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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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무사히 호텔방으로 모셨고 검사도 마쳤습니다. 대표님께서 얘기해 주신 약으로 상처도 무사히 치료했고요. 다행히 결과 큰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호텔 매니저, 즉 안강훈의 목소리가 스피커 너머로 들려왔다.“제가 또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야 말았습니다.”사실 안강훈은 호텔 매니저가 아니었다.원래는 강재혁의 비서였지만 비서치고는 입이 너무 가벼워 반성하라는 의미로 강재혁이 호텔로 좌천을 보내버렸다.그리고 문채아는 안강훈이 수년째 강재혁의 곁을 보좌하며 보게 된 유일하게 강재혁이 신경을 쓰는 여자였다.그래서 안강훈은 당연히 그가 문채아를 좋아하는 줄 알고 기왕 좌천된 거 온 힘을 다해 그녀에게 자신의 상사를 어필했다.하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안강훈은 풀이 잔뜩 죽은 채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채아 씨의 안내 임무를 저한테 맡긴 건 저를 믿고 있어서였을 텐데 제가 주책이게도 또 입을 잘못 놀리고야 말았습니다. 채아 씨께서 제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잘못한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벌 내려주세요!”말을 전해 들은 강재혁은 1분 가까이 아무런 대꾸도 해주지 않았다.지나치게 긴 침묵에 안강훈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혹시 제가 어떻게 반응할지 다 예상하시고 채아 씨를 이쪽으로 보내신 겁니까?”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그의 첫 느낌이 맞았다는 소리였다. 즉, 강재혁은 그의 입이 가벼워지길 기대했던 것이다.안강훈의 눈이 한순간에 커다랗게 변했다.‘우리 대표님이 이렇게도 계략적인 남자였을 줄이야...’“내 머릿속이 궁금한가 보지?”강재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안강훈은 빠르게 부인한 후 화제를 돌렸다.“참, 아까 의사 선생님과 함께 밖으로 나왔을 때 전해 듣길 그분의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고 하던데 계속 호텔에서 몸조리하게 둘까요?”“그래.”강재혁은 별다른 감정이 섞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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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객관적으로 볼 때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거지 강재혁이 여자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었어.”문채아는 아까 눈물을 흘리며 아무 말이나 다 하다 보니 매니저가 했던 말도 얘기해 주게 되었다.강재혁은 여자가 없는 게 아니었다. 그는 그저 당장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여자가 이제껏 없었을 뿐이었다.만약 아무 여자나 상관이 없었다면 아마 진작에 결혼했을 것이다. 호텔 매니저의 말처럼 결혼하게 되면 새엄마가 그에게 이상한 여자들을 보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주연우는 눈썹을 끌어올리며 그게 그거 아니냐는 표정을 지었다.“아무튼 결과적으로 여자가 필요한 건 맞잖아. 그리고 강재혁이 자기 입으로 그랬다며. 빚을 하루라도 빨리 갚게 하고 싶으면 큰 부탁을 하라고.”“그랬지...?”문채아가 불안한 얼굴로 답했다.“연우 너 설마... 아니지?”“아니긴 뭐가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주연우는 두 손으로 문채아의 얼굴을 감싸며 눈을 반짝였다.“지금 당장 강재혁한테 전화해서 너랑 결혼해서 빚을 완전히 갚으라고 해!”주연우는 문채아와 이렇게까지 딱 맞는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또 없다고 생각했다.둘이 결혼하게 되면 문채아는 강재혁이라는 든든한 방패막이가 있어 강지유와 박도윤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게 되고 강재혁은 새엄마의 수작을 막아낼 수 있게 된다.“강재혁이 넝쿨 째 굴러와 ‘나 좀 잘 이용해주세요’ 하는데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해보고 썩혀둘 거야?”“...”문채아는 친구의 발상에 머리가 다 아찔했다.박도윤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문채아는 진정하라는 듯 주연우의 어깨를 잡았다.“너 지금 너무 흥분했어. 방금 한 얘기는 못 들은 거로 할게.”“뭘 못 들은 거로 해. 나는 진심인데!”주연우는 은근슬쩍 화제를 넘기려는 문채아의 의도를 파악하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박도윤의 가스라이팅에서 좀 벗어나 봐. 언제까지 너 스스로 네 자존감을 깎아 먹을 생각이야. 너는 엄청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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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맞아. 문채아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런데 그게 왜? 뭐 문제 있어?”