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391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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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별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이제 바로 연쇄 반응이 오는 건가?’“일단 해명 준비부터 해. 내가 지금 작업실로 갈게.”[알겠습니다, 대표님.]별아는 세면대에 잠시 기대 있다가 얼굴을 씻었다. 머리는 대충 손으로 넘겨 정리한 뒤 화장실을 나섰다.앞치마를 두른 강준이 접시에 아침 식사를 담아서 테이블로 옮겼다.“아침은 먹고 가.”“안 먹어. 작업실부터 가야 해.”별아의 움직임에는 여유가 없었다.강준은 별아도 그 터무니없는 기사를 봤을 거라 짐작했다.“헤드라인 봤어?”고개를 끄덕이는 별아의 표정은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누가 이렇게 쓸데없는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기사 하나 때문에 작업실 쪽에 영향이 좀 생겼어. 내가 직접 정리해야 할 것 같아...”말이 거기까지 이르자, 별아의 시선이 강준에게로 옮겨갔다. 의심이 섞인 눈빛이었다.“설마, 네가 사람을 써서 기사 올린 건 아니지?”강준이 헛웃음을 흘렸다.“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 저런 사진이 공개되면 나한테 뭐가 좋다고. 사람들한테 내가 문제가 있어서 아내가 다른 남자 찾게 만든다는 소리나 듣게 말이야?”별아가 입술을 다물었다.잠시 뒤, 자신을 다잡듯이 별아가 고개를 저었다.“나 먼저 갈게.”“너무 서두르지 마. 밥이라도 먹고 가. 이미 내가 그 기사 내리게 했어.”별아가 잠시 멈칫했다가 외투를 집어 들었다.“이미 영향이 생겼어.”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강준은 그대로 식탁 앞에 서 있었다. 아침을 먹을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이런 짓을 뒤에서 꾸민 놈을 반드시 찾아내겠어.’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강준의 표정은 잔뜩 굳어졌다....영향은 실제로 컸다.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하산그룹 주가는 곧바로 반응했다.아직 그룹 내에서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고남훈은 사무실에서 욕설을 퍼부었다.그에 비해 강준은 상대적으로 담담했다.강준은 호민과 함께 운영 중인 회사인 유합그룹으로 향했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강준은 호민을 만났다.“야, 아직 살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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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임주안?’‘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일 뿐인데...’‘굳이 이런 일을 벌일 이유가 있을까?‘설마...’강준은 액셀을 깊게 밟았다.별아의 회사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예상대로 주안의 차가 이미 주차되어 있었다.강준은 자신의 차 옆에 몸을 기댔다.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인 강준은, 서두르지 않고 끝까지 담배를 피운 뒤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별아의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갈 때, 강준의 손끝에는 아직 담배 향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사무실 안.별아는 고개를 숙인 채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었다. 집중한 탓에 별아의 어깨는 잔뜩 굳어 있었다.주안은 별아의 뒤쪽에 서 있었다. 한 손은 의자 등받이에 얹은 채, 몸을 약간 숙이고 화면을 가리키면서 설명하고 있었다.두 사람의 거리는 가까웠고, 창밖에서 들어온 햇빛이 바닥에 겹쳐진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문을 여는 소리에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왜 왔어?”별아는 말은 했지만, 시선은 곧 다시 화면으로 돌아갔다.강준의 눈길이 주안에게 옮겨갔다.주안의 표정에는 살짝 놀란 기색이 스쳤다.느린 걸음으로 책상 앞으로 다가간 강준이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두 사람의 정면에 자리잡고서.“내가 타이밍이 안 좋았나?”강준의 눈꼬리는 느슨하게 휘어 있었지만, 시선은 가라앉아 있었다.“두 분이서... 함께 처리 중인 걸 방해했나 싶어서.”주안은 몸을 바로 세우며 안경을 정리했다.“별아 씨 쪽에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다고 해서요. 마침 시간이 있어서 도움이 될까 해서 왔습니다.”“그래요?”