 지나 눈을 떴을 때 머릿속이 맑아지고 온몸에 힘이 가득 차는 기분이 들었다.‘이 상태로 한 번만 더 붙으면 이번엔 누나가 먼저 항복하겠는걸?’윤태호는 못 이긴 척 웃었지만 이내 잡념을 떨치고 모든 신경을 다시 수련에 쏟았다.얼마 뒤 그의 몸이 점점 소파에서 떠오르더니 공중에 석 자 정도 부양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윤태호의 온몸을 감도는 금빛이 서서히 뿜어져 나와 마치 신선이라도 된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그리고 그는 천안을 여는 수련법대로 기운을 이마 중앙으로 집중시키기 시작했다.하지만 아무리 해도 기운이 경맥에서 맴돌기만 하고 이마 한가운데로 모여들지 않았다.‘왜 이러지? 혹시 아직 내 내공이 부족한 건가?’윤태호는 답답함에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안 돼... 무조건 천안을 열어야만 용왕님을 살릴 수 있어!’며칠 전 무신교 미주 지부를 쓸어버릴 때 최남진이 용왕 몸속의 독을 폭주시키는 바람에 윤태호가 응급치료로 일단 독기를 눌러뒀지만 용왕은 앞으로 7일밖에 버티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다.이미 4일이 흘렀으니 앞으로 3일 안에 방법을 찾지 못하면 용왕은 결국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윤태호가 필사적으로 용왕을 살리려 하는 건 단순히 자신을 여러 번 도와준 은혜 때문만이 아니었다.그는 의사였고 의사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수련은 계속됐고 두 시간이 넘도록 지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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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하지만 지금 윤태호는 정작 자신의 이마에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렇게 오래 동안 시간만 낭비한 셈이었다.괜히 헛수고했다는 생각에 윤태호는 괜히 속이 답답해졌다.시계를 보니 벌써 밤 아홉 시였다.윤태호는 급히 신발을 신고 얼굴을 씻으려고 세면대로 향했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서는 순간 무심결에 멈춰 섰다.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니 입술은 더 붉어지고 치아는 하얘졌으며 피부까지 한결 좋아져 있었다. 얼굴선도 전보다 훨씬 또렷해지고 무엇보다 분위기 자체가 한 단계 더 세련돼진 느낌이었다.‘이렇게 잘생겼는데 배우라도 할 걸 그랬나.’윤태호는 한참 거울을 들여다보며 감탄했다.그러다 문득 눈동자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는 걸 깨달았고 검은자가 훨씬 짙고 선명해진 듯했다.‘이렇게 매력적인 눈이면, 여자들 앞에서 눈 한 번만 마주쳐도 다들 정신 못 차리겠는데? 하지만 눈이 예뻐진다고 뭐가 달라지나. 천안을 열어야 의미가 있지... 천안만 열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용왕님을 살릴 수 있을 텐데...’그렇게 투덜거리던 순간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응? 뭐지?”방금 무심코 들여다본 자신의 두 눈의 깊은 곳에서 또 하나의 작은 동공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처음엔 착각인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하지만 아무리 봐도 분명히 두 눈 안쪽에 아주 작은 동공이 각각 하나씩 더 생겨 있었다.‘쌍동공인거야?’그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예전에 대학 도서관에 파묻혀 책을 뒤적이던 시절 어느 논문에서 쌍동공에 관한 얘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거기에는 단 한 구절만 적혀 있었다.[쌍동공을 가진 자는 태생의 성인이다!]그래서 호기심에 더 찾아봤더니 역사상 쌍동공을 가진 인물은 네 명뿐이었다.첫째는 황제에게 한자를 만들어 준 창힐, 둘째는 요제과 나란히 지혜로운 군주로 꼽히는 순제, 셋째는 서초 패왕 항우, 넷째는 남당의 마지막 군주 이욱이었다. 이들 모두가 태생부터 쌍동공이었지만 윤태호의 경우는 이제야 생긴 거였다.‘설마 내가 눈에 질환이라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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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윤태호도 물론 상관없는 남의 일에는 함부로 참견하지 말라는 도리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남자였으니 이런 장면을 그냥 흘려보내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게다가 이렇게 운 좋게 얻은 기회를 놓친다면 바보나 다름없지 않느냐 싶었다.그는 눈을 더 크게 뜨고 바라봤다.평소에 으르렁대던 손주희가 이렇게 귀엽고 여려 보일 줄이야. 몸매는 날씬하고 피부는 투명하게 하얗고 금방이라도 부드럽게 손끝에 닿을 것만 같았다. 맑은 눈빛에는 생기와 매력이 가득했고 물기 어린 눈동자가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말로 다 못 할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지금 그녀는 온몸에 거품을 바른 채 샤워를 하고 있었고 아쉽게도 특별한 부위들은 살짝 가려져 있었다.‘아쉽네. 정말...’윤태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잠시 후 손주희가 샤워기의 물을 틀자 따뜻한 물줄기가 콸콸 쏟아지며 거품이 하나둘 씻겨 내려갔다.그런데 바로 그때 김이 잔뜩 낀 수증기가 윤태호의 시야를 또 한 번 가려버렸다.‘젠장...’윤태호는 작게 욕을 내뱉으며 눈을 비볐고 그러자 이내 다시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그러다 그만 숨이 멎을 뻔했다.손주희의 등에서 허리까지 길이만 해도 20cm가 넘는 너비도 30cm에 가까운 큼지막한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오래전에 다 나은 상처였지만 봉합 자국은 뚜렷하게 남아 굽이굽이 이어져 마치 지네가 기어가는 듯 무시무시해 보였다.윤태호는 흉터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것이 칼에 의한 상처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챘다.‘아니, 어린 여자가 어떻게 저렇게 심한 상처를 입었지? 분명 뭔가 사연이 있겠구나.’더 자세히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강한 어지럼증이 몰려왔다. 급히 눈을 돌리자 이마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중심을 잡기도 힘들었다.벽을 붙잡고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지금은... 대체 무슨 일이야? 환각이라도 본 건가?”의심이 들자 곧장 방 밖으로 나와 옆방 문에 귀를 대보았다.역시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그럼 방금 본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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