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791 - Chapter 800

1104 Chapters

제791화

주방에 있는 동안 안요한은 서현주가 무슨 반응을 보일지 계속 상상하고 있었다. 그 [비밀] 파일을 보고 설레였을지, 아니면 난처해할지...안요한은 별별 생각을 다 해봤지만 서현주가 그렇게까지 선을 지켜 끝내 폴더를 열지 않았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자기 행동이 너무 충동적이었고 하는 짓이 마치 아직 철이 덜 든 풋내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안요한은 이렇게 마음이 요동치고 있는데 정작 서현주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니. 그는 그녀에게 완전히 빠져버린 게 맞았다.안요한은 키보드 위에 손을 얹고 몇 개의 키를 눌렀다. 그러자 열려 있던 폴더는 곧바로 닫혔고 노트북은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서현주는 벌써 만두를 몇 개나 먹었는데도 안요한이 오지 않자 고개를 돌려 그를 불렀다.“왜 안 와요? 식으면 맛없어요.”안요한은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지금 가.”안요한은 만두를 몇 개 먹다가 앞으로는 집안의 회사에 출근하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냈다.서현주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잘됐네요. 그럼 이제 안 대표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예요?”안요한은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회사가 여기서 좀 멀어. 출근하게 되면 아마 주말에나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그러나 서현주는 그 말을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그럼 그쪽에서 숙소도 마련해 주겠네요.”안요한은 한참 동안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서현주는 그가 왜 그렇게 쳐다보는지 몰라 어리둥절해졌다.잠시 후 안요한은 시선을 거두고 접시 위의 만두를 보며 웃었다.“네가 알아줄 거란 기대는 안 했어.”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뭘 알아야 하는데요?”안요한은 태연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먹어. 숙소는 집에서 마련해 줬어.”서현주는 만두를 씹으며 중얼거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말장난이에요.”요 며칠 동안 서현주는 안요한과 늘 함께 출근했고 아침마다 서로를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다음 날 아침, 준비를 마친 서현주는 습관처럼 안요한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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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부끄러워하지 말고 네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 봐. 너도 용기를 내야지.”강혜인의 말에 서현주는 피식 웃었다.“너 지금 많이 한가해 보인다? 여기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좀 나눠서 할래?”“에이, 됐어. 나도 바빠 죽겠거든.”강혜인은 서류를 들고 능글맞게 웃으며 사무실을 나갔다.서현주는 다시 고개를 숙여 데이터를 들여다보다가 잠시 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사무실 안의 소파를 바라봤다.안요한이 그녀의 사무실에 있을 때면 대부분 그 소파에 앉아 일을 하곤 했다.딱히 할 일이 없을 때는 다리를 꼬고 앉아 게임했고 손님이 있을 때면 자연스럽게 서현주의 옆에 서서 보조했는데 그 때문에 여러 번 그녀의 비서로 오해받기도 했다.서현주의 머릿속에 예전의 장면들이 하나둘 떠올랐고 잠시 멍하니 있던 그녀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들어오세요.”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진강준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서현주는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앉으세요.”그녀는 진강준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무슨 일로 오셨어요?”진강준은 깔끔한 정장 차림에 금테 안경까지 쓰고 있어 한층 더 온화하고 단정해 보였다.“이번에 현주 씨와 협업에 대해 이야기 좀 해보고 싶어서 왔습니다.”“말씀하세요.”진강준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저희 강성 금융 그룹이 해외 시장 확장을 준비 중인데 현재 쓰고 있는 금융 소프트웨어로는 고객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내부 논의 끝에 우리 나라 중심으로 기존 기능은 물론, 신규 수요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금융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여러 소프트웨어 회사를 검토해 본 결과, 서 대표님의 회사가 조건 면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서 대표님께서 협업에 관심이 있으신지 여쭙고 싶어서요.”진강준은 곧바로 비서에게 눈짓했고 비서는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 담긴 서류를 서현주 앞에 놓았다.