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죄송합니다!”사실 문채아가 사과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뒤돌자마자 휠체어에 앉은 여자가 보여 문채아는 일단 사과한 후 신분증을 줍기 위해 몸을 살짝 숙였다.그런데 그때, 깡마른 손이 먼저 뻗어와 문채아의 신분증을 주웠다.여자는 신분증에 적힌 이름과 사진을 확인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문채아를 바라보았다.“문채아 씨 맞으시죠? 기사로 남편분과 함께 사진이 찍힌 걸 봤어요. 저, 두 분 팬이에요.”여자가 입꼬리를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문채아는 팬이라는 말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고는 콧잔등을 긁었다.“재혁 씨랑 함께 있는 사진이 많이 찍히긴 했지만 그거로 팬까지 생기게 될 줄은 몰랐네요. 혹시 이름이...”“오혜정이에요.”오혜정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이렇게도 우연히 만나게 될 수도 있는 거네요. 기뻐요.”오혜정은 우연히 만난 거라고 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어제 오후, 오상태과 여춘화가 이제 그만 집착을 내려놓고 강재혁을 포기하라고 몇 시간을 내리 설득했는데도 오혜정은 끝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병상에 누워있는 5년간, 끝이 없을 것 같은 어두운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었을 때 강재혁만이 그녀의 유일한 빛이자 출구였으니까.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그저 단순히 이성적인 감정으로 강재혁을 좋아하는 것에만 그쳤지만 사고 난 뒤에는 완전히 강재혁을 신처럼 여기고 그를 삶의 이유로 여기기 시작했다.만약 식물인간이 된 채로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으면 강재혁이 누구와 함께하든, 누구와 결혼하든 오혜정도 크게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고 큰 분노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강재혁이 붙여준 유능한 의료진들 덕에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그러니 깨어난 그 순간부터 강재혁은 응당 그녀의 남자여야만 했다.지금의 오혜정은 아무리 주변에서 강재혁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문채아라고 말해줘도 소용이 없었다.물론 그렇다고 오혜정도 완전히 머리가 텅 빈 여자는 아니었다.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그녀는 부모님의 설득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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