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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의 참회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1 - チャプター 120

126 チャプター

제111화

홍보팀은 곧 협조에 나서 권아람이 심장병으로 입원했으며 악덕 언론의 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도덕적 압박이 커지자 기자들도 섣불리 보도를 이어가지 못했다.노은결의 팬들은 권아람의 심장병 재발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해명에 참여했다.한바탕 요란했던 ‘가짜 결혼 사건’도 밤이 되자 점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결국 인기 순위에서도 밀려났다.유하늘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기사를 바라보는 눈빛에 비아냥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이게 송여준이 생각해낸 해결책이라니.권아람에게 아픈 척하는 연기를 시키더라도 둘이 진짜 부부라는 사실은 끝내 부인했다.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기자들이 추측했던 것처럼 송여준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권아람을 버리지도, 가족에게 사실을 털어놓지도 못했다. 또한, 그녀가 충격을 받아 이혼하려 할까 봐 7년 동안 입을 다물었다.정말 혐오스럽기 짝이 없었다.마침 아래층에서 송여준이 집에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내일 아람 씨를 위해 준비한 서프라이즈 말이야, 예정대로 참석하는 거지? 어차피 진짜 아픈 건 아니잖아.”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송여준은 어리둥절하더니 머뭇거리며 물었다.“하늘아, 화 안 났어?”유하늘은 멈칫했다.“왜 화가 나야 하지?”송여준은 말문이 막혔다.그녀에게 이건 그냥 루머일 뿐, 믿을 생각도 없고 화를 낼 일도 아니었다.송여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일단 유하늘을 달래주기 급급했다.이내 조심스레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밖에서 떠도는 소문은 신경 쓰지 마. 지난 7년 동안 난 다른 여자한테 눈길 준 적 없고, 오직 너와 함께 남은 생을 보내고 싶어.”유하늘의 몸이 흠칫하더니 손으로 송여준을 밀어냈다.송여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왜, 나 안 믿는 거야?”“아람 씨 입원했으니까 내일 같이 병문안 가자. 겸사겸사 선물도 전해주고.”그리고 머릿속으로는 아까 임세빈이 전화로 전했던 일이 떠올랐다.권아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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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전화를 끊고 나서 임세빈이 곧바로 충격을 받은 듯한 이모티콘을 보냈다.잠시 후,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심장외과 그 유명한 한 교수님 말이에요? 하늘 씨가 어떻게 교수님 연락처를 갖고 있죠?”그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한광식이 개발한 혁신적인 심장 수술 절개법은 의학계에서도 손꼽히는 기술로 유명했다. 관련 종사자라면 한 번쯤은 그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였다.하지만 3년 전에 이미 은퇴하고 더 이상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런 인물을 유하늘의 연락 한 통으로 다시 불러낼 수 있다니, 당최 믿을 수 없었다.“교수님이 저희 아빠랑 친분이 있으세요. 저도 아빠 덕을 본 거죠.”말을 마치자 유하늘은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했다.아버지의 사랑은 실로 위대했다.세월이 흘러도 괴롭힘을 당하는 순간 아버지의 인맥으로 이렇게 반격할 수 있었으니, 정말로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신 게 아닐까 싶었다.아무렇지도 않은 유하늘의 말투에 임세빈은 피식 웃었다.“내가 모를 줄 알아요? 아무리 친분이 있다고 해도 한 교수님은 아무나 불러낼 수 있은 분이 아니죠. 다들 하늘 씨가 송여준한테 빌붙어서 신분 상승을 위해 결혼했다 그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하늘 씨 인맥이 훨씬 더 넓은 것 같아요.”유하늘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왜냐하면 사실이었으니까.송여준은 그저 인맥이 넓고 회사 규모가 클 뿐이다.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보석상이었고, 어머니는 명문가 출신이었다.따라서 인맥의 규모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했다.여동생을 이렇게 멀리 시집보내면서 오빠가 마음 놓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필요한 순간이면 국내외의 유력 인사들이 유씨 집안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그녀를 도와주기 때문이다.“그래요? 아무튼 내일 봐요.”유하늘은 말을 아끼고 전화를 끊었다.다음 날 그녀는 송여준, 송우주 부자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뒤이어 송여준에게 특별히 부탁해 초대한 친구들도 속속 도착했다.그중에 홍이수도 포함했다.