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391 - チャプター 400

560 チャプター

제391화

안채린은 여전히 임현욱의 계급에 놀라 감탄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넋을 잃고 있던 그녀는 문이 열리며 고이한이 회의실로 들어오는 순간에야 정신을 차렸다.그 찰나, 그녀의 눈빛은 미세하게 일그러지며 속으로 냉소를 삼켰다.‘소예지가 고 대표님 눈앞에서 딴 남자랑 그렇게 눈 맞추다니. 고 대표도 드디어 전처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 거야.’경주에 있을 때만 해도 안채린은 혹시나 고이한이 소예지에게 미련이 남아 있지 않을까, 마음이 흔들리는 건 아닐까 내심 걱정했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보니 그런 우려는 전혀 필요 없었다.‘고 대표가 아무리 여자가 부족해도 절대 예전에 버렸던 여자를 다시 좋아하는 일은 절대 없을 사람이지.’게다가 지금 그의 곁에는 매혹적이고 우아한 매력을 지닌 심유빈이 함께하고 있었고 안채린의 눈에 여성으로서의 매력이라는 면에서만 본다면 소예지는 심유빈과는 애초에 비교조차 되지 않는 상대였다.회의실 안, 영상 회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분위기엔 미묘한 긴장이 서려 있었다.소예지는 고이한의 시선이 잠시 자신에게 머문 걸 느꼈지만 애써 모르는 척 고개를 숙이고 눈앞의 문서를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구온은 간단히 고이한에게 인사를 건네고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그렇게 회의는 약 두 시간가량 치열한 논의 속에서 계속되었고 어느새 마무리를 알리는 말이 나오자 참석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소예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집중하며 회의에 임했기에 회의 도중 언제 고이한이 자리를 떴는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정오 무렵, 강준석이 점심을 함께하자며 그녀를 불렀다.“MD 첫 출근 소감은 어때?”“긴장되더라고. 실험실에 있을 땐 한결 여유가 있었는데 여긴 전쟁터 같아.”소예지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았다.강준석이 그녀의 말에 공감하며 웃었다.“맞아. 나도 여기 처음 왔을 때 그랬어.”그는 포크로 스테이크를 썰다 말고, 문득 눈을 들어 물었다.“어제 준 선물, 하슬이가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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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회의실 전체가 일순간 조용해졌고 모든 사람이 숨조차 쉬지 않은 채, 눈앞의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안채린의 손에서 펜이 탁 소리를 내며 책상 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굳어버린 채 스크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 구조는 바로, 과거 그녀가 ‘이론만으로는 지나치게 이상적이라 현실에선 구현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했던 그 모델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이론이 현실로 구현되고 있었다.소예지의 얼굴에 번지던 흥분의 미소는 그 순간 미묘하게 눌렸다.MD의 핵심 기술을 이토록 오랜 시간 자신에게 숨기고 있었다는 건 고이한이 자신을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아마 윤하준 씨 연구실 관련 사건 이후부터였겠지...’하지만 이번엔 자신이 진심을 다해 군부 프로젝트에 뛰어들었기에 그제야 고이한은 주현우를 통해 이 핵심 기술을 공개하도록 허락한 것이었다.소예지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조용히 앉았고 스크린 앞에 선 주현우는 나노로봇의 기능을 소개하기 시작했다.그의 목소리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열기가 섞여 있었다.“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이 나노로봇들이 소예지 씨의 이론에서 예측된 ‘집단 지성’ 특성을 완벽히 구현하고 있다는 겁니다.”그는 감탄을 감추지 못한 눈빛으로 소예지를 바라보며 덧붙였다.“이 이론이 입증된다면 앞으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료 혁신이 될 겁니다. 이건 단순한 발전이 아니라 의료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기술이에요.”회의실 여기저기서 낮은 감탄과 흥분이 뒤섞인 소곤거림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분위기 속, 안채린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져 갔다.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더니 손을 들어 조용히 발언을 요청했다.“죄송하지만...”그녀는 차갑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기술을 성급하게 임상에 도입하는 건, 지나치게 위험한 접근 아닐까요?”모든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의욕적으로 발표하던 주현우는 잠시 말을 멈췄고 그의 얼굴엔 미묘한 불쾌함이 떠올랐다.