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은 병원에서 이성민을 보고 나온 뒤, 이혜정에게 간병을 맡겼다.그리고 더는 주민혁의 집에 머물 생각이 없었기에 짐을 정리한 뒤, 주예린의 손을 잡고 별장을 나섰다.행선지는 자신이 직접 마련한 집이었다.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숫자가 하나씩 바뀌었고 그사이 주예린은 최수빈의 손가락을 꼭 쥐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우리 이제 계속 여기서 사는 거예요?”최수빈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낮춰 바람에 흐트러진 딸의 앞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해 주었다. 눈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응. 여기가 우리 집이야. 우리만의 집.”문을 여는 순간, 익숙한 공기가 그대로 안겨 왔다.소파 위에는 주예린이 지난번에 다 읽지 못한 그림책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베란다에 걸어 둔 작은 원피스는 밤바람에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최수빈이 현관에 캐리어를 밀어 두고 신발을 갈아 신으려는 순간, 주예린은 다다다 소리를 내며 거실로 달려가더니 쿠션을 끌어안고 환하게 웃었다.“엄마, 역시 집이 제일 좋아요!”딸을 씻기고 재워 둔 뒤, 최수빈은 서재로 들어가 노트북을 켰다. 계속 미뤄 두었던 수치를 다시 점검해야 했기 때문이었다.미간을 문지르며 키보드에 손을 얹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자연스레 낮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오늘 육민성이 전화를 걸어 플라잉 테크 협업 프로젝트에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며칠 뒤 계약식을 열 예정이니 준비를 철저히 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창밖의 밤은 점점 깊어졌고 서재에는 키보드 소리와 종이에 펜이 스치는 소리만 잔잔히 흘렀다.이런 자리일수록 데이터는 더 완벽해야 했다.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계를 보니 어느새 열한 시가 가까워져 있었다.주예린이 이불을 걷어차지는 않았는지 보러 가려던 순간, 거실 쪽 작은 무드등이 켜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가 보니 주예린이 인형을 안은 채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고개는 꾸벅꾸벅 떨어지고 있었지만 눈은 또렷했다.“예린아, 왜 아직도 안 자?”최수빈은 딸을 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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