강준은 다리를 꼬고 턱을 살짝 들었다.“임주안 씨는 행동이 참 빠르시네요. 발도 그렇고요.”임주안이 웃었다. 웃음에는 온기가 많지 않았다.“하 대표님,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별아 씨를 돕고 싶다는 게 잘못된 건가요? 옆에서 말씀만 하시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주안 씨가 아침부터 와서 많이 도와줬어.”별아가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괜히 비꼬지 마.”별아는 정신없이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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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임주안이라면... 진짜 끝장이네.’강준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별아가 사무실로 돌아왔다.몸이 무거워 보였다. 하루 만에 한 달 치 일을 몰아서 해낸 사람 같았다.“사진 건, 누가 한 건지 알아냈어?”별아가 물었다.강준은 고개를 저었다.“아직이야. 계속 확인 중인데,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강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별아의 뒤로 갔다. 남자의 손끝을 별아의 어깨에 올려 천천히 눌러 주었다.“많이 피곤하지. 조금 풀어 줄게.”별아는 눈을 감았다.짧은 휴식이 반가운 듯했다.“근데 여기 온 거 다른 일 있어서 온 거야?”“말할 게 있으면 말해. 나 이따 또 일해야 해.”강준의 손길이 멈추지 않은 채로 물었다.“임주안 말이야. 걔가 먼저 온 거야, 아니면 네가 부른 거야?”“그게 뭐가 중요해?”별아가 담담하게 말했다.“어쨌든 도움을 준 건 사실이잖아.”별아는 임주안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무언가 떠올린 듯, 별아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K시에서 평이 좋은 식당들을 훑어보았다.“설마 오늘 저녁 임주안이랑 약속 잡으려는 건 아니지?”강준은 단호하게 반대했다.별아는 대답하지 않았고, 손가락이 화면 위를 천천히 움직였다.잠시 후, 한 식당을 골랐다.개성이 분명한 곳이었다.별아는 위치 정보를 주안에게 전송했다.곧이어 음성 메시지도 보냈다.[주안 씨, 오늘 저녁 제가 식사 한번 대접해도 될까요? 시간 괜찮아요?]곧바로 답장이 왔다.[네, 시간 괜찮아요.][그럼 이따 봐요. 위치는 보내줬어요.]이야기를 마친 별아는 핸드폰을 책상 위에 엎어 두었다.강준의 속이 뒤집혔다. 자기 앞에서 다른 남자를 불러 저녁을 같이 먹겠다고 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나도 갈게.”강준이 말했다.별아가 힐끗 쳐다봤다.“네가 왜 가? 밥 얻어먹으려고? 오늘 네가 한 건 없잖아.”“나도 가.”강준은 물러서지 않았다.“오늘 저녁 먹을 데도 없어, 설마 나 굶길 거야?”강준이 집착해서도 아니고, 별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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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식당 안.조명은 은은했고, 음식 냄새가 자연스럽게 퍼져 있었다.별아는 메뉴판을 바라봤지만 주안의 취향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주안 씨, 혹시 못 드시는 거 있으세요?”“없어요. 별아 씨가 드시고 싶은 걸로 고르셔도 괜찮습니다.”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 집의 대표 메뉴 몇 가지를 골랐다.“여기 음식이 전반적으로 괜찮아요.”임주안의 눈에 웃음이 스쳤다.“예전에 자주 왔던 곳인가요?”“한동안은 자주 왔었어요.”별아는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근데 요즘은 거의 못 왔네요.”“하강준 대표랑 함께 왔었어요?”주안의 물음은 조심스러웠다.별아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아니에요. 그땐 친구랑 자주 왔어요.”음식이 곧 차려졌다.요리 하나하나가 정갈했다.주안은 자연스럽게 집게를 들고 별아의 앞접시에 음식을 덜어주었다.“사실 이 식사는 내가 대접했어야 했는데요...”주안이 말을 이었다.“내 일 때문에 별아 씨에게 큰 곤란을 드렸으니까요. 그날 내가 좀 경솔했어요. 앞으로는 술도 줄이려고 해요.”자책이 묻어 있었다.별아는 비교적 담담했다. 앞으로의 일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별아는 가방에서 익숙한 은행카드를 꺼내 주안 쪽으로 조심스럽게 밀었다.“주안 씨, 나는 그 일로 주안 씨를 탓한 적 없어요.”“이 카드는 다시 가져가세요. 오히려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이렇게까지 미안해하시면,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식탁 위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주안은 시선을 낮췄다.“별아 씨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울 필요는 없어요.”“나는 별아 씨를 돕고 싶었어요. 