강재혁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아냥거렸다.이유가 뭐가 됐든 강지유가 한 짓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으니까.“강지유, 그 집으로 가서 문채아를 마음껏 음해하니까 좋았어?”강지유는 드디어 덜미를 잡았다고 생각했다가 강재혁의 다음 말에 바로 표정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늘 그렇듯 부인부터 했다.“무, 무슨 소리야. 내가 뭘 음해해. 기사님이 실수로 구두를 가져가 버려서 오해가 생긴 것뿐이야. 나는 정말...”“네 그 멍청한 말이 여기서도 통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강재혁은 변명하는 그녀의 말을 잘라버린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네가 구두 하나로 문채아를 짓눌렀던 것처럼 나도 서류 하나로 널 뭉개버릴 수 있어. 감옥살이하고 싶지 않으면 둘 중 하나 선택해. 지금 당장 네 짐 챙겨서 회사를 나가든가 아니면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벌을 받든가. 아니면 법대로 처리할 거야. 만약 박씨 가문에서 개입해 오면 박씨 가문도 싹 다 처리해 버릴 거야.”강지유의 몸이 덜덜 떨렸다.‘나더러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장난해? 내가 재호에 다니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쫓겨났다는 얘기가 돌면 내 체면은 어떡하라고!’강지유는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는 건 싫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으로 가 벌을 받을 수는 없었다. 벌을 주기 위해 특별 제작된 그 채찍에 맞으면 적어도 한 달은 꼼짝없이 집에 누워있어야 하니까.‘강재혁 이 미친놈, 그딴 년 때문에 감히 날!’“도윤아, 나 좀 도와줘!”강지유가 떨리는 목소리로 박도윤을 바라보았다. 박씨 가문이 개입하면 어떻게 되는지 다 듣기는 했지만 지금은 도움을 청할 곳이 박도윤밖에 없었다.박도윤은 강재혁이 박씨 가문을 들먹이기 전부터 상당히 못마땅한 눈빛으로 강재혁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강 대표님, 채아는 우리 가문 사람입니다. 아무리 채아가 대표님께 도움을 줬다고 해도 이건 아니죠. 지유는 강 대표님 가족인데 왜 가족을 궁지로 몰아가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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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글로리 호텔.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는 것이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았다.호텔방 안에서 조용히 자고 있던 문채아는 배고픈 느낌에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고는 하품하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어젯밤, 주연우는 그녀를 붙잡고 몇 시간을 내리 열변을 토했다. 그래서인지 문채아는 지금도 여전히 주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채아야, 나 장난치는 거 아니야. 강재혁만 있으면 너는 판을 아예 뒤집어 버릴 수 있다니까?”“박도윤도 강지유랑 사귀는데 너라고 강씨 가문 사람 만나지 말란 법 있어? 강재혁이랑 결혼해서 박도윤한테 똑똑히 가르쳐줘. 박도윤 없어도 잘 먹고 잘산다는 거!”“내가 이무현은 안 좋아하지만 강재혁은 진짜 멋있는 사람이고 생각해. 이무현이 한 짓 중에 가장 잘한 짓이 강재혁과 친하게 지난 거라고 생각할 정도라니까?”“만약 네가 강재혁의 와이프가 되면 너희 엄마도 땅을 치면서 후회할걸? 왜 그때 너한테 잘해주지 않았을까 하면서 말이야.”“물론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해. 너는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니까. 너한테 강요하지는 않을 거야.”“왜 아직도 전화 안 해? 이러다 하루 다 지나겠네!”주연우는 그렇게 한참을 떠들어대다 작업실에서 전화가 오고서야 가방을 챙기며 호텔방을 나섰다.나서기 전에 은근한 눈빛을 보내며 문채아의 휴대폰을 충전해 주었다.하지만 문채아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좋은 마음으로 도와준 사람을 구렁텅이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으니까.문채아는 강재혁의 도움으로 호텔방에 머물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고마웠다.호텔 매니저가 배고프면 룸서비스를 시키면 된다고 얘기했지만 문채아는 더 이상 강재혁에게 신세 지고 싶지 않아 텅 빈 배를 매만지며 외투를 걸친 채 방을 나갔다.상처 난 발목은 약을 바르고 하루 꼬박 휴식했더니 이제는 통증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조금씩 앞으로 걸어도 상처가 벌어지지 않았다.그래서 문채아는 셀프로 재활도 할 겸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으로 내려갔다.그런데 1층에 도착해 비상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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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강재혁은 호텔에 무슨 급한 볼일이라도 있는 건지 안강훈을 데리고 성큼성큼 로비로 들어왔다. 