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걱정해 주는 마음은 고마운데 이건 아닌 것 같아. 네가 그 몸으로 무리하는 것도 싫고.”이무진은 그 말에 손을 움찔 떨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내가 너무 귀찮게 했지? 전시회가 코앞이라 네가 또 끼니를 거르면서 일을 할까 봐 걱정돼서 그랬어. 무현이는 세심한 편이 아니라서 이런 거 안 챙겨줄 테니까 나라도 챙겨주려고 한 거야.”“무진아, 여자 곁에 꼭 남자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야. 꼭 남자의 챙김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야.”주연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반박했다.이무진이 좋은 사람인 것도 알고 늘 자신보다 타인을 더 생각해 주는 그의 마음이 고맙기도 하지만 남자가 곁에 있지 않으면 여자는 힘들 거라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무진이 너는 앞으로 네 몸만 챙겨.”이무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내린 채 도시락 봉투를 꽉 잡고 있기만 할 뿐이었다.잠시 후, 이무진은 결국 도시락을 건넨 뒤 곧바로 기사를 불러 자리를 벗어났다. 사무실에서 나갈 때, 그는 속상해하는 법 없이 평소처럼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이무진이 나간 후, 사무실은 또다시 문채아와 주연우만 남게 되었다.문채아는 아까 이무진이 봉투를 꽉 잡고 있다 못해 손이 다 하얘진 것을 보았기에 주연우를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연우야, 무진 오빠가 너 좋아하는 거, 너도 눈치챘지?”“...응.”주연우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타인의 감정에는 늘 둔감했던 그녀지만 이번만큼은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이무진이 대놓고 호감을 보여왔으니까.주연우는 그저 둔감할 뿐이지 장님은 아니었다.“하지만 나는 이무진 안 좋아해. 십여 년을 친남매 같은 친구로 지냈기도 했고 애초에 정략결혼 얘기가 나왔을 때도 나는 거절하려고 했었어. 그리고 지금은 이무현이랑 이혼한다 해도 이무진이랑 잘해볼 생각 없고.”이씨 가문의 둘째와 이혼하고 그 집안의 첫째와 다시 결혼하는 짓을 주연우는 할 수 없었다. 설사 이무진은 가능하다고 해도 말이다.문채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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