“여기에 세부 조건이 정리돼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서현주는 서류를 받았다.“네,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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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서현주는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안요한을 바라봤다.“회사 간다더니 오늘 출근 안 한 거예요? 설마 무단결근했어요?”안요한은 너무나 익숙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오늘은 그냥 분위기만 좀 파악하러 간 거야. 볼 일 끝나고 네가 보고 싶어서 잠깐 들렀어. 내일부터는 어떻게 될지 몰라. 아마 자주 못 올 수도 있어.”그러자 서현주는 짧게 대답했다.“그렇군요.”안요한은 예쁜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마저 일해.”저녁 일곱 시가 다 되어갈 무렵, 서현주는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를 모두 끝내고 안요한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강혜인은 정확히 퇴근 시간을 맞춰 먼저 나갔다. 오늘은 외할머니가 퇴원하는 날이라 시간을 딱 맞춰 자리를 떴던 것이다.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서현주가 말했다.“오늘 여기저기 같이 다니느라 수고했어요. 내가 밥 살게요. 뭐 먹고 싶어요?”안요한은 고민하는 척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럼 제대로 골라야겠는데?”서현주가 말했다.“차가 회사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는 답 줘요.”안요한은 곧바로 대답했다.“회사 근처에 있는 그 레스토랑에 가자.”“좋아요, 그럼 거기로 가요.”그 레스토랑은 서현주와 안요한이 몇 번 함께 가본 곳이었고 둘 다 맛이 괜찮고 다시 찾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었다.이번에 그들은 많이 시키지 않고 몇 가지 메뉴만 주문했는데 주문을 받던 종업원이 웃으며 말했다.“저희 식당에 새로 나온 커플 세트가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안요한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커플 세트요?”그는 의미심장하게 서현주를 바라봤다.그런데 서현주는 그의 눈빛에 괜히 마음이 불편해져 시선을 피했다.“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희는 커플이 아니에요.”그 말에 안요한의 미소가 조금 사그라들었고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그런데 종업원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이 세트는 할인 폭이 커서 많은 손님들이 주문하세요. 커플이 아니어도 드셔도 돼요. 저희 매니저님만 모르시게 하면 되니까요.”커플 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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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서현주는 담담한 눈빛을 띠며 말했다.“아까 저랑 요한 씨가 앉아 있던 테이블 앞을 지나간 게 신가영 씨였네요?”신가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게 뭐 어때서요? 이 가게가 그쪽이 낸 거예요? 아니면 그 길이 서현주 씨 길인가요? 제가 거길 지나가면 안 돼요?”그러더니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쳤다.“내가 지나가지 않았으면 그쪽이랑 요한이가 여기서 데이트하는지도 몰랐을 거 아니에요!”서현주는 눈앞에서 신가영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지켜봤다. 신가영의 시뻘겋게 충혈된 눈에서 눈물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억울한 듯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어 누가 보면 서현주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신가영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악을 쓰듯 말했다.“난 그쪽 앞에서 울고 싶지 않거든요.”‘이미 울고 있으면서...’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신가영의 얼굴을 보자 서현주는 몸을 돌려 벽에 걸린 휴지를 뽑아 신가영에게 내밀었다.그러나 신가영은 그녀의 손을 탁 쳐냈다.“싫어요.”서현주는 여전히 휴지를 든 채 담담하게 말했다.“그래도 좀 닦아요. 화장이 다 번졌어요. 이 상태로 조금 있다가 요한 씨를 어떻게 보려고요?”‘요한’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신가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믿을 수 없다는 듯 서현주를 노려봤다.“지금 나한테 자랑하는 거예요?”‘내가 뭘 자랑했다는 거야?’서현주는 더 이상 신가영을 달래지 않고 그냥 손을 거뒀다.그런데 뜻밖에도 신가영은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휴지를 낚아채더니 거울 앞에 서서 훌쩍거리며 조심조심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서현주는 팔짱을 끼고 옆에 서서 거울 속의 신가영을 바라봤다. 그 토끼 눈 같이 새빨개진 눈을 보자 그녀는 무심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신가영은 예쁜 얼굴의 소유자였다. 