얼굴은 차갑기 그지없었고 눈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하지만 분명히 무서운 얼굴인데 문채아는 강재혁을 보고 있으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고 머릿속에서 맴돌던 박도윤과 강지유의 목소리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문채아는 결국 안강훈의 부축 아래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의사도 방으로 와 다시 한번 검사해 주었다.검사받는 동안 문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행히 검사 결과,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저 오래 공복이었던 탓에 저혈당이 조금 온 것뿐이었다.안강훈은 공복이라는 말에 룸서비스를 올려보내겠다며 의사를 데리고 얼른 밖으로 나갔다.커다란 공간에 강재혁과 문채아 둘만 남겨지게 되었다.강재혁은 소파에 앉은 채 잔뜩 어두운 얼굴로 문채아를 바라보다 정적을 깨고 먼저 입을 열었다.“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15분 전, 강재혁은 문채아와 박도윤이 호텔에서 마주쳤다는 안강훈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은 후 그는 곧장 호텔로 달려왔고 마침 로비에서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귀를 막고 있던 문채아와 마주쳤다.강재혁은 이번에야말로 문채아가 박도윤과 강지유를 어떻게 해달라는 부탁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문채아는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고민하다 천천히 입을 뗐다.“저... 어제 차 안에서 부탁을 할 거면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만큼 큰 부탁을 하라고 하셨잖아. 그래서 말인데 지금 그 부탁, 해도 될까요?”강재혁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큰 부탁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던 것 같은 얼굴이었다.5초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그의 입술이 다시 벌어졌다.“내가 한시라도 빨리 빚을 갚길 원하나 보지? 그래, 얘기해 봐. 정말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만큼의 부탁인지 한번 들어볼게.”“충분할 거예요.”문채아가 두 손을 꽉 잡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빚을 갚고도 남는 얘기였으니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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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혹시 나랑 결혼하는 게 영 내키지 않는 걸까?’문채아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강재혁의 마음도 이해는 갔다. 아무리 계약 결혼이라고 해도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와 부부행세를 하는 게 싫을 수 있으니까.문채아는 실패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무거웠지만 그래도 애써 괜찮은 척 먼저 말을 꺼냈다.“이해해요. 저는 대단한 집 딸도 아니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으...”“난 박도윤이 아니야. 그따위 웃기지도 않는 급 나누기 같은 거 안 해.”강재혁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나는 네가 괜찮은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라는 거 누구보다 잘 알아. 그리고 네가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여자라는 생각, 한 번도 해본 적 없어.”문채아의 심장이 움찔했다. 강재혁은 아마 모를 것이다. 그의 말이 오랜 시간 짓눌린 채로 살아왔던 그녀의 가슴에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는지.문채아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것을 꾹 참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저와 결혼해 주시는 거예요?”“아니.”“...응?”지나치게 빠른 거절에 문채아는 순간 벙쪄 버리고 말았다.‘아니... 왜? 방금은 긍정적인 답변만 나와야 하는 분위기 아니었어?’강재혁은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네 제안은 꽤 매력적이었어. 빚을 다 갚기에도 충분했고. 매니저가 너한테 얘기해줬던 대로 나는 착하고 그 여자 사주를 받지 않은 아내가 필요해. 그리고 너는 결혼으로 네가 걱정하고 있는 그 두 사람을 완벽히 떨쳐낼 수 있고.”“그런데 왜...”“네가 충동적으로 한 결정이길 원하지 않으니까.”강재혁이 문채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너한테 일주일 시간을 줄게. 일주일 안으로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 만약 일주일이 지난 뒤에도 네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그때는 바로 혼인 신고하러 갈 거야.”