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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31 - チャプター 240

775 チャプター

제231화

아직도 병원에 입원 중이던 진경숙에게서는 당연히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진경숙은 강지연이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는 몰랐지만 이제 사모님은 진짜로 대표님을 떠났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마치 자신이 과거의 그 사람에게 다시는 발각당하고 싶지 않듯, 강지연 역시 그에게 다시 붙잡히고 싶지 않을 터였다.그렇기에 진경숙이 온하준에게 말해줄 수 있는 대답은 오직 본 적이 없다는 말뿐이었다.온하준은 결국 아쉬움 섞인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지연의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돌아온 것은 여전히 연결 불가 안내음뿐이었다.이번에는 휴대전화로 집 안 CCTV 앱을 열었다. 화면에는 새까만 어둠만 가득했다.‘거실에 불도 안 켰나? 혹시 침실에서 자는 중인가?’온하준은 다시 미간을 좁혔다. 가슴 한편이 알 수 없는 초조함에 서서히 뜨거워졌다.“하준아?”이하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었지만 애써 염려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아니면 김도윤한테 가보라고 하는 건 어때?”“괜찮아.”두 사람은 호텔 로비를 지나 객실이 있는 복도로 들어섰다.“아마 내가 귀찮게 해서 또 꺼버린 거겠지.”‘설마 또 차단한 건 아니겠지? 이번에 또 차단하면 돌아가서 먼저 엉덩이부터 두들겨 줄 거야.’온하준은 이마를 찌푸린 채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를 갈았다.이하나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준아, 강지연이 너를 귀찮아한다고?”온하준은 피식 웃었다.“귀찮아하는걸 수도 없이 봐 왔어.”이하나는 더 이상 웃음을 이어 가지 못했다. 방으로 향하는 길 내내 온하준도, 이하나도 말을 아꼈다.둘이 머무는 곳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풀빌라였다.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온하준은 곧장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하준아.”뒤에서 이하나가 달콤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지만 온하준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너 먼저 쉬어.”“아직도 강지연한테 문자 보내는 거야?”이하나는 일부러 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아니. 메일이 몇 통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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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하지만 그런 일들은 점점 홍순자 몫이 되었고 다시 조금씩 진경숙의 몫으로 넘어갔다.가끔 한두 번 도와준 적은 있어도 이제는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다.온하준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손끝은 익숙하게 움직여 이하나의 머리를 끝까지 말려 주었다.그리고 드라이기를 제자리에 내려놓고 말했다.“됐어. 쉬어.”말을 마치고 그는 거실로 나가 캐리어를 집어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샤워하려는 듯했다.뜨끈해진 머리카락을 어깨에 늘어뜨린 채 시원하게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을 맞자 이하나는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그러니까 이게, 강지연이 한때 누렸던 행복이라는 거지?’가슴 깊은 곳에서 진한 시기가 훅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걸치고 있던 가운을 벗어 던지고 끈 나시 잠옷만 입은 채 2층으로 올라갔다.한쪽 어깨끈은 이미 흘러내려 팔꿈치 언저리에 걸려 있었다.욕실 문 앞에 서자 안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호텔 욕실 문은 전부 유리문이라 무늬가 있긴 해도 속이 흐릿하게 비쳤다.자세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윤곽 정도는 가늠할 수 있었고 얼핏 보이는 그의 등은 이쪽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이하나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를 악물고 문을 밀어젖혔다.“하준아...”나른하고도 애교 섞인 부름과 함께 안으로 몸을 던지려던 이하나는 순간 멍해졌다.언제 갈아입었는지 샤워부스 안의 온하준은 이미 가운을 걸친 상태였다.“아, 그게...”금방이라도 타오를 것 같던 열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하준아, 샤워 다 했어? 내가 도와줄게.”“다 했어.”온하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곧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이하나는 그의 등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달려가 뒤에서 끌어안았다.“하준아...”온하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하준아, 난 신분 같은 건 상관없어. 그냥 계속 네 옆에 있고 싶을 뿐이야.”