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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편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691 - チャプター 700

772 チャプター

제691화

송남지는 민지현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하정훈과의 일을 주변 사람들이 다 알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송남지는 그저 민지현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민 실장님, 성은 그룹 투자는 기대하지 말아요. 분명히 말해두는데, 재스민이 거기서 투자를 받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민지현도 바보가 아니었다.송남지의 단호한 태도에서 두 사람 사이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생겼음을 직감했다.재스민이 성은 그룹의 투자를 받을 수 없다는 건, 곧 하정훈과의 관계에 금이 갔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천억이라는 투자금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천억이라는 현금을 선뜻 내놓을 투자자를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민지현은 머릿속이 복잡해져 미간을 찌푸린 채 해결책을 고민했다.송남지는 그런 민지현을 보며 살짝 웃었다.“난 실장님이 하정훈이랑 무슨 일 있냐고 캐묻거나, 그래도 성은 그룹만 한 곳이 없다고 설득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민지현은 한숨을 쉬며 송남지를 마주 보았다.“같은 여자끼리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아나요? 성은 그룹이 투자를 포기한다는 말 한마디에 이미 답은 나온 거죠. 시댁에 돈 부탁하는 건 진짜 마지막 자존심까지 다 긁어서 내미는 건데 나중에라도 무슨 일 생기면 그쪽에서 얼마나 유세를 떨겠어요. 남지 씨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송남지는 묘한 감동을 느꼈다.다만 민지현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시댁에 아쉬운 소리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이제 곧 시댁이라는 말조차 쓸 수 없는 사이가 될 거라는 사실이었다.민지현은 계속해서 송남지를 위로했다.“세상에 돈 많은 사람이 하정훈 하나뿐인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 재스민은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서경 미대 출신인 관장님에 실력파 작가까지 있는데 우리한테 투자하는 건 똑똑한 투자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다만 목표 금액이 천억이나 되다 보니 시간이 좀 빠듯할 뿐이에요.”수억 정도면 몰라도 천억을 한꺼번에 모으는 건 확실히 난제였다.“비서 시켜서 일단 명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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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송남지는 질색하며 단호하게 거절했다.“난 그런 취향 아니니까 마음만 받을게요.”민지현은 선물 받은 가방을 애지중지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관장님이 이렇게 통 크게 나오시니 저도 더 이상 아껴둘 수 없겠네요.”그러면서 민지현은 명함 한 장을 꺼내 놓았다.“원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숨겨둔 마지막 카드였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아요.”송남지는 민지현이 건넨 명함을 받아 들었다.명함에 적힌 이름은 송남지도 익히 들어본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서경 사교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거물로 그 자산을 가늠하기조차 힘든 대단한 재력가였다. 서경에서 돈이 된다 싶은 사업에는 모두 그의 지분이 섞여 있었다.“천남현...”송남지는 그 이름을 나직이 불렀다.“전에 천남현이 애타게 찾던 해외 작품을 수소문해서 구해준 적이 있거든요. 그때 받은 거예요.”민지현이 말했다.이런 급의 인사들은 명함을 아무에게나 뿌리지 않는다.그들에게 명함이란 일종의 보답이자,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주겠다는 무언의 약속과도 같았기 때문이다.송남지는 명함을 손에 꽉 쥐고 민지현을 벅차게 껴안았다.“지현 씨 고마워요!”포옹을 푼 송남지는 지체 없이 소지품과 차 키를 챙겨 외출 준비를 했다.민지현의 얼굴에 약간의 우쭐함이 비쳤다.“역시 결정적인 순간엔 제가 도움이 되죠?”“도움이라니요. 완전 구세주인데요!”송남지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차 키를 쥐고 문으로 향했다.거침없는 행동파다웠다.사무실을 나서자마자 다른 부서에 와 있던 방송국 관계자가 눈에 띄었다.‘강 총괄? 갑자기 여기까진 웬일이지?’강태건은 송남지를 보자마자 구세주라도 만난 듯 다급히 달려와 물었다.“관장님, 박재용 씨와 연락이 닿질 않아요! 이제 어쩌면 좋습니까? 그 친구 때문에 프로그램이 펑크 나게 생겼는데. 지금 박재용 씨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인데 불만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의할 용의가 있으니 제발 잠적 같은 건 하지 말아 달라고 전해주세요!”