이건 강재혁이 문채아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문채아는 조금 멍한 얼굴로 그의 말을 하나하나 다시 곱씹어보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러니까 제가 고민하는 일주일 동안 강재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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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하지만 신분증을 어떻게 얻어내지?’문채아는 강재혁이 일 때문에 다시 회사로 돌아간 후 룸서비스를 먹으며 박도윤의 손에서 신분증을 얻어낼 방법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그런데 방법을 생각해 내기도 전에 문영란이 찾아왔다.“문채아! 너 왜 엄마 전화 안 받아? 엄마는 너 찾겠다고 안 가본 곳이 없는데 너는 호텔에서 팔자 좋게 쉬고 있어? 아저씨가 너 벌 안 준대. 그러기로 결정했어. 그러니까 빨리 따라 나와. 집으로 가게!”문영란은 말을 마친 후 그대로 문채아를 끌고 차에 올라탔다.그 과정에서 문채아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니라 신분증을 찾으려면 반드시 집으로 돌아야 가야만 하니까.‘내가 호텔에 있다는 소식은 박도윤이 흘렸나 보네. 그런데 벌을 안 준다고?’문채아는 박진성이 마음을 바꾼 게 이상했다.‘강지유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는데 왜 마음을 바꾸신 거지?’마음을 바꾼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기에 문채아는 일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문영란은 문채아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후 아무 말 없이 과일을 깎아 딸 앞에 놓아주었다.그러고는 맞은편 소파에 앉자마자 하고 싶은 말을 빠르게 쏟아냈다.“너 대체 그날 왜 그런 거야? 집안일에 다른 사람을 왜 끌어들여? 그곳도 강재혁을! 너 그거 엄청 경위 없는 짓이야. 다른 집 같았으면 절대 이렇게 안 끝내. 알아?”“지유 씨가 그날 너를 오해했던 게 마음에 걸린다고 네 방을 싹 다 새로 인테리어 해줬어. 그러니까 너도 이제 철없이 굴지 말고 나중에 지유 씨 만나면 사과해. 채아야, 사람이 능력이 없으면 빌붙기라도 해야 하는 거야. 앞으로 도윤이나 지유 씨한테 신세 질 일 많을 테니까 지유 씨한테 잘해.”문영란은 결과적으로 강지유에게 잘하라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이다.문채아는 아무 말 없이 과일을 먹었다. 빨갛게 부어올랐던 그녀 볼은 강재혁의 의사가 발라준 약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다시 결점 하나 없는 도자기 같은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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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너!”문영란은 아무것도 없이 박진성과 결혼했다. 결혼한 뒤로 그녀는 늘 안주인의 마음으로 남편과 그의 아들을 챙겼다.하지만 그녀도 알고 있다. 도우미들이 그녀를 뒤에서 뭐라고 하는지, 뭐라고 그녀를 비웃어대는지.그런데 그걸 딸인 문채아가 그녀의 마음을 고려하지도 않고 입 밖으로 내버렸다. 입 밖으로 내 그녀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문영란은 화를 내려는 듯한 기세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갑자기 어지러운 느낌에 몸을 휘청였다.“몸도 안 좋으신데 이만 올라가 보세요. 채아한테는 제가 잘 얘기할게요.”그때 계단 쪽에서 박도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표정한 얼굴로 유유히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들은 것 같았다.문영란은 박도윤을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는 그녀도 확실히 깨달았다. 그녀는 더 이상 겉으로만 온순한 딸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문영란은 문채아를 한번 노려본 후 이마를 짚으며 계단을 올라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거실에는 이제 문채아와 박도윤 둘만 남게 되었다.박도윤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표정 관리를 한 후 문채아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아버지가 왜 벌을 취소했는지 너도 의아했던 참이지? 강재혁이 너한테 빚을 갚겠다고 지유한테 회사에서 나가라고 했어. 그게 싫으면 집으로 가 엄벌을 받으라고 했고. 그래서 네가 지유한테 한 말 취소해 달라고 강재혁한테 연락해 줬으면 해.”“...그러니까 갑자기 벌을 취소한 게 강지유 씨 때문이라는 소리야?”문채아가 물었다.“응.”박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씨 가문의 체벌은 자비 없기도 유명해. 지유는 몸이 약해서 체벌을 견디지 못할 거야. 그리고 어렵게 들어간 회사인데 갑자기 내쫓기게 되면 충격이 매우 클 거야. 그날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너한테 사과하라고 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없던 일로 해. 어차피 너도 손해 볼 거 없잖아.”문채아는 박도윤의 말이 기가 막혀서 웃음이 다 나왔다.“그게 지금 내 앞에서 할 말이야? 