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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의 참회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31 - チャプター 240

319 チャプター

제231화

송여준은 휴대폰을 꼭 쥔 채 침묵에 잠겼다.긴긴 고요함 속에 유하늘을 잃은 고통과 그녀를 향한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홍이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송여준이 일에 치여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이제는 고작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뿐인데, 마음 깊숙이 묻어 두었던 감정이 자극되어 마치 죽은 아내가 다시 살아 돌아온 것처럼 착각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홍이수가 나지막이 위로했다.“여준아, 국내 일은 내가 봐줄 테니까 넌 푹 쉬어. 하늘 씨랑 많이 닮았다는 그 여자 자주 만나 봐. 네가 덜 힘들기만 하면 대역 하나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대역이라니?”송여준은 그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리며 강하게 거부했다.“아니, 유하늘은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이 세상에서 대체 불가한 존재니까.”“그럼 알아서 해. 거기 있다가 돌아오고 싶을 때 와.”더는 할 말이 없어진 홍이수는 전화를 끊었다.송여준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꽉 움켜쥐었다.머릿속으로는 초록색 동공을 가진 여자가 저절로 떠올랐다.이내 자기도 모르게 휴대폰을 집어 들고 인터넷으로 하율의 공연 일정을 검색했다.예명 중 실제로 유하늘의 이름과 겹치는 글자를 보고 자신의 추측이 결코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우연이 한두 번이면 몰라도, 이렇게 반복된다면 필연이 되기 마련이다.물론 동공 색깔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가면 아래 도대체 어떤 얼굴이 숨어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송여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문득 구매 페이지에 첨부된 링크를 발견했다.클릭하는 순간 포스터 한 장이 나타났다.[하율 선생님과 함께 자선 활동에 참여해 주세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을 모아, 가능한 만큼 함께 기부해 유기견, 유기묘들에게 포근한 보금자리를 마련합시다!]화면을 스크롤 하자 하율이 주선한 자선 행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기부에 동참해 유기묘, 유기견을 돕는 사람에게는 다음 공연 무료 관람권 한 장이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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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송여준은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감탄하는 말을 들었다.“세상에, 분위기 봐. 가면을 벗어서 얼굴 한 번 보여줬으면 좋겠다.”“그러니까. 완전 다른 레벨이잖아. 가면을 벗어도 뭐라 할 사람 없을 텐데, 왜 그렇게 자신 없어 하시는지 모르겠어.”송여준은 목소리의 출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 모두 하율의 골수팬이라 알고 있는 것도 꽤 많아 보였다.그는 가볍게 헛기침하며 물었다.“안녕하세요, 최근에 팬이 된 사람인데 혹시 하율 선생님이 왜 항상 가면을 쓰고 벗지 않으려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팬은 곧바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오해하지 마세요. 하율 선생님이 잘난 척하거나 팬분들을 무시해서 그런 게 아니라 6개월 전 큰 화재를 겪으면서 얼굴에 화상을 입으셨거든요.”“맞아요. 그런 모습 보여주기 싫은 것도 이해할 만하죠. 화상 자국은 분명 흉할 테니까. 그래도 저희는 전혀 신경 안 써요. 좋은 음악만 들려주시면 그걸로 충분해요.”다른 사람이 맞장구를 쳤다.송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감사를 표했지만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6개월 전에 화상을 입었다니?이런 우연이 있나?이내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에서 하율의 이름을 검색했다.그 결과 실제로 화재 관련 보도가 존재했다.기사 속 하율의 사진은 옆모습뿐이라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다.그런데도 내용은 마치 그녀의 얼굴을 직접 본 듯 빼어난 미모를 잃은 것을 안타까워하며 통탄하고 있었다.그때는 유하늘이 아직 불치병 판정을 받기 전이었다.당시 오빠를 돕기 위해 해외로 나가 회사에서 일하며 위기를 수습할 신규 디자인을 구상하고 있었다.기사 속 시간대와 전혀 맞지 않았다.유하늘이 오빠와 함께 일하던 시점에 하율은 이미 화재를 겪었다.하지만 의심스러운 점은 분명 존재했다.송여준은 뒷모습이 찍힌 사진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때,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다.송여준의 시선은 순식간에 무대로 향했다.