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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ผู้เขียน: 꽃미소
이경은 마지막 남은 기운을 쥐어짜며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산길을 내달렸다.

등 뒤로는 수없이 많은 북진군이 거센 기세로 추격하고 있었으나 그녀는 오히려 마음을 굳혔다. 이곳에 적을 최대한 끌어들일수록 청지와 연지, 그리고 문주영과 문한구에게 그만큼 더 많은 생존의 기회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몸이 이미 한계에 이른 줄도 모르고 이경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숲을 헤치고 산허리까지 올랐다.

마침내 산봉우리까지 오르자 이제 더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앞에는 까마득한 절벽, 뒤에는 수백의 적병이 숨을 몰아쉬며 쫓아오고 있었다.

또 한 번, 운명처럼 죽음의 벼랑 끝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이경은 잠시 눈을 감고 이제 죽음조차 더는 두렵지 않을 줄 알았건만 막상 이 순간이 닥치자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북진군에게 붙잡혀 모욕을 당하며 죽는 것보다는 스스로 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벼랑 끝에는 거센 바람만이 울부짖고 있었다. 혹여 이대로 떨어진다면 다시 스물한 세기,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헛된 기대도 품었으나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이를 악물고 몸을 내던졌다.

짧은 생애 동안 마주했던 수많은 얼굴과 일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스쳤다.

변함없는 충심으로 자신을 지켜주었던 연지와 비록 버릇없고 고집스럽긴 했지만 끝까지 곁을 지켜준 초아 처음에는 멸시하던 백성들이 점차 마음을 열던 모습, 그리고 끝내 마음속을 가득 메운 그 사내. 처음부터 그녀의 삶을 흔들었던 그 사람, 처음에는 모욕과 증오만을 남겼지만 언제부턴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아버린 바로 그 사람.

‘다음 생에는 부디,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그 순간,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듯했던 몸이 이내 위로 떠오르는 듯한 이질감에 사로잡혔다.

믿기지 않는 마음에 눈을 크게 뜨니 방금 전까지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그 남자의 얼굴이,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또렷하게 눈앞에 나타났다.

‘이럴 수가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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