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의 세월을 승리했다고, 이제야 전세를 뒤집었다고 믿고 있었나 본데 서경으로 돌아오면 다들 우러러봐 줄 줄 알았나요? 어떻게 그 여배우를 쫓아냈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해 주길 기대했겠지만, 미안한데 아무도 관심 없어요.”은지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병실 문을 거칠게 걷어찼다.“무슨 헛소리야! 너 진짜 병이 깊어서 미쳤구나? 하정훈이 네 이런 미친 꼴을 봐야 하는데. 그랬으면 당장 너랑 결혼한 걸 후회했을걸!”광기 어린 은지영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송남지는 한결 온화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정곡을 찔린 사람이야말로 조바심을 내는 법이었다.송남지는 은지영이 무슨 말을 하든 개의치 않았다.지금 은지영이 내뱉는 모든 말은 그저 화풀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내가 말했지, 당신은 나한테서 그 무엇도 뺏어갈 수 없다고. 하정훈도 재스민도 말이야. 게다가 당신과 당신 어머니가 오래전 잃어버린 체면을 되찾으려 애쓸 시간에, 서경 천지에 널린 야심가들을 경계하는 게 어때? 당신 아버지는 워낙 다정한 분이시잖아. 그때 그 여배우 같은 일이 또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고. 아니, 요즘 모델이나 인플루언서들은 아예 전문적으로 교육까지 받는다던데, 남의 가정 파탄 내는 것쯤은 일도 아닐 거야.”송남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나를 괴롭힐 시간에 당신 어머니랑 잘 상의해 봐. 서경으로 돌아온 지금, 어떻게 해야 은씨 가문 안주인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말이야. 당신 아버지, 과거 전적이 화려하시잖아.”“이게 진짜!”분노한 은지영이 손가락으로 송남지의 코앞을 가리켰다.송남지는 불쾌한 접촉을 피하려 뒤로 물러났으나, 은지영은 기어이 다가와 팔을 휘둘렀다.뺨을 내리치려던 찰나, 갓 병상에서 일어난 몸임에도 송남지의 반사 신경은 살아있었다.송남지는 은지영의 팔을 단숨에 가로채더니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은지영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릴 정도의 강한 힘이었다.“이거 안 놔?”은지영은 손목이 부러질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송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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