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별이 되어 빛나리 / Chapter 1051 -الفصل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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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1화

젊을 때 철없이 사고를 치고 멋대로 살았던 심명재조차 큰일을 저질렀을 때 가장 무겁게 받은 벌이 다섯 대뿐이었다.그 다섯 대만으로도 살이 찢어지고 근육과 뼈가 상해 반달 넘게 침대에서 꼼짝하지 못했다.심용군은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눈에는 감추기 힘든 안쓰러움이 잠깐 스쳤지만 끝내 이를 악물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이제 다른 방법이 없다. 네 앞에는 세 가지 길뿐이야. 첫째, 그 여자와 완전히 인연을 끊고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 둘째,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겠다면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심씨 가문에서도 완전히 나가 심하 그룹과 심씨 가문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되는 것. 셋째, 사당에서 가법 채찍 스무 대를 받고 몸으로 죗값을 치르는 것. 심성빈, 길은 네 앞에 있다. 네가 선택해.”공기가 얼어붙었다. 숨 쉬는 것조차 무거워졌다.옆에 있던 심명재는 ‘채찍형’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예전에 다섯 대를 맞았을 때의 뼈를 파고드는 통증과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못했던 고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생생했다.그는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불안해졌다.‘심성빈이 설마 마지막 길을 선택하진 않겠지? 귀하게 자란 저 몸으로 그토록 무거운 벌을 어떻게 견딜 수 있겠어.’심성빈은 조용히 선 채 표정에는 어떤 동요도 없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세 갈래 길 중 가장 처참해 보이는 세 번째가 오히려 자신에게 유일한 돌파구이자 두 가지를 모두 지킬 수 있는 선택이었다.그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송하나를 저버리지도 않을 것이다.2년 전에도 심하 그룹의 명성을 걸고 그녀를 구했다. 이제 와 권력과 지위 때문에 그녀를 포기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그렇다고 경영권을 순순히 내주어 심명재의 야심을 이루게 하고 심하 그룹을 그의 손에 넘길 수도 없었다.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업이 무너지는 것에 비하면 살과 뼈가 찢기는 고통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심성빈이 고개를 들었다. 눈에는 두려움이라곤 없었고 오직 담담한 결의만이 있었다.“가법 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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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뒤에 남은 고여진은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마음이 다급하기만 했다.그녀는 멀어지는 아들의 등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어떡해요! 스무 대예요, 무려 스무 대라고요! 성빈이가 아무리 건강해도 못 버텨요!”심용군도 그 벌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집안 규율과 조상 대대로 내려온 원칙이 눈앞에 있는데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는 앞서가는 아들의 곧고 쓸쓸한 뒷모습을 무겁게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차갑지만 어쩔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자기가 고른 길이야. 못 버텨도 버텨야지.”심성빈은 사당으로 들어가 아무 망설임도 없이 똑바로 무릎을 꿇고 등을 곧게 편 채 조용히 형벌을 기다렸다.심명재도 곧바로 뒤따라 들어왔다.오늘 심성빈이 이 스무 대를 다 견디고 나면 앞으로는 자신이 그의 약점을 잡아 끌어내릴 명분이 사라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마지막으로 흔들어 보려 했다.심명재는 심성빈의 앞에 서서 자애롭고 안타까운 어른인 척 표정을 바꾸고 일부러 부드럽게 말했다.“성빈아, 젊은 나이에 왜 굳이 이런 고생을 사서 하니? 정 그 아가씨를 포기 못 하겠으면 그냥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 되잖아. 심씨 가문 체면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함께 살 수 있는데 왜 이런 벌까지 받으려고 해? 작은아버지도 네가 안쓰러워서 그래. 벌 받는 걸 차마 못 보겠다. 아직 돌아설 수 있어. 바보짓 하지 마.”그 말을 듣고 심성빈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눈에는 무심함만 가득했고 살짝 비웃는 기색까지 섞여 있었다. 차가운 목소리가 사당 안에 천천히 울렸다.