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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11 - チャプター 220

775 チャプター

제211화

열받게 하려는 얄팍한 수였다. 하지만 장시범은 조금도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강지연 뒤에 선 채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남자의 책임은 자기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을 끝까지 지키는 거죠. 가장 위험한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고 가는 게 아니라요.”강지연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엔 뚜렷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네가 틀렸어. 온하준이 진짜 남자는 맞아. 오늘 온하준이 지켜준 건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잖아.”강지연은 온하준에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커녕 사랑이라는 두 글자조차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예전에는 그 사실을 인정하면 체면이 구겨질까 봐 자신을 스스로 속이고 남들 눈까지 속이려 발버둥 쳤다. 하지만 이제는 더 숨길 것도 감출 필요도 없었다.온하준은 눈을 꼭 감았다가 다시 떴다. 눈을 뜬 그의 시선엔 고통만이 가득 어렸다.“강지연, 그러지 마.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그래요. 어쩔 수 없었겠죠.”장시범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어쩔 수 없이 다른 여자랑 애매하게 얽혔던 거고 어쩔 수 없이 다른 여자랑 붙어 다닌 거고 그래서 납치범이 누구를 잡아가야 할지조차 헷갈릴 정도였겠죠. 어쩔 수 없이 자기 아내와 다른 여자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때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선택한 거겠죠. 온하준 씨한텐 왜 그렇게 어쩔 수 없음이 많은 겁니까?”“장시범! 너 이 새끼가 다시 한번 끼어들어서 이간질해 봐!”온하준이 다시 달려들며 손을 뻗었다.“그만해!”강지연의 호통에 온하준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너 지금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이러는 거야? 나를 지켜준 사람한테 네가 무슨 낯짝으로 이러는 거냐고?”강지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온하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저 새끼는 좋은 마음을 품은 게 아니라고!”온하준이 장시범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그러면 너는 좋은 마음을 품은 거야?”강지연의 조롱 섞인 말투에 온하준은 또다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늘 강지연은 장시범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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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온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지연을 끌어안았고 강지연은 몸을 빼지도 않았다.이제는 그마저도 귀찮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얼마나 더 이러고 있어야 해? 다리 아파.”온하준은 그제야 팔을 풀었다.“내가 미안해.”그는 곧장 그녀를 번쩍 안아 침대로 옮겨 눕혔다.“피곤하지? 조금 더 누워 있을래?”강지연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그의 얼굴빛이 금세 어두워졌다.“강지연, 오늘 일 때문에 네 마음이 안 좋다는 거 알아. 그런데 그때 상황에서 나도 선택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선택?”강지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그래, 참 잘도 선택했지. 그런 말이 입에서 나온다는 게 신기하네.’“강지연...”온하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이하나는 자기 얼굴을 정말 많이 신경 쓰잖아.”“나는 아니고?”단 한 마디에 온하준은 말문이 막혔다.“그게 아니라 이하나는 밖에 나가서 일하는 사람이잖아. 얼굴에 상처 나면 이번 생은 끝나는 거야. 게다가 하나는 아직 결혼도 안 했잖아. 그러니까 얼굴은 그 애한테 정말 중요한 문제야.”강지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네 뜻은, 나는 결혼도 하고 집에만 있으니까 얼굴이 망가지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네.”“그런 뜻이 아니야. 물론 네 얼굴도 중요하지.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한쪽을 골라야 했다면 아무래도 이하나 얼굴이 더 중요한 건 사실이잖아. 어차피 넌 이미...”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강지연의 발끝을 흘끗 바라봤다. 그 시선만으로도 충분했다.강지연은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웃음이라기보다 거의 비애에 가까운 굴곡이었다.