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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의 참회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21 - チャプター 230

319 チャプター

제221화

송여준은 헬렌의 맞은편으로 걸어가 앉았다.“하늘이가 내 얘기를 한 모양이군요.”헬렌은 마치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듯 이죽거리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쪽에 대해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요? 그냥 하늘이 오빠가 여동생 남편이 인정사정없다고 하길래 알고 있었죠.”송여준의 손가락이 움찔하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헬렌 씨를 찾아온 건 다름이 아니라 요즘 하늘이랑 연락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요.”헬렌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송여준은 그녀의 의아한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그러니까 최근에 하늘이랑 문자 보냈는지 알고 싶어요. 잘 지낸대요?”태연한 모습은 마치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했다.헬렌은 멈칫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정말 미쳤군요. 하늘이 떠난 지도 벌써 3일이나 됐는데, 제정신이에요? 아직도 연락하냐고 묻다니?”송여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마치 정신 나간 사람을 보는 듯 경멸로 가득했다.송여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농담 아닙니다. 일부러 숨기고 말하지 않는 거죠? 분명 어제도 메시지 주고받았잖아요. 여기가 본인 작업실이라며.”헬렌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손에 든 악보를 내려놓았다.“남의 허락도 없이 대화 기록을 훔쳐보는 게 얼마나 역겹고 무례한 짓인지 알아요? 좀 적당히 하세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계정은 왜 훔쳐보는데요?”“훔쳐본 게 아니에요. 헬렌 씨가 메시지 보낼 때 마침 그 자리에 있었을 뿐, 그래서 직접 물어보러 온 거죠.”송여준이 잠시 숨을 고른 뒤 화제를 돌렸다.“지금 투어 중이죠? 유하늘이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면 저희 팀을 보내서 도와줄게요. 이런 일은 전문이거든요.”“그만!”헬렌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책상을 내리쳤다. 눈빛에는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작작 좀 해요. 유하늘이 이미 죽었다는 걸 떠나서, 설령 당신 말이 다 사실이고 우리가 연락하고 있다고 해도 고작 그런 조건에 혹해 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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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하늘이가 이렇게 떠난 게 믿기지 않아서...”송여준은 넋이 나간 채 허탈하게 웃음을 지었다.“원래 행복하게 잘살고 있었는데... 다 제 잘못이에요. 내가 좀 더 신경 쓰고 배려하고 하루라도 빨리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았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안 왔을 거예요.”이내 주먹을 불끈 쥐었다.사람들은 흔히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마라’고 하지만, 그는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항상 때가 아니라고 느끼고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렇다 보니 유하늘과 결국 완전히 엇갈리고 말았다.마지막 순간에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이렇게 떠나는 게 차라리 해방이라고 느꼈을까? 아니면 이제 다시는 그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까?송여준은 온몸이 미세하게 떨리며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크게 충격받은 송여준의 모습을 보자 헬렌은 눈물을 닦고 일어서며 말했다.“이만 돌아가세요. 우리 삶에 더는 나타나지 마세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아니면 하늘이가 7년 동안 속아서 살다가 결국 비참하게 죽은 걸 자꾸 떠올리게 돼요. 제발 우리 좀 내버려 둬요.”송여준의 몸이 휘청거렸다. 촌철살인 같은 그녀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다시는 찾아와서 방해하지 않을게요. 미안해요.”말을 마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그의 뒷모습이 입구에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헬렌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작업실 문이 완전히 닫히자 감정을 추스르고 뒤돌아서 책상 앞에 앉았다.“나와요. 이제 갔어요.”옆에 있는 화장실 문이 열렸다.유시훈이 안에서 걸어 나오며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됐어요?”“이제 다시는 여기 안 올 거예요.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조용히 사라져서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헬렌은 눈가를 닦고 금세 감정을 추슬렀다.