온 회의실의 열기가 한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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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리스크와 손실 문제는 안채린 씨가 걱정할 일이 아니에요. 그건 고 대표님이 직접 관리하고 있으니까요. 일단 나가봐요.”주현우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안채린을 내보냈다.안채린은 그의 사무실을 나오며 표정이 무거워진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눈빛은 흐려졌고 입술은 굳게 다물어진 채로 머릿속은 수많은 복잡한 감정에 휘감겨 있었다.그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소예지의 이론은 분명 혁신적이었다.그 혁신성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 차원이 아닌, 산업 자체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그리고 그 사실이 그녀의 질투심을 두려움으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만약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소예지는 단순히 업계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연구원을 넘어 AI 나노로봇 의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어쩌면 그녀는 의학계 전설이라 불리는 그녀의 아버지조차 넘어설 수 있을 정도의 존재가 될 수도 있었다.그녀가 만들어낸 이론은 말 그대로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였다.한편, 소예지는 조용히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커피잔을 손에 쥐고 묵묵히 책상 앞에 앉아 눈을 가늘게 떴다.‘참, 웃기지.’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자신을 이 프로젝트에 초대한 건 고이한이었다.그런데 그가 그렇게 불러놓고는 정작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은 끝까지 숨기고 있었다.물론, 그는 평소 신중하고 계획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번 일은 단순한 ‘신중함’의 차원이 아니었다.알고리즘 유출과 관련된 사건 이후, 그는 소예지에게 더 이상 온전한 신뢰를 주지 않았다.그리고 그 의심은 결국 오늘 실험 프로젝트에서조차 드러났다. 고이한은 그녀에게 핵심을 공유하지 않았다.그 시각, 주현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오늘 회의에서 공개한 내용, 소예지 씨에게 대신 설명해 줘요.]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엔 미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주현우는 즉시 의미를 파악하고 곧장 답장을 보냈다.[네, 대표님.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전달하겠습니다.]그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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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주현우가 나간 뒤, 소예지는 사무실 한편의 통유리 창가에 서서 멍하니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반짝이는 불빛들이 흐릿하게 번져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그 화려한 풍경 너머 어딘가를 향해 있었다.생각은 어느새 6년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결혼하고 나서의 고이한은 늘 그랬다. 차갑고 무미건조하며 모든 감정을 억제한 채 그녀와의 관계를 가장 무미한 방식으로 다뤘다.그때의 그녀는 순진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거라 믿었다.사랑하면 언젠가 마음을 열어줄 거라고, 따뜻함을 주면 언젠가 그 얼음장 같은 마음도 녹을 거라고 여겼다.하지만 이혼장을 건네받던 날, 그녀는 뼈저리게 깨달았다.세상엔 아무리 안고 안아도 따뜻해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걸.그리고 그녀의 인생은 그런 사람을 붙들고 희망 없이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소중했다.그날 저녁, MD에서 회식이 있었지만 소예지는 참석하지 않았다.일이 아닌 이상, 요즘의 그녀는 최대한 집에 일찍 돌아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했다.거실 소파에 앉아 오랜만에 TV를 켜놓고 멍하니 채널을 넘기고 있던 중, 뉴스 속보 자막이 화면을 가로질렀다.「윤화 그룹 회장 윤현수, 중병으로 입원 중」그 한 줄이 화면을 채우는 순간, 소예지의 심장이 순간 멈춘 듯 덜컥 내려앉았다.윤현수는 윤하준의 아버지였다.곧 이어진 영상에선 윤현수의 아내가 초췌한 얼굴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고 각계각층에서 보내온 위로와 격려 속에서 가족들이 윤 회장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할 거라는 말이 흘러나왔다.소예지는 조용히 리모컨을 내려놓고 한동안 말을 잃었다.그 어떤 과학도 기술도 죽음이라는 현상 앞에서는 무력해졌고 그 진리를 다시금 느끼며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며칠 뒤 제사를 지내는 날이 다가왔고 소예지는 마침 주말에 맞춰 일정을 조정해 딸과 함께 부모님의 묘를 찾기로 했다.MD 쪽의 업무는 바빴지만 주현우는 특별히 하루의 휴가를 허락해 주었다.