“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 어차피 내 다리는 이미 망가졌고 나는 이미 장애인이니까 얼굴에 흉 하나 더 생겨도 별 차이 없다는 말이지.”그녀의 말에 온하준은 급히 변명하려 애썼다.“강지연, 넌 이미 나를 가졌잖아. 난 평생 널 먹여 살릴 거야. 네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어. 나한테 넌 언제나 강지연이고 언제나 내 아내야.”“그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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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강지연은 끝까지 무서울 만큼 평온했다. 소리치지도 않았고 괜히 말을 아끼며 냉랭하게 대하지도 않았다.호텔에 있는 짐을 차분히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마친 뒤 별말 없이 온하준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또 마치 그와는 아무 인연도 없는 남처럼 조용하고 냉정했다.강지연이 이렇게까지 담담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온하준은 신호에 걸릴 때마다 옆자리를 흘끗거렸다.온갖 변명을 준비하고 왔는데 정작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집에 도착해보니 아침에 끌려 나가면서 열려 있었던 현관문은 이미 닫혀 있었고 문 앞에 나뒹굴던 배달 봉투들도 깔끔하게 안으로 들여져 있었다.그리고 장시범이 가져다 놓은 체리 두 상자도 거실 한쪽에 놓여 있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발을 갈아 신고 화장실에 가서 다시 한번 얼굴을 정리하고 집에서 입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이어 체리를 씻어 접시에 담고 나머지는 통째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러고는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체리를 하나씩 집어 먹기 시작했다.온하준은 강지연의 옆에 와 앉으며 슬쩍 말을 건넸다.“체리 좋아했어? 전에는 몰랐네.”그도 하나 집어 입에 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진짜 달고 맛있네.”강지연은 온하준을 힐끗 보며 덤덤하게 내뱉었다.“장시범이 갖다준 거야.”이미 삼킨 걸 다시 뱉어낼 수도 없었고 방금까지 달게 느껴졌던 맛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그 새끼가 너한테 체리를 왜 가져다줘?”온하준은 집에 돌아왔을 때 문 앞에 쌓인 배달 봉투를 보고 체리까지 전부 배달인 줄 알았다. 처음부터 장시범이 가져온 거라는 걸 알았다면 애초에 들여오지도 않고 밖에 내팽개쳤을 것이다.강지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온하준을 바라보았다.“친구가 먹을 것 좀 챙겨주는 데 이유가 필요해?”“강지연, 걔는 남자야. 남자 마음은 내가 더 잘 알아. 괜히 잘해주는 건 다 꿍꿍이가 있는 거야. 남자가 아무 이유 없이 여자한테 이런저런 걸 가져다주진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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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강지연은 이제 와서 불필요한 말을 더 꺼내고 싶지 않았다.무엇보다 출발까지는 고작 이틀, 이 시점에 괜히 일을 키워 변수를 만들었다가 계획에 영향이 갈까 봐 꺼림칙했다.잠시 생각을 정리한 강지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람은 앞을 보며 살아야지. 자꾸 지난 일만 붙잡고 있으면 어떻게 살아가겠어.”온하준은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는 드물게 웃는 얼굴까지 보여주며 강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렇게 생각해 줘서 다행이다. 어쨌든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야 하는 사이니까 웃으면서 즐겁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해.”강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가 말한 것 중 죽을 때까지 함께라는 말은 눈곱만큼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녀가 수긍한 건 오직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뿐이었다.온하준은 휴대전화를 꺼내며 말했다.“나 먼저 일 좀 보고 올게. 이틀만 바삐 보내면 시간 좀 날 것 같거든. 그때 할머니 모시고 와서 우리 여행 가자.”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강지연의 휴대전화에 입금 알림이 떴다. 온하준이 그녀에게 2억을 송금한 것이다. 요즘 들어 그는 미친 듯이 여기저기 돈을 뿌리고 다녔다.‘많이 뿌려. 돈은 환영이니까.’“열흘 정도는 비울 수 있을 것 같아. 어디 가고 싶은지 한번 생각해 보고 여행 코스 짜봐. 돈 아끼지 말고. 해외는 조금 빠듯할 테니까 근처 섬이라든지, 아니면 너랑 할머니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거기로 가도 돼. 너희가 정해.”강지연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와 떠날 여행 경비가 또 한 번 충전된 셈이니 나쁠 것 하나 없었다.