유시훈도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밖으로 나가자마자 곧바로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송여준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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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송우주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이불을 치우고 묵묵히 침대에서 내려와 송여준을 따라나섰다.그렇게 밝고 활력이 넘치던 아이는 마치 유하늘과 함께 죽어버린 듯했다.현재의 송우주는 동공이 텅 비어 있었고, 아프기까지 해서 분위기가 우울하고 다운되어 보였다. 무력한 모습은 사십이 넘은 중년처럼 피곤하고 생기가 없었다.송여준도 알지만 마음을 독하게 먹고 동정하지 않았다.그는 송우주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를 몰고 목적지로 향했다.한 시간이 넘는 운전 끝에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유하늘의 비석을 본 송우주는 주먹을 꼭 쥐고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는 고개를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송여준을 바라보며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엄마 정말 죽은 거예요?”송여준은 한숨을 내쉬고 그의 팔을 끌고 앞으로 걸어갔다.“꿇어.”송우주는 두말없이 무릎을 꿇었다.송여준도 뒤따라 꿇고 앉아 등을 꼿꼿이 폈다.비석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 숨쉬기조차 어려웠다.송여준은 주먹을 꽉 쥐고 버티며 한 마디 한 마디를 힘겹게 내뱉었다.“우리 둘 다 이제 희망을 품지 말자. 외국에서 돌아오고 나서 네 엄마가 죽었다는 거 확인했어.”송우주는 고개를 숙였고,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땅에 떨어졌다.그동안 송여준은 송우주가 울지 못하게 했다.아직 유하늘이 살아 있다고 믿고, 단지 어떠한 핑계로 죽은 척했을 뿐 그들을 만나지 않으려 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재수 없을까 봐 눈물을 참으라고 했다.그러나 송우주는 매번 실패했다. 결국 입술을 꽉 깨물고 조용히 우는 방법을 터득했고, 매번 억지로 참느라 얼굴까지 벌게졌다.송여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울어, 참지 말고.”“엄마가 보고 싶어요...!”송우주는 목 놓아 울며 무릎을 꿇은 채 조금씩 기어가 비석을 끌어안았다.“엄마! 보고 싶어요. 잘못했어요. 앞으로 말썽 부리지 않을 테니까 제발 돌아와 줘요.”송여준의 눈시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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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3개월 후 어느 날.리헬 그룹, 대표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안에서 송여준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네.”홍이수가 문을 열고 들어와 서류 봉투 하나를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송여준은 잠시 멈칫했다. 이미 예상한 결과였지만 다시 한번 확인했다.“안 받겠대?”“응. 네 돈 같은 건 필요 없고, 앞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말래. 너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홍이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송여준을 바라봤다. 이 결과가 전혀 놀랍지 않다는 듯했다.“그동안 네가 번 돈 다 유시훈한테 보내라고 했는데 그쪽은 전혀 관심도 없던데?”송여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싸늘하게 말했다.“그래도 계속 줄 거야. 하늘이 비석 앞에서 이미 맹세했거든. 내가 살아 있는 이유는 딱 두 가지야. 하나는 우리 아이 제대로 키우는 거고, 다른 하나는 하늘이 가족 챙기는 거지.”“유시훈이 네 돈 절대 안 받겠다고 하는데 내가 무슨 수가 있겠어? 그 사람은 널 증오해. 아마 평생 널 용서하지 않을 텐데 네 돈을 쓰겠어?”홍이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일에 있어서는 자신이 더 도울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꼈다.그는 최선을 다했다.송여준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 봉투를 바라보다가 안에서 은행 카드와 수표, 그리고 기타 자산 지분을 꺼냈다.“송강 그룹이 지금 여기저기서 견제받고 있잖아. 워낙 어수선한 시기라 돈 들어갈 데가 많을 텐데 내 돈까지 거절하면 급한 불은 어디서 끄겠어?”송여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 봉투를 꽉 움켜쥐었다.“내가 직접 다녀와야겠어.”홍이수가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하지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이미 저만치 사라지고 없었다.송여준은 문을 열고 나가며 비서에게 항공권을 예약하라고 지시했다.홍이수가 뒤쫓아갔지만 끝내 막지 못했다.그동안 송여준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평소에도 말수가 적었지만 이제는 얼굴에 웃음기조차 없었다. 유하늘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가 하는 말이 곧 진리였고 아무도 태클을 못 걸었다.