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의 모든 챕터: 챕터 311 - 챕터 320

412 챕터

제311화

이무현은 원래도 거침없는 사람이지만 오혜정 때문에 분노해 버려 이제는 아예 그녀의 체면이고 뭐고 봐주지 않았다.“너 형이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게 다 너희 집안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착각하지 마. 형은 가문으로 돌아온 뒤에 아무런 챙김도 못 받았으니까. 형이 회사 대표가 되고 지금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위치까지 오른 건 가문의 덕이 아닌 형 혼자 피를 깎는 노력을 해서야!”오씨 집안 사람들이 강재혁의 은인인 건 맞지만 강재혁은 집으로 돌아온 뒤 환영 같은 건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이방인처럼 늘 겉돌기만 했고 강의준의 묵인 아래 양현주의 갖은 괴롭힘과 압박만 받았다.강재혁은 그런 상황에서 홀로 견디고 힘을 기르며 천천히 자신이 설 자리를 다져갔다.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비즈니스 업계에서 두각을 보였을 때, 오혜정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새집과 직장, 그리고 집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다.강재혁은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그녀의 요구를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다 해주려고 했다.그런데 그 결과, 오씨 집안 사람들은 강재혁이 해주는 걸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고 앞으로도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적어도 오혜정은 자신은 충분히 받을 자격이 된다고 생각했다.“너희 집안이 해준 거에 비하면 문채아가 형한테 해준 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겠지. 그래, 목숨을 살려줬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형한테 갖은 도움을 요구하는 너와 달리 문채아는 형이 잘 풀린 뒤에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어. 형이 먼저 빚을 갚겠다고 했는데도 십여 년을 연락하지 않았어.”“그러다 몇 개월 전에 정말 벼랑 끝까지 몰리고 나서야 연락했어. 그것도 집에서 자기를 데리고 나와 주면 된다는 부탁 하나만 했고, 그거로 빚은 다 갚은 거로 하라고 했어. 만약 형이 빚 얘기를 들먹이며 멋대로 문채아를 곁에 두지 않았으면 문채아는 그 연락 한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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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누군가가 필요 이상으로 잘해주거나 지나친 성의를 보일 때는 의심할 필요가 있다.오씨 집안은 산 중턱에 집을 지은 채 살고 있었던, 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이었다. 그런데 자기 식구 챙기는 것도 여의치 않을 텐데 그들은 상처투성이인 남자아이를 주워 집에 데려간 것도 모자라 심지어는 그 아이를 위해 돈까지 빌려 치료해 주었다.이걸 과연 순순한 호의라고 할 수 있을까?아무리 예전이라도 가능한 일일까?이무현의 마지막 말에 오상택과 여춘화는 움찔하더니 정곡이라도 찔린 것처럼 몸을 살짝 웅크리며 시선을 피했다.오혜정의 얼굴도 조금 전과 달리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었다.하지만 이무현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기도 했고 화가 나 마음대로 내뱉은 말이기도 했기에 그들의 표정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그저 말을 마친 후 안강훈의 팔을 잡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 강재혁도 문채아 보러 집으로 돌아갔으니 그 역시 주연우와 만나는 일을 다시금 계획해야 했으니까.오혜정은 떠나는 두 사람을 잡지 않았다. 강재혁이 떠날 때처럼 화를 내며 분노를 터트리지도 않았다. 그저 멍하니 문 쪽을 바라보기만 했다.오상택과 여춘화는 두 사람이 사라지자마자 얼른 문을 닫으며 식은땀을 닦았다.“쟤, 쟤 대체 뭐니? 혜정아, 앞으로는 이무현이랑 말싸움하지 마. 재혁이 있을 때도 저런 식으로 말했다가는 아주 큰 일이 날 거야!”강재혁은 절대 쉬운 사람이 아니기에 주변인이 무심결에 흘린 한마디도 다시 생각하며 이상한 점을 캐치해 버릴 수도 있다.오혜정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모로 화가 난 상태라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오빠 없을 때 한 말이잖아요.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하지만 혜정아, 아빠랑 엄마는 불안해...”여춘화가 오혜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러지 말고 우리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 어때? 거기도 많이 발전해서 지금은 뭐가 많아. 며칠 전에는 인플루언서들의 홍보 덕에 여행 도시로도 선정되기도 했고. 