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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의 참회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01 - チャプター 110

126 チャプター

제101화

왠지 모르게 아이의 시큰둥한 태도에 송여준은 기분이 언짢았다.유하늘이 괜히 녀석에게 쌀쌀맞게 구는 게 아니었다.송우주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그가 이미 권아람과 혼인신고를 마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녀석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유하늘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기는커녕 권아람이 이혼을 번복하는 지금도 침묵으로 일관했다.송여준의 안색이 자기도 모르게 어두워졌다.예상외의 반응에 권아람이 어리둥절하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여준 씨, 왜 그래? 불편하면 나 그냥 다른 데서 지낼게. 꼭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야.”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어느덧 눈시울이 붉어졌고 휴지를 뽑아 눈물을 훔쳤다.“그때 알았으면 병 치료한다고 집 팔진 않았을 텐데. 여기선 내 집도 마련 못해서 아직 떠도는 기분이야. 마음 붙일 데 없달까.”그녀의 말에 송여준은 뜨끔하더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미안, 그때 우리 할머니를 구하느라 네가 심장병 걸리고 전 재산 털어서 외국까지 치료받으러 가게 됐잖아.”송여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지금은 유하늘과 그동안 생긴 오해부터 천천히 풀어가는 게 먼저였다.이혼 문제는 서두를 필요 없었다.어차피 기념일도 지나버렸고, 미리 세워둔 계획도 이미 물거품이 된 상황이었다.유하늘이 그의 곁을 떠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모든 걸 솔직히 털어놓을 때가 올 테니까.“집은 내가 사줄게. 넌 돈 안 써도 돼.”말을 이어가는 와중에 마침 유하늘이 화장실에서 나왔다.등을 돌리고 있는 탓에 송여준은 그녀의 반응을 보지 못했다.유하늘의 발길이 우뚝 멈추었다.권아람은 반짝이는 눈으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송여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진짜로 집을 사준다고?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괜찮아, 당연히 사줘야지. 사양할 필요 없어.”송여준은 말하며 몰래 손을 빼냈다.그 모습을 본 유하늘은 주먹을 꽉 쥐었고,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갔다.전에 아이를 위해 학군 좋은 집을 계약했을 때 그녀가 돈을 냈다.정작 자신에게는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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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유하늘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핑계를 댔다.“수족관 기념 뱃지나 하나 챙겨줘. 먼저 갈게.”그리고 송여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송여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 여윈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뒤따라가려 했다.권아람이 재빨리 송우주에게 눈짓을 보냈다.송우주가 펄쩍 뛰며 외쳤다.“아야, 배가 너무 아파요!”송여준은 어쩔 수 없이 먼저 아들의 상태부터 살폈다.수족관을 나선 유하늘이 차에 올라탔다.마침 밖에 나온 김에 임세빈에게 문자를 보내 만나자고 했다.그러고는 운전기사를 향해 태연하게 말했다.“저기 앞에 보이는 카페로 가주세요. 좀 앉아 있다 갈게요.”운전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카페에 도착하자 유하늘은 창가 자리에서 임세빈을 기다렸다.불과 30분 만에 임세빈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자리에 앉자마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얼굴이 왜 그래요? 집에 돌아가서 푹 쉬라고 했잖아요.”유하늘이 대답하기도 전에 임세빈은 그녀의 오른 손목을 덥석 잡았다.“맥도 짚을 줄 알아요?”유하늘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저 한의학 전공했어요. 무시하지 마요.”임세빈이 농담을 던지자 유하늘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다행히 얼굴색만 안 좋을 뿐, 컨디션은 괜찮네요.”유하늘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담담히 말했다.“당연하죠. 떠나려면 몸도 잘 챙겨야 하니까.”“그럼 커피는 마시고 말고 우유로 바꿔요. 자극적인 음식은 최대한 피하는 게 좋아요.”임세빈이 손을 흔들며 웨이터를 불러 유하늘의 커피를 우유로 바꿔 달라고 했다.“무슨 일 때문에 저 보자고 한 거예요?”유하늘은 고분고분 우유 잔을 받아들고 의자에 기대앉았다.“어젯밤에 오빠한테 전화해서 노은결이라는 사람에게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해외에서 유명한 화가인데 권아람이 예명을 도용하고 있거든요.”임세빈이 깜짝 놀라더니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아, 사칭한 거예요? 