홍이수는 점점 걱정되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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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유시훈은 뒷짐을 지고 싸늘한 눈빛으로 송여준을 노려보았다. 마치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여기 왜 왔지?”송여준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그냥, 다만 지금 회사에 문제가 생긴 건 사실이잖아요. 시훈 씨를 도와주고 싶어서 왔어요. 이 돈 받으세요.”사람들은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유시훈을 돌아보았다. 속으로는 제발 받아주길 바라면서.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게 중요하지, 송여준이 누군지는 상관없었다. 자발적으로 현금 지원을 해주는데 누가 안 받겠는가?하지만 유시훈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나가.”“알겠어요. 그런데 돈은 주고 갈 거예요. 안 그러면 매일 회사로 찾아와서 사람까지 대동해 난동 부릴 겁니다. 사업 접고 회사가 망하는 걸 보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세요.”송여준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기가 막히는 말을 가볍게 내뱉었다.유시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송여준의 끈질긴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곧이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송여준, 너 미쳤어? 내 일도, 유하늘 일도 네 알 바 아니야!”“그때 전 하늘이 비석 앞에서 맹세했어요. 시훈 씨랑 송강 그룹을 잘 챙기겠다고.”송여준은 한 장의 계약서를 꺼내 건네주었다.유시훈이 힐긋 쳐다보더니 어안이 벙벙했다.계약서에는 송여준이 설정한 재산 분배 권한이 명시되어 있었다.그는 매달, 매 분기 수입의 20%를 송우주의 생활비로 나눠주고 나머지는 모두 유시훈에게 귀속되도록 했다.유시훈은 놀란 얼굴로 계약서를 바라보았다. 송여준이 작성한 계약서에 적잖이 충격받은 모습이었다.이내 침묵하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자아도취가 심하네. 내 동생이 살아 있을 때도 타이밍만 재다가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만 하다가 결국 사랑한다는 착각 속에서 괴롭히기만 했잖아. 늘 혼자서 멋대로 밀어붙였으니까 하늘이가 너랑 헤어진 거지.”그 말을 듣자 송여준은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피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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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따라서 이번 생에는 더 이상 유하늘의 연주를 들을 수 없었다.예전에 공연한 영상들도 유시훈이 비공개로 처리해 찾아보기 어려웠다.그러다 문득 그녀의 연주 스타일이 궁금해졌다.송여준은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그 사람 음악회 어디서 해요? 저도 보고 싶어요.”임원은 어리둥절했다.송여준이 갑자기 이런 것에 관심을 보일 줄은 몰랐지만 의아해하면서도 어딘지 알려주었다.주소를 받고 송여준은 회사를 떠났다.인터넷으로 음악회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늘 저녁 8시에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결국 하룻밤 묵기로 하고 다음 날 비행기 표를 샀다.그가 해외에서 공연을 보겠다고 하자 홍이수는 전화로 한숨을 쉬었다.항상 예상치 못한 일을 저지르는 성격에 이미 익숙해진 듯했다.“알았어. 회사 일은 내가 대신 봐줄게. 휴가라고 생각하고 며칠 더 있어도 돼. 지난 석 달 동안 하루도 쉬지 못했잖아.”송여준은 전화를 끊고, 저녁 8시가 되었을 때 바로 음악회장으로 향했다.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멀지 않은 길가에 차 한 대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차에서 내린 사람은 유시훈과 헬렌이었다.송여준은 흠칫 놀라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두 사람을 여기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한 명은 오빠, 다른 한 명은 옛 스승.이들이 왜 같이 음악회에 온 거지?연주자가 정말 유하늘과 닮은 걸까?송여준은 자신의 존재가 들키지 않도록 먼저 안으로 들어가 구석 자리를 찾아 앉았다.모든 조명이 무대로 향해 있어 객석은 겨우 좌석이 보일 정도였다.따라서 굳이 몸을 숨기지 않아도 유시훈과 헬렌은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첫 줄에 앉았다.그와 동시에 진행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이어서, 첼리스트 하율 씨를 모시겠습니다!”박수갈채가 쏟아졌다.송여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무대를 바라봤다.하율이라니?곧이어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관객석에서 또 한 번 박수가 터져 나왔다.송여준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여자로 향했다. 그러고는 의아한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빨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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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결국 저도 모르게 걸음을 옮겨 무대로 걸어갔다.