다른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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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병실 안, 권아람은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혈기가 감도는 얼굴은 전혀 심장병을 앓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유하늘을 포함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당황하며 몸을 일으켰다.“여긴 어쩐 일이죠?”유하늘이 생긋 웃었다.“오늘 서프라이즈 해주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그런 일이 터지고, 게다가 아람 씨가 아파서 입원했다길래 우리가 직접 찾아올 수밖에 없었죠.”“굳이 그럴 정도야...”권아람은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갑자기 열정적으로 대하는 유하늘을 보자 무슨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죄송해요, 요 며칠 심기가 불편했죠? 인터넷에 갑자기 그런 사진이 떠돌아다닐 줄은 저도 몰랐어요.”송여준은 유하늘의 안색을 살피며 딱 잘라 말했다.“이미 지나간 일이야. 홍보팀 직원한테 처리하게 했으니 이만 잊어버려.”“맞아요. 오늘은 아람 씨 생일을 축하하려고 모인 거예요. 지난번에 제가 못 갔는데도 개의치 않고 특별히 우리 결혼기념일에 깜짝 서프라이즈도 해줬잖아요.”유하늘의 말투는 의미심장했지만 얼굴에는 화사한 미소를 띠고 있어 당최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다.권아람은 당황했고 어딘가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분명 그녀가 연회에서 저지른 일 때문에 유하늘은 체면을 완전히 잃었을 텐데, 지금 와서 축하라니?권아람은 웃으면서 넌지시 떠보았다.“어떤 식으로 축하해줄 건데요?”“제가 아람 씨 팬들을 특별히 초대했어요.”유하늘은 휴대폰을 꺼내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임세빈의 연락처를 찾아 문자를 보냈다.“다들 병문안 겸 생일 축하를 위해 선물도 잔뜩 준비했거든요.”이내 휴대폰을 넣고 입구를 향해 손뼉을 쳤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으로 향했다.권아람도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열몇 명이 되는 팬이 우르르 몰려왔고 손에는 각종 명품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분명 안에는 고가의 명품이 들어 있을 것이다.“여신님, 생일 축하해요.”“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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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디자인 공모전 금상 수상자, 노은결.]번호와 연도, 그리고 저명한 최정상 디자인 마스터 심사위원의 친필 사인도 보였다.이는 팬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노은결 인생에서 가장 유의미한 상이 바로 이 트로피라는 것을.심지어 본인이 직접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었다.순간, 모두가 멘붕에 빠졌다.누군가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당신이 어떻게 노은결의 트로피를 가지고 있죠? 설마 본인이세요?”권아람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노은결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팬들을 훑어보았다.“여러분이 이 여자 가짜인 걸 금방 알아차릴 줄 알았는데, 다들 2년 전 제 팬미팅에 왔었잖아요. 목소리가 완전히 다른 거 못 느꼈어요?”팬들은 하나같이 충격을 받았다.“맞아요! 이 여자 목소리 진짜 노은결 씨랑 완전 다르네요. 그때 살짝 의아하긴 했는데 가짜라서 그랬던 거군요.”“그러니까. 어쩐지 최근 작품이 점점 별로였다 했더니 진짜는 아직 복귀 전이었네요.”송여준은 깜짝 놀라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람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권아람은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린 채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만 연신 저었다.“나도 몰라! 지금 일부러 연기하는 거야. 나를 모함하고 망신 주려고.”말을 마치고 나서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유하늘을 바라보았다.유하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마주쳤고,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순간, 권아람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그녀가 진짜 노은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사람들을 불러 폭로하려는 속셈이었다.이내 이를 악물고 유하늘에게 되물었다.“하늘 씨가 준비한 서프라이즈가 이거였어요? 아무나 찾아서 트로피를 위조해 진짜 노은결인 척하게 하고 나를 매장하려 하다니.”“그럼 진짜 트로피를 꺼내 봐요. 업계 전문가한테 감정받고 나서 다시 얘기하죠.”노은결이 버럭 외쳤다.그리고 손가락으로 권아람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리고 업계에서 내 얼굴 본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에요. 