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윽!”고통 섞인 신음이 상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강루인이 망치를 다시 들어 올려 한 번 더 내리치려던 순간이었다.상대의 머리에서 불과 일 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까지 내려간 망치는 가까스로 멈췄다.강루인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내려다보았다.“그쪽이 왜...”지수현 역시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그녀를 알아본 듯했다.“생명의 은인을 죽이려고 한다니.”강루인은 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곧바로 물었다.“왜 이러고 있어요?”몇 번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지수현은 언제나 깔끔한 옷차림에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모습이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초라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온몸은 엉망으로 더럽혀져 있었고 그나마 멀쩡하게 남아 있는 것은 얼굴뿐이었다.쓰레기통 안에 숨어 있었으니 깨끗한 모습일 리 없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굴만큼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그렇지 않았다면 강루인의 손에 들린 망치에 맞아 이미 저승으로 가버렸을지도 몰랐다.“원수한테 복수 당한 거예요?”그게 아니라면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채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통 안에 숨어 있을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지수현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그가 입을 열지 않자 강루인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움직일 수 있어요?”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의 처참한 모습에 강루인은 자신이 괜한 질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제가 부축할게요.”강루인은 지수현의 팔을 잡아 자신의 목 위로 걸쳤다.그를 일으키려는 순간 조금 전에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그녀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지수현은 자신의 품 안으로 쓰러진 강루인을 바라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이건 뭐지? 또 보험 사기인가? 설마 습관이 된 거야?’강루인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가 있은 곳은 지수현의 집이었다.생명의 은인이라는 명분 덕분에 그녀는 성공적으로 지수현의 곁에 남을 수 있었다.물론 아무런
주방 안쪽에서 남자 사장은 직원을 챙긴다는 핑계로 강루인의 앞을 가로막았다.희미한 조명 아래 남자 사장의 탁하고 흐린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욕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강루인은 애써 시선을 피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차분하게 말했다.“사장님, 여기 정리는 다 끝났습니다. 이제 문 닫으려고요.”건장한 체격에 불룩 튀어나온 남자 사장의 배는 임신 8개월은 된 사람처럼 보였고 작은 눈은 마치 물건의 가치를 따져보듯 거리낌없이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옷 위로 닿는 시선만으로도 강루인은 역겨움을 느꼈다.그녀는 더 이상 좁고 밀폐된 주방 안에서 그와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출구는 이미 상대의 거대한 몸에 가로막혀 있었다.남자 사장은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오며 노골적으로 말했다.“루인아, 나랑 같이 살자.”강루인은 못 들은 척하며 말을 돌렸다.“시간이 늦었네요.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그녀가 옆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상대는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이미 좋게 말로 해결할 단계는 끝났다는 듯 그는 곧바로 강루인에게 달려들었다.사실 그가 주방 안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강루인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등 뒤에 감춘 손은 이미 조리대 위에 놓인 식칼을 더듬으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강루인은 재빨리 칼을 빼내 앞으로 내저었다.“다가오지 마!”남자 사장은 순간 멈칫했다.“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비켜!”“얼른 칼 내려놔. 내 말 들어.”남자 사장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에 들린 칼을 빼앗으려 하자 강루인은 굳은 얼굴로 칼을 더 세게 휘둘렀다.“꺼져!”남자 사장은 겁먹은 척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비킬게. 칼은 내려놔. 그럼 바로 나갈게.”강루인은 칼을 휘둘러 그를 몰아붙이며 뒤로 물러나게 했다.그녀는 주방 문을 빠져나오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으로 달렸다.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지자 강루인은 본능적으로 손에 쥔 칼을 휘둘렀다.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 뚱뚱한
강루인은 칼을 쥔 손에 힘을 더 주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쪽이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언제부터 있었던 거죠?”지수현은 그녀의 어깨너머로 시선을 옮겨 바닥에 쓰러진 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술 취한 남자를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음...”일부러 뜸을 들이듯 길게 끌던 그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아마 그쪽이 손을 쓰기 전부터였던 것 같은데.”강루인이 얼마나 잔인하게 행동했는지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평범한 여자라면 살려달라고 애원하거나 도움을 요청했을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녀에게는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었고 남은 것은 오직 냉정함과 단호함뿐이었다.그런 강루인의 모습은 오히려 지수현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그녀는 갈라진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못 본 거로 해 줄 수 있어요?”지수현은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리더니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제 눈은 멀쩡하거든요.”강루인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그럼 신고할 건가요?”지수현은 이번에도 대답 대신 되물었다.“제가 신고하길 원해요?”강루인은 짧게 대답했다.“저는 죽고 싶지 않아요.”그녀의 대답에 지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여긴 벨라크가 아니라서 사형은 없어요.”강루인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감옥에 가고 싶지도 않아요.”지수현은 두 팔을 교차한 채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그럼 저한테 빌어봐요.”강루인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부탁할게요.”지수현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말했다.“지금 모습보다는 아까 칼을 들고 있던 그 모습이 더 마음에 드는데.”그런 강루인이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던 것이다.지수현이 빛을 등지고 서 있었기에 그녀는 그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하지만 목소리에 담긴 짓궂은 농담만큼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그럼에도 강루인의 표정은 여전히 진지했다.“그쪽은 제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해를 끼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그 말을 들은 지수현은