어쩐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자꾸 누가 몰래 찾아와 사인을 부탁하더라니, 다 노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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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어느 정도 마무리 짓고 유하늘은 자리에서 일어나 임세빈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두 사람은 함께 카페 밖으로 나왔다.임세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유하늘 씨가 떠나기 전에 복수할 기회가 생겨 정말 다행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엔 꼭 권아람을 철저히 망가뜨릴 거예요.”하지만 유하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제 복수 대상은 권아람이 아니에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죠. 송여준과 송우주 부자에게 버림받고 배신당한 건 권아람 혼자만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단지 노은결을 사칭했다는 사실을 밝혀 제가 좋아하는 화가 친구의 명예를 되찾아 주고 싶을 뿐이에요.”임세빈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노은결의 명성을 누리며 그 이름으로 포장된 채 부귀영화를 얻게 놔둘 순 없죠.”유하늘은 피식 웃더니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그리고 곧바로 택시를 잡아 집으로 향했다.하지만 집 앞에 도착하자 입구에서 송여준의 차를 발견했다.‘벌써 돌아왔다고? 이렇게 빨리?’안으로 들어서자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송우주가 눈에 들어왔다.다만 송여준은 집에 없었다.그녀는 의혹이 가득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이때, 가정부가 다가와 설명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도련님을 데려다주신 뒤에 볼일이 있으시다며 나갔어요. 이따가 오시면 사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전해 달라고 하시네요.”그를 마주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유하늘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결국 불편한 기색을 감추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옆에서 느닷없이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다.“아빠 금방 안 올걸요? 지금 아람 엄마랑 집 보러 갔는데 나중에 우리도 거기서 같이 살지도 몰라요.”소파에 기대 게임을 하던 송우주가 무심코 속마음을 내뱉었다.가정부는 사색이 되면서 끼어들었다.“도련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그래? 하루빨리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서 얼른 살림을 합치길 바랄게.”유하늘이 가정부의 말을 끊고 태연하게 받아치더니 뒤돌아 계단을 올라갔다.가정부는 어안이 벙벙했다.송우주도 게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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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송여준의 눈빛은 어두워지더니 그녀를 향해 곧장 걸어왔다.유하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송여준이 앞에 서서 그녀의 턱을 살짝 받쳐 들었다.어안이 벙벙한 유하늘은 피하려고 했지만 뜨거운 입술이 입에 닿았다.송여준은 그녀의 입술을 찬찬히 맛보았다. 그리고 엄지로 볼을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하늘아, 왜 이렇게 예뻐?”살짝 갈라진 목소리에 탄식이 묻어났다.“그동안 아픈 탓에 밝고 건강한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보네.”유하늘은 기분이 울적했다. 괜히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이내 송여준을 밀쳐낸 다음 잠옷을 집어 들고 욕실로 가 옷을 갈아입었다.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녀는 무덤덤하게 물었다.“나랑 할 말이 있다고 아주머니가 그러던데, 무슨 일이야?”“별 건 아니고, 오늘 수족관에서 바로 집에 왔는지 물어보고 싶었어.”무심한 말투는 마치 그냥 던진 말 같았다.유하늘은 잠시 멈칫하더니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응, 왜?”송여준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한참 후에 천천히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찾아 보여주었다.“그럼 이건 뭔데?”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니 카페에서 임세빈을 만났을 때 찍힌 사진이었다.사진 속에서 임세빈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고, 멀리서 보면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며 손깍지를 낀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송여준은 시선을 고정한 채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 넘겼다.사진이 바뀌면서 다음 장이 나타났다.두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다음 사진은 그녀가 카페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갈 때 임세빈이 부축해주는 모습이었다.세 장의 사진에서 하나같이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그런데도 유하늘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그건 내가 물어볼 게 아닌가? 