갸름한 얼굴형에 가늘고 길게 뻗은 눈썹, 희고 고운 피부, 크고 동그란 눈과 도톰한 입술까지, 타고난 조건이 참 좋은 편이었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귀여워 평소 성격이 조금 제멋대로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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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그러나 신가영이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건 안요한의 사과였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에게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며 신가영과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분명히 전했다.거듭되는 그의 거절에 신가영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그녀는 안요한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렇게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상 그녀가 아무리 체면을 내려놓는다 해도 당분간은 다시 안요한을 마주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그럼 전 먼저 갈게요.”서현주는 손을 한 번 가볍게 흔들고는 신가영의 곁을 지나쳐 나가려 했다.그러나 신가영은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나 아직 가라고 안 했거든요? 내 말 안 끝났어요. 거기 서요!”그러자 서현주는 화장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담담했다.“저는 할 말 다 했어요. 그래도 제 말을 못 믿겠다면 저는 이제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어요.”그녀는 다시 화장실에서 걸어 나가려다가 앞쪽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걸 발견했다.서현주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화장실 쪽을 한 번 더 돌아봤다. 신가영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서현주는 재빨리 안요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여긴 왜 왔어요?”안요한은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웃었다.“아무리 기다려도 안 돌아오길래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와봤지. 마침 나오던 참이네.”서현주가 짧게 말했다.“아는 사람을 만나서 잠깐 이야기 좀 했어요.”안요한은 자연스럽게 서현주의 어깨를 감싸안았다.“그래? 그럼 이제 가자. 음식 다 식겠다.”서현주는 다시 한번 화장실 쪽을 힐끗 봤다. 신가영이 안요한의 목소리를 들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누군지 안 물어봐요? 어쩌면 요한 씨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는데.”“네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당연히 내가 아는 사람이겠지.”안요한이 말했다.“누군데?”서현주는 숨기지 않았다.“신가영 씨요.”안요한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서현주의 표정을 살폈다.서현주는 되려 그를 향해 눈썹을 들어 보이며 장난스럽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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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서현주는 옆에서 날아드는 날 선 시선을 느꼈다. 신가영의 분노 어린 눈빛이었다.날카로운 두 개의 시선이 동시에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서현주는 순간 두피가 저릿해졌다.그녀는 안요한을 향해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두 분 얘기하세요. 저는 옆에서 기다릴게요. 안 갈 테니까 하고 싶은 말 다 하셔도 돼요.”말을 마치자마자 서현주는 곧장 돌아섰다.그때 등 뒤에서 안요한이 딱딱한 말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서현주.”금방이라도 폭풍이 몰아칠 듯 싸늘한 목소리였다.서현주는 더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 오십 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곧게 선 그녀의 뒷모습에서 절대 엿듣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느껴졌다.안요한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신가영이 조금 다가왔다.“어디 아파?”“아니.”안요한은 손을 내리고 몇 걸음 물러나 벽에 등을 기댔다.“가영아, 시간 늦었어. 할 말 있으면 빨리 말해.”“아까... 나를 본 거 맞지?”“응.”“나를 봤으면서 왜 나한테 와서 말 한마디 안 했어?”신가영은 씁쓸하게 웃었다.안요한은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나를 보기 싫어하는 줄 알았어.”신가영은 ‘그럴 리가’라는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이를 악물고 겨우 참았다.입술을 깨물던 그녀는 서현주 쪽을 힐끗 바라보며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물었다.