가늘지만 힘 있는 팔이 첼로를 자유자재로 켜고 있었고, 마치 민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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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물론이죠.”하율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다시 태어났다고 해서 이번 생이 늘 햇살 가득하고 과거의 고민 같은 건 지워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죠. 운명이 반복적으로 던지는 어려움 앞에서도 담담하게, 당당하게 마주할 줄 알아야 해요.”팬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이번 연주에서 하율이 선보인 장르가 그런 의미를 완벽하게 담아냈다고 감탄했다.그러고 나서 팬들의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하율은 한 명씩 차근차근 질문에 답했다.송여준은 점점 조급해졌다.사회자가 마침내 음악회 종료를 알리자 그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스태프의 안내를 기다렸다.스태프가 다가와 아직 제자리에 있는 그를 보고 급히 손짓하며 말했다.“하율 선생님이 백스테이지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빨리 따라오세요!”송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인 뒤, 스태프를 따라 목적지로 향했다.대기실에 도착하자, 등을 돌린 채 화장대 앞에 앉아 손을 정성스레 닦고 있는 가녀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송여준이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갔다.뒤에 있던 스태프가 입을 열었다.“하율 선생님, 이번 자선 기부에서 1등을 하신 분이 오셨습니다. 인사 나눠주시고, 사인용 악보는 책상 위에 올려 두었어요. 이따가 바로 사인해 주면 됩니다.”하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 고마워요.”스태프는 수줍은 미소를 짓더니 머리를 긁적이고 뒤돌아서 떠났다.사람이 나가자, 하율도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말을 꺼내려 했다.그러다 눈앞의 사람을 보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송여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갔다.가면을 쓰고 있음에도 하율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이내 테이블 모서리를 잡고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또 당신이에요? 어제 왔던 그 사람 아닌가요?”송여준이 피식 웃었다.“맞아요. 어제 공연을 보고 나서 하율 씨한테 완전히 매료됐어요. 연주 스타일과 몸짓 하나하나가 제 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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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그리고 턱을 고정한 채 가면 위에 손을 올렸다.“하율 씨, 당신은 제가 밤마다 꿈에서 본 그 사람과 너무 닮았어요. 미안하지만 오늘은 어떻게든 가면을 벗겨야 하겠어요.”말을 마치자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하율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살려주세요! 여기 저를 습격하려는 사람이 있어요!”송여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가면을 힘껏 끌어 내렸다.하지만 벗겨지지는 않았다.하율이 고개를 돌리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송여준은 당황해 손을 급히 놓았다.예상과 달리 가면은 쉽게 벗겨지지 않았고, 머리카락 속 끈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결국 가면을 잡아당겨도 벗기기는커녕 하율의 머리만 세게 조이는 꼴이 되고 말았다.그는 즉시 한 걸음 물러서며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제가 모르고 그만...”말을 끝내기도 전에 스태프들이 뛰어 들어왔다.하율에게 바짝 붙어 있는 그를 보자 두 사람은 동시에 얼굴이 굳히며 곧바로 다가가 송여준을 제압했다.“뭐 하는 겁니까? 지금 당장 떨어져요! 당신 블랙리스트에 올랐으니까 하율 선생님 공연 영원히 못 볼 줄 알아요.”두 사람은 말을 마치고 송여준을 강제로 끌어냈다.송여준은 저항하지 않았다. 하율에게 더 나쁜 인상을 남기기 싫었기 때문이다.다만 가면 속 얼굴을 확인하는 데 실패해서 찝찝하긴 했다.설사 비현실적인 생각일지라도 끝까지 희망을 붙잡고 싶었다.어쩌면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그는 문밖으로 끌려 나가면서도 하율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하율은 가슴을 움켜쥐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송여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태연하게 말했다.“미안해요. 오늘은 제가 너무 성급했어요. 나중에 다시 찾아올게요.”하율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서둘러 다가가 문을 닫았다.그리고 등을 기댄 채 전화를 걸었다.한편, 송강 그룹 사무실에서 전화벨이 울렸다.전화를 건네받은 유시훈이 상대가 누구인지 듣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이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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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현지성은 경호원들을 대동해서 송여준을 찾아 사방을 뒤지다가 결국 한 호텔에서 그를 발견했다.