증인이 이렇게나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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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아람아!”기절 직전인 권아람을 보자 송여준과 홍이수가 동시에 달려왔다.임세빈이 곧바로 말했다.“저희 병원에 심장외과 명의 한광식 선생님이 오셨는데 지금 바로 모셔 올게요.”권아람은 사색이 되더니 초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잠시만요! 전문가 부를 정도는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안 돼.”송여준은 그녀가 혹시라도 위험해질까 봐 걱정했다.권아람이 발작할 때마다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그는 지금 이 소동 따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선생님을 모셔 오세요. 그리고 아람이 상태도 한 번 확인해주세요. 왜 항상 완치가 안 되는지.”유하늘은 차가운 시선으로 지켜만 볼 뿐 제지하지는 않았다.송여준이 눈살을 찌푸렸다.“기자님들, 방금 일어난 일을 절대 보도하지 마세요. 아직 사실인지 확실하지도 않고,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함부로 발설하면 안 돼요. 알겠죠?”말이 끝나자 홍이수가 재빨리 기자들을 내보냈다.팬들은 문 앞을 지키며 떠나려 하지 않았다.“제가 헛소리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사람들 앞에서 제가 진짜라는 걸 밝히고 싶었을 뿐이에요. 자기 아내가 이렇게 되었는데도 걱정은커녕 오히려 남을 사칭한 가짜를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니, 다른 의미로 정말 대단하시네요!”노은결은 얼굴을 굳히며 유하늘의 편을 들어주었다.임세빈이 말하길 그녀는 불치병을 앓고 있어 오래 살지 못한다고 했다.병원으로 오는 길에 노은결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게다가 자신을 사칭한 여자가 노은결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화려하게 복귀하고 남의 남편까지 빼앗으려 했다는 사실에 더더욱 마음이 아팠다.송여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말했다.“은결 씨는 일단 나가서 좀 쉬고 계세요. 공개 발표는 잠깐 미뤄주실 수 있을까요? 아람이가 심장이 안 좋아서 자극받으면 안 되거든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광식이 병실 문 앞에 도착했다.“여기 심장병 환자가 있다고 들었는데.”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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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권아람은 실성한 듯 소리쳤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병실 안에 있는 팬들이 경멸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선은 하나같이 차갑기만 했다.권아람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이내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결국 유하늘을 노려보며 말했다.“하늘 씨가 꾸민 짓이군요.”권아람의 눈에 증오가 치솟았다. 태연한 모습으로 서 있는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고, 무슨 상황인지 단번에 깨달았다.“이게 공들여 준비했다는 ‘깜짝 선물’이었어요? 정말 지독하네요. 도대체 나랑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러는 거죠?”유하늘이 임세빈을 힐끗 쳐다봤다.임세빈은 즉시 알아차리고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병실을 나갔다.병실 안에는 두 여자만 남게 되었다.유하늘은 뒤돌아서 느긋하게 의자에 앉았다.그리고 조용히 권아람을 바라보다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노은결은 내 친구예요. 처음부터 아람 씨가 가짜라는 걸 알고 있었죠. 지금까지 참은 것만으로도 진짜 많이 봐준 거예요. 계속해서 날 건드리고 도발한 사람은 아람 씨 아닌가요?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요? 겁도 없이 날뛰게 그냥 둘 거로 생각했어요?”폭력적인 단어가 하나도 없었지만 모욕감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어차피 떠날 생각이라 이참에 권아람에게 털어놓기로 했다.“송우주 엄마가 되든, 송씨 가문 사모님으로 돌아가든 마음대로 해요. 하지만 내 친구를 사칭하면서 누린 명예와 이익은 전부 돌려줘요. 이 지경까지 왔으니 정리하고 송여준네 집으로 들어갈 준비나 해요. 난 더 이상 당신들 같은 쓰레기랑 엮이기 싫으니까.”유하늘은 또박또박 말했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 듯 충격에 휩싸인 권아람을 뒤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권아람은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이내 급히 유하늘을 불러 세웠다.“잠깐! 진짜 자리를 내줄 거예요?”유하늘은 마치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듯싶었다.“안 될 이유가 뭐 있죠? 내가 원해서 송여준 아내랑 그 애 엄마 된 줄 알아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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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한참이 지나도 대답이 없자 홍이수는 고개를 돌렸다. 