그런데 돈까지 다 줘놓고도 온하준은 일어나지 않고 여전히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고개를 들자 그는 묘하게 낯선 눈빛으로 강지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이하나가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의 온하준은 겉보기엔 늘 다정한 사람이었다.하지만 그 다정함엔 어딘가 멀고 차가운 공기가 깃들어 있었다. 마치 친절이 의무라도 되는 듯,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내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런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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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강지연은 한참을 생각한 끝에 지금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지금 이 타이밍에 이혼하자는 말을 꺼냈다가 혹시라도 그가 또 동의하지 않는다고 버티면 정작 떠나는 계획 자체가 틀어질 수도 있었다.그래서 강지연은 결국 이틀 동안 진심을 담아 이혼을 위한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다.출발하는 날 그 편지를 눈에 띄는 곳에 올려 두고 떠난다면 그 후의 한 달은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냉각기간이 될 것이고 한 달 뒤 귀국해서 절차를 밟으면 끝이었다.해 질 무렵 강지연은 간단히 국수라도 끓여 먹을 생각으로 냄비에 물을 올렸다.온하준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 부엌에서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문 열고 들어오는데 순간 시간이 거꾸로 흐른 줄 알았어.”등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뒷모습, 고등학교 때랑 똑같아.”강지연이 고개를 돌려보니 온하준은 부엌 문틀에 기대선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분명 눈가에는 웃음기가 어려 있었을 테지만 노을빛이 창문 너머로 스며들어 그의 얼굴을 통째로 감싸고 있어 그저 금빛 실루엣으로만 보였다.다시 고개를 돌려 대파를 씻으려는 순간 온하준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저기 노을 좀 봐. 너무 예쁘다. 우리 예전에 소풍 갔을 때 해 질 무렵이랑 느낌이 비슷하지 않아?”온하준은 턱을 그녀의 어깨에 받치며 말을 이었다.“그때 다들 사진 찍으려고 줄 서 있었잖아. 너만 혼자 바보처럼 짐 챙기고 바쁘게 움직이고. 그날도 교복 점퍼는 옆에 벗어둔 채 이렇게 흰 티셔츠에 지금처럼 머리 하나로 질끈 묶고 저 노을을 보고 있었어.”만약 지난 5년 동안, 단 한순간이라도 온하준이 지금처럼 그녀를 안아주고 이런 말을 했더라면 강지연은 아마 그 자리에서 눈물이 터졌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고 늦어서 다행 있었다.“그날 노을도 오늘처럼 예뻤어.”온하준은 두 팔에 힘을 주며 낮게 속삭였다.“달랐어.”그녀가 말했다.“뭐가 달라?”온하준은 그녀의 어깨 너머로 강지연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장난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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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로맨틱? 로맨틱한 분위기를 즐길 줄 몰랐던 게 과연 나일까?’강지연도 한때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로맨스를 꿈꾸던 소녀였다.온하준과 함께 로맨틱한 집에서 로맨틱한 삶을 만들고 싶어 애써 다가갔던 순간들이 몇 번이었는지 셀 수도 없었다.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무심함으로, 냉담으로 매번 그 꿈을 잘라냈다.그랬던 온하준이 이제 와서 강지연을 로맨틱하지 못하다고 비난했다.“아마 내가 생각하는 로맨틱과 네가 말하는 로맨틱이 달라서겠지.”강지연은 찬장을 열어 국수를 꺼내며 화제를 돌렸다.“저녁 먹었어?”온하준은 성큼 다가와 그녀 손에서 국수를 채 가며 미간을 찡그렸다.“오늘 내가 밖에서 밥 먹자고 했잖아. 벌써 식당도 예약해 놨는데.”‘아, 맞다. 아까 그랬었지.’잠깐 멈칫한 그녀를 본 온하준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설마 잊어버린 거야? 어떻게 내가 하는 말은 한마디도 기억을 못 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야.”강지연은 그를 힐끔 쳐다봤다. 입 밖으로 내지 않은 대답 하나가 속으로 떠올랐다.‘너랑 이혼할 생각만 했지.’“몇 마디 좀 했다고 벌써 기분 상한 거야?”온하준은 그녀의 눈빛을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는 가스불을 끄며 말을 이었다.“빨리 옷 갈아입어. 나가서 밥 먹자.”‘그래, 그러자. 마지막 만찬이라 생각하면 되지 뭐.’온하준이 예약한 곳은 일식집이었다. 강지연은 예상치 못한 그의 선택에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온하준은 원래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했고 생선회 같은 날것은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었으며 강지연 역시 회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다.“새로 생긴 집이라 어떤지 한 번 보려고.”온하준은 그녀를 데리고 넓은 다다미방으로 들어갔다.커다란 방에 두 사람만 앉아 있으니, 마치 손님이 둘밖에 없는 것처럼 공간이 휑하고 썰렁했다.