송여준은 다음 음악회 티켓 판매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예상대로 이미 사이트 블랙리스트에 올라 차단된 상태였다.하지만 상관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공연장에 들어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문제는 하율에게 억지로 접근하면 그에게 반감을 품고 만나기를 꺼릴 가능성이 컸다.이때, 송여준의 눈빛이 반짝거렸다.현재 하율이 계약한 소속사를 확인하고 즉시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갑자기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송여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전화를 끊고 걸어갔다.문을 열고 한 걸음 물러서자 순식간에 들이닥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였다.현지성은 뒤따라 들어서며 무표정하게 그를 쏘아보았다.송여준은 당황하기는커녕 차분하면서 은근한 조롱이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이게 무슨 짓이죠? 한밤중에 남의 방에 쳐들어오고, 경호원까지 대동해서 몰래 저 없애려는 거예요? 아니면 지난번처럼 하늘 얼굴도 못 보게 막고 바로 국내로 돌려보낼 생각인가요?”그의 말투에는 원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현지성은 비꼬는 투로 말했다.“하늘이 기대 저버리고 온갖 상처 다 주고는 결국 절망에 빠져 살아갈 희망까지 다 꺾어놓고서 마지막으로 한번 만나보고 싶다니?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요?”이내 한 걸음 다가서며 주먹을 움켜쥐었다.“지금 어렵사리 하늘이랑 비슷한 연주 스타일 가진 뮤지션이 나타나서 대표님이 여동생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연락하고 지내는 건데 당신이 왜 끼어드는 거죠? 하율 선생님을 스토킹하고 심지어 가면까지 벗기려 들다니, 예의는 밥 말아 먹었어요?”송여준의 눈빛이 흔들렸다.“스토킹한 적 없어요. 단지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죠.”“6개월 전 화재로 이미 망가졌다고! 그때부터 콤플렉스로 자리 잡았는데 그걸 들춰내려고 해요? 진짜 역겹네요.”송여준이 태연한 표정으로 그를 흘겨봤다.“하율이가 화를 내더라도 직접 사과하면 될 일인데, 당신이랑 유시훈까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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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이 방에 가둬 놔. 내일 하율 음악회가 있으니까 절대 문제 일으키면 안 돼. 사흘 동안 꼼짝 못 하게 해. 안에서 혼자 버티든 말든 상관하지 마.”말을 마치고는 뒤돌아서 자리를 떠났다.경호원들이 일제히 대답하고 송여준을 거실로 떠밀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출입구를 지켰다.복도에 네 명의 경호원이 서 있었다. 그들은 벽에 바짝 붙어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길을 터주었다.현지성은 호텔을 나와 유시훈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보고했다.유시훈은 사흘 동안 송여준을 방 안에 가둬 놓는다는 소리를 듣고 콧방귀를 뀌었다.“그것도 많이 봐준 거네. 경호원들한테 두들겨 패라고 하지.”현지성이 한숨을 내쉬었다.“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사흘 굶겼다가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걱정하지 마. 인간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 사흘 동안 밥은 못 먹어도 방 안에 물은 있잖아? 물만 마셔도 일주일은 버텨.”무심한 말투는 송여준을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것 같았다.현지성이 푸념을 늘어놓았다.“정말 끈질긴 놈이네요.”“됐어, 그냥 가둬 놔. 도망만 안 치면 돼. 하율 음악회에 방해되지 않게.”“알겠어요.”현지성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다만 계속 하율을 의심해서 괜히 불안하네요. 여기 남아 있다가 혹시라도...”“그렇게 놔둘 순 없지.”유시훈이 그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그리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내뱉었다.“사흘 뒤엔 헬기 불러서 국내로 돌려보내. 다음에 와도 똑같이 할 거야. 하율한테 다시는 접근하지 못할 테니까.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마음대로 날뛰어?”...밤, 호텔 방 안은 인기척 하나 없었다.경호원들은 이미 6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두 명은 교대 준비를 하고 3시간 뒤에 와서 바통 터치할 예정이었다.그들이 떠나자 남은 두 사람은 출입문 양쪽에 나란히 서서 조용히 경계를 섰다.이때, 안에서 작은 움직임이 들려왔다.소리를 들은 경호원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더니 동시에 문 쪽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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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하율이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안에서 대표 윌리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하율은 안으로 들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절 찾으셨어요?”