연휴 동안 송남지는 잠시 박재용의 존재를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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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송남지는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이렇게 제 소매를 붙잡고 계신다고 해서 여기서 박재용 씨가 툭 튀어나오는 건 아니잖아요?”지극정성으로 설득한 끝에야 강태건도 한발 물러섰다.그는 못내 아쉬운 듯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송 관장님. 그럼 얼른 가보시고 무슨 소식이든 생기면 제일 먼저 알려주셔야 합니다. 제작비만 계속 까먹고 있을 순 없으니까요.”송남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차에 올라탄 그녀가 처음으로 전화를 건 곳은 명함에 적힌 천남현이었다.신호음이 세 번쯤 울렸을 때 젊고 맑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서인 듯했다.“안녕하세요, 재스민 갤러리 관장 송남지입니다. 천 대표님 좀 바꿔주시겠어요?”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정중하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졌다.“예약은 하셨나요? 오늘 스케줄에는 없으신데 죄송합니다.”송남지는 서두르지 않고 민지현의 일을 언급하며 설득했다.“예약은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실은...”비서도 눈치가 빨랐다.“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표님과 확인해 볼게요.”약 1분 뒤, 비서가 다시 말을 전했다.“송남지 씨, 대표님께서 한 시간 뒤에 가볍게 차 한잔하자고 하십니다.”그제야 송남지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약속 장소를 내비게이션에 찍고 차를 출발시킨 그녀는 그제야 박재용에게 연락을 시도했다.박재용이 북유럽 오로라에 정신이 팔려 국내 상황을 까맣게 잊은 게 아닌가 싶었다.평소의 그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으니까.하지만 몇 번을 걸어도, 메시지를 보내도 돌아오는 건 묵묵부답뿐이었다.이 지독하게 익숙하고 찜찜한 기분이 다시 송남지를 엄습했다.하정훈에게 연락할 때와 똑같은 기분이었다.늘 닿지 않는 그 막막함.응답 없는 메시지와 전화를 보며 송남지는 나직하게 읊조렸다.“정말 철부지라니까. 공적인 일까지 잊어버린 거야?”재스민은 박재용의 출퇴근에 관여하지 않았다.제시간에 작품만 완성하면 그만이었지만, 방송팀은 그가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송남지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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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송남지는 그 메시지가 업무와 관련된 것이거나 친구가 보낸 것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하정훈의 답장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휴대폰 잠금을 해제하는 순간 그녀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리고 답장을 확인한 순간, 그녀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얽혀버렸다.[그래.]너무나도 짧고 간결한 대답이었다. 그 짧은 두 글자 너머로 하정훈의 냉혹한 얼굴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미간을 잔뜩 찌푸린 송남지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슬픔, 괴로움, 실망, 억울함... 모든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메시지 한 통에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그녀는 금방이라도 그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송남지는 찢어질 듯한 가슴을 부여잡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누군가 목을 조르는 듯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고 형언할 수 없는 억울함과 답답함이 눈물이 되어 터져 나왔다.좁은 차 안은 그녀의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흐려진 시야 너머로 하정훈이 보낸 그 차가운 한마디가 더는 보이지 않았고 휴대폰 액정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미친 듯이 하정훈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받지 않았고 결국 음성 메시지에 대고 울분을 토해냈다.휴대폰을 꽉 쥔 채 그녀는 무너진 마음으로 하정훈의 만행을 하나하나 읊조렸다.“대체 그 여자랑 언제부터 시작된 거야? 동남아 출장 전이야, 아니면 그 후야? 당신 정말 경멸스러워, 하정훈. 오직 나 하나만 사랑하겠다고 그토록 맹세했으면서... 비겁하게 숨어버린 당신이 이렇게 한심할 줄 몰랐어. 감히 이혼하자는 말조차 꺼낼 용기가 없어서 내가 먼저 지쳐서 말할 때까지 그 어둡고 축축한 구석에 숨어 있었던 거니? 왜, 내게 재산이라도 떼어주는 게 아까웠어? 하정훈! 넌 사람도 아니야, 최소한 남자도 아니라고!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책임감 없는 인간이야! 당신이 너무 싫어, 증오스러워! 아니, 당신은 내 증오를 받을 가치조차 없는 사람이야. 당신 같은 인간은...”