재혁이가 사준 여기 집은 팔고 고향으로 내려가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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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재, 재혁 씨?”문채아는 다녀왔다는 인사말도 없이 대뜸 겉옷을 벗어버리는 강재혁을 보며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강재혁은 문채아 앞에 멈추자마자 곧바로 그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이에 문채아는 꼭 이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고 따뜻한 담요를 몸에 두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강재혁은 커다란 손으로 문채아의 허리를 감싼 후 천천히 손에 힘을 주었다. 이대로 그녀를 자기 품속에 완전히 집어넣으려는 사람처럼 말이다.“내 이름 불러줘.”조금 가라앉은 목소리가 문채아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곧이어 귓불을 맛보는 뜨거운 그의 입술도 느껴졌다.문채아는 강재혁의 행동에 심장이 빠르게 뛰며 늘 그래왔듯 열기로 머리가 녹는 것 같았지만 간신히 이성의 끈을 잡고는 입을 열었다.“외투 벗은 건 내가 소독약 냄새를 맡아버리게 될까 봐서예요?”문채아는 일전에 강재혁의 옷에 밴 소독약 냄새를 빠르게 눈치챘다. 그러니 분명 그녀가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옷을 벗어둔 게 분명했다.‘그럴 필요 없는데.’“재혁 씨, 동생분 만나러 가고 싶으면 편히 가도 돼요. 나 화 안 내요.”문채아가 웃으며 강재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재혁 씨가 없는 걸 보고 동생분 만나러 간 거겠구나 하고 이미 예상했어요. 동생분은 좀 어때요? 금방 깼을 때보다는 많이 안정됐죠?”“몰라...”강재혁은 침묵하다 한참 뒤에야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채아야, 그 애 얘기는 그만하자.”‘응? 갑자기 왜 이러지? 혹시 동생이랑 싸웠나?’문채아는 의문 가득한 눈으로 강재혁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야 할 것 같아 입을 열었다.그런데 뭐라 말을 내뱉기도 전에 강재혁이 갑자기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는 2층으로 향했다.그간의 경험으로 문채아는 강재혁의 이런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금방 알아챘다.그래서 동생 얘기는 뒤로한 채 줄곧 손에 들고 있던 꿀차를 꽉 쥐며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재혁 씨, 나 지금 손에 컵 쥐고 있어요. 이, 이거 아직 한 모금도 안 마셨는데...”“이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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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하는 건 너무 좋은 일이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복상사해 버릴 것 같아 문채아는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땀으로 범벅된 강재혁의 가슴을 힘껏 밀어냈다.“재혁 씨, 혹시 내가 재혁 씨를 흥분하게 만들만한 행동이라도 했어요?”이건 자의식과잉이 아니었다.문채아도 처음에는 강재혁이 동생과 싸워 기분이 안 좋아 잠자리하는 거로 푼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강재혁은 그 말에 멈칫하더니 이내 문채아와 깍지를 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불안해서 그래. 네가 나한테 화나서 내 곁을 떠나게 될까 봐.”“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문채아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야 강재혁이 불안해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으니까.“내가 재혁 씨한테 화를 왜 내요? 그리고 재혁 씨 눈에는 내가 화 좀 났다고 바로 재혁 씨 곁을 떠나는, 그런 매정한 사람으로 보여요?”“모르겠어...”모르는 게 없고 늘 한 걸음 뒤에서 모든 상황을 다 꿰뚫어 보던 강재혁이 지금은 길을 잃은 아이처럼 거세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문채아를 바라보았다.“채아 너는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야. 그래서 네가 진심으로 화를 내게 됐을 때 얼마나 무서울지 감이 안 잡혀. 상황을 돌이킬 기회도 없을 것 같아. 박도윤처럼 너한테 완전히 버려지게 될까 봐 겁이 나...”강재혁은 일전에 이무현에게 제2의 박도윤이 될 수도 있을 거라며 놀린 적이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이무현보다 자기가 먼저 제2의 박도윤이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치밀었다.문채아는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강재혁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그가 정말로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미소를 거두어들이며 진지하게 고민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박도윤처럼 될까 봐 걱정인 거면 재혁 씨한테도 한 번의 기회를 줄게요. 