“네가 좋아하는 여자가 저 사람이야?”불안에 떨고 있는 신가영과 달리 안요한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응.”신가영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그녀는 바지를 꽉 움켜쥐고서야 겨우 눈물을 참았다.“그럼 이제 둘이 사귀는 거야? 나 봤어. 커플 세트를 먹던데.”“아니.”그 말에 신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꽉 쥐고 있던 주먹도 풀렸다. 그녀는 눈이 빨개진 채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겠어. 아직 사귀는 게 아니면 나한테도 기회는 있는 거잖아.”안요한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가영아, 난 널 그냥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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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서현주는 눈을 한 번 굴리더니 자신과 진강준의 대화 기록을 캡처해 엄진경에게 전송했다.[오늘 강준 씨랑 약속 잡았어요. 저녁 밥 차릴 때 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엄진경은 몇 분 뒤에 답장을 보내왔다.[그래, 그럼 둘이 만나서 잘 이야기해.]서현주는 마지막 남은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했다.그녀는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비서실에 들러 비서실장의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요즘 다들 고생 많았어요. 오늘 퇴근하고 다 같이 회식해도 돼요. 저는 빠질게요. 대신 비용은 제가 낼게요.”비서실에서 곧바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서현주와 진강준은 예전에 갔던 그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서로 안 지 꽤 된 사이라 사적인 이야기도 조금씩 늘어났고 서현주 역시 한결 편해진 분위기에 친구와 밥을 먹는 기분으로 자리에 앉았다.진강준은 서현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고 서현주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들려주었다.다만 식사가 끝날 때쯤 진강준은 서현주가 여전히 일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대화의 시작도, 흐름도 대부분 두 회사의 협업과 관련된 이야기였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서현주는 협업 이야기를 꺼내면 멈출 줄을 몰랐는데 한참을 말하다가 문득 맞은편에 앉은 진강준의 표정이 조금 난처해 보인다는 걸 알아차렸다.그제야 그녀는 말을 멈추고 웃었다.“죄송해요, 사적인 자리인데 자꾸 일 얘기만 했네요.”진강준은 난처하면서도 이해한다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웃었다.“괜찮아요. 하고 싶은 얘기 하세요. 어차피 제 생각도 현주 씨 생각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서현주는 입술을 다물고 담담하게 웃었다.그 말 덕분인지, 그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식사가 거의 끝날 즈음 안요한에게서 전화가 왔고 마침 진강준은 계산을 하고 있었다.“어디야? 네가 보낸 항공권 정보 봤어.”수화기 너머로 자동차 경적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서현주는 순간 머리가 멍해져 맞은편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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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안요한은 고개를 돌려 서현주를 바라봤다. 거실의 희끗한 조명 아래에서 그의 잘생긴 이목구비가 유난히 또렷해 보였다.“응, 내일 일정 있으니까 짐 챙기라고 알려주러 왔어.”서현주는 캐리어 손잡이를 들어 올려 봤는데 안은 텅 비어 있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챙길게요.”안요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가볍게 풀며 말했다.“그럼 네가 왔으니까 난 이제 갈게.”그때 앞치마를 두른 엄진경이 주방에서 나왔다.“벌써 가려고? 야식 만들었는데.”안요한은 다가가 엄진경의 손에서 그릇을 받으며 웃었다.“고마워요, 아줌마. 그런데 저 요 며칠 잠을 거의 못 자서 너무 졸려요. 그래서 집에 가서 자려고요.”그러고는 서현주 쪽을 힐끗 보며 덧붙였다.“이건 현주 주세요.”엄진경이 말했다.“현주는 방금 저녁 먹고 들어와서 배가 안 고플 거야.”캐리어를 밀던 서현주는 그 말을 듣고 뜨끔해서 발걸음을 멈췄다.그러나 안요한은 아무런 이상한 점도 느끼지 못하고 서현주가 방금 접대 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온 거라 생각하며 웃었다.“아, 그래요? 그럼 아줌마가 드세요. 저는 진짜 너무 졸려서요.”서현주는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엄진경이 말했다.“그럼 남겨뒀다가 내일 아침 밥으로 먹어. 나 혼자 다 먹긴 힘들어.”안요한이 눈썹을 들었다.“좋아요.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올게요. 아줌마, 안녕히 주무세요.”그러고는 등지고 있는 서현주를 향해 말했다.“현주도 잘 자.”서현주는 등을 돌린 채 뒤로 손을 흔들었다.“네, 요한 씨도 잘 자요.”다음 날 오후 한 시, 서현주와 안요한은 정확히 하경시에 도착했다. 