그녀의 손이 그의 가운 안으로 파고들려는 순간 온하준이 이하나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이하나, 넌 내게 정말 소중해. 그래서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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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장시범의 파트너인 윤해정은 강지연이 자기 짐까지 들겠다고 나서자 어쩔 바를 몰라 했다. 그러자 장시범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선배는 학교 무용단 때도 늘 이랬어. 우리를 챙겨주는 게 습관이라 그래. 사양하지 말고 얼른 가. 막히면 뒤에서 더 힘들어져.”그는 윤해정에게 슬쩍 눈짓까지 했다. 윤해정은 무슨 뜻인지는 잘 몰랐지만 일단 말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수화물을 찾으러 가는 길에야 윤해정은 아까 했던 눈짓이 뭘 의미하는지 물었다.“선배가 우릴 돕고 싶어 할 때는 그냥 받아들여. 지금 선배는 무용단에서 본인이 아무 쓸모도 없을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일 거야. 무언가 하고 싶다고 하면 하게 두는 게 좋아.”장시범이 조용히 설명해 주었다.그제야 윤해정은 모든 걸 이해 했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한동안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왜 웃어?”장시범은 눈을 흘기고는 성큼성큼 앞서가 강지연을 따라잡았다.그 사이, 강지연은 휴대전화를 현지 유심으로 전환했다.신호가 잡히자마자 순식간에 카톡 알림이 쏟아졌고 그중에는 홍순자가 보낸 짧은 문자 두 개도 섞여 있었다.도착했는지, 무사한지 묻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가장 먼저 홍순자에게 답장을 보냈다.[할머니, 안전하게 도착했어요.]그리고 천천히 다른 문자들을 살펴보았다. 진경숙에게서도 한 통이 와 있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찾으세요. 저한테 전화가 왔더라고요.]강지연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그냥 모르겠다고 하세요.]그리고 남은 문자들은 모두 온하준에게서 온 것들이었다.[어디야?][왜 전화가 안 돼?][집에 있어?][강지연, 설마 어제부터 오늘까지 한 번도 집에 안 들어간 거야?][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모니터에 네가 안 잡혀.][마지막으로 모니터에 찍힌 게 새벽 네 시야. 그렇게 일찍 어디를 간 건데?]비슷한 내용들이 반복되어 있었다. 거기에 그녀가 받지 않아 결국 자동 취소된 통화들까지 여러 통이었다.문자를 다 읽기도 전에 손에 쥔 휴대전화가 다시 진동했다. 온하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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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최아현은 아예 그 사진을 더 크게 확대해서 보내왔다.강지연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최아현이 바로 문자를 쏟아냈다.[강지연! 너 지금 어디야? 이 사진을 올린 남자는 누구고, 넌 누구랑 여행 간 거야?]강지연이 답했다.[나랑 예전부터 함께했던 무용단 후배야. 유럽 순회공연이 있어서 나도 선생님들이랑 같이 구경하러 왔어.]최아현이 다급하게 문자를 보내왔다.[어떡해? 강지연, 온하준 진짜 화낼 것 같은데? 아니 이미 화나 있는 상태야.]강지연은 동창들이 있는 단톡방을 들어가 보더니 다시 문자를 보냈다.[아닌데? 아무도 말하는 사람 없잖아.][하이고, 지연아. 이런 걸 누가 동창들이 다 있는 단톡방에서 떠들어? 남자들끼리 따로 단톡방 있는 거 몰라? 거기서 지금 난리 났나 봐. 애들이 나한테까지 물어봤다니까.”강지연은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너는 이 사진을 어떻게 본 거야?][지연아, 육인 법칙 못 들어봤어? 친구의 친구는 또 친구이고 여섯 사람 안에는 꼭 아는 사람 한 명쯤은 있다잖아. 아무튼 너 외국 간 거 온하준한테 말 안 하고 나간 거지? 걔 지금 장난 아니래. 단톡방에 제일 먼저 사진 올린 남자애한테 바로 전화했다더라.]강지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회답했다.[응. 말 안 했어.][알았어. 그러면 만약에 온하준이 나한테까지 캐물으면 나는 뭐라고 해야 해?]강지연은 그냥 모른다고 하라고 했다.그 말을 보내자마자 이번엔 온하준이 장시범의 인스타 캡처 화면을 그대로 붙여 보내며 따지기 시작했다.[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봐, 강지연.]강지연이 회답하지 않자 곧장 문자가 연달아 쇄도했다.[답장 안 할 거야? 강지연, 내가 그동안 너무 오냐오냐했지?][내 돈은 서슴없이 받아놓고 뒤돌아서 다른 남자랑 해외로 도망가?][이거 언제부터 계획한 거야? 비자가 하루이틀 만에 나오는 것도 아닐 텐데 도대체 얼마나 오래 나 몰래 계획한 거야?][좋아. 답장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는다 이거지? 할 수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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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이하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하준아, 나 다 알아. 네 마음 아니까 나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어. 나 진짜 안 서운해.”온하준은 미간을 찡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하나는 입술을 한 번 적시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아니면 우리 같이 표 끊을까? 