박도윤이 나를 배신했을 때 내가 박도윤에게 기회를 한 번 줬던 것처럼요. 그러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말아요. 물론 그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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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아, 죄송합니다!”사실 문채아가 사과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뒤돌자마자 휠체어에 앉은 여자가 보여 문채아는 일단 사과한 후 신분증을 줍기 위해 몸을 살짝 숙였다.그런데 그때, 깡마른 손이 먼저 뻗어와 문채아의 신분증을 주웠다.여자는 신분증에 적힌 이름과 사진을 확인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문채아를 바라보았다.“문채아 씨 맞으시죠? 기사로 남편분과 함께 사진이 찍힌 걸 봤어요. 저, 두 분 팬이에요.”여자가 입꼬리를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문채아는 팬이라는 말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고는 콧잔등을 긁었다.“재혁 씨랑 함께 있는 사진이 많이 찍히긴 했지만 그거로 팬까지 생기게 될 줄은 몰랐네요. 혹시 이름이...”“오혜정이에요.”오혜정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이렇게도 우연히 만나게 될 수도 있는 거네요. 기뻐요.”오혜정은 우연히 만난 거라고 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어제 오후, 오상태과 여춘화가 이제 그만 집착을 내려놓고 강재혁을 포기하라고 몇 시간을 내리 설득했는데도 오혜정은 끝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병상에 누워있는 5년간, 끝이 없을 것 같은 어두운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었을 때 강재혁만이 그녀의 유일한 빛이자 출구였으니까.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그저 단순히 이성적인 감정으로 강재혁을 좋아하는 것에만 그쳤지만 사고 난 뒤에는 완전히 강재혁을 신처럼 여기고 그를 삶의 이유로 여기기 시작했다.만약 식물인간이 된 채로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으면 강재혁이 누구와 함께하든, 누구와 결혼하든 오혜정도 크게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고 큰 분노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강재혁이 붙여준 유능한 의료진들 덕에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그러니 깨어난 그 순간부터 강재혁은 응당 그녀의 남자여야만 했다.지금의 오혜정은 아무리 주변에서 강재혁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문채아라고 말해줘도 소용이 없었다.물론 그렇다고 오혜정도 완전히 머리가 텅 빈 여자는 아니었다.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그녀는 부모님의 설득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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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그날 밤, 오혜정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자학하듯 문채아와 강재혁에 관련된 기사만 계속 바라보았다.그런 바람에 그다음 날인 오늘, 오혜정의 건강 수치는 급격히 불안정해졌고 이에 주치의는 오혜정과 함께 재호 그룹 산하의 병원으로 향했다.오혜정이 그간 신세 지고 있었던 글로리 호텔 스위트 룸도 웬만한 병원 못지않게 기기들이 많았지만 MRI 검사 기기 같은 큰 기기들은 없었기에 병원에 가야만 했다.그런데 병원에 도착해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오혜정은 마치 운명처럼 원무 창구에서 접수하고 있는 문채아를 발견했다.그래서 그녀는 적당한 핑계를 대 주치의를 보내버린 후 홀로 휠체어를 끌고 문채아 쪽으로 다가갔다.오혜정은 미소를 살짝 거두어들이며 밤새 봤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몇 시간 내리 봤던 터라 나중에 실제로 문채아를 봐도 큰 감흥은 느끼지 못하게 될 줄 알았는데 저도 모르게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문채아는 오늘 간단한 하늘색 원피스에 편한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는 위로 질끈 묶고 있었고 얼굴은 화장기 하나 없는 쌩얼이었다.하지만 그런데도 입술은 앵두처럼 빨갰고 피부는 광이 나는 것 같았으며 특히 두 눈은 꼭 필터라도 낀 것처럼 초롱초롱했다.남자는 물론이고 같은 여자도 충분히 홀릴 수 있을 외모였다.게다가 몇 개월 전의 기자회견 때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남편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었다.5년 만에 깨서 살집 하나 없고, 머리도 푸석푸석하고, 언뜻 보면 음침한 기운까지 흐르는 오혜정과는 완전히 달랐다.‘나도... 나도 이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반짝반짝 빛났단 말이야.’오혜정은 질투가 밀려와 손에 든 신분증을 꽉 말아쥐었다. 얼마나 세게 힘을 주었는지 손등에 핏줄이 다 보였다.