서현주의 손은 비어 있었고 안요한 혼자서 두 사람의 짐을 밀고 있었다.서현주가 손목시계를 힐끗 보며 물었다.“요한 씨 친구분은 도착했어요?”안요한은 차들이 오가는 사이에서 익숙한 번호판 하나를 발견하고 눈썹을 올렸다.“응, 저기 왔네.”공항 출구를 나서자마자 눈앞에 유난히 튀는 페라리가 멋들어지게 서 있었다. 곧 차 문이 열리더니 구릿빛 피부에 이목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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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안요한은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곧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알고 싶어?”서현주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당연하죠.”안요한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잘생긴 눈으로 서현주의 눈을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소용돌이가 이는 것처럼 보였다.그는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렸다.“그게 왜 알고 싶어?”“네?”서현주가 반문했다.안요한은 고개를 더 숙이며 그녀를 계속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내가 마음속으로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렇게 신경 쓰여?”그가 갑자기 너무 가까이 다가오자 서현주의 머리가 자연스럽게 뒤로 젖혀졌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안요한 눈가의 미소가 점점 짙어졌고 서현주는 그의 뜨거운 눈빛에 데인 것처럼 속눈썹을 바들바들 떨었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고개를 돌리고 한 걸음 물러섰다. 안요한은 눈꺼풀을 내리며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서현주가 말했다.“말 안 해줄 거면 됐어요. 대신 뒤에서 제 욕한 거 들키기만 해봐요.”안요한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피식 웃더니 팔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내가 그랬을지도 모르지?”서현주는 혀를 차며 그의 손을 탁 쳐냈다.잠시 후 송호영이 자기 이마를 치며 투덜댔다.“아, 괜히 이 차를 끌고 왔네.”안요한이 물었다.“왜 그래?”서현주가 다가가 보니 페라리의 트렁크가 정말로 터무니없이 작아서 캐리어 두 개를 도저히 다 넣을 수가 없었다.송호영이 말했다.“방법이 없네. 하나는 앞에 실어야겠다.”안요한이 바로 뭐라했다.“부실하긴.”그러나 송호영은 그 말을 무시하고 서현주를 보며 물었다.“앞에 놔도 괜찮지?”서현주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안고 있지만 않으면 돼요.”그 말에 송호영도 웃었다.“그럴 리가. 안요한더러 안으라고 하면 했지, 내가 어떻게 여자한테 그런 걸 시켜? 캐리어는 뒷좌석에 놓고 안요한은 조수석, 현주는 반대편 뒷좌석에 타면 돼.”안요한은 싸늘하게 그를 노려봤고 송호영은 고개를 숙여 그의 귀에 속삭였다.“내가 현주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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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안요한이 정말로 단호하게 거절하자 송호영도 더는 그를 밀어붙이지 못하고 물러섰다.“알겠어. 이번 기회 놓치면 다음은 없는 거다?”안요한이 짧게 말했다.“가져가.”송호영은 방카드를 다시 챙기며 안요한의 어깨를 감쌌다.“야, 너 생각보다 엄청 정직하네. 보기 좋아.”안요한은 그의 팔을 툭 쳐서 떼어내며 말했다.“이제 네 생일 파티 준비하러나 가. 늦으면 큰일 난다며? 좋아하는 여자도 초대했다면서, 얼른 가서 멋 좀 부려.”그 말에 송호영의 눈이 반짝였다.“그래! 오늘 밤에 꼭 너한테 소개해 줄게. 진짜 괜찮은 여자야.”안요한은 캐리어를 펼치며 말했다.“알았어, 기대할게.”송호영이 떠난 뒤 서현주는 짐을 정리하고 안요한의 방으로 들어왔다.안요한은 아직도 짐을 정리하고 있었고 서현주는 방 안으로 들어서다 말고 버건디색 카펫 위에 떨어진 반짝이는 물건을 발견했다. 고개를 숙여 주워 보니 한 장의 카드였다.그런데 그게 바로 자신의 객실 카드인 걸 발견한 서현주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요한 씨, 왜 여기에 내 방 카드가 있어요?”안요한은 그녀의 손에 들린 카드를 본 순간 표정이 굳었다.송호영의 성격상 일부러 저것을 두고 간 게 틀림없었다.안요한은 속으로 몇 번이나 송호영을 욕했다.“아마 호영이가 실수로 떨어뜨린 것 같아. 네가 가져가.”서현주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안요한이 짐정리를 마무리하며 물었다.“배고프지?”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온 거예요. 아까 호영 씨가 호텔에서 점심 무료로 나온다고 했거든요.”안요한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그럼 가자.”송호영의 생일 파티는 그가 소유한 이 호텔의 연회장에서 열릴 예정이었고 바로 서현주와 안요한의 객실이 있는 위층이었다.서현주는 오후 내내 방에서 잤는데 안요한이 계속 문을 두드리고 전화하지 않았으면 송호영의 생일 파티를 놓칠 뻔했다.두 사람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차림으로 나란히 위층으로 올라갔고 그들이 도착했을 때 연회장은 이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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