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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Author: 코코넛 서고
평이를 내보낸 후, 연기준이 입을 열었다.

“난 약조를 지켰으니 이제 네가 지킬 차례다.”

비록 그의 행위가 비열하고 얄밉긴 했지만, 그래도 주도권을 그에게 빼앗겼으니 차마 거절할 수도 없었다.

“내일 약방에 가서 배합할 약재를 사오겠습니다.”

연기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오늘 노장군께서 경성으로 돌아오셨다. 네 얘기를 묻길래 네가 풍한이 들어 몸이 좀 나은 후에 찾아뵙는다고 했어.”

서인경은 곱지 않게 그를 흘겼다.

‘풍한 같은 소리하고 있네!’

“왕야,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보거라.”

서인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는 이제 연세도 있으시니 젊었을 적처럼 전장에 나가 싸우실 수 없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께서 병권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가 남은 생을 편하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연기준이 흠칫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노장군의 뜻이냐?”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 뜻입니다. 아직은 할아버지께 얘기한 적은 없고요. 다만 이 일에 대해 왕야께선 어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그녀가 가장 궁금한 건 황제의 생각이었다.

연기준은 느긋하게 식사를 계속하며 말했다.

“하지만 폐하께서 허락해 주시지는 않을 거다.”

서인경은 더 이상 담담한 척을 할 수 없었다.

“왜죠? 저희 일가족 모두 이 나라를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제 부모님은 전장에서 목숨까지 잃으셨고요. 그런데 굳이 제 할아버지까지 그렇게 돌아가셔야 직성이 풀린단 말씀입니까?”

그녀의 목소리에서 절박함이 느껴졌다.

연기준은 수저를 내려놓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십만 서가군은 서씨 가문 사람만 따른다. 서 노장군이 계신다면 이들은 조정과 뜻을 함께할 테지만 노장군이 조정의 직책을 내려놓으신다면… 폐하께선 이들이 진심으로 나라에 충성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

서인경은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서가군은 그저 서씨 가문을 따를 뿐, 조정에 충성하는 게 아니었다.

가문을 계승할 후계자가 태어나지 않았지만 후궁 중에는 서 노장군의 외손자인 십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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