하지만 문채아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저 똑같이 웃어주며 말을 건넸다.“저랑 저희 남편을 좋아해 주셔서 고마워요.”그러고는 오혜정의 휠체어 손잡이를 잡으며 팬을 만난 김에 좋은 일을 하려고 했다.“진료받으러 오신 거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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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아, 아니요. 임신 안 했어요.”문채아는 오혜정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쳐댈 줄은 몰랐는지 서둘러 주위를 한번 훑고는 재빨리 해명했다.“아이 가질 준비를 하려고 병원에 온 거예요.”“진짜예요? 거짓말 아니죠?”어둡게 가라앉았던 오혜정의 얼굴에 평온한 빛이 감돌았다. 무섭게 뛰던 심장도 다시금 안정을 되찾았다.“정말 아이 없는 거 맞죠?”문채아는 그렇다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대답을 해준 후 어쩐지 오혜정의 태도 변화가 이상하게 느껴져 눈썹을 꿈틀거렸다.그야 오혜정은 자기 입으로 그녀와 강재혁의 팬이라고 했던 여자였으니까.‘나랑 재혁 씨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 팬으로서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세상이 다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은 거지?’문채아는 휠체어에서 손을 떼고는 경계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진료 다 보신 거면 제가 데려다줄 필요는 없겠네요. 그보다 이제 제 신분증 좀 주시겠어요? 진료받으러 가야 하거든요.”“아, 죄송해요. 깜박했어요.”오혜정은 얼른 신분증을 문채아에게 돌려주었다. 그러고는 바로 죄책감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해명했다. 자신의 태도 변화로 문채아가 의구심을 품게 된 걸 그녀도 눈치챘으니까.“제가 이상한 반응을 보여서 조금 놀라셨죠? 죄송해요. 채아 씨가 너무 부러워서 그랬어요. 제가 큰 사고를 당한 바람에 많이 아팠거든요. 그래서 채아 씨처럼 건강한 여성분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또 저도 모르게 속상한 감정이 들기도 해요.”오혜정은 그렇게 말하며 금방이라도 울려는 사람처럼 눈시울을 붉혔다.문채아는 신분증을 건네받은 후 오혜정의 얼굴을 보고는 조금 불쌍하게 느껴져 딱딱했던 말투를 풀었다.“이미 다쳐버린 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오혜정 씨는 아직 젊으니까 꾸준히 몸조리하면 분명 금방 건강해질 수 있을 거예요.”“고마워요. 저랑 친한 오빠도 저한테 그렇게 말해줬어요. 사실 제가 식물인간 상태에서 깬 것도 다 그 오빠 덕분이에요. 오빠가 곁에 있어 줄 걸 알아서 더 눈을 뜨려고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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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문채아는 고개를 돌려 오혜정이 향한 곳을 바라보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혜정 혼자였는데 지금은 웬 남자와 같이 있었다. 남자는 다급하게 휠체어를 끌고는 이내 오혜정과 함께 멀리 떠나버렸다.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한 뒷모습에 문채아는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그런데 그때, 웬 남자 인영이 앞을 막아서며 그녀를 제지했다.깜짝 놀란 문채아는 눈을 크게 떴다가 누군지 확인하고는 곧바로 표정을 지웠다.박도윤이었다.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쩌다 온 병원인데 연이어 이상한 사람들만 만나게 되었다.하지만 박도윤의 얼굴을 볼 때 그녀와 마주치려고 일부러 병원까지 찾아온 건 아닌 듯했다.박도윤은 문채아를 발견하자마자 계속 문채아만 바라보았다.“병원에는 무슨 일이야? 어디 다쳤어?”“아니.”문채아는 그다지 얘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짧게만 대답해 주었다.“갈게.”“잠깐만. 아무 일도 없는 거면 병원까지 오지 않았겠지. 어디가 아픈 건데? 얘기해 봐.”박도윤은 걱정이 되는 듯 문채아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갔다.문채아는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모자라 팔까지 잡으려는 듯한 그의 행동에 잔뜩 경계하며 손을 탁하고 쳐버렸다. 그러고는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듯한 눈빛으로 박도윤을 바라보았다.“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캐묻지 마. 나도 너 병원에 왜 온 건지 안 묻잖아.”“채아 씨, 대표님이 병원을 찾은 건 손을 다쳐서예요.”그때, 박도윤의 곁에 서 있던 비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박도윤의 팔을 부축했다. 그러고는 동정심이라도 유발하듯 불쌍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매우 약해져 있는 상태니 너무 거칠게 대하지 말아주세요.”문채아는 그 말에 그제야 박도윤이 다른 한 손을 계속 등 뒤에 숨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박도윤은 문채아의 뿌리침에 잠깐 휘청이다가 중심을 잡기 위해 드디어 숨기고 있던 손을 앞으로 드러냈다. 