다른 직원들은 모두 주말에도 자발적으로 나와 일하는 분위기였지만 주현우가 단호하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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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박시온은 커피를 휘젓다 말고 중얼거리듯 말했다.“하긴 고이한은 눈앞의 이익에 더 집중하는 스타일이니까.”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들었다.“아 맞다, 너 윤화 그룹 뉴스 봤어?”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응, 윤 회장님이 위독해서 입원하셨다고 하더라.”박시온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이제 윤 회장이 돌아가시면 윤하준 씨가 그룹을 물려받겠네. 회장에다가 대표이사 자리까지.”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소예지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봐봐, 너 이혼하고 나니까 주변에 붙는 남자들이 하나같이 다 능력자야. 고이한, 아마 후회할지도 몰라. 안 그래?”소예지는 그저 덤덤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은 그런 성격이 아니야. 무슨 일이 있어도 후회는 안 하는 사람이거든.”박시온은 잠시 소예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6년을 함께 했던 소예지라면 고이한의 본성을 누구보다 잘 알겠지.’ 어쩌면 지금 소예지가 아무리 눈부시게 성장했어도 고이한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그의 곁엔 언제나 수많은 천재들이 둘러싸여 있었고 소예지 같은 존재는 그저 평범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어느새 시간이 오후 다섯 시 반을 넘겼다.소예지는 고하슬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챙기고 다음 날 있을 회의 준비에 들어갔다.이튿날 아침, 소예지는 고하슬을 등교시킨 뒤, 교실 앞에서 담임인 최이수를 마주쳤다.그녀가 다정하게 인사하며 말했다.“요즘 심유빈 선생님 수업이 전부 취소됐어요.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당분간 쉬셔야 한대요.”그 말을 들은 소예지는 속으로 한숨을 돌렸다.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확실한 말을 들으니 마음이 가벼워졌다.고하슬을 보내고 MD로 향한 소예지는 막 사무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인터넷 창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하나의 속보였다.[윤화 그룹 윤현수 회장 별세.]하단의 링크를 클릭하자 화면엔 윤현수의 인생을 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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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소예지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윤하준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낮고 무거웠다.“미안해요. 소예지 씨가 바쁘다는 거 알면서 갑자기 이런 부탁을 해서...”그 말에 소예지는 짧은 침묵 끝에 조용히 답했다.“그날 일찍 갈게요.”그 순간, 윤하준은 눈에 띄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네. 오래 있을 필요는 없어. 향 한 번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그리고 사흘 후.이른 아침부터 하늘이 가라앉더니 갑작스럽게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윤현수의 장례식은 한 조용한 예식장에서 치러졌고 오전 여덟 시부터 각계 인사들이 하나둘 조문을 위해 도착하기 시작했다.그날, 윤하준의 가장 친한 친구들인 고이한과 하종호는 조문객을 맞이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윤하준은 가족들과 함께 영정이 놓인 앞에 서서 찾아오는 조문객들의 위로를 정중하게 받아내고 있었다.그때였다.하종호와 고이한이 막 한 무리의 조문객을 배웅하고 돌아서려던 순간, 예식장 입구에서 하얀색 포르쉐 카이엔이 몇 미터 앞에 멈춰 섰다.고이한의 눈이 차 번호판에 닿는 순간,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차 문이 열리고 검은 셔츠에 긴 치마를 입은 소예지가 우산을 펼치며 내렸다.긴 머리를 자연스럽게 뒤로 넘긴 여자는 전신이 검은색으로 차려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단정한 분위기와 섬세한 얼굴선이 시선을 압도했다.쏟아지는 비에 머리와 어깨가 젖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발밑을 살피며 예식장 입구로 걸어 들어왔다.그녀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이미 수많은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하종호 역시 약간 놀란 기색이었다.윤하준이 소예지를 이 자리에 직접 초대한 걸 보면 그 둘의 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특별한 듯했다.예식장 복도에 들어섰을 무렵, 우산을 접으며 옷자락을 정리하던 소예지는 등줄기를 타고 전해지는 어떤 뜨거운 시선을 느꼈다.고개를 들자 소예지의 얼굴도 순간 굳어졌다.홀 입구 한쪽 기둥에 기대선 채, 고이한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소예지 씨.”