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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uthor: 한마음
연경은 그 말을 대신 분풀이를 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감히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나으리, 아무도 저를 만지지 않았습니다. 소인이…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는 것을 저분이 부축해 주었을 뿐입니다.”

오늘 온 손님들은 모두 손유민의 친한 친우들이었다. 만약 이 자리에서 손기욱이 한낱 시녀인 그녀를 위해 저들 중 누구 하나라도 다치게 만든다면 그건 손유민의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

손기욱은 아직까지는 항상 그녀를 지켜줄 존재가 아니었다. 그가 이번 한번 나서주고 빠지면 그날로 연경은 나락으로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연경은 감히 도박을 할 수 없었다.

손기욱의 싸늘한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이때,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던 서주행이 앞으로 나섰다.

“시끌벅적하네. 누가 연경이야? 근래에 노부인과 무안 후작의 지압을 해주었다지? 내 너에게 부탁할 일이 좀 있다.”

연경은 조심스럽게 손기욱의 눈치를 살폈다. 손기욱이 고개를 끄덕인 후에야 그녀는 서주행을 따라 자리를 떴다.

손유민은 서주행이 손기욱의 병치료를 돕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의심을 거두었다.

‘내가 괜한 생각을 했나? 아버지가 연경 그년을 마음에 두신 건 아니겠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손유민이 일어서서 침묵을 깼다.

“아버지, 연경이 말하는 거 들으셨죠? 다들 좀 취했지만 아버지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추한 일은 없었습니다. 아버지도 앉으셔서 한잔 하실….”

“취했으면 내 저택에서 기루처럼 만들어도 되는 거냐?”

손기욱이 냉소를 지으며 말을 끊었다.

“술만 마시면 인간성을 잃을 거면 차라리 술을 마시지 말거라!”

그는 손유민이 매번 술 핑계를 대는 것이 혐오스러웠다. 게다가 한량들을 집에 모아 놓고 주색을 즐기는 건 더욱 용납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진심으로 화가 났음을 눈치챘다.

조금 전 실수를 범했던 배육진은 식은땀을 닦으며 구차한 변명을 했다.

“나으리, 저는… 그저 넘어지려는 시녀를 부축했을 뿐입니다….”

“내가 아직 눈이 안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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