송남지는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으나 이내 목이 메어왔다.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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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송남지 씨 맞으시죠?”송남지가 고개를 들자 검은색 정장 차림에 직업적인 미소를 띤 여자가 보였다.“안녕하세요, 제가 송남지입니다. 천 대표님 비서분이신가요?”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쪽으로 오세요.”송남지는 뒤를 따라 1분 정도 걸어 천남현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고 비서는 습관처럼 문을 두 번 두드렸다.“들어오세요.”안에서 낮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비서와 말투가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았다.누군가와 오래 일하면 말투까지 닮는다더니 정말인 모양이었다.사무실에 들어서자 송남지의 긴장이 조금 누그러졌다.천남현은 차 탁자 상석에 앉아 있었는데 차분한 분위기에 이목구비도 수려했다. 다만 권위적인 구석 없이 직접 차를 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비서가 눈치껏 자리를 비우자 송남지는 정중히 인사하고 손님 석에 앉았다.“천 대표님, 안녕하세요. 민지현 씨 소개로 찾아온 송남지입니다.”차를 우리는 데 집중하던 천남현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무심하게 대꾸했다.“네, 알고 있습니다. 재스민이 은씨 가문 따님과 조건부 계약을 맺었다죠? 투자받으러 오신 거겠군요.”송남지는 똑똑한 사람과 대화하는 게 좋았다. 군더더기 없이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그녀는 태블릿을 꺼내 재스민을 소개하기 시작했다.“역시 명석하시네요. 맞습니다, 투자받으러 왔어요. 하지만 단순히 인맥에 기댄 부탁은 아닙니다. 재스민은 충분한 잠재력이 있는 곳이거든요. 이번에 천 대표님이 힘을 실어주셔서 계약을 따낸다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송남지가 말을 이어가려던 찰나, 천남현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는 우려낸 차를 송남지의 잔에 따르며 말했다.“향이 좋습니다. 식기 전에 드시죠.”사실 송남지는 지금 차 맛을 음미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송남지의 머릿속은 뒤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했다. 방금 차 안에서 겪은 소동을 뒤로하고 이토록 평온하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잘 다스리고 있는 셈이었다.하지만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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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그 순간, 송남지의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신념처럼 붙들고 있던 무언가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것이다.송남지는 눈앞의 태연한 천남현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진실일 리 없다고 느꼈다.어쩌면 그녀는 마음 한구석에서 이것이 거짓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차분했던 안색에는 이내 억울함과 분노가 서렸다.“천 대표님, 그 말씀 책임지셔야 할 겁니다. 재스민에 투자하기 싫으신 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이유를 성은 그룹 핑계로 돌리지는 마세요.”천남현은 송남지가 너무나 순진하다는 듯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성은 그룹이 배후라는 걸 왜 그렇게 못 믿으시나요? 내가 알기로 하정훈 씨와 곧 이혼하신다던데.”송남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이혼 결심은 오늘 아침에야 내린 것인데 천남현이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천남현과 하정훈의 관계가 아주 가까워서 그 짧은 새에 말을 해줬던 걸까?’하지만 송남지는 예전에 두 사람 사이에 별다른 왕래가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그게 아니라면 하정훈이 사실 진작부터 그녀와 이혼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소문이 이미 퍼졌고 그래서 천남현이 알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두 가지 가능성 중 송남지는 후자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하정훈은 연락이 두절되었던 그 시점부터 이미 이혼을 준비해 온 것이었다.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떠나는 줄로만 알았건만, 사실은 하정훈이 파놓은 함정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간 꼴이었다. 하지만 성은 그룹이 왜 이 조건부 계약에 끼어든 것인지 송남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정훈이나 성은 그룹의 도움 따위 기대하지도 않았으나 이렇게 노골적으로 직접 앞길을 막아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엉망으로 얽힌 생각들 때문에 송남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녀는 멍하니 천남현을 바라보았고 천남현은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미안해요. 