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와 오픈 기념 특선 코스 메뉴를 한참 소개했다.“일단 놔두고 일 보세요. 우리 먼저 좀 볼게요.”온하준이 말을 잘랐다.“네, 필요하시면 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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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강지연, 그 사람들은 나한테 피를 나눈 형제 같은 친구들이고 넌 내 아내야. 네가 걔네랑 사이가 안 좋으면 곤란한 건 나야. 사실 다들 너랑 잘 지내고 싶어 해. 특히 하나는 오늘 오전 일 때문에 아주 미안해하고 있어. 제대로 얘기 좀 하고 싶대. 내 얼굴을 봐서라도 오늘은 편한 마음으로 같이 밥 먹자. 내 친구들도 다 좋은 뜻으로 이러는 거야.”온하준의 말에 강지연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졌다.“온하준,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네 친구들이 뒤에서 내 욕을 하고 절름발이라고 비웃었던 것도 다 나한테 좋은 뜻으로 그랬다는 거야? 그 좋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 내가 문제고 결국 지금껏 내가 전부 잘못하고 있었다는 거네?”온하준은 난감한 듯 미간을 좁혔다.“강지연, 걔네도 나중에 와서 사과했잖아. 왜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건데?”강지연은 피식 웃었다.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오히려 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지금 이 순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그래서 결국 사과 한마디면 다 끝이라는 거네.’“그러면 이하나가 알몸으로 너랑 한 침대에 누워 잔 것도 나에 대한 좋은 뜻이었겠네? 내가 대범하지 못해서...”말이 끝나기도 전에 쾅 하고 테이블을 내리치는 소리가 실내를 울렸다.“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온하준이 매섭게 노려보자 강지연은 그저 입꼬리만 올렸다.‘아이고야, 또 온 대표 역린을 건드렸나 보네.’분노를 쏟아낸 뒤에야 오늘 이 자리를 만든 목적을 떠올린 온하준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강지연, 넌 꼭 사람을 화나게 만들고야 마는구나. 그만하자. 방금 화낸 건 내 잘못이야. 미안해. 그렇지만 너도 너무 속 좁게 굴지는 마.”‘그래, 남편이 다른 여자와 한 침대에서 자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야 하는데 그걸 따졌으니 내가 속이 좁은 거지. 온하준이 어떤 사람인지 뻔히 알면서도 괜히 홧김에 쓸모없는 말을 했네. 두 번 다시 온하준과 그 무리 때문에 감정 낭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 또 바보같이 참지 못했어.’강지연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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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온하준은 분명 할머니까지 모시고 함께 여행 가자고 약속했었다. 그래서인지 강지연은 그가 어떤 대답을 할지 유심히 귀를 기울였다.온하준은 잠깐 멈칫했지만 그건 정말 찰나였다. 곧이어 망설임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좋지. 우리 섬으로 가자.”김도윤이 곧장 호들갑을 떨었다.“어이구, 하준아. 일은 우리한테 다 떠넘기고 너희 둘만 오붓하게 놀겠다는 거야?”김도진도 일부러 투덜대며 거들었다.“그건 안 되지. 월급 두 배로 올려줘.”온하준이 시원하게 웃었다.“알았어. 내 쪽에서 챙겨줄게.”“난 선물도!”김도윤이 손을 번쩍 들었다.“그래, 선물도 당연히 줘야지.”온하준이 웃으며 받아줬다.“맞다. 강지연도 같이 온다고 했잖아. 어디 갔어?”이하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온하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김도윤이 먼저 나섰다.“강지연은 원래 우리 안 좋아해. 너 혼자만 걔랑 잘 지내보겠다고 애쓰잖아. 그렇게 차갑게 구는데도 넌 왜 자꾸 다가가? 맨날 당하면서도 계속 넘어가고.”“아이, 참.”이하나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다 하준이 때문이지. 내가 하준이라면 아내랑 친구들이 사이좋게 지내길 바랄 거야. 우리가 틀어지면 중간에서 제일 힘든 건 하준이잖아. 게다가 오늘 오전에 납치 사건도 그래. 하준이가 나를 택한 건 강지연한테 분명 상처였을 거야. 그러니까 내가 사과도 하고 얘기도 좀 나눠야지. 다 하준이 때문에 그러는 거야.”“하준, 하준, 하준. 입만 열면 하준이네. 우리도 질투할 줄 안다고.”김도윤이 웃으며 투덜거렸다.“그게 뭐 어때서? 하준이는 세상에서 나를 제일 예뻐해 주는 사람이야. 너는 아니잖아.”이하나가 콧소리를 섞어 말했다.“내가 왜 아닌데?”김도윤이 억울하다는 듯 받아쳤다.“너는 모든 걸 다 바쳐서 온하준만 생각하잖아. 오늘 하준이가 널 선택한 것도 그럴 만하지. 넌 당연히 그런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그런 말 하지 마. 강지연도 하준이를 정말 많이 사랑해.”이하나는 강지연의 편을 드는 말까지 덧붙였다.“오늘 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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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뭐? 강지연이 이미 와 있었다고?”