마음으로든, 다른 방식으로든요.”별아는 가볍게 웃었다.“일단 식사부터 하죠. 음식 식겠어요.”주안은 한동안 별아를 바라보았다.말을 잇지 못한 채 주안의 시선은 복잡했다....식당 밖.강준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고, 속이 답답했다.재환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식당 주소를 보내줄 테니까 이쪽으로 와. 내가 밥 살게.”재환은 잠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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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그게 만약 강준을 겨냥한 거라면, 주안은 이미 강준이 하산그룹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그렇다면...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서 별아를 구해 주는 사람’...’‘그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던 거야?’주안에게 강준이 분명히 말했다.별아는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라고.그리고 받은 건 반드시 되돌려주는 성격이라고.‘설마...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건가?’그래서 이런 판을 깔았다는 거라면, 꽤 공을 들인 셈이었다.“진짜 그 자식이면, 증거 확실하게 잡아서 나한테 가져와.”재환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강준은 도무지 입맛이 돌지 않았다.시선은 계속 별아와 임주안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재환은 달랐다.아침부터 조사하느라 굶었고, 점심은 길에서 빵 하나로 때웠다.이 저녁만큼은 제대로 먹겠다는 태도였다.“여기요, 밥 하나 더 주세요.”“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강준이 힐끗 보며 말했다.“전생에 굶어 죽었어? 아니면 내가 주는 월급을 다 어디다 쓰는 거야. 왜 이렇게 허겁지겁 먹는 거야.”“오늘 거의 못 먹긴 했습니다.”재환이 멋쩍게 웃었다.“그래도 대표님이 밥을 사 주셔서 다행입니다.”강준은 말문이 막혔다.그러다 문득 생각이 이어졌다.기사 해명은 끝났지만 입을 완전히 막으려면, 감정적인 한 방이 필요했다.“강 비서.”“네, 대표님.”“K시에서 제일 큰 광고대행사랑 바로 연락해.”“광고판 있는 데 전부 다 써. 오늘 밤, 내가 별아한테 공개적으로 고백할 거야.”“드론도 띄우고, 불꽃도 쏴. 오늘 K시는 우리 때문에 뒤집혀야 해.”재환은 실행은 가능했다. 다만 비용이 문제였다.“예산 상한선은...”“없어.”강준이 잘랐다.“내가 내 아내를 찾는데 무슨 상한선이야.”“방송국도 다 붙여. 고백 영상 전부 송출해.”재환은 손바닥을 쓸었다.‘이거 완전 예전이랑 똑같은데.’강준이 젊을 때 별아를 쫓아다니던 시절. 돈 쓰는 데 주저함이 없던 그때.한 번에 몇 억. 한 달에 십억 원 넘게 쓴 적도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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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됐어. 좀 그만해.”별아가 강준을 밀어냈다.그리고 몸을 낮춰 조수석에 앉았다.밤이 내려앉았다.강준의 차는 천천히 도로를 달렸다.K시의 야경은 여전히 화려했다. 특히 상업 지구에 들어서자, 백화점 외벽을 채운 대형 전광판들이 눈부시게 빛났다.별아는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스킨케어 브랜드 광고가 나오던 화면이 갑자기 바뀌었다.자신의 얼굴이었다.별아는 잠시 멈칫했다.화면 중앙, 큼직한 다섯 글자.[사랑해 별아]사진이 차례로 넘어갔다.그중에는 강준과 함께 찍었던 예전의 웨딩 촬영 사진도 섞여 있었다.강준의 방식이었다.과거에도 그녀를 쫓아다닐 때 자주 쓰던 수법.“마음에 들어?”강준이 별아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별아는 소리 없이 웃었다. 좋다고 말하긴 애매했지만, 적어도 낯설지는 않았다.이런 걸 받아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고, 사실상 처음일지도 몰랐다.별아는 이 근처 한두 개 전광판만 빌린 줄 알았다.그런데 아니었다.번화가에 있는 모든 대형 스크린이 같은 화면을 내보내고 있었다.별아의 얼굴이 수십 배, 수백 배, 수천 배로 커졌다.거리의 사람들 대부분이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었다.“네가 좋아했으면 좋겠어.”강준의 말에는 꾸밈이 없었다.별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왜 이렇게까지 해? 오늘이 무슨 날도 아닌데.”“사람을 좋아할 때는 티를 내야지.”강준이 차분히 말했다.“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별아, 난 지금 되게 진지해. 이 도시를 가득 채운 게 다 내 마음이야. 내가 널 사랑하는 데는 한계가 없어.”차는 천천히 이동했다.지나는 모든 건물의 전광판마다 ‘사랑해 별아’라는 문장이 반복됐다.별아는 팔꿈치를 창가에 기대고 스크린들을 올려다봤다.사진 하나하나가 과거에 그녀가 SNS에 올렸던... 