하종호가 먼저 다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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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고이한의 시선은 빗속으로 사라진 흰색 포르쉐 카이엔을 오래도록 따라갔다. 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도 그의 미간은 아주 미세하게 찌푸려져 있었다.그때 곁으로 다가온 심유빈은 그에게서 풍기는 옅은 담배 냄새를 맡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고이한이 담배를 피우는 건, 그의 기분이 심하게 뒤틀렸을 때뿐이었다.‘소예지는 윤 회장님과도 안면이 없을 텐데 여기에 왜 온 거지?’심유빈은 이내 그 이유를 알아채기라도 한 듯 쓴웃음을 지었다.‘아마 고 대표를 불편하게 만들기 위해서였겠지...’차는 이미 빗속으로 사라졌지만 심유빈은 여전히 그 방향을 흘끗흘끗 바라보며 속으로 씁쓸한 감정을 삭이고 있었다.‘이혼하고도 얌전히 있질 못하고 꼭 나타나서 고이한의 마음을 건드리면서까지 대체 뭘 증명하고 싶은 걸까.’그때 하종호가 다가와 고이한에게 말했다.“지금 조문객도 뜸한데 우리도 가서 향 좀 올리자.”“그래.”고이한은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렸다.검은색 슈트에 단정하게 정리된 그 뒷모습은 날이 선 듯 곧고 차가웠다.그 모습을 뒤따르던 심유빈은 하종호에게 물었다.“방금 저 여자 소예지 씨 맞죠? 여긴 왜 온 거래요?”하종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와서 향만 올리고 바로 갔어요.”심유빈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설마 윤 대표가 부모님께 소예지 씨를 소개했던 건 아니겠죠?”그 말은 그저 혼잣말처럼 들릴 정도의 낮은 음성이었지만 바로 몇 걸음 앞을 걷고 있던 고이한의 귀에 정확히 꽂혔다.하종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글쎄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윤 회장님의 마지막 소원이 하준이가 여자친구 데려오는 거였다잖아요.”“그럼 소예지 씨는 그 마지막 소원을 채워준 셈이네요?”심유빈은 얄밉게 입꼬리를 올리며 고이한을 따라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하종호도 조용히 뒤따라 예식장 안으로 향했다.그 시각, 소예지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교통체증을 뚫고 급히 이동했고 결국 회의 시작 2분 전에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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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비록 신호등은 녹색이었지만 오토바이의 속도를 듣고 있으면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임이 분명했다.비록 보행 신호였지만 저 멀리서 들려오는 오토바이의 엔진음은 분명히 상식을 벗어난 속도였다.역시나 한 대의 오토바이가 쏜살같이 횡단보도로 돌진해 왔다.불과 세 걸음도 채 남지 않은 그 찰나의 순간, 강준석은 반사적으로 그녀를 품에 안듯 끌어당겼고 오토바이는 그 바로 앞을 바람처럼 스치며 지나갔다.강풍에 휘날린 소예지의 머리카락이 허공을 날았고 강준석의 팔은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며 분노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운전을 하는 거야!”소예지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의 셔츠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아직 숨이 고르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방금 전 상황의 충격을 말해주고 있었다.그리고 이 모든 장면은 마이바흐 차창 너머에서 고이한이 뚜렷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움켜쥐어졌고 통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업무 보고는 이제 그의 귀에 아무런 의미도 없이 배경음처럼 흘러갔다.“대표님, 듣고 계신가요?”전화기 너머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고이한의 시선은 여전히 도로 건너 껴안고 서 있는 두 사람에게 박혀 있었다.그는 차갑고 건조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계속 해.”상대는 다급하게 보고를 이어갔지만 말투는 긴장감이 한층 실려 있었다.인도 위에서 강준석은 여전히 소예지의 안부를 걱정하며 보호하듯 그녀 옆을 지켰고 소예지는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손짓했다.그러자 그는 다시 그녀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고 재빠르게 횡단보도를 건넜다.백미러를 통해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김경환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10분 후, 소예지와 강준석은 각자 커피 한 잔씩을 손에 들고 MD 건물로 돌아왔다.검은색 마이바흐는 여전히 길가에 멈춰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의 휴대폰이 거의 동시에 울렸다.소예지가 먼저 받았다.“예지 선배, 두 시에 긴급회의 잡혔어요.”“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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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화면 위를 부드럽게 훑었다. 