“작은아버지가 그렇게 저를 아끼신다면 자비를 좀 베푸셔서 몇 대 대신 맞아 주시는 건 어때요?”한마디에 심명재의 표정이 굳었다. 위선적으로 늘어놓던 말이 전부 목구멍에 걸렸다.설마 심성빈에게 되치기를 당할 줄은 몰랐다.예전에 다섯 대를 맞았던 지독한 통증은 지금도 생생했다. 죽어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심명재는 서둘러 표정을 정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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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옷감이 순식간에 찢어지고 피부에는 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깊은 상처가 벌어졌다.날카로운 고통이 사지를 휩쓸었다. 심성빈의 이마와 머리카락이 식은땀으로 젖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등을 곧게 세우고, 이를 악문 채 단 한마디도 내지 않고 갑작스럽게 덮친 극심한 통증을 그대로 버텼다.“성빈아!”그 광경을 본 고여진은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옆에 있던 심명재는 곧바로 기회를 잡아 말했다.“성빈아, 네 어머니 더 걱정시키지 마. 지금이라도 마음 바꾸면 돼!”심성빈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얼굴도 하얗게 질렸지만 목소리만큼은 차갑고 확고했다. 조금도 물러날 뜻이 없었다.“계속하세요.”심용군은 이를 악물고 다시 채찍을 들어 연달아 휘둘렀다.한 대, 두 대, 세 대...채찍은 매번 살을 정확히 후려쳤고 힘도 전혀 줄지 않았다.검은 등나무 채찍이 계속 등을 때렸다. 옷은 찢어지고 흉측한 핏자국이 겹겹이 얽혔다. 금세 핏방울이 배어 나와 옷을 붉게 물들였고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통증은 겹겹이 쌓여 뼛속을 파고 심장을 갉아 먹었다.심성빈의 호흡은 점점 거칠고 흐트러졌다. 턱은 단단히 굳었고 입술은 이를 악문 탓에 핏기가 사라졌으며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다.식은땀이 또렷한 옆선을 타고 계속 흘러내려 푸른 석재 바닥 위로 똑똑 떨어졌다.그런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등은 곧았고 몸도 흔들리지 않았으며 무릎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끝끝내 무릎 꿇은 자세로 잔혹한 형벌을 모두 받아냈다.옆에 있는 고여진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시야마저 흐렸다.채찍이 한 번 떨어질 때마다 그녀의 심장도 함께 얻어맞는 것 같았다.“성빈아... 우리 성빈이...”채찍을 휘두르던 심용군의 손도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아들에게 떨어지는 한 대 한 대가 자기 가슴을 후려치는 것만 같았다.점점 번지는 피와, 아들이 극심한 고통을 억지로 참는 모습을 보자 그의 눈도 붉어졌다. 가슴이 꽉 막히고 호흡까지 흐트러졌다. 부모로서의 안쓰러움과 가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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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고여진은 아들이 아파 죽겠는데 그 말을 듣자 가장 아픈 곳을 찔린 듯 폭발했다.눈에는 분노와 서러움이 가득한 그녀는 더는 재벌가 사모님의 품위도 집안 체면도 신경 쓰지 않고 날카롭게 소리쳤다.“가슴에 손을 얹고 말을 해요! 눈 크게 뜨고 똑똑히 봐요! 성빈이 등이 벌써 피투성이고 옷도 다 찢어졌어요. 이렇게 많이 맞아서 저 지경인데 당신은 아직도 봐줬다고 말할 수 있어요? 도대체 무슨 속셈이에요? 우리 아이를 정말 때려 죽여야 속이 시원하겠어요?”고여진의 절규에 가까운 추궁에도 심명재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여전히 공평무사한 사람처럼 굴며 사실을 뒤집었다.“형수님, 오해예요. 저도 심씨 가문를 위해, 형님을 위해 이러는 거예요. 성빈이는 형님의 하나뿐인 아들 아닙니까. 세상 어느 아버지가 자기 친아들에게 정말 독하게 손을 댈 수 있겠어요?”“제가 작은아버지로서 대신 벌을 집행하면 오히려 형님이 괜한 의심을 받지 않게 도와드리는 거예요. 나중에 사람들이 형이 봐줬다고 말할 여지도 없어지잖아요.”무릎을 꿇고 있던 심성빈은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심명재가 오늘 일부러 찾아와 온갖 말로 불을 지핀 건 이 기회에 자신을 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자 이제는 집안 규율을 명분 삼아 직접 분풀이를 하려는 것이다.아버지가 끝까지 심명재에게 채찍을 넘기지 않으면 훗날 그가 이 일을 계속 들먹일 게 뻔했다.실제로 봐준 게 없어도 봐줬다고 떠들 것이다.나중에 말꼬리를 잡히느니 차라리 오늘 모든 걸 자신이 견뎌내고 이 일을 완전히 끝내는 편이 나았다.심성빈은 등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억누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는 쉬고 낮았다.“작은아버지에게 맡기세요.”간단한 그 한마디에 사당 안에서 오가던 말다툼이 순간 멎었다.고여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봤다.그녀는 급히 반걸음 앞으로 나오며 붉어진 눈으로 다급히 말렸다.“성빈아!