나도 같이 갈게.”온하준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럴 필요 없어. 넌 들어가서 쉬어. 오늘은 일찍 자.”이하나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기분도 안 좋은데 여기 있어서 뭐 해. 어차피 나중에도 올 시간 많아. 일단 돌아가자.”온하준은 미간을 찡그린 채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이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러면 너한테 너무 미안하잖아.”이하나가 온화하게 웃었다.“뭐가 미안해? 하준아, 아직도 날 몰라? 난 그저 네가 행복하고 네가 하는 일이 다 잘 풀리면 그걸로 충분해.”온하준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일단 넌 자. 내일 얘기하자.”“응.”이하나는 대답만 하고는 그의 발치 쪽 카펫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들어가 봐. 나 진짜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자.”그제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하준아, 돌아가서는 강지연이랑 잘 이야기해. 괜히 화내지 말고. 네가 세게 나올수록 강지연은 더 도망만 갈 거야.”그 말을 듣는 순간, 온하준의 미간은 더 깊게 구겨졌다.이하나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하준아, 진짜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강지연은 몇 년 동안 네가 공주처럼 떠받들면서 키웠잖아. 그러면 당연히 버릇도 생기고 성격도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지. 여자들은 원래 그래. 맞춰 줄수록 더 기고만장해지는 법이야. 그래도 그건 그냥 투정일 거야.”온하준의 얼굴에 드리운 먹구름은 도무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하준아, 강지연은 어차피 돌아올 거야.”이하나는 계속 그를 달랬다.“생각해 봐. 강지연은 춤밖에 모르는 애잖아. 널 떠나서 밖에 나가봤자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이미 5년 동안 네 옆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살아왔어. 먹고 자는 것까지 전부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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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곧이어 김도윤에게서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우리한테도 말 안 할 수가 있어? 그리고 하나가 괜히 오지랖 떤다고 뭐라 하지 마. 걔는 진짜 네가 너무 걱정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리한테까지 와서 물어본 거야. 네 기분 좀 풀어줄 방법 없겠냐고. 그리고 이 일 네가 알면 화낼까 봐 절대 티 내지 말라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했어.]온하준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너희 마음은 나도 알아. 화내는 거 아니야.]김도윤은 이하나가 자주 쓰던 포옹 이모티콘을 보내더니 말을 이었다.[그리고 너 말이야, 또 우리한테 잔소리한다 어쩐다고 하지 마라. 넌 지난 5년 동안 강지연을 공주처럼 떠받들며 살았잖아. 그러니까 버릇이 안 나빠질 수가 없지. 강지연이 하나의 반만큼이라도 철들어 있었으면 네가 이런 고생을 했겠니? 내 말 잘 들어. 일단 바로 카드부터 끊어. 돈줄이 끊기면 어디 가서 더 날뛸 수가 없을 거야. 그러다 보면 결국 꼬리 내리고 기어들어 오게 돼 있어.]온하준은 더 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그는 카드를 끊을 수 없었다.강지연은 자기 명의의 계좌를 가지고 있었고 온하준이 돈을 줄 때마다 늘 그녀의 계좌로 송금해 왔다.하여 그녀는 애초에 그의 카드에만 의존해 생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잠시 후 김도윤이 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너 설마... 강지연한테 평생 먹고살 만큼의 경제적 자유를 준 건 아니지? 카드도 강지연 명의로 돼 있는 거야?]온하준은 여전히 답장하지 않았다.김도윤은 그의 침묵에서 답을 읽은 듯 바보라는 표정의 이모티콘을 하나 보내며 말을 덧붙였다.[하준아, 너 진짜 바보 아니야? 솔직히 말해서 네가 이러면 강지연이 네 재산 싹 다 가져가도 난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할 것 같다. 너 진짜...]그래도 답이 없자 김도윤은 더 이상 몰아붙이지 않고 말투를 바꿨다.[됐어. 누가 너더러 강지연이랑 결혼하래? 다 네 팔자지 뭐. 강지연은 네 팔자에 낀 액운이야.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 혼자 놀러 간 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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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강지연은 모두가 식사하러 자리를 뜬 뒤에도 함께 가지 않았다.대신 혼자 연습실에 남아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자신의 모습을 더듬고 있었다.며칠 전 오랜만에 찾았던 홍순자 댁의 연습실에서 그랬던 것처럼.다만 이번에는 정해진 안무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대로 몸을 풀며 가슴속에 그려 두었던 불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봉황을 몸짓으로 풀어냈다.