설명하는 목소리는 침착하고 전문적이었으며 기술적인 세부 사항을 짚어가는 말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의자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던 고이한의 시선이 천천히 데이터에서 그녀의 옆모습으로 옮겨졌다.“이 안건...”고이한이 한참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예산은 얼마나 더 들죠?”“기존 계획보다 15% 증가합니다.”소예지가 고이한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냈다.안채린은 숨기고 싶어도 새어 나오는 냉소를 막지 못했다.이번 안건은 예상보다 예산이 지나치게 늘어나 주현우조차 감히 꺼내지 못하고 있던 터였는데 소예지는 아무렇지 않게, 그것도 고이한 면전에서 그 말을 꺼내든 것이다.그때 강준석이 타이밍 좋게 끼어들었다.“소예지 씨 새 방안은 실제로 실행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희가 이미 소규모 테스트를 마쳤어요.”고이한의 시선이 다시 소예지에게 고정되었다. 그는 탁자 위를 두 번 두드린 뒤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 방안으로 진행하죠. 일주일 후 중간 보고서를 올려주세요.”그 말이 끝나자, 안채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뭐라고? 이 정도로 예산이 초과됐는데도 바로 통과시킨다고?’반면, 주현우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확실히 자신이 말하는 것보다 소예지가 직접 나서는 게 훨씬 설득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안채린은 소예지를 흘겨보았고 탁 박사는 고마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소예지를 바라보았다.소예지가 없었더라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전원 다 고이한에게 질책을 받았을지도 몰랐고 심하면 엔지니어 몇 명이 당장 회사를 나갔을 수도 있었을 일이었다.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은 줄지어 회의실을 나섰다.소예지가 서류를 정리하고 있을 무렵, 고이한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은 남아.”문밖으로 나서던 안채린은 그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뭐지?’안채린은 요즘 소예지가 MD에 들어온 이후로 은근슬쩍 고이한의 눈길을 끄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서류 정리를 멈춘 소예지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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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고이한은 몸을 낮추어 쭈그려 앉은 채 손끝으로 소예지의 신발을 벗기려 했다. 하지만 소예지는 재빨리 발을 움켜쥐듯 뒤로 당겼고 그녀의 눈동자에는 싸늘하고 날카로운 분노가 번뜩였다.“건들지 마.”그녀는 이를 악물고 혐오감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고이한의 손이 허공에서 멈칫하더니 그는 고개를 들어 소파에 앉은 소예지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야?”소예지는 마치 온몸에 날이 돋친 고슴도치처럼 그를 매섭게 노려보며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신경 꺼.”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강준석이 들어섰다. 그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소예지, 무슨 일이야? 괜찮아?”고이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간결하게 말했다.“발목을 다쳤어요. 병원에 좀 데려가 주세요.”강준석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회의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소예지가 어떻게 갑자기 다친 건지, 그리고 고이한이 그녀를 따로 남겨서 대체 뭘 했는지 의심이 밀려왔다.고이한이 문밖으로 나서자 그 앞에 몰려 있던 몇몇 구경꾼 직원들도 민망한 듯 뿔뿔이 흩어졌다.사무실 안에는 소예지와 강준석만 남았고 강준석은 말없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듯 앉아 붓고 빨갛게 부어오른 발목을 조심스럽게 살폈다.“꽤 많이 부었어. 병원에 가야겠는데?”소예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단순히 접질린 거뿐이야. 얼음찜질만 해도 괜찮아질 거야.”강준석은 소예지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고 대표가 그랬어?”소예지는 쓴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그런 거 아니야.”강준석은 더 묻지 않고 조용히 사무실의 미니 냉장고에서 얼음팩을 꺼내 수건으로 감싼 뒤, 그녀의 발목 위에 살며시 얹어주었다.“오늘은 내가 일찍 데려다줄게. 집에서 푹 쉬어.”“응.”이 상태로 운전은 무리였기에 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주현우도 들러 소예지의 상태를 걱정했고 그녀를 도와주라고 비서인 임세현까지 붙여주었다.그날 저녁, 소예지의 발을 본 고하슬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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