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저 사람은 일부러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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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성빈아! 내 새끼!”그 모습을 본 고여진은 가슴이 찢어질 듯 무너져, 더는 견디지 못하고 미친 듯이 뛰어들었다.그녀는 심성빈 앞을 온몸으로 가로막고 눈물을 쏟아냈다.“그만해요! 심하 그룹 필요 없어요! 다 저 사람들한테 줘 버리면 되잖아요! 제발 인제 그만 때려요!”아들이 이런 고통을 겪는 모습을 더는 볼 수가 없었다.계속 때렸다가는 정말 목숨이 위험할지도 몰랐다.그런데 바닥에 엎어진 심성빈은 망가진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팔꿈치로 차가운 바닥을 짚고 조금씩 등을 펴 다시 단정히 무릎을 꿇었다.눈앞은 몇 번이나 새까매지고 겹쳐 보였다. 온몸의 통증이 극심해 감각조차 무뎌지고 힘도 빠졌지만 그는 입술을 깨문 채 또렷하게 말했다.“계속하세요.”옆에 있던 심용군은 중상을 입고도 버티는 아들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 갑자기 중단하면 앞서 받은 벌이 전부 헛수고가 되고, 이 끔찍한 매질도 의미 없이 끝난다.그는 어쩔 수 없이 가슴의 아픔을 억누르며 낮게 명령했다.“사모님을 데리고 나가.”고용인들이 곧바로 다가가 감정이 무너진 고여진을 붙잡았다.고여진은 억지로 한쪽으로 끌려가 잔혹한 형벌이 계속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막는 사람이 없어지자 심명재의 손은 더 거리낌 없고 더 잔혹해졌다.오랫동안 쌓여 온 질투와 원망, 열등감이 전부 손에 든 등나무 채찍을 타고 심성빈에게 쏟아졌다.한 대, 또 한 대... 채찍은 뼈를 파고들었고 떨어질 때마다 피가 튀었다.마침내 마지막 채찍이 무겁게 떨어졌다.온몸을 덮친 극심한 통증이 심성빈의 마지막 육체적 한계를 무너뜨렸다.몸에서 힘이 완전히 빠지며 뜨거운 피 한 모금이 입에서 확 쏟아졌다. 차가운 청석 바닥이 붉게 물들었다.등에는 상처가 가로세로 엉켜 있었고 살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짓이겨졌다. 찢긴 옷 조각은 피투성이 상처에 달라붙어 끔찍한 모습이었다.숨은 약하고 불규칙했다. 이미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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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성빈아!”고여진은 혼이 빠질 만큼 놀라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리듯 앞으로 뛰어가 그를 받으려 했다.늘 침착하던 심용군의 얼굴도 순식간에 변했다. 평소의 위엄과 침착함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그는 황급히 앞으로 달려가 고여진과 함께 의식을 잃은 아들을 붙잡았다.“사람 불러! 차 준비해! 당장 병원으로 가!”심용군의 목소리는 쉬고 팽팽하게 굳어 있었으며 감추기 힘든 당황이 묻어났다.옆에 서 있던 심명재는 엉망이 된 상황을 보며 얼굴에 걸어 두었던 위선적인 여유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그는 원래 집안 규율을 핑계 삼아 심성빈을 호되게 혼내 자존심을 꺾고 오랫동안 쌓인 화를 풀 생각뿐이었다.자기가 지나치게 세게 때려 사람을 중상에 빠뜨리고 의식까지 잃게 만들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눈을 감고 쓰러진 심성빈을 보자 심명재의 마음속에도 불안과 두려움이 치밀었다.심성빈은 심씨 가문의 유일한 적통 아들이자 심하 그룹의 버팀목이었다.정말로 사람 목숨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도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속으로 밀려드는 불안과 꺼림칙함을 감추기 위해 심명재는 억지로 태연한 척하며 가볍게 말했다.“형, 형수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젊은 사람은 몸도 튼튼하고 회복도 빨라요. 그냥 살갗 좀 다친 정도니 며칠 쉬면 나을 거예요. 별일 아니에요.”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나았다. 그 한마디에 심용군의 눌러 참고 있던 분노가 완전히 폭발했다.심용군은 홱 고개를 들고, 충혈된, 얼음처럼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심명재를 노려봤다. 목소리도 뼛속까지 서늘했다.“꺼져.”단 한마디에 하늘을 뒤덮을 듯한 분노가 실려 있었다.심명재는 그 위압감에 겁을 먹고 더는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결국 꼬리를 내리고 사당을 빠져나갔다.운전기사는 곧바로 차를 사당 앞까지 가져왔다.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심성빈의 처참하게 다친 등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그를 차에 옮긴 뒤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차는 빠르게 달렸지만 실내 분위기는 숨 막힐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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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목소리는 쉰 데다 힘이 없었고, 혼란과 죄책감으로 가득했다.“여보, 우리가 정말 잘못한 걸까요? 우리가 너무 고집을 부리고 그런 규칙과 체면만 중요하게 생각해서 성빈이를 여기까지 몰아붙인 거 아닐까요...”