나한테 할 말 없어? 왜 거짓말을 하고 몰래 임세빈과 만난 거야?”송여준은 활활 타오르는 질투와 분노를 꾹꾹 눌러 담고 차분히 물었다.유하늘이 뒤돌아서 수건으로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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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하늘아, 그게 무슨 뜻이야?”송여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설마 가짜 결혼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걸까?유하늘은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며 미간을 문질렀다.그리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다만 남편이라면 이런 식으로 아내를 의심하지 말았어야지.”송여준은 말문이 막혔다.유하늘을 7년 동안 속여 온 일과 그 사이 권아람이 실종되어 아직까지도 이혼하지 못한 현실이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송여준은 한결 누그러진 태도로 조심스레 유하늘의 손을 잡았다.“미안, 다 내 잘못이야.”유하늘은 멈칫하더니 그를 내려다보았다.“정말이야, 미안해.”송여준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진심을 담아 맹세했다.“다시는 널 의심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대신 앞으로 임세빈과 만나지 말아줄래?”이내 고개를 들어 간절한 눈빛으로 유하늘을 바라보았다.“나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관계라...’유하늘은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지었다.곧이어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졌다.“여준 씨 덕분에 집 안에 갇혀 사는 신세인데 누굴 만나러 나간다는 거야?”송여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말속에 담긴 불만을 알아차렸지만 못 들은 척했다.유하늘이 임세빈을 만나는 자체가 그를 불안하게 했다.그녀가 조금 불편해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달랬다.“오늘 회사 일도 마쳤으니까 내가 직접 요리할게. 이따가 우주랑 내려와서 같이 먹어, 알았지?”유하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송여준은 묵인으로 받아들이고 방을 나섰다.그가 떠나고 나서야 유하늘은 긴장을 풀었다.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욕실로 달려갔다.그리고 수도꼭지를 틀어 흐르는 물에 입술을 벅벅 닦았다.송여준과 권아람이 자신 몰래 얼마나 많이 입을 맞추고 잠자리를 가졌을지 모른다.이제는 손끝만 스쳐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잠시 후, 휴지를 돌돌 말아 입을 닦고 밖으로 나왔다.머리는 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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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온기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그녀의 반박에 송여준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송우주가 닭 다리를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그래요, 이제 저한테 신경 꺼요. 아람 엄마가 알아서 챙겨 줄 거예요.”유하늘은 못 들은 척했다.식탁 위는 정적이 흘렀다.송우주를 흘겨보던 송여준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결국 밥은 거의 먹지 못하고 유하늘에게 반찬을 집어주느라 바빴다.유하늘은 말없이 밥그릇을 비웠다.그리고 거의 바닥날 무렵에야 고개를 들었다.“우리 결혼기념일 전에 아람 씨 생일이었다며?”송여준은 멈칫했다. 그 얘긴 왜 갑자기 꺼내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전날이었어. 왜?”유하늘이 무심한 얼굴로 그를 힐긋 쳐다보았다.“저번에 아람 씨한테서 결혼기념일 선물 받았는데 정작 생일 선물을 못 줬잖아. 모레 저녁 시간 비워 두라고 해. 생일 축하 겸 빅 서프라이즈 하나 해 줄 테니까.”송여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너 아람한테...”“딱히 싫어하는 건 아닌데?”유하늘은 태연하게 말했고 입가에 미소까지 살짝 번졌다.“오라고 해.”그녀의 흔들림 없는 모습에 송여준은 비로소 안심하며 활짝 웃었다.“사실 아람은 널 정말 좋아해. 예전부터 친해지고 싶어 했거든. 아람이가 이 얘기 듣게 되면 분명 기뻐할 거야.”“그럼 다행이고.”유하늘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애써 표정을 숨겼다.식사를 마친 뒤, 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했다.송여준도 한시름 놓았다.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싸늘한 얼굴로 송우주를 흘겨봤다.“따라와.”송우주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얌전히 거실로 향했다.“아빠, 우리 외출해요? 어디 가요?”2층, 유하늘의 방.활짝 열린 창문으로 흘러드는 소리에 알약을 하나씩 꺼내던 그녀의 손이 멈칫했다.송여준이 대답했다.“아람 이모 찾으러 갈 거야.”“엄마예요, 아람 엄마!”송우주는 부루퉁한 목소리로 호칭을 바로잡았다.송여준은 무시하고 그를 뒷좌석으로 끌고 태운 다음 차를 몰고 떠났다.유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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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송여준은 송우주를 무시했다.