관객석은 공연이 끝났지만 아직도 여운을 즐기는 자, 그리고 자리를 뜨려는 이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계속 박수를 쳤고, 일어나서 짐을 정리하는 사람도 보였다.모두 각자에만 신경 쓸 뿐, 서로를 주의 깊게 보지는 않았다.송여준은 마치 유령처럼 곧장 여자를 향해 다가갔다.그 과정에서 몇 사람과 부딪히기도 했지만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오직 무대 위 한 사람의 모습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인파와 가면을 두고,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쏟아지는 박수 소리 너머에서 심장이 쪼그라드는 긴장감에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몸매는 물론 수정처럼 맑은 눈동자가 초록색인 점을 빼면 너무도 닮아 있었다.하지만 납득이 안 갔다.분명 그의 착각일 것이다. 유하늘을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생긴 환상일 뿐.어쨌거나 그녀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유시훈이 비석까지 세웠는데 거짓일 리는 없었다.하지만 생각과 달리 송여준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어떻게든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송여준은 가면의 가장자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가림막 틈새로 상대가 유하늘이라는 흔적을 조금이라도 포착하려 했다.여자가 꽃을 받아 들고 유시훈과 함께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송여준이 한발 앞서 계단을 지나며 일부러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바람에 자칫 부딪힐 뻔했다.유시훈이 깜짝 놀라더니 송여준의 팔을 붙잡고 간신히 참사를 면했다.“이봐요, 조심 좀 하세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여준을 알아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가면녀를 등 뒤로 끌어당겼다.그리고 죽일 듯이 노려보며 외쳤다.“여긴 어떻게 왔어? 감히 날 미행해?”무의식중으로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송여준이 그의 뒤를 밟았다는 것.그렇지 않고서야 공교롭게 이곳에 나타날 리 없었다.한편, 뒤에 있던 헬렌도 다소 긴장한 듯 자기도 모르게 여자의 곁으로 다가갔다.송여준은 두 사람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어느새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이내 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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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송여준은 즉시 시선을 옮겼다.하율은 첼로와 유시훈한테서 받은 꽃다발을 안고 힘겹게 서 있었다.하얀 손등의 새까만 점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송여준은 흠칫하더니 그 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유하늘의 손에는 점이 없었다.몸 구석구석까지 훤할 정도이니, 어느 부위에 점이 있고 없는지도 정확히 기억했다.멀리서 볼 때 눈앞의 여자가 유하늘과 정말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가까이서 그녀의 손에 있는 점을 보고, 생전에 가장 싫어하던 향수 냄새를 맡게 되자 문득 다른 사람임을 확신하게 되었다.유하늘은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아무리 그녀를 닮은 사람이 있다고 한들 그저 기억 속의 그림자일 뿐.송여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의 모습을 지켜보았다.유시훈과 헬렌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제 더는 침묵을 지킬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유시훈이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우리도 네가 잘못해서 힘든 시간 보낸 거 알아. 신경이 예민한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면 안 돼.”“하율은 유하늘이 아니야. 내 동생이 첼로를 전공할 때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긴 했지만 하율만큼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어. 네가 착각한 거야.”말을 마치고는 은행 카드 한 장을 하율에게 건네주었다.하율이 거절했고, 가늘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마치 샘물처럼 맑았다.“괜찮아요, 전 받을 수 없어요.”“시골에서 혼자 살면 위엄하니까 도심이랑 가까운 데로 방 하나 구해.”옆에서 듣고 있던 송여준이 불쑥 끼어들었다.“시골에서 살다니?”“아, 근교에 작은 시골 마을이 있는데 거기서 살아요. 우연한 기회에 여행하러 온 헬렌 선생님이 첼로를 연주하는 저를 보고 일부러 도시로 데려왔죠.”하율의 말투는 무덤덤했고, 청량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유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율아, 너도 첼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 듣자니 첼로 배우려고 남의 발까지 씻어줬다면서?”왠지 모르게 송여준은 갑자기 유하늘이 예전에 자기 발을 씻겨주던 모습을 떠올렸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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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유하늘과 전혀 다른 생활 습관, 향수 냄새, 그리고 말할 때 부드럽게 속삭이는 모습들을 보면서 송여준은 자칫 착각이라고 느낄 뻔했다.