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혁은 알고 있었다.자신이 최수빈에게 제대로 된 명분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또 평온한 가정 하나조차 제대로 안겨 주지 못했다는 것을...수화기 너머의 최수빈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휴대폰을 쥔 손끝에 힘이 들어가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그가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마음속에 조약돌 하나가 떨어진 것처럼 잔잔한 파문이 번졌다. 먹먹함, 감동, 기쁨이 한꺼번에 뒤섞여 그녀의 눈시울을 붉혔다.그동안 최수빈이라고 기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바라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다만 두 사람 사이에 쌓인 일들 때문에, 풀지 못한 오해들 때문에, 선뜻 그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을 뿐이었다.그런데 이제 주민혁이 직접 그 말을 해 주자, 마음을 짓누르던 불안과 망설임이 한순간에 흩어지는 것 같았다.최수빈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자신이 거절당하는 건 아닐까하는 긴장감에 주민혁의 심장은 더 빨리 뛰었다.창밖의 바닷바람마저 멈춘 것처럼 느껴질 만큼, 긴 침묵이었다.그리고 마침내 최수빈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네.”단 한 글자, 하지만 그 한마디는 주민혁의 마음에 내려앉은 진정제 같았다.오랫동안 허공에 떠 있던 그의 마음이 그제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주민혁의 입가에 안도한 웃음이 번지더니 눈가에도 눈물이 조금 고였다. 그의 목소리는 더없이 부드러웠다.“그래. 돌아가면 우리 다시 혼인신고 하자. 그리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네. 다시는 헤어지지 마요.”최수빈은 그렇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자 끝내 참아 왔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러나 입가에는 더없이 다정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루안타의 아파트 안.전화를 끊은 뒤에도 주민혁은 벽에 기대 선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손을 들어 가슴께의 부적을 가만히 어루만졌다.최수빈이 그를 위해 받아 온 평안 부적이였다.그 작은 부적은 지금도 그녀의 온기를 품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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