하정훈 씨가 곧 전처가 될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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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이렇게 무너져 내린 건 그녀 생애 처음 있는 일이었다.천남현은 담배 한 대를 물고 연기를 내뱉으며 쓰디쓴 진실을 확인해주었다.“네, 송남지 씨. 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송남지는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감정에 휘둘려 울어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굵은 눈물방울은 속절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천남현은 당황해 차 탁자에 담뱃재를 떨어뜨리며 황급히 휴지를 챙겨 송남지에게 내밀었다.송남지는 실례를 범했다는 생각에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다급히 손등으로 뺨을 적신 눈물방울을 거칠게 훔쳐내고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죄송합니다, 천 대표님. 너무 오래 시간을 뺏었네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천남현은 여전히 휴지를 건네려 했다.어떻게 여자가 저렇게 손등으로 눈물을 대충 쓱 닦아버릴 수 있단 말인가?천남현이 일어나 송남지를 뒤쫓으려 했지만, 손에 휴지를 쥐여주기도 전에 송남지는 이미 황급히 도망치듯 떠나버렸다.문밖에서 대기하던 비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천남현이 뒤따라 나오자 비서가 물었다.“대표님, 송남지 씨를 다시 모셔올까요?”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지는 송남지의 뒷모습을 보며 천남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아니, 됐어. 전해야 할 말은 다 했으니 내 할 일도 끝났어.”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일정을 물었다.“대표님, 오후엔 다른 일정이 없으신데 은지영 씨 스케줄을 확인해 드릴까요?”천남현의 시선은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기에 머물러 있었다.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다만 그는 곧장 넓은 창가로 향했고 창가에 서서 마음이 무너진 여자가 차를 향해 달려가며 끊임없이 눈물을 닦아내고 있는 처량한 모습을 내려다보았다.천남현은 손에 든 휴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왜 어떤 여자들은 울 때 저렇게 서럽고 처량해 보이지?”비서는 천남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듯 멍해졌다.그녀는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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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비서는 웃으며 천남현을 위로했다.“대표님, 송남지 씨는 원래 성은 그룹에서 내친 며느리일 뿐이잖아요. 대표님이 무슨 나쁜 짓을 해서 지금 상황이 벌어진 건 아니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사실 천남현은 애초에 이 일이 어떻게 흘러가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일을 저지르고 나니 예상치 못한 죄책감이 밀려왔다.아마도 한 여인의 비통한 눈물을 마주한 것이 너무 오랜만이었던 탓이리라.그것이 그의 마음속에 드문 연민을 자아냈다.그는 손을 내저으며 오히려 이 생소한 감정 덕분에 즐거워했다.삶에 이런 감정의 파동이 생긴다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었기 때문이다....송남지는 서둘러 차로 달려갔다.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모습은 처량하고도 민망했다.폐쇄된 차 안에 앉아서야 그녀는 비로소 목놓아 울 수 있었다.어른들의 세계에서 울음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풀어낼 방법은 이것뿐이었다.하정훈은 그녀를 구름 위로 띄웠다가 순식간에 진흙탕에 처박을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능을 가졌다.그는 변덕스러운 신과 같았고 그런 신의 총애를 붙잡아 두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송남지는 딱 5분만 울기로 했다.폭풍 같은 울음이 지나간 뒤 그녀는 서서히 평정을 되찾았다.비록 천남현이 서경의 그 누구도 재스민에 투자하지 않을 거라 못 박았지만 그녀는 시도해 보고 싶었다.부딪쳐 보지 않고는 미련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재스민 사무실에서 비서는 갑작스러운 송남지의 전화를 받고 놀라운 표정으로 민지현에게 달려가 물었다.“민 실장님, 아까 명단 준비 안 해도 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관장님이 갑자기 전화하셔서요...”민지현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설마 천남현이랑 말이 안 통한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민지현은 예전에 천남현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선물하려고 백방으로 찾던 명화를 수많은 인맥을 동원해 구해다 준 적이 있었다.