행복해 보이던 시간들이었다.‘이때는... 정말 웃고 있었네.’별아의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하강준.”별아가 조용히 물었다.“너는 행복이 다시 올 수 있다고 생각해?”“와.”강준은 망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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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그래서 강준은 생각했다.하늘은 자신에게 결코 박하지 않다고.밤하늘에 불꽃이 터졌다.강준은 별아를 더 꼭 끌어안으면서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여보.”강준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다.“이번 생에서는 내 목숨을 걸고 널 사랑할게. 다 갚고 다 채우고, 다 지켜 줄게.”이 밤은 지나치게 아름다웠다.그리고 강준은 분명히 별아를 사랑하고 있었다.강준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반지가 있었다.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밝게 빛났다.그는 조심스럽게 별아의 약지에 반지를 끼웠다.“여보, 이거. 그냥 끼고 있어. 다시는 빼지 말고.”“나 너랑 결혼하겠다고 한 적 없어.”별아는 반지를 쓰다듬다가, 결국 천천히 빼냈다.그리고 말했다.“오늘 네가 만든 거, 충분히 감동적이야. 근데 나 지금 생각 없이 흔들릴 만큼은 아니야.”강준은 별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붙잡고 다시 반지를 끼웠다.“빼지 마. 지금 당장 내 청혼을 받아 달라는 것도 아니야. 그냥 액세서리라고 생각하고 껴. 난 강요 안 해.”“이거, 나한테 영역 표시해 두겠다는 거야?”별아가 웃으며 말했다. 유치하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강준은 부정하지 않았다. 조금은 사적인 욕심이 있었다.하지만 그 욕심이 별아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난 나 말고 다른 남자한테 기회만 안 주면 돼. 그럼 난 기다릴 수 있어. 이걸 끼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오겠어.”별아는 고개를 저었다.자신에게 어떤 꼬리표도 붙이고 싶지 않았다.반지를 빼서 강준 손에 쥐어 주려고 했지만 강준은 받지 않았다.“왜 안 받아? 가져가.”강준은 가만히 그녀를 봤다.강준의 눈빛은 어두웠고,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설명하기 어려운 위태로움이 묻어났다.“왜 그래?”별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혹시 화난 거야?”강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눈 안에 고인 눈물이 점점 많아졌다. 조금만 움직여도 흘러내릴 것처럼.“나 다른 남자한테 기회 준다는 말 한 적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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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유 회장이 아파.”수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속은 이미 닳아 있었다.“유이겸이랑 유이나도 전부 병원에 붙어 있거든. 근데 말이야, 그 사람이 무슨 귀신이라도 들렸는지, 꼭 내가 저주한 거래.”“계속 나 때문에 자기 엄마가 죽었고 자기도 병들었다는 거야, 결국은 자기까지 죽게 될 거래. 어쨌든 그 집에서 나는 죄인이야.”수지는 그 삶이 지겨웠다.매일같이 가족들과 부딪치고 소리 지르고, 서로를 갉아먹는 삶.별아는 느낄 수 있었다. 수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아무리 강해 보여도 사람은 같은 상처를 매일 받으면 버티지 못한다.[유 회장, 무슨 병인데?]“신장 쪽이야. 한때는 이식 얘기까지 나왔어. 근데 웃기지 않아? 유이나 것도 안 맞고, 유이겸 것도 안 맞고. 심지어 자기 아내 것도 안 맞았대. 근데 내 건 맞았어.”수지는 피식 웃었다.‘내가 유씨 집안에 빚이라도 졌나?’시집와서 흉조 소리를 듣더니, 이젠 자신의 몸까지 쓰임새가 생겼다.별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네 신장을 달라는 거야?]유씨 집안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말은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유지강의 병은 수지가 불러온 거니까 수지가 책임지라는 논리였다.“아마 그렇겠지. 아직 나한테 직접 말은 안 했어.”[미쳤다.]별아의 얼굴이 굳었다.[그 집 사람들 다 제정신이 아닌 거야?]문득 마동기를 떠올리자, 별아는 속이 울렁거렸다.수지는 고개를 숙였다. 손에 쥔 임신 테스트지를 다시 내려다봤다.‘신장 기증은 안 돼.’그럴 수는 없었다.이겸과의 이혼도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친구야.”수지가 조용히 말했다.“나... 잠깐 사라질 수도 있어. 생각할 게 좀 있어. 걱정하지 마.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게.”