머릿속에 담아 두었던 동작들 가운데 끝내 완성하지 못한 것들도 많았다.몸은 예전처럼 따라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멈출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음악의 리듬에 몸을 맡긴 채 계속해서 춤을 이어 갔다.마지막 동작을 마쳤을 때에야 강지연은 바닥에 조용히 몸을 낮추듯 엎드리며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었고 옷은 이미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그때 텅 빈 연습실에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람이 많지 않아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소낙비처럼 촘촘하고 뜨거운 박수였다.그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본 강지연의 시야에 장시범과 윤해정이 박수를 치며 다가오는 모습이 들어왔다.“지연 선배님! 너무 멋졌어요! 새로운 인생 그 춤 맞죠?”윤해정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강지연은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응. 너희가 연습하는 거 보니까 갑자기 몸이 근질거려서. 그냥 기억을 좀 꺼내 본 거야.”“정말 대단했어요!”윤해정은 진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감탄을 자아냈다.비록 강지연의 동작들은 예전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고 고난도의 부분은 끝내 완성하지 못했지만 크게 다친 뒤에도 다시 날갯짓을 연습하는 봉황 같은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옆에 있던 장시범도 눈을 반짝이며 말을 덧붙였다.“지연 선배님, 우리 같이 연습해요.”그렇게 세 사람은 다시 세 시간이나 춤을 췄다.강지연은 몸을 움직이면서도 머릿속에 그려 둔 장면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고 자신이 끝내 소화하지 못한 동작은 윤해정이 이어받아 완성해 나가도록 했다.그녀가 꿈꾸던 장면들은 장시범과 윤해정의 몸을 통해 조금씩 형태를 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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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조민서가 이미 잠들었을 거로 생각한 강지연은 발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방으로 돌아왔다.하지만 뜻밖에도 그녀는 아직 잠들지 않은 채 노트를 펼쳐 놓고 펜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선생님, 아직도 일하세요?”땀에 흠뻑 젖은 채 문가에 선 강지연이 조심스레 물었다.조민서는 고개를 들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아이고, 얼른 샤워부터 해. 그러다 감기 걸리겠다. 너희 도대체 얼마나 오래 춘 거야?”“선생님, 제가 춤춘 거... 알고 계셨어요?”한때 조민서가 가장 아끼던 제자였던 자신이 지금은 이런 모습으로 다시 무대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에 강지연은 괜히 민망해졌다.“그럼, 당연히 알지.”조민서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아까 가서 봤어. 너희 셋이서 새로운 안무를 만들고 있더구나.”강지연은 더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선생님, 저 지금은 예전 같지도 않고...”“잘 추더라.”조민서는 그녀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춤은 기술이기도 하지만 감정을 풀어내는 표현이기도 해. 춤추고 싶을 때 마음 가는 대로 추는 그 낭만이 있고 수없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게 춤이야. 선생님은 네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게 너무 기뻐.”“선생님...”강지연은 품에 안기고 싶었지만 온몸이 땀투성이인 탓에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선생님, 저 일단 씻고 올게요.”“그래, 다녀와. 난 하던 거 마저 할게.”조민서는 가볍게 웃으며 다시 노트에 시선을 떨궜다.강지연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조민서의 일도 어느 정도 정리된 듯했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나눈 뒤 서로 인사를 건네고 잠자리에 들었다.하지만 강지연은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하루 동안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몰아쳐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그녀는 윤해정이 보내 준 사진을 다시 열어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사진 속의 자신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하지만 분명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모습이었다.조민서와 윤해정 그리고 장시범의 말들이 번갈아 가며 머릿속을 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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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지금 강지연의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바로 조금 전 그녀가 춰냈던 그 춤이었다.