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의 모든 챕터: 챕터 641 - 챕터 650

666 챕터

제641화

곁에서 눈치껏 자리를 비켜 강솔과 단둘이 남게 되자 중현은 상황이 퍽 마음에 들었다. 자연스럽게 강솔 옆에 다가가 함께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다 먼저 근황을 물었다.“프로젝트는 잘 돼 가?”강솔이 짧게 답했다.“잘 돼.”“도움이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 말해.”강솔이 발걸음을 멈췄다.중현도 따라 멈춰 섰다.“하나 묻고 싶은 게 있었어.”강솔이 입을 열자 중현이 받았다.“말해.”강솔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당신 눈에 나는 늘 그런 사람이었지. 당신이 거둬 줘야만 살 수 있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그런 사람.”“아니야.”중현이 곧장 답했다.“늘 아니었던 거야, 아니면 지금 와서 아니라고 느끼는 거야?”강솔이 물었다. 꼭 답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어떤 일들은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가슴 깊은 곳에 응어리로 남아, 깊은 밤에 그 일이 떠오르면 강솔의 마음을 무겁게 바닥까지 가라앉히곤 했다.중현의 말투는 흔들림이 없었다.“늘 아니었어. 네가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지 나는 잘 알아.”강솔은 그 말이 자기를 달래기 위한 중현의 거짓이라는 걸 알았다. 곰곰이 따져 보면, 이혼한 것도 꽤 잘한 일이었다.아연의 일이 없었다면 강솔은 지금도 중현의 아내이자 전업 사모님으로 지내고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5년, 10년쯤은 예전처럼 변함없이 아껴 줬을 테고...하지만 그 뒤로는...중현은 매일 회사로, 강솔은 매일 집에서.둘 사이의 공통된 화제는 점점 줄어들고, 언젠가 감정이 옅어지는 날이 오면 중현은 그동안의 모든 편애와 예외를 거두어 갈 것이다.중현이 바람을 피울 사람은 아니다. 약속의 무게를 아는 신중한 사람이니까.그러나 둘 사이엔 사랑이 더는 남지 않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무슨 말이든 다 나누던 사이에서 할 말이 없는 사이로, 유일한 존재에서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마음을 쓰던 사이에서 무관해진 사이로... ‘사랑해'에서 ‘바빠'로 바뀌어 갈 것이다.“솔아.”중현이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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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이제 약속 같은 거 함부로 하지 마.”강솔이 못 박았다.“전에 있었던 일이 되풀이되는 건 싫어.”중현이 뭔가 더 말을 덧붙이려 했다.강솔은 걸음을 떼어 자리를 떴다. 소담 일행을 찾아간 것이다.마침 그 무렵 임훈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다가왔다. 팔과 다리가 아직도 욱신거리고 쑤셨다.“보스.”중현은 말이 없었다. 시선은 멀어지는 강솔에게 가 있었다.강 비서가 임훈을 한쪽으로 끌고 갔다.‘지금 이런 순간에 어디 가서 누구 속을 들쑤시려고...’...이후의 시간 동안 강솔은 소담, 레미와 함께 줄곧 지안과 어울려 놀았다. 중현은 멀지 않은 곳에 앉아 그 광경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여윤재는 본래 중현이 탈의실에서 딸아이에게 무슨 말을 했길래 사이가 완전히 풀린 건지 걱정하던 차였다. 그런데 지금 보아하니 별것 아니었다. 중현을 대하는 강솔은 여전히 살갑지 않았다.“다음 주에 솔이를 본가에 불러서 함께 식사하자.”여진동이 불쑥 다가와 말했다.“가족끼리 모이는 자리야.”여윤재가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관심 없어요.”“너한테 부탁하는 게 아니다.”여진동이 말했다.“그럼 솔이 대신 제가 거절할게요.”여윤재의 대답에 여진동은 단단한 얼굴로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하중현이 그 녀석을 어떻게 대하는지 다 봤다. 너는 집안 어르신들한테 내 손녀를 한번 인사시키고 싶지 않은 거냐?”“별 의미도 없는 사람들 무더기예요. 제 딸을 인사 같은 거 시킬 필요 없어요.”여윤재는 딸아이의 시간을 그런 데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인사도 없이 어떻게 여씨 집안과 LS그룹을 물려받겠다는 거냐?”여진동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네가 모르는 어린아이한테 지분을 넘기는 걸 집안 사람들이 가만히 두고 보기만 할 것 같아?”여윤재가 시선을 옮겼다.여진동이 이해득실을 들이댔다.“그자들이 어떤 성정인지 너도 나만큼 잘 알 텐데. 너와 솔이는 아직 정식으로 친자 확인도 안 한 사이다. 일반적으로 따지면 네 지분은 네 작은아버지의 자식한테 가야 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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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정말 올까?”여진동이 한 번 더 떠보듯 물었다.여윤재는 옛 일로 인해 아버지에게 가슴속에 응어리가 남아 있었다. 자기보다 나이가 든 어른이라는 점만 아니었다면 말도 섞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저쪽에 있으니까, 직접 가셔서 물어보세요.”여진동의 안에서 감정이 일렁였지만, 더 길게 따져 묻지는 않았다.당시의 일로 부자가 그 정도로 틀어졌던 걸 생각하면, 이만큼 누그러진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솔이 쪽은?”