뭐가 그렇게 당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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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다섯 날 내리 비가 내렸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먹구름이 가시고 화창한 햇살이 비췄다.하지만 강지유의 마음은 맑은 하늘과 달리 우중충하기만 했다. 바로 내일이 강재혁이 얘기했던 일주일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만약 내일까지 선택을 하지 않으면 그녀는 감옥으로 가 꼼짝없이 10년의 징역형을 살게 된다. 반대로 만약 체벌받는 걸 선택하게 되면 1시간 내리 어두운 방에 갇힌 채 채찍을 맞게 된다.강지유는 어릴 때 강재혁이 체벌받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남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강재혁은 한 달 내내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런 체벌을 강지유가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회사에서 나가게 되면 친구들에게 창피를 당하는 건 둘째 치고 양현주에게 뭐라 할 말이 없게 된다.양현주는 아직 강지유와 강재혁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딸이 회사를 나가지 않는 게 그저 단순히 피곤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 강지유의 방으로 찾아와 얘기를 나눴다.“엄마가 너 회사에 들여보내려고 엄청 노력한 거 알지? 강재혁은 더 이상 어릴 때의 강재혁이 아니야. 그러니까 잘 살고 싶으면, 아니, 사람답게 살고 싶으면 회사에서 네 세력을 만들어. 네 오빠가 해외로 나가 있는 지금 널 지켜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엄마가 잔소리하는 것 같아 속상했지? 내일 지유 생일이라고 엄마가 크루즈 빌려뒀어. 도윤이랑 같이 재밌게 놀아. 박씨 가문의 도움이 있으면 강재혁 상대하는 게 더 수월해질 테니까 도윤이랑 싸우지 말고 약혼 꼭 하는 거로 하고. 딸, 생일 잘 보내고 나면 내일모레는 꼭 출근해야 해. 알겠지?”양현주는 사람 좋은 얼굴로 압박이 가득 담긴 말을 건네고는 다시 유유히 방을 나갔다.강지유는 양현주가 다 자신을 위해서 이러는 걸 알지만 문제는 내일까지 결정을 하지 않으면 출근이고 뭐고 없었다.불안해진 강지유는 욕설을 내뱉으며 불안을 다스리다 결국에는 박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문채아 잡아 오면 강재혁 그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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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그래서 그는 물컵을 내려놓은 후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지 물어볼 생각으로 다시 강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야 막을 수 있을 테니까.그런데 통화버튼을 누르려던 그때, 박진성이 집안으로 돌아왔다.박진성은 부엌에 있는 아들을 보더니 눈썹을 끌어올리며 물었다.“어디 아파? 안색이 안 좋은데.”“밥을 먹지 않아서 위가 좀 쓰린 것뿐이에요. 약 먹으면 금방 나아요.”박도윤의 말에 박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아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일하는 것도 좋지만 몸 건강도 챙겨. 그리고 지유도 잘 챙기고. 불안한지 나한테까지 전화가 왔더라. 채아와 지유 일을 하루라도 빨리 해결을 봐야겠어. 아니면 너희 약혼에 영향이 갈 거야. 그리고 해정 그룹에도 영향이 미칠 거고.”박진성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그러고 보니 채아가 아직 어려서 집에 적응을 잘 못 했을 때 네가 많이 도와줬었지? 사이가 좋았던 거로 아는데 지유 때문에 채아한테 억지로 전화하라고 하려니 네 마음도 힘들겠네.”박도윤은 한숨을 한번 내쉬는 박진성을 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아버지도 참. 힘들 게 뭐가 있어요. 채아는 그저 우리 집에 사는 남이나 다름없잖아요. 어릴 때 채아를 곁에 뒀던 건 단지 심심해서일 뿐이었어요. 저도 이제 다 컸는데 뭐가 더 중요한지 모르겠어요?”문채아와 강지유는 애초에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박진성은 아들의 말에 어깨를 두어 번 더 토닥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역시 내 아들 맞네.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나도 안심이야. 지유가 왈가닥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너한테 도움이 많이 되는 아이야. 나는 너희 약혼이 아주 마음에 들고 결혼까지 갔으면 해. 그리고 도윤아, 나는 네가 복잡한 일이 터질 때마다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하는 게 참 뿌듯하고 좋았어. 항상 잘 해냈으니까. 그러니까 이번 일도 실망하게 하지 않길 바란다, 아들. 알겠지?”박진성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박도윤을 한번 바라보고는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박도윤은 박진성이 올라간 후 식탁 의자를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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