하지만 방금 대화를 나눌 때 또 다른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했다.두 사람이 아무리 모르는 척해도 무의식적인 행동은 숨길 수 없다.하율이 첼로를 들다가 힘들어하자 유시훈이 자연스럽게 건네받았다.그녀도 힐긋 쳐다보기만 했을 뿐, 자신에게 보이는 본능적인 배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만약 단순히 연주자와 청중의 관계라면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최소한 감사 인사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송여준은 생각할수록 의심스러웠다.이내 고개를 돌리자 유시훈의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쳤다.유시훈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안 갈 거야?”송여준이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아까 가져다준 현금과 수표 회사 재무팀에 넘겼어요. 아마 받자마자 사용해서 재정 문제는 해결했을 거예요.”유시훈의 안색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너 미쳤어? 누가 허락도 없이 그런 짓을 하래? 네 돈 따위 쓰고 싶지 않아! 당장 가져가. 다시 한번 말하는데 우리 회사 일에 관여하지 마.”송여준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어차피 자금은 이미 투입됐어요. 그렇게 받기 싫으면 다시 벌어서 돌려주던가. 당분간은 그만한 돈을 한꺼번에 마련하지도 못할 테지만.”말을 마치고는 뒤돌아서 떠났다.그의 뒷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유시훈은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딱히 뾰족한 수는 없었다.헬렌이 급히 다가와 그의 팔을 가볍게 토닥였다.“됐어요, 그만 화 풀어요. 지금은 그냥 돈을 억지로 쥐여줬을 뿐, 그게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리는 것보다는 낫잖아요.”그 말에 유시훈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깊은 눈빛으로 헬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헬렌 씨 말이 맞아요. 일단 눈치채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죠.”헬렌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 없을 테니까. 얼른 가요.”하지만 유시훈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송여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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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하율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일부러 거리를 두고 그의 질문에 대답하길 거절했다.“미안하지만 개인적인 일인 데다 그쪽이랑 왕래한 적도 없어서 말하기 싫어요. 그게 왜 궁금한지도 모르겠지만.”송여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의미심장했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무례했죠? 그런데 유시훈과 헬렌이 당신을 이렇게 챙겨주는 이유가 하율 씨 연주 스타일이 누군가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겠죠?”말을 마치고는 하율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래요?”송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거 알아요? 당신이랑 비슷하다는 그 여자, 즉 그들이 추모하는 사람이 사실은 저랑 오랜 세월 함께한 아내예요.”팔짱을 낀 하율의 손이 움찔하더니 무심한 얼굴로 송여준을 힐끔 쳐다보았다.“말로만 듣던 배은망덕한 배신자가 바로 당신이었어요? 하지만 내 연주를 들으러 온 이유에 대해서 전혀 관심 없으니까 당장 나가주세요. 여긴 백스테이지에요. 경호원에게 끌려가고 싶어요?”가차 없는 그녀의 말투에 송여준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알겠어요,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다음 연주회 때 또 올게요.”깜짝 놀란 하율은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눈동자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잠깐! 거기 서요.”송여준이 그 자리에서 멈춰서 뒤돌아섰다.“다시는 오지 마요. 내가 얘기했죠? 당신 같은 사람 별로 안 좋아한다고. 괜히 얼쩡거리면 기분만 나쁘거든요?”“그건 본인 사정이고, 연주자로서 관객을 고를 수는 없잖아요. 당신을 판단하거나 싫어하고, 실력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하율은 말문이 막혔다.묵묵부답하는 그녀를 보자 송여준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곧 다시 만나요.”말을 마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혼자 남은 하율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점점 멀어져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밖으로 나온 송여준은 방금 있었던 일을 전부 홍이수에게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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