이내 눈살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긴 송여준을 발견하고 넌지시 물었다.“이제 어떡할 거야? 아람 씨한테 정떨어졌어?”송여준은 그를 힐긋 쳐다보았다.“정이 있었던 적이 없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내 마음속엔 오로지 유하늘뿐이었어. 단지 내가 그때 할머니의 강요에 못 이겨 억지로 결혼한 거 보고 너희들이 아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지, 내 입으로 직접 인정한 적 있냐?”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던 홍이수는 정말 그런 것 같았다.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마침 가짜 신분이 들통나고 심장병도 거짓인 게 밝혀졌으니 이참에 이혼해.”홍이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권아람이 한 짓이 떠오르자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송여준을 보는 순간 속으로 약간의 미안함도 느꼈다.여태껏 유하늘을 무시해 왔는데 권아람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적어도 입만 열면 거짓말을 늘어놓지 않았다.송여준이 생각에 잠겼다.“이혼은 당연한 거고, 일단...”하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고개를 돌리자 입구에서 급히 달려오고 있는 송정희를 발견했다.한편, 또 다른 숲길.울창한 나무가 몇몇 그림자를 가렸고 그중에 유하늘도 포함되었다.그녀의 발길이 멈칫했다. 송정희의 목소리와 함께 나무를 사이에 두고 송여준과 홍이수가 주고 받는 대화가 얼핏 들렸다.유하늘은 멈춰 서서 귀를 기울였다.갑자기 나타난 송정희를 보고 송여준은 깜짝 놀랐다.“고모가 여긴 웬일이에요?”“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내가 안 올 수 있겠니? 아람이가 우리를 속였다는 거 다 알아. 화가라는 신분도 거짓이고, 심장병도 꾸민 거잖아. 하지만 네 할머니의 생명을 구한 은인이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어.”송정희는 숨을 헐떡이며 초조한 표정으로 송여준을 바라보았다.누가 봐도 권아람을 위해 변호하려는 모습이었다.송여준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할머니를 구한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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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게다가 이미 합의된 일이라니?대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었다. 설마 잘못 들은 걸까?송정희는 주먹을 꽉 쥐었고,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다.이내 어두운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그때 아람이 심장병 앓았던 건 사실이야. 근데 완치돼서 화가로 돌아오든 병 걸린 척했든 다 너한테 조금이라도 동정받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겠어?”말을 이어갈수록 송정희는 권아람이 점점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외로이 혼자서 아무의 관심도 받지 못하니 거짓말이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곧이어 냉소를 지었다.“아람은 그저 너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일이 터지자마자 바로 버리고 떠나겠다고? 이혼하더라도 지금은 안 돼. 이미 받은 충격만으로도 버티기 힘들 거야.”송여준은 흠칫 놀랐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어쨌든 송정희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송정희가 다급히 한 마디 보탰다.“아무튼 지금은 무조건 아람 곁에 있어 줘야 해. 안 그러면 할머니가 하늘에서 이 모습을 보신다면 얼마나 마음 아프시겠어? 어떻게 할지는 네가 알아서 해.”송여준은 주먹을 꼭 쥔 채 침묵했다.그동안 늘 쓸데없는 일에 발이 묶여 유하늘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기회를 찾지 못했다.곰곰이 생각해보면 권아람이 나타난 순간부터 그의 결혼 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머릿속으로는 이혼 문제를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지금이야말로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나야 할 적기라고, 그래야 비로소 끝을 맺을 수 있다고 여겼다.하지만 송정희의 말을 듣고 나니 다시 망설여졌다.아니나 다를까 이런 중요한 시점에 자신까지 성급하게 권아람과 이혼하겠다고 나서면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아 무너질지도 모른다.잠깐의 침묵 끝에 송여준은 결국 타협했다.“알겠어요. 이혼은 잠시 미룰게요.”유하늘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두 눈에 조롱이 가득했다.물론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다.항상 말로는 그럴듯하게 떠들었지만 실제로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권아람과 이혼하는 것을 망설였다.