“응, 할 얘기가 있어.”윌리엄이 손짓으로 의자에 앉으라고 했다.하율은 어리둥절했다.“무슨 얘기요?”“최근에 소속사에서 투자받았는데 투자자가 이미 지분까지 매수했어. 네가 첼로 연주를 기가 막히게 한다는 소리를 듣고 얼굴 한번 보고 싶다더라.”윌리엄이 웃으며 넌지시 물었다.“만나볼 생각 있어?”하율은 묵묵부답했다. 뭔가 사정이 있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그렇다고 대표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소속사가 함부로 대하기 힘든 투자자 아닌가.결국 마지못해 대답했다.“좋아요. 한 번 만나보죠, 뭐.”말이 끝나기 무섭게 윌리엄이 손을 흔들었다.“이쪽으로 오셔도 돼요.”‘응?’깜짝 놀란 하율이 의아한 표정으로 뒤돌아보았다.그제야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방금 들어왔을 때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었다.남자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고,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하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또 당신이에요?”“네, 하율 씨 소속사 미래 투자자이자 주주이죠. 만나서 반가워요.”송여준이 다가가서 손을 뻗었다. 하율을 쳐다보는 눈동자에 묘한 감정이 일렁거렸다.느긋한 태도는 마치 그녀를 먹잇감처럼 여기고 이미 손안에 넣은 듯해 보였다.하율은 입만 벙긋했을 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잔뜩 굳어 있는 그녀를 보자 윌리엄은 웃음을 터뜨렸다.“아까 송여준 씨랑 내기까지 했거든. 재력이든 외모든 흠잡을 데 없으니 네가 보면 분명 놀랄 거라고. 그런데 진짜 내가 한 말이 맞았네.”하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내 입술을 깨물고 묵묵부답했다.윌리엄은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참, 오늘 저녁에 내가 자리 하나 마련할게. 이따가 같이 밥 먹으러 가자.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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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송여준은 웃는 둥 마는 둥 그녀를 바라보았다.속으로는 이미 확신했다. 상대방이 무엇을 하든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하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한참 후,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마음대로 해요. 경고하는데 내 얼굴 엿보려고 하지 마요. 설령 시도라도 했다가는 커리어를 포기할지언정 계약 깨고 떠날 테니까.”말을 마치고는 뒤돌아서 문을 열고 나갔다.그녀가 나오자 윌리엄이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하율이 쌀쌀맞게 끼어들었다.“죄송해요, 대표님.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식사는 같이 못 할 거 같아요.”“하지만...”어안이 벙벙한 윌리엄을 뒤로 하고 하율은 이미 저 멀리 사라졌다.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당최 무슨 상황인지 몰라 급히 안으로 들어가 확인했다.송여준은 책상 앞에 앉아 손에 든 만년필을 무심하게 만지작거렸다.눈은 살짝 내리깐 채 표정이 어두웠다.윌리엄은 어리둥절했다.이내 손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방금 하율이랑 무슨 얘기 하셨어요? 나갈 때 보니까 안색이 썩 좋지 않던데...”송여준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별거 아니에요. 오랜만에 인사 좀 나눴죠.”“오랜만이요? 두 분 아는 사이였어요?”월리엄은 궁금증을 감추지 못했다.송여준이 고개를 들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전에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모를 일이죠.”그의 의심은 날로 심해졌다. 하율이 다름 아닌 유하늘이라고.아니면 유시훈처럼 ‘자기 일 아니면 철저히 선 긋는’ 태도와 행동 방식으로 보아 단지 자기 여동생과 연주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한 음악계 신예에게 그렇게까지 신경을 쓸 리 없었다.심지어 그를 감금시키면서까지 접촉하지 못하게 할 정도라니.사람은 무언가 감추려 할수록 더 수상한 법이다.한편, 밖.하율이 비틀거리듯 계단을 내려와 차에 올라탔다. 감정이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과거의 원한이 다시금 소용돌이쳤다.그는 시트 팔걸이를 꽉 움켜쥐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차에 앉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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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그때도 송여준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쫓아와 집요하게 매달렸다.속수무책인 유하늘은 죽음을 위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빠랑 음모를 꾸몄다.