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회장이 아파.”수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속은 이미 닳아 있었다.“유이겸이랑 유이나도 전부 병원에 붙어 있거든. 근데 말이야, 그 사람이 무슨 귀신이라도 들렸는지, 꼭 내가 저주한 거래.”“계속 나 때문에 자기 엄마가 죽었고 자기도 병들었다는 거야, 결국은 자기까지 죽게 될 거래. 어쨌든 그 집에서 나는 죄인이야.”수지는 그 삶이 지겨웠다.매일같이 가족들과 부딪치고 소리 지르고, 서로를 갉아먹는 삶.별아는 느낄 수 있었다. 수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아무리 강해 보여도 사람은 같은 상처를 매일 받으면 버티지 못한다.[유 회장, 무슨 병인데?]“신장 쪽이야. 한때는 이식 얘기까지 나왔어. 근데 웃기지 않아? 유이나 것도 안 맞고, 유이겸 것도 안 맞고. 심지어 자기 아내 것도 안 맞았대. 근데 내 건 맞았어.”수지는 피식 웃었다.‘내가 유씨 집안에 빚이라도 졌나?’시집와서 흉조 소리를 듣더니, 이젠 자신의 몸까지 쓰임새가 생겼다.별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네 신장을 달라는 거야?]유씨 집안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말은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유지강의 병은 수지가 불러온 거니까 수지가 책임지라는 논리였다.“아마 그렇겠지. 아직 나한테 직접 말은 안 했어.”[미쳤다.]별아의 얼굴이 굳었다.[그 집 사람들 다 제정신이 아닌 거야?]문득 마동기를 떠올리자, 별아는 속이 울렁거렸다.수지는 고개를 숙였다. 손에 쥔 임신 테스트지를 다시 내려다봤다.‘신장 기증은 안 돼.’그럴 수는 없었다.이겸과의 이혼도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친구야.”수지가 조용히 말했다.“나... 잠깐 사라질 수도 있어. 생각할 게 좀 있어. 걱정하지 마.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게.”별아는 이해했지만, 걱정도 했다.[그래도 너 몸 잘 챙겨. 제발...]“알았어.”전화를 끊고, 수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테스트지를 가방 깊숙이 넣고,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병실로 향했다.유이나가 들여온 신약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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