그녀가 굳이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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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유하늘은 휴대폰을 꼭 쥐고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은결 씨랑 같이 있어. 왜?”“아니야. 그럼 먼저 일 봐. 나중에 끝나고 집에 오면 잠깐 얘기 나누자.”송여준이 말을 아꼈다.당최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어 유하늘은 대충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노은결이 그윽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늘 씨가 은퇴했을 때 정말 안타까웠어요. 예전에 내가 산속에서 은거했던 걸 하늘 씨도 참 아쉬워했잖아요.”유하늘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안타까워요?”노은결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하늘 씨는 지금의 남편을 죽도록 사랑했잖아요. 어릴 적부터 살아온 곳도, 피땀 흘려 연습한 첼로도 포기할 정도로. 그런데 결국 이렇게 된 걸 보면 참 안쓰러워요.”유하늘은 고개를 숙였다.뜨거운 커피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목소리는 시종일관 무덤덤했고 일말의 미련조차 없었다.“처음부터 끝까지 난 당당하게 사랑했고 모든 걸 바쳤어요. 떠날 때도 하늘 우러러 떳떳하니 그걸로 충분해요. 나한테 상처 준 사람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거로 믿어요.”다만 지금은 아직 업보를 받을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었다.노은결이 고개를 끄덕였다.“쓰레기 같은 남편과 무능한 아들, 그리고 교활한 권아람까지 모두 벌을 받게 될 거예요. 무조건!”유하늘이 웃으며 노은결과 회포를 풀고는 집으로 돌아갔다.송여준은 집에서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유하늘을 보자마자 얼른 마중 나갔다.“하늘아, 오늘 일 노은결과 같이 꾸민 거야?”그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유하늘이 낯설게 느껴졌다.유하늘은 기죽지 않고 그의 질문에 정면으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친구가 불이익을 당하는 데 가만히 있어? 권아람이 자기 것이 아닌 남의 명성을 누리는데 이게 과연 맞는 일이라고 생각해?”정직하고 당당한 시선을 마주하자 송여준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아니, 나도 아람이 잘못한 걸 알고 있어. 대신 변호할 생각도 없고 그냥 물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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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마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터질 듯한 예감이 들었다.이내 유하늘과 깍지를 끼며 실제로 눈앞에 존재하는 사람인지 확인하려 했다.“그래? 알았어. 아람이 얘기는 그만하자. 내일 친구랑 만나고 집에 와서 밥 먹으며 대화 좀 나눌까?”유하늘은 송여준을 빤히 쳐다보다가 잠시 후 미소를 살짝 지었다.“좋아.”송여준은 팔을 들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그럼 난 여론부터 처리할게. 아람이가 노은결 행세를 한 일로 시끄럽더라고. 은결 씨도 이제 억울함 풀었으니까 얼굴 한 번 공개해달라고 해. 그래야 사람들도 잠잠해질 거야.”말을 마치고 조심스레 유하늘의 표정을 살폈다.시종일관 무덤덤했고 화난 기색은 없었다.송여준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너무 신경 쓰지 말고 집에서 편히 쉬어.”유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곧장 2층으로 올라가 방 안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짐을 바리바리 싸서 캐리어를 몰래 아래층으로 끌고 갔다. 뒷마당 샛길을 지나 차까지 무사히 옮겼다.다시 돌아왔을 때 가방을 메고 거실로 들어서는 송우주를 발견했다.그녀는 멈칫했다.최근에는 대부분 송정희 집에 있거나 권아람과 함께 지내느라 이곳에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유하늘은 송우주를 힐긋 보더니 인사도 없이 그를 무시한 채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하지만 그녀를 발견한 송우주가 즉시 입을 열었다.“엄마!”유하늘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고개를 돌려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왜?”송우주는 급히 앞으로 달려가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엄마, 아주머니가 지금 밥하고 있는데 이따 우리 같이 먹어요. 네?”유하늘은 어안이 벙벙했다. 마치 예상이라도 못했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왜 갑자기 나랑 밥 먹겠다는 거야?”송우주는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언제 마지막으로 같이 밥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나잖아요. 오늘은 엄마랑 같이 먹고 싶어요, 네?”조금 전, 권아람이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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