의료 센터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수술까지 감행하며 마지막 승부를 걸었고, 외부에는 그녀가 자발적으로 안락사 동의서에 서명했다는 소식을 흘렸다.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그녀는 기적처럼 살아남았다.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비록 더는 공개 석상에서 첼로를 연주할 수 없게 되었지만 하율이라는 이름의 첼리스트가 갑자기 찾아왔다.하율은 화재로 얼굴에 화상을 입어 심하게 손상되었고, 다시는 무대에 서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신분을 빌려 첼로 연주를 이어갈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두 사람의 이름에 모두 ‘하’ 자가 들어가 있는 것도 인연처럼 느껴졌고, 유하늘 역시 정체를 숨겨야 하는 처지라 음악을 다시 하지 못한 채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이렇게 좋은 신분과 기회가 주어지자, 유하늘은 기쁘게 받아들여 하율을 대신하기로 결심했다.수술 후 그녀는 한 달 반 동안 침대에 누워 요양했고, 재검사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은 뒤 다시 첼로계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속사와도 계약을 맺었다.하지만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건, 겨우 석 달간의 평화가 지나자 송여준이 또다시 귀신처럼 찾아왔다는 사실이었다.유하늘은 도대체 어떤 계기로 그가 음악회 정보를 알아냈는지 알 수 없었다.어쨌든 이번에 다시 발목이 잡힌다면 또다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자신의 행방을 알 수 없는 곳으로.그때가 되면 아무리 송여준이라도 더는 찾아내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유하늘은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미간을 문질렀다.송여준만 떠올리면 그와 관련된 기억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새 삶을 얻어도 오히려 마음이 예전만 못했다.그때는 그저 곧 죽을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송여준이 무슨 짓을 하든 냉담하게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비웃을 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어렵게 이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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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윌리엄은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 너무 많은 걸 공개하기는 어려웠다.얼굴에 쓴 가면을 제외하고 정보가 다수 노출되었다.유하늘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내 포장 용기를 빤히 쳐다보다가 싸늘한 얼굴로 열어보았다.안에는 아침밥이 들어 있었다.그녀가 좋아하는 우유, 그리고 계란 샌드위치였다.유하늘은 상자를 닫고 문을 열었다. 우유와 샌드위치를 들고 아파트 청소부에게 나눠주었다.목소리는 무심하기만 했다.“앞으로 우리 집 문 앞에 또 퀵이 오면 그냥 가져가서 드세요. 다 못 먹겠으면 버려도 돼요.”아주머니는 당황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무슨 상황인지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다시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유하늘을 발견했다.유하늘은 2층 작업실에 틀어박혀 연습을 시작하려 했다.하지만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국 송여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가 연결되자 상대방에게 입을 열 틈도 주지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내 생활에 방해 좀 하지 마세요. 난 유하늘이 아니라 하율이에요! 그 여자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건 당신의 망상이니까 제발 정신 차려요.”“그리고 저 이따가 공연 있어요. 연습에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흐름을 끊으면 되겠어요? 쓰잘머리 없는 물건들, 보기만 해도 역겹거든요?”유하늘은 전화를 뚝 끊었고, 송여준의 대답 따위 듣지도 않았다.휴대폰 너머로 난데없이 들려오는 호통에 송여준은 화를 내기는커녕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맞은편의 윌리엄을 쳐다보았다.윌리엄은 어안이 벙벙했다.“평소엔 성격 좋기로 유명한 분인데, 왜 송여준 씨한테만 유독 차갑게 구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허락 없이 선물 보낸 게 기분이 나빴나 봐요.”“그래요?”송여준은 만년필을 들고 종이에 무언가를 끼적인 다음 건네주었다.“이거 좀 부탁드릴게요.”윌리엄은 종이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질문은 사양할게요. 제가 원하는 것만 구해준다면 소속사가 남해안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도 가능해요.”윌리엄은 눈을 반짝이며 잽싸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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