심용군의 가슴에도 쓰라림이 밀려왔다. 그는 아내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았다. 눈에는 깊은 피로가 담겨 있었다.그는 아내의 어깨를 토닥이며 낮게 달랬다.“다 지나갔어. 우리가 부모로서 어리석었지.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거야.”그는 병상에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나중에 그 아가씨가 우리 식구가 되면 잘해 주자. 성빈이가 중간에서 힘들지 않게.”고여진은 눈물을 계속 흘리면서도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친딸처럼 아끼고 잘해 줄 거예요. 우리 아들이 목숨까지 걸어가며 함께하고 싶어 한 사람인데, 우리가 조금이라도 서럽게 하면 성빈이한테 못 할 짓을 하는 거예요.”두 사람이 깊은 죄책감에 잠겨 있을 때 병실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간호사가 조용히 들어와 말했다.“회장님, 사모님, 밖에 백씨 성을 가진 아가씨가 오셨는데 심 대표님을 만나고 싶다고 해요.”‘백씨? 백지유?’고여진은 급히 얼굴의 눈물 자국을 닦고 가슴속 쓰라림을 억누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제가 나가 볼게요.”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병실을 나가자 복도 끝에서 가느다란 체구의 여자가 서둘러 다가오고 있었다.백지유는 분명 비행기에서 막 내린 듯했다. 집에도 들르지 못했는지 작은 캐리어까지 직접 끌고 있었다.눈썹과 눈매에 걱정이 가득했다. 그녀는 고여진을 발견하자 곧바로 빠르게 달려왔다.“어머님!”“지유야, 네가 갑자기 어떻게 들어왔니?”고여진은 장거리 이동으로 지친 그녀를 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백지유는 인사할 겨를도 없이 고여진의 팔을 붙잡고 다급하게 물었다.“어머님, 성빈 씨는요? 심씨 가문에서 큰 벌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상태가 어때요? 많이 위험한 건 아니죠?”그녀는 앞서 심성빈의 전화를 받고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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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고여진은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지유야, 지금 네가 한 말... 다 진짜야?”고여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혹시 일부러 성빈이 감싸주려고 이러는 거야?”“아니요. 방금 한 말 전부 사실이에요.”백지유는 즉시 휴대폰을 켜 사진첩을 열어서 고여진에게 내밀었다.“보세요, 어머님. 이 사람이 제 연인이에요.”화면 속 백지유가 외국인 여성과 다정하게 붙어 있는 사진을 본 고여진은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자신이 그토록 며느리로 들이고 싶어 했던 백지유가 실은 여자를 좋아했다니.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그녀가 낮게 읊조렸다.“그랬구나...”충격과 동시에 마음 한켠으론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적어도 아들 성빈이가 지유 이 아이를 저버린 것은 아니니까.심씨 가문이 백씨 가문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고여진의 가슴을 짓누르던 죄책감과 당혹감이 서서히 흩어졌다.그때 백지유가 휴대폰을 거두며 나직이 물었다.“어머님, 성빈 씨가 저희 관계에 대해 집안에 한마디도 얘기한 적 없었나요?”이에 고여진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그래. 아무 말도 없었어.”백지유의 눈가에 짙은 감동이 스쳤다.심성빈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집안 어른들에게 혹독한 가법을 당하면서까지도 자신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준 채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니.‘내가 남자 좋아했으면 무조건 성빈 씨한테 마음 빼앗겼을 거야.’“어머님, 성빈 씨는 정말 의리가 있는 분이에요. 부디 더는 질책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이번에 귀국한 것도 오해를 풀기 위해서였어요. 이제 다 밝혀졌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성빈 씨가 몸도 회복해야 하니 들어가서 방해하고 싶지 않네요. 저희 집안은 제가 직접 가서 잘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심씨 가문에 해가 가지 않도록 할 테니 안심하세요.”“그래.”고여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말했다.“지유야,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별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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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송하나와 허지안은 차에 올라탔다.차는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고 안에서 내린 송하나가 다시 한번 당부했다.“공 비서님, 오늘 종일 고생 많으셨어요.