그 대단한 천남현이 설마 그 부탁을 거절했을까 싶어 믿기지 않았다.송남지는 명단을 받자마자 쉴 새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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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참다못한 최보라가 다급하게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차에 저 캐리어는 또 왜 실려 있고?”송남지는 시트에 몸을 기댄 채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마지막 노을을 응시하며 갈라진 목소리로 하정훈과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그가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과 그녀가 투자 유치 내기에서 지게 하려고 서경 사교계 전체에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까지 전부 말이다.이야기를 마친 송남지는 모든 기력을 소진한 듯 미간을 찌푸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 백지상태였다.마치 신호가 끊긴 낡은 텔레비전 화면처럼 흑백 노이즈만 치직거릴 뿐이었다.최보라는 울분에 차서 핸들을 거칠게 내리쳤다. 당장이라도 하정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기세였다.“정말 짐승만도 못한 놈! 마음이 변한 것도 모자라 비겁하게 숨기까지 하더니, 감히 그 권력으로 너를 짓밟아? 그 자식이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송남지는 서서히 눈을 감으며 나직이 읊조렸다.“아무래도 정훈 씨는 새로 생긴 여자를 서경으로 부르려나 봐. 그 여자 기 안 죽게 하려고 나부터 서경에서 치워버리려는 거겠지.”재스민이 예전처럼 운영된다면 언젠가 그 여자가 알게 될 테고 자신이 서경에 있는 매 순간이 그 여자한테는 거슬릴 테니까.최보라는 분통이 터져 눈물까지 고였다.“어떻게 그렇게 지저분한 짓을 할 수 있어!”송남지의 목소리는 모기 신음처럼 가냘팠다.“사람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일이야. 예전에 나를 위해서 양나정을 쫓아냈던 것처럼, 이제는 그 대상이 나로 바뀐 것뿐이지...”최보라는 핸들을 꽉 잡고 해결책을 궁리하다 단호하게 말했다.“서경의 장애물을 다 치워주겠다니, 꿈도 야무지네! 우리 지훈이랑 곽지민, 유경태한테 가보자. 예전에 재스민이 필요하면 언제든 돕겠다고 약속했잖아!”송남지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정훈 씨가 서경 바닥 투자자들을 다 막았는데, 정작 자기 친구들이 재스민을 돕게 내버려 두겠어?”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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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최보라는 송남지를 태우고 호텔로 향했다.그러고는 씁쓸한 목소리로 탄식했다.“하씨 가문에서 보낸 1년인데, 결국 처음 들어갈 때 들고 갔던 가방 그대로 들고나오는 거네.”송남지의 눈동자는 다시 생기를 잃고 멍해졌다.한때는 세상에서 가장 영롱한 요정 같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저 죽은 듯이 가라앉아 있을 뿐이었다.차를 세우고 체크인을 마친 뒤 호텔 방에 들어설 때까지도 송남지는 넋이 나간 듯했다.최보라는 혹시라도 동생이 나쁜 마음을 먹을까 봐 곁을 지켰다.“이 일, 집에는 언제 말씀드릴 거야?”최보라는 이모부와 이모가 이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걱정스러웠다.송남지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문득 눈을 반짝이며 최보라를 바라보았다.“생각났어, 나한테 친구가 한 명 더 있어. 어쩌면 그 사람이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최보라는 깜짝 놀랐다. 이 바닥 사람들을 제외하고 재스민을 도와줄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또 누가 있단 말인가.송남지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야속하게도 신호음만 갈 뿐 아무도 받지 않았다.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했다.최보라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다가와 물었다.“남지야, 지금 이 상황에서 누가 도와줄 수 있다는 거야?”“박재용.”송남지가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녀는 박재용이 성은 그룹의 협박에 굴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박씨 가문의 기반은 국내가 아닌 라인국에 있었고 하씨 가문과는 관계가 깊지 않은 데다 비즈니스 교류도 적었기 때문이다.“근데 지금 박재용이랑 연락이 안 돼. 연휴 시작할 때 내가 공항까지 배웅해 줬거든. 북유럽에 눈이랑 오로라 보러 간다고 했는데, 연휴가 끝났는데도 방송 촬영에 나타나지도 않고 연락도 두절됐어.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송남지는 생각할수록 가슴이 답답해졌다.하지만 최보라는 태평한 모습이었다.“다 큰 성인이 여행 가서 무슨 일이 생기겠어? 원래부터 제멋대로인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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