이하나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손을 털어내며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는 강지연의 입가에는 얇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응. 머리 좀 고쳤어. 다리가 좀 절뚝거린다고 해서 꾸미면 안 되는 건 아니잖아.”“콜록!”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김도윤이 갑자기 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김도윤, 왜 그래? 나는 꾸미면 안 돼? 아니면 어차피 절름발이 주제에 예쁘든 말든 별 차이 없다는 뜻이야?”“아니, 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강지연은 이제야 뭔가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자기가 먼저 세게 나오면 상대는 되레 기세를 못 펴고 한발 물러선다. 그런 단순한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맞다, 강지연. 방금 우리 하준이랑 섬으로 여행 가자고 했는데 너도 같이 갈래?”이하나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강지연은 고개를 돌려 웃음인지 조소인지 모를 미묘한 표정으로 온하준을 바라봤다.그 시선을 받자 온하준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었다.강지연은 그 불편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이곳으로 오기 직전까지 제 입으로 할머니와 함께 여행 가자고 말했던 사람이 바로 온하준이었으니까.“강지연, 같이 섬으로 가는 것도 좋지 않아? 같이 가자.”온하준이 눈짓으로 제발 분위기 깨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난 안 갈래.”강지연은 웃으며 말했다.“절름발이에 수영도 못 하는데 섬에 가서 뭐 해?”온하준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래도 그는 최대한 화를 눌러 삼키려는 듯 목소리를 가라앉혔다.“강지연, 섬에 간다고 무조건 수영할 줄 알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강지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알아야지. 만약 나랑 이하나가 동시에 바다에 빠지면 어떡해? 너는 당연히 이하나를 구할 거고 그러면 나는 수영도 못 하는데 거기서 그냥 빠져 죽는 거잖아.”온하준이 아무 말도 못 하자 이하나가 곧바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끼어들었다.“강지연, 오늘 오전 일 때문에 네가 화났다는 거 알아. 나도 오늘 그 일 때문에 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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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이하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억지로 웃음을 띠었다.“먹어, 당연히 먹어도 되지. 강지연, 너 마음껏 먹어.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다른 접시들을 가리키던 이하나는 뒤늦게 알아차렸다.올라오는 접시마다 이미 한 번씩은 강지연의 젓가락이 스쳐 지나갔고 뒤적거린 흔적이며 흐트러진 모양새까지 모두 엉망이 되어 있었다.“왜들 안 먹어?”강지연이 웃으면서 물었다.“먹어. 먹고 있어.”이하나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하지만 다음 접시가 올라왔을 때도 먼저 젓가락을 뻗은 건 또 강지연이었다.특히 성게가 올라왔을 때, 김도윤은 이하나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라 먼저 한 알 집어 그녀 접시에 올려주려고 손을 뻗었다.그런데 그 순간 강지연이 접시를 잡더니 자기 앞으로 쓱 당겨왔다.“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거든. 너희들 설마 나한테서 이걸 빼앗을 생각은 아니지?”온하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눈짓으로 김도윤에게 더 시키라는 신호를 보냈다.하지만 주문받으러 들어온 종업원은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오늘 성게가 전부 다 나갔어요. 새로 오픈한 날이라 손님들이 좀 많네요.”물론 강지연은 성게 한 접시를 다 먹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여기저기 쿡쿡 찔러 맛만 몇 번 보고는 접시를 다시 온하준 앞으로 밀어두었다.“더 못 먹겠네. 네가 마저 먹어.”온하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접시를 바라보자 강지연이 재촉했다.“이거 한정 메뉴라며? 남기면 아깝잖아.”온하준은 접시에 남은 성게를 내려다봤다.강지연이 모든 성게의 한가운데, 딱 그 한 점씩만 거의 다 집어먹었으니 이제는 그가 먹는 수밖에 없었다.“이게 무슨 수박도 아니고 왜 가운데만 이렇게 파먹은 거야?”결국 참지 못한 온하준이 한마디 하자 강지연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내 마음이야.”사실 강지연은 그가 여기서 결국 폭발할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럴 때를 대비해 어떤 말로 받아칠지 머릿속에 각본까지 짜두고 있었다.그런데 아쉽게도 온하준은 끝내 화를 터뜨리지 않았고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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