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끝나거든 저 혼자서도 충분히 집에 갈 수 있어요.”“네. 알겠습니다, 하나 씨.”공 비서는 공손히 대답했다.차를 몰고 떠나는 듯 보였지만 그는 곧장 한 바퀴 돌아 다시 목적지 근처에 차를 세웠다.심성빈이 귀국 전에 송하나를 살뜰히 챙기라고 신신당부했던 터라 그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심지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눈에 띄지 않게 보호 인력 두 명을 추가로 배치해둔 상태였다.그 시각, 송하나와 허지안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메뉴를 주문하고 잠시 후 허지안이 입을 열었다.“하나 씨,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허지안이 자리를 뜨자 송하나는 휴대폰을 꺼내 배달 앱을 켰다. 이어서 꽃 한 다발에 맞춤한 케이크까지 서둘러 주문했다.그런데 주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가게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손님, 죄송합니다. 주문하신 블루베리 케이크가 오늘 품절돼서 초콜릿 맛으로 바꿔드려도 괜찮을까요?”송하나는 잠시 고민하다 평소 허지안이 초콜릿 디저트를 즐겨 먹던 게 떠올라 친절하게 대답했다.“네, 그래 주세요.”전화를 끊자마자 허지안이 돌아왔다.자리에 앉은 그녀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었다.“하나 씨, 설마 오늘도 심 대표님 호출이에요? 유난이야, 정말.”그녀의 인상 속 송하나가 받는 전화의 십중팔구는 남자친구였다.이에 송하나도 웃으며 별다른 설명 없이 넘어갔다.식사가 반쯤 지났을 무렵, 배달 기사가 화려한 꽃다발과 예쁜 케이크를 들고 식당으로 들어섰다.“실례합니다. 허지안 씨 계신가요?”허지안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저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제가 허지안인데요.”배달 기사는 꽃과 케이크를 그녀에게 건넸다.“주문하신 상품입니다. 확인 부탁드려요.”허지안은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가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난 이런 거 주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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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심성빈이 돌아간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태껏 아무 연락이 없었다.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고 있는 건지 송하나는 내심 궁금해졌다.메시지를 작성해 보냈지만 좀처럼 응답이 없었다.아마도 시차 적응 중이거나 업무가 너무 바빠 휴대폰을 확인할 겨를이 없겠지.송하나는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은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 아침.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베갯머리에 손을 뻗어 휴대폰을 더듬었다.화면을 켜 심성빈과의 대화창을 열었으나 어제 보낸 메시지 한 통만이 덩그러니 남겨진 채 야속할 정도로 깨끗했다.순간 송하나의 마음 한구석에 묘한 의구심이 피어올랐다.여태껏 함께한 시간 동안 심성빈이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예전에 해외 출장이나 술자리 등으로 바쁘고 힘들 때조차 그는 틈틈이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행방을 알리곤 했었다. 이렇게 길게 연락이 끊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가슴 한구석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어지러웠다.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복잡해서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 건 아닐까?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송하나는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정부가 그녀를 보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하나 씨, 아침 식사 준비해 두었습니다.”식탁 앞에 앉았지만 통 입맛이 없었다.몇 입 대충 먹고 별장을 나선 그녀는 마당에 세워진 익숙한 검은색 세단을 발견했다.공수현이 오래전부터 기다렸다는 듯 그곳에 서 있었다.“타세요, 하나 씨.”차에 올라탄 송하나는 걱정을 누를 수 없어 조용히 물었다.“공 비서님, 혹시 요즘 성빈 씨한테 연락 온 거 있어요? 메시지를 보내도 계속 답이 없길래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죠?”그 말을 듣는 순간, 공수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어젯밤 늦게 국내에서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심성빈이 가족들에게 채찍질을 당해 큰 부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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