그의 손은 붕대로 칭칭 감겨있었고 피가 아직 덜 멎은 건지 빨간색이 붕대에 잔뜩 스며들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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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비서는 그렇게 말한 후 곧바로 두 사람의 곁을 떠나버렸다. 1초라도 더 머뭇거렸다가는 바로 문채아에게 잡혀버릴 테니까.문채아는 비서가 이런 식으로 박도윤과 둘만 있는 상황을 만들어버릴 줄은 몰랐기에 얼굴을 확 굳혔다.‘이러면 내가 순순히 박도윤의 곁에 있어 줄줄 알았나 보지? 천만에!’문채아는 비서가 생각하고 있는 만큼 순종적인 사람이 아니었다.“나는 네 보호자로 너 진료 보는 데 따라갈 생각 없어.”문채아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애도 아니고, 진료 정도는 혼자 볼 수 있잖아. 그리고 보호자가 필요한 거면 나한테 부탁할 게 아니라 강지유한테 부탁해야지. 네 약혼녀는 강지유니까.”물론 문채아는 박도윤을 도와 강지유에게 대신 연락해 줄 생각도 없었다. 별것도 아닌 일에도 크게 발작하는 강지유가 지금 상황을 알게 되면 또 미친 사람처럼 욕설을 퍼부으며 그녀를 죽이려고 들 테니까.박도윤은 바로 대답하는 것이 아닌 조금 짙어진 눈으로 그저 문채아를 지그시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한참 뒤에야 주먹을 꽉 말아쥐며 입을 열었다.“내가 왜 다쳤는지. 어떻게 하다가 다쳤는지, 정말 하나도 안 궁금해?”이건 박도윤의 비서가 문채아의 입에서 끌어내고 싶었던 질문이었다.하지만 문채아는 비서가 원하는 대로 질문해 주지 않았고 이에 박도윤은 자기가 직접 물었다.문채아는 찌푸려졌던 미간을 천천히 펴고는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응, 안 궁금해. 네가 피규어 조각에 찔렸든, 칼에 찔렸든, 이제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니까.”“상관이 없어?”박도윤은 상관없다는 말에 대뜸 웃음을 터트리더니 분노와 상처로 가득 얼룩진 눈으로 문채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만약 손을 다친 게 강재혁이었어도 네가 이렇게 무심하게 굴었을까? 강재혁이 나와 똑같이 붕대를 감고 있었어도 네가 이렇게 차갑게 대답했을까?”“재혁 씨 끌어들이지 마.”문채아가 기분 나쁘다는 듯 바로 반박했다.“재혁 씨가 너랑 같아?”어젯밤, 강재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한 얼굴로 자신이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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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그, 그럼 안 하시면 되죠.”비서는 그렇게 말한 후 곧장 화제를 돌렸다.“대표님 예약한 시간이 거의 다 돼가는데 슬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빨리 손을 치료하셔야죠.”“안 돼.”박도윤은 고개를 저으며 비서를 밀어내더니 갑자기 다친 손을 들어 의자 변두리 쪽으로 가져갔다.그 모습을 본 비서는 깜짝 놀라며 얼른 그를 말렸다.“대표님, 뭐 하세요! 왜 일부러 뾰족한 곳에 손을 가져가시는 거예요? 이러다 상처가 더 벌어지면 어쩌시려고!”“그게 목적이라면?”박도윤은 그렇게 말하며 문채아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채아가 나한테 그랬어. 자기한테는 이제 강재혁이 있다고, 강재혁이 지켜주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 관심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하지만 나도 강재혁과 크게 다를 거 없잖아. 강재혁이 할 수 있는 건 나도 할 수 있어.”박진성은 박도윤에게 잘 드는 칼이 되라고 했다.박진성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게 누군지는 아직 확실히 모르지만 박도윤은 직감적으로 그게 누구든 문채아에게 아주 파멸적인 영향이 가게 될 것만 같았다.박도윤은 이제껏 문채아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줬기에 더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고 박진성이 그를 이용해 문채아에게 상처 주는 상황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무딘 칼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심지어 더 나아가 당분간 그 어디에도 쓸모없는 짐짝이 되어버리기로 했다. 자신이 쓸모없어진 만큼 문채아는 안전해지게 될 테니까.“내가 손을 모서리 부분에 세게 찍어 눌러 상처가 더 벌어지면 다 나을 때까지 적어도 보름은 걸리겠지?”박도윤이 비서를 바라보며 물었다.“네, 그렇죠...”비서는 무모한 그의 행동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하지만 대표님, 이제껏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데다가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상태인데 또 한 번 충격이 가해졌다가는 신경이 다쳐 아예 손을 쓰지 못하게 되어버릴 수도 있어요!”박도윤은 입을 꾹 닫은 채 피가 새어 나오는 붕대를 바라보며 일전에 문채아가 다쳤던 것을 떠올렸다.당시 문채아는 문영란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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