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받자 온하준 쪽에서는 회의가 막 끝난 듯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어지럽게 섞여 들렸다.목소리로 짐작건대 그는 막 회의실을 나가는 중인 것 같았다.“강지연, 비행기표 봤어. 우리 내일 점심에 은하시로 가는 거야?”“응. 은하시에 도착해서 하루 자고 다음 날 차 한 대 렌트해서 자가운전으로 가자.”강지연은 이미 모든 일정을 완벽하게 준비해 둔 사람처럼 태연하게 말했다.“좋네.”온하준은 주저 없이 응했다.“그런데 나를 차단한 걸 좀 풀어줄래? 뭐 좀 보내려고 해도 너무 불편해.”“알았어.”그제야 강지연은 지금까지 온하준과 전화와 문자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그때, 온하준 옆을 지나가던 누군가가 농담을 던졌다.“어이쿠, 누가 감히 우리 온 대표님을 차단까지 하나요?”곧이어 온하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손재민 씨, 우스운 꼴을 보였네요. 실수로 아내를 화나게 해서요.”손재민이라는 이름은 강지연이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긴, 온 대표님을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사람은 사모님밖에 없죠.”“알았어, 강지연. 나중에 집에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 여기 손님이 와서.”온하준은 짧게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내려놓은 뒤, 강지연은 짐을 어떻게 싸야 할지 곰곰이 생각했다.이번에는 최대한 가볍게 나갈 생각이었다.가지고 나가는 물건이 적을수록 눈에도 덜 띄고 필요한 건 수도에 가서 새로 사면 됐다. 그래서 가방 하나에 중요한 물건만 간단히 챙겼다.그다음 해야 할 일은 이혼 합의서를 쓰고 온하준에게 남길 편지를 쓰는 것뿐이었다.합의서 작성은 어렵지 않았다.지금 그녀 통장에는 이미 열 자릿수를 넘긴 돈이 들어 있었기에 더는 온하준에게 손을 벌릴 필요가 없었다.해성에 있는 집 가운데 그녀 이름으로 된 것은 모두 다섯 채였다.지금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집까지 포함해서였다.그중 네 채만 자신이 가져가고 현재 거주 중인 이 집은 두고 가기로 했다.이 집 비밀번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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