윤해정이 말한 것처럼 이 춤을 하나의 무용극으로 만든다면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그 생각만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수많은 동작과 장면이 한꺼번에 폭풍처럼 몰아쳤다.그 바람에 온하준이 연달아 보내온 메시지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마치 바다 한가운데 솟구치는 거대한 파도 사이로 떨어진 몇 방울의 빗물이 순식간에 삼켜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듯 그의 말들은 눈에 스치자마자 기억 저편으로 흩어졌다.그녀는 심지어 차단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리고 애초에 그것들이 방해된다고 느끼지도 않았다.메시지를 한 번 훑어본 강지연은 곧바로 다시 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이번 무용의 출발점은 봉황의 열반이었다.그 생각은 점점 확장되어 생생불식에 닿았고 유구하게 흐르는 시간과 장대한 기세로 뻗어 나갔다.그 모든 것을 산해경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 편의 무용극으로 엮고 싶었다.그녀는 생각할수록 가슴이 뜨거워졌고 더 이상 다른 감정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그날 밤, 강지연의 꿈속은 온통 산과 바다였고 강과 호수 위로 봉황이 춤추고 용이 포효하는 풍경으로 가득했다.반면 온하준은 끝내 날이 밝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마지막 항공편까지 한 시간 남짓하게 남은 상황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티켓을 구매하고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그는 원래 이하나를 데려갈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어떻게든 함께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시간은 너무 촉박했기에 더 설득하고 다툴 여유가 없었다.결국 두 사람은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해성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곧장 집으로 향했다.이하나도 끝까지 따라붙었다.사실 온하준도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집으로 돌아가려고 서두르는 건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집에 아무도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집념과 충동은 오로지 집 하나뿐이었다.집 앞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이하나가 먼저 내렸고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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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온하준은 이혼 협의서의 내용은 아예 펼쳐 보지도 않은 채 그저 짧디짧은 편지를 한 번 훑어보고는 냉정하게 웃으며 서류들을 책상 위로 내던졌다.이하나는 조심스레 그 서류에 손을 뻗었다.그가 아무런 반응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그제야 용기를 내어 서류를 집어 들고 한 장 한 장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다행히도 강지연은 자원봉사와 관련된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이하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곧 시선이 다른 내용에 머물더니 어안이 벙벙했다.온하준이 그동안 강지연 명의로 사 두었던 집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고 심지어 회사 지분까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강지연은 그의 재산을 요구하지 않고 이혼을 선택해도 이 정도면 혼자서도 충분히 살 수 있었다.“하준아...”이하나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너무 신경 쓰지 마. 강지연이 너랑 이혼한다고 해도...”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온하준이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그럴 일 없어!”사실 이하나가 하려던 말은 이 말이었다.‘강지연이랑 이혼해도 우리가 있잖아.’온하준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강지연은 그냥 화가 나서 그러는 거야.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 무슨 일만 생기면 이혼 얘기부터 꺼내던 애야...”그는 말을 하다 말고 휴대전화를 꺼내 무언가를 검색했다.곧 모 무용학원이 여러 유명 무용단과 함께 유럽 투어 공연을 떠났고 일정이 한 달이라는 기사를 확인하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을 덧붙였다.“겨우 한 달이야. 돌아오기만 해 봐... 돌아오기만 하면 이번엔 정말 따끔하게 혼 좀 내야겠어. 너무 제멋대로야.”그 순간 이하나의 눈동자에는 짙은 실망이 스쳤다.“하준아, 다 내 탓이야. 내가 괜히 해변 여행 가자고 고집만 안 부렸어도 강지연이 이렇게 떠나진 않았을 거야. 미안해.”“네 탓 아니야.”온하준은 부드럽게 말을 덧붙였다.“그나저나 너도 나랑 여기저기 다니느라 피곤했을 텐데, 먼저 들어가서 쉬지 그래.”“안 피곤해.”이하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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