별아는 이해했지만, 걱정도 했다.[그래도 너 몸 잘 챙겨. 제발...]“알았어.”전화를 끊고, 수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테스트지를 가방 깊숙이 넣고,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병실로 향했다.유이나가 들여온 신약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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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헤어진다는 게 무슨 뜻이야?”이겸의 물음에 수지는 망설이지 않았다.“헤어진다는 건, 이혼이야.”“지금 우리 관계를 끝내자는 거고.”수지는 원래 미루는 성격이 아니었다.“난 이제 유씨 집안한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병 고칠 사람은 병을 고치고, 정신에 문제가 있으면 그건 그쪽에서 해결해. 난 더 이상 끼어들고 싶지 않아.”말을 잇던 수지의 목소리가 떨렸다.“나도 사람이야. 나도 살과 피로 된 사람이야. 당신 집에서 더 이상 나를 갈아 넣고 싶지 않아. 정말 못 견디겠어.”숨을 삼킨 뒤, 말을 쏟아냈다.“우유부단한 남편도, 몰아붙이는 시부모도 다 못 견디겠어. 참지 못할 게 너무 많아. 우리 이혼하자. 내일 바로 가정법원에 가서.”수지는 한때 이겸에게 기대가 있었다.결혼 첫날 밤, 그는 분명 수지 편에 서 있었다.그래서 수지도 이겸을 믿었다.하지만 사람이 부모의 생로병사 앞에 서게 되자, 선택은 늘 분명했다.이겸은 점점 가족 쪽으로 기울었다.불만을 말하기 시작하면서 요구가 늘었고, 수지를 보지도, 밀어내지도 않는 태도로 대했다.‘그럼 내가 여기서 뭘 더 버텨야 하지.’이겸에게도 사정은 있었을 것이다.수지는 이해하려고 애썼다.하지만 이 집에서 수지는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수지의 머릿속에 남은 생각은 하나였다.‘이 집에서 나가야 해.’‘내 몸을 위해서도 마음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도.’“수지 씨.”이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요즘 당신이 힘든 거 알아. 신경 못 써 준 건 미안해. 근데 난 이혼은 하고 싶지 않아.”“우린 이미 끝났어.”수지는 단호했다.“더 이어갈 이유가 없어.”이겸은 그녀를 바라봤다. 눈에 피로가 고여 있었다.“난 아버지한테, 당신 신장 얘기 꺼낸 적 없어. 난...”“그 말... 나한테 하지 마.”수지가 바로 잘랐다.“당신이 말 안 해도 다 알아. 그리고 설령 말했다 해도, 내가 신장을 줄 거라고 생각해? 그 얘기 듣는 순간, 난 당신까지 미워졌을 거야. 그러니까 말을 안 한 게 다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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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XY그룹.재환이 숨이 찬 얼굴로 급히 뛰어 들어왔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하태산 어르신이 위독하십니다. 이미 본가로 모셔 갔고요, 진차균 집사님은 말씀을 하시길... 지금은 숨만 겨우 붙어 있는 상태랍니다.”하태산은 얼마 전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겉으로는 요양병원이지만, 사실상 방치에 가까웠다.강준은 원래 당장 눈앞의 일들이 정리된 뒤에 직접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의사와도 다시 상의해서 이후 치료 방향을 정할 예정이었다.그런데 소식이 너무 빨랐다.강준의 표정이 단번에 가라앉았다.공기마저 차가워졌다.“가자. 본가로.”...본가로 향하는 길.중간에 차 방향을 틀어서 별아와 은준을 태웠다.은준은 상황을 알지 못했다.다만 오늘 아빠가 평소와 다르다는 건 느끼고 있었다.말수가 적고,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은준은 괜히 말을 걸지 못하고, 엄마 품으로 조용히 파고들었다.별아는 강준의 굳은 모습을 보면서 뭔가를 느꼈다.“무슨 일 있어?”강준은 대답하지 않았다.재환이 대신 나지막하게 말했다.“하태산 어르신이 위독하십니다.”별아의 눈에 잠깐 놀란 기색이 스쳤다.과거에 하태산이 자신을 어떻게 대했든, 강준은 하태산 곁에서 자란 사람이었다.그 유대감이 얼마나 깊은지도 알고 있었다.지금 자신의 위치를 떠올리자 괜히 조심스러워졌다.“나도... 같이 가도 괜찮을까? 아니면, 은준만 데려가고 나는 근처에서 기다릴까.”강준이 고개를 돌려 별아를 봤다.눈빛이 깊었다.“괜찮아.”...본가는 소란스러웠다.이렇게 사람이 모인 건, 30년도 넘은 일처럼 느껴졌다.하씨 가문 사람들은 물론 그동안 얼굴 보기 힘들던 이들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하명식의 두 사생아도 도착해 있었다.고남훈과 고지영.아들과 딸.결국 하명식은 내연 관계를 통해 자식 둘을 모두 얻은 셈이었다.남정도 와 있었다.진차균이 직접 데리고 왔다.별아는 걸음을 재촉해 그녀 곁으로 갔다.“어머니, 오셨어요.”“그래.”“그 사람이 위독하다고 해서.”남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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