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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Author: 꽃미소
윤세현의 말은 다소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었으나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이경은 잘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저하의 약속... 받겠습니다.”

세자 저하의 약속은 세상에 둘도 없는 것이니 어쩌면 황제의 맹세보다도 더 귀한 것일지 모른다.

이런 기회,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바보가 아니라면 그냥 넘어갈 리도 없었다.

“다만 지금은 당장 생각나는 게 없습니다. 언젠가 꼭 필요할 때가 오면 그때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윤세현은 짙은 눈썹을 더 깊게 찌푸렸고 분명 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이경은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설마 저하께선 누군가에게 진 빚이 있다고 하여 반드시 지금 당장 갚으라고 다그치시는 분이십니까? 그렇다면 그건 은혜를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강도질과 다름없지요.”

윤세현은 잠시 침묵하다, 이내 조용히 말했다.

“그래, 네가 원할 때 말해라.”

그렇게 대화는 일단락된 듯했으나 이제 그가 이경에게 휴식을 명하고 돌아갈 때가 아닌가 싶었건만 윤세현은 아무 말도 없이, 또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이경은 가슴이 괜스레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해야 할 말은 다 했는데도 그가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어쩐지 당황스럽고 손끝에 조금 남아 있던 힘마저 자기 옷자락만 꼭 움켜쥐는 데 쓸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윤세현이 긴 다리로 걸음을 옮겨 침상 곁으로 다가왔다. 이경은 고개를 들 용기도 시선을 마주할 힘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왜 이리 가까이...?’

별다른 위협이나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오늘의 윤세현은 평소와 달리 적당히 온화하면서도 두 사람 모두 어디서부터 어색해진 건지 모를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드디어 그의 신발 끝이 침상 곁에서 멈췄다. 이경은 심장이 두 배로 빨리 뛰는 것만 같았고 간신히 되찾은 힘마저 손끝으로 자신을 붙잡는 데 쏟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윤세현이 몸을 굽히며 다가오자 이경은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침상 안쪽으로 몸을 피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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