시선은 권아람에게 향했고,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오해하지 마. 그냥 우주가 너한테 너무 의존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매일 엄마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다가 나중에 사람들 입에 오를 수도 있어.”고개를 숙인 채 잠자코 듣고 있던 권아람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겉으로는 배려심 넘치게 그녀를 위로하는 것 같아도 실상은 유하늘이 상처받지 않도록 유언비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말이었다.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최근 누구에게나 무심하게 굴고 친아들마저 나 몰라라 하는데 송여준은 왜 유하늘의 눈 밖에 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걸까?그 생각만 해도 권아람은 숨이 턱턱 막히는 듯했다.이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송여준을 바라보는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알았어. 이미 정해진 일이니까 앞으로 우주랑 덜 만나고 대신 하늘 씨랑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할게.”송우주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싫어요! 저는 엄마랑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 매일 화만 내고 험상궂은 얼굴로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한단 말이에요.”“싫어도 어쩔 수 없어. 앞으로 매주 주말마다 아람 이모랑 만나게 해 줄 거야. 그 외에는 안 돼.”송여준은 말을 마치고 송우주의 목덜미를 붙잡아 바로 차에 태웠다.뒤따라 나온 권아람이 점점 멀어져가는 차를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곧이어 휴대폰을 꺼내 송우주에게 문자를 보냈다.[우주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나중에 꼭 고모할머니 찾아가서 이야기해 봐. 그분은 절대 너를 그냥 두실 분이 아니야. 나도 어떻게든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게.]전송 버튼을 누르고 권아람은 싸늘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꼭 쥐었다.유하늘이 계속 시큰둥하게 구는데도 송여준이 끝까지 잘 보이려고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모레 서프라이즈를 해준다고?’그렇다면 내일 유하늘에게 놀라운 선물로 먼저 되갚아주지.권아람은 콧방귀를 뀌더니 뒤돌아 가면서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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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송여준은 유하늘을 놓아주고 전화를 받으러 갔다.홍보팀 부장의 연락이었다.웬만하면 홍보팀에서 갑자기 전화를 거는 일은 없었다. 하물며 주말 아침이라면 더더욱.무슨 일이 터졌다는 걸 직감하고 그는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죠?”홍보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인터넷에... 대표님 혼인신고서가 유출됐습니다. 네티즌들이 말하길 법적으로 신고 된 배우자가 현재 부인과 다르다고 하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휴대폰 음성이 결코 작지 않았다.자리를 뜨려던 유하늘이 그 말을 듣고 걸음을 멈췄다.이내 뒤돌아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송여준을 바라보았다.송여준은 바짝 긴장했다.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힐긋 쳐다보더니 안색이 한결 어두워졌다.“이따가 다시 연락할게요.”전화를 끊고 곧바로 소셜 앱에 로그인하자 예상대로 권아람과 그의 혼인신고서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온갖 추측성 댓글이 난무했고, 심지어 두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서 확인해 보겠다는 사람들까지 있었다.송여준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혼인신고서가 갑자기 공개되는 바람에 실로 당황스러워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유하늘이 넌지시 물었고, 입가에는 웃는 둥 마는 둥 미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송여준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다 근거 없는 소문이야.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루머라...”유하늘이 천천히 다가갔다.“그러니까 여준 씨 말은, 권아람과 혼인신고 한 사실이 전혀 없고 기사도 조작이라는 거네?”송여준은 머뭇거리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맞아. 내 와이프는 너야. 혼인신고서도 금고에 잘 넣어뒀잖아. 바보야, 괜한 걱정하지 마.”거짓말을 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남자의 얼굴을 보자 유하늘은 웃음만 나왔다.유부남이라는 걸 숨기고 다른 여자와 결혼해 아이까지 있다는 게 들통나서 패가망신할까 봐 필사적으로 ‘연기’하다니, 참 가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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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송여준이 집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앞에는 기자들이 몰려들었다.