강루인이 지수현을 위로하기 위해 억지로 꺼낸 말은 아니었다.그들을 만난 것은 그녀에게 있어 정말 행운이었다.그해 강루인은 주영도가 자신에게 넘겨준 재산을 모두 해외로 옮겼다.그녀는 혼자 해외에서 살아가게 되더라도 적어도 먹고사는 걱정만큼은 없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강루인이 자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했던 모든 일을 알게 된 주영도는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그녀의 계좌를 전부 막아버렸고 단 한 푼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했다.절망은 한순간에 몰려왔다.그 순간의 강루인은 정말 주영도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그를 원망했다.그리고 바로 그때 지수현이 마치 구세주처럼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이다.원래 지수현은 남의 일에 쉽게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를 데리고 출국한 것만으로도 이미 그에게는 예외적인 일이었다.하지만 다시 마주한 강루인의 모습은 마치 거지와 다를 바 없었다.지수현은 그런 그녀에게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꼈다.다른 이유는 없었다.그에게는 심한 결벽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온몸에서 찌든 냄새가 나는 강루인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부모를 모두 잃고 당장이라도 삶을 포기할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무엇보다 지수현은 이전의 강루인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때의 그녀는 아무리 짓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 같은 사람이었다.몸이 망가진 상태에서도 극심한 고통을 견디며 신음 한 번 내지 않았고 두 눈에는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타오르고 있었다.그런 강루인이 불과 사흘 만에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대체 어떤 일을 겪었기에 그렇게까지 살고자 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모든 생기를 잃고 죽음을 기다리는 듯한 눈빛으로 나타난 건지 지수현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하나는 단순한 호기심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치 자신의 감정을 쏟아낼 출구를 찾고 있는 듯한 알 수 없는 마음이었다.그렇게 지수현은 너무나 쉽게 주영도가 저지른 모든 일을 알게 되었
주영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앞으로도 회사의 이름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그 이유는 이제부터 그가 대대적인 정리를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었다.주이준 집안과 주용준 집안에 조금이라도 연관된 사람들은 예외 없이 모두 정리 대상이 되었다.해고될 사람은 해고되었고 죄가 있는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그 과정에서 누구도 예외는 없었다.이사회에서 앞장서서 주영도를 몰아내려 했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오영수를 시작으로 자신들이 회사의 중심에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변두리로 밀려났다.권한을 빼앗긴 오영수는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는 주선 그룹에서 오랫동안 몸을 담아 온 원로였다.오영수는 선대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주갑수 세대와는 같은 위치에 있던 인물이었다.그런 자신이 하루아침에 밀려나는 상황을 그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들은 주세웅을 찾아가 따져 물으려 했다.하지만 사람을 만나기는커녕 오히려 그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까지 듣게 되었다.그제야 오영수 일행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회사의 중심에 있다고 믿으며 기세등등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현재 주선 그룹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주영도였다.오영수 일행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대책을 찾는 사이 주영도는 곧바로 사람들을 소집해 이사회를 열었다.여전히 같은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모였지만 이번 이사회의 분위기는 이전과 완전히 달랐고 주영도를 향한 이사들의 태도 역시 정반대로 뒤바뀌어 있었다.주영도의 단호하고 거침없는 행보는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다.이번 일은 그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었고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 또한 분명했다.회사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인 만큼 그들 역시 주선 그룹이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결국 자연스럽게 주영도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주영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주영도는 지금까지 자신이 그리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는 누구보다 냉정했고 쉽게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성격도 아니었다.하지만 자신에게 진심으로 잘해준 사람만큼은 절대 잊지 않았고 그들이 상처받는 일만큼은 원하지 않았다.그렇기에 주이준이 자신보다도 훨씬 더 악하고 혈연조차 아무렇지 않게 짓밟을 만큼 냉정하고 잔인한 사람일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그에게 가족이라는 관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이익 앞에서 주이준은 혈연조차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주용준의 그 대담함과 무모함이 오히려 주이준에게 기회가 되었다.주용준이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따랐기에 주이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순조롭게 모든 일을 자기 뜻대로 끌고 갈 수 있었다.양연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그럴 리 없어. 말도 안 돼. 둘째 아주버님이 우리한테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어. ”주영도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리며 차갑게 내뱉었다.“무식한 것들.”주이준 부부는 똑같이 어리석었다.그들은 남에게 이용당하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이 속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뒤에서 돈만 셀 생각만 하고 있었다.양연희는 그의 말에 자극받은 듯 순간 고개를 치켜들더니 분노에 찬 눈빛으로 주영도를 노려보며 말했다.“네 둘째 삼촌이 무슨 짓을 했는지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왜 우리한테 미리 말해주지 않은 건데? 주용준은 네 삼촌이야! 그러고도 네가 인간이야? 어떻게 네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어? 우리한테 이런 짓을 해놓고도 조금의 죄책감도 없는 거야?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인정머리 없고 매정할 수 있어!”양연희는 분노는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그녀는 주이준의 인간답지 못한 행동에도 화가 났고 모든 사실을 알고도 모르는 척한 주영도의 방관에도 분노가 치밀었다.주영도는 분명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들이 위험한 곳으로 향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