출입이 불가능하니 입구를 지키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특종을 잡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가정부가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사모님, 방금 대표님이 연락이 오셔서 무조건 집에 계시라고 했어요. 절대 나가시면 안 된대요.”유하늘은 인터넷에 떠도는 기사를 훑어보며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혼인신고서 사진을 크게 확대했다.사진 속 왼쪽 아래, 캐시미어로 된 핑크색 천이 살짝 비쳤다.언뜻 보기에 평범했지만 권아람이 똑같은 스웨터를 가지고 있던 것을 기억했다. 그 옷을 입고 송우주를 찾아온 날도 또렷이 떠올랐다.결국, 모든 건 한 편의 자작극에 불과했다.유하늘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으로 우스웠다.고작 이런 짓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믿은 걸까?아니면 충격을 받아 송여준에게 매달리기라도 바랐던 걸까?‘오늘따라 한가하나 보네? ’오히려 잘 됐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지금, 이 기세를 몰아 노은결 사칭 사건에도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생각에 잠긴 찰나 휴대폰이 문득 울렸다.낯선 번호였고, 이 타이밍에서 전화를 걸 사람이 기자 말고 또 누가 있겠나 싶었지만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세요, 사모님. 인터넷에 송 대표님 혼인신고서가 떠돌아다니는데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유하늘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어떻게 보냐니?이내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가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제 생각이 중요한가요?”“다들 사모님이 송 대표님 아내로 알고 있는데 남편이 유명 화가 노은결 씨랑 진짜 부부로 밝혀졌잖아요. 게다가 아이도 낳고 사모님 명의로 7년을 살아왔으니 당연히 중요하지 않을까요?”기자의 말투에는 초조함이 묻어났다.마치 유하늘의 대답을 꼭 얻어내야만 이번 인터뷰를 완수할 수 있는 사람처럼.“아이를 위해 부부인 척하는 건가요? 아니면 사모님은 속아서 전혀 모르고 계셨던 거예요?”유하늘은 기자의 유도 심문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두 가지 질문 다 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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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가서 생수 한 병을 꺼냈다.“두 가지 방법이 있어.”권아람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뭔데?”차가운 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자 그나마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첫 번째는 합의 이혼하고 하늘에게 설명하는 것, 결혼한 사실이 없으면 여론도 금세 잠잠해질 테니까.”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홍보팀도 오늘 이 소식을 처음 전해 들었다.7년 동안 대표와 함께 살아온 여자가 실상은 남남이라니.게다가 7년 전, 위독한 할머니의 강요에 못 이겨 강미자의 마음에 쏙 든 은인 권아람과 혼인신고 했다는 사실까지.나중에 강미자가 세상을 떠나자 권아람은 홀연히 사라졌다.그러고 나서 송여준은 유하늘을 만나 아이까지 낳고, 실제로 혼인신고 하지 않은 사실은 비밀로 했다.지금은 권아람과 이혼하고 집에 가서 사실대로 털어놓으려던 참인데 갑자기 이런 일이 터진 것이다.권아람은 굳은 얼굴로 몰래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럼 두 번째 방법은 뭐야?”송여준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우리 둘이 나서서 부부가 아니라고 직접 해명하는 것. 앞으로 최대한 적게 만나고, 집만 계약하면 즉시 이혼 절차를 밟는 거야.”“물론 첫 번째는 내 가정과 혼인을 지키려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우선 네 집부터 해결하는 거지. 둘 중 하나 택해. 난 다 되니까.”송여준은 권아람을 응시하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무엇이 되었든 간에 집에 돌아가서 유하늘을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권아람이 할머니를 구해준 은인임을 봐서라도 아마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권아람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이내 입술을 꼭 깨물고 허탈한 표정으로 송여준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방법이 두 가지밖에 없어?송여준은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넋을 잃었다.“그럼 너한테 더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어?”“홍보팀 여러분의 생각은 어때요?”홍보팀 직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이토록 황당하고 막장 드라마 같은 일을 처음 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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