“제가 직접 말할게요.”여윤재는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강솔이 자라는 동안 여윤재는 곁에 있지 못 했다. 진씨 집안과도 깊이 얽혀 있는 데다, 두 집안의 관계가 늘 매끄럽지 않았으니, 앞으로 강솔이 지분을 물려받게 되면 분명 양쪽 집안 사이에 말이 많을 것이었다.여윤재가 끝내 모두를 납득시킨다 해도,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찮을 게 분명했다.차라리 식사 한 끼로 중현이 잠깐 분위기를 눌러 주는 편이 나았다.여윤재가 다가갔을 때는 강솔이 소담, 레미와 함께 지안과 놀이 하나를 막 끝낸 참이었다. 곧 다음 놀이로 넘어가려는 찰나, 여윤재가 다가가 말했다.“솔아, 잠깐 따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강솔은 눈을 들어 의아한 표정으로 보았다.소담이 강솔을 보며 손짓했다.“다녀와. 여긴 우리가 있잖아.”소담은 강솔보다 한층 더 시원시원한 사람이었다. 돈 많은 아빠를 두고 굳이 없는 척하는 건 손해다. 2여년 동안 돈 한 푼, 손 한 번 안 보태고 다 큰 자식 하나가 굴러 들어왔으니, 무언가는 해야 마땅하지 않은가.강솔이 자리를 옮겼다. 표정은 단아하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여윤재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세요?”“다음 주 토요일 저녁에 집안 가족 식사가 있어. 집안 어른들 몇 분 소개해 주고 싶은데...”여윤재는 너무 자세히 풀어 말하지는 않았다.“그냥 식사 한 번 하는 자리야, 앞으로 계속 인사하고 친척으로 지낼지 말지는 네가 정해.”강솔은 본능적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여태진 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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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여진동이 미간을 좁혔다. 말이 거창하다고 한 소리 하려던 차에, 중현이 지난 몇 년간 해 온 일들이 머릿속을 스쳤다.중현이 진짜로 여씨 집안을 노린다면, 지금의 집안 사정으로는 그의 상대가 못 됐다. 게다가 옆에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맡을 진씨 집안까지 있었다.이 저녁, 각자의 마음속에 한 가지씩의 셈이 더 늘어났다.오직 여러 사람과 어울려 놀고 있는 어린 지안만이 마냥 신이 나 있었다.생일 파티가 끝나 갈 무렵, 지안이 강솔에게 쪼르르 달려가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동그란 두 눈이 반짝반짝했다.“엄마! 생일 소원 하나만 더 빌어도 돼?”“당연하지.”강솔은 지안이 원하는 건 대부분 들어줬다.“내가 빌고 싶은 건...”지안이 말하며 중현 쪽으로 시선을 흘끔 보냈다. 동그란 눈이 마침 중현의 시선과 마주쳤다.강솔이 그 시선을 좇아 따라 보았다.부자가 눈을 마주치고 있는 걸 본 강솔이 말했다.“그래.”지안이 곧장 고개를 돌렸다.“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네 소원은 뭐든 엄마가 최선을 다해 들어줄 거야.”강솔은 지안의 마음을 짐작했다. 한참 동안 지안이 별말은 안 했지만, 강솔이 보기엔 아직 아빠인 중현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이번 것도 들어줄게.”지안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활짝 웃는 얼굴이었다.지안이 강솔을 꽉 끌어안고 뺨에 입을 맞췄다.“고마워, 엄마!”강솔이 지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10분 뒤.지안이 한 손에는 강솔과, 다른 한 손에는 중현과 손을 잡고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뒤따르던 여윤재의 눈에는 그 모습이 영 눈엣가시였다. 여윤재는 강정숙 앞에서 중현에 대한 흉을 보기 시작했다.“하중현... 그 속을 누가 알겠어? 애를 끌어들이다니.”강정숙이 여윤재를 흘끔 보았다.“우리가 좀 막아야 하지 않겠어?”여윤재는 중현이 자기보다 처를 되찾는 속도가 빠른 게 마뜩잖았다.“그 수작이 통하게 둘 순 없지.”“넌 그렇게 애가 좋아하는 꼴을 못 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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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중현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홍일이라는 그 경호원, 오지랖이 너무 넓은 것 같은데...’‘강솔 앞에서 그렇게 떠드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 앞에서도 똑같이 떠드는 줄은 몰랐네.’“도와줄 거야, 안 도와줄 거야?”지안이 중현의 기색을 살피며 일부러 물었다.“연적을 정리하는 사람은 봤어도, 자기한테 연적을 만들어 주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중현이 느긋하게 말했다.“새아빠 찾는 일은 네가 알아서 해. 이 아저씨는 도와줄 수 없을 것 같다.”지안이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중현을 보았다.“그럼 옆에서 안 잘래.”중현이 말을 받았다.“응?”“나 혼자 잘래.”중현이 시원하게 이불을 걷어 냈다.“그래.”지안이 멍해졌다.‘아빠가 언제 이렇게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사람이었더라?’“이따 엄마가 너한테 물어보면, 네가 가겠다고 했다고 똑똑히 전해라.”중현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조에는 흔들림이 없었다.“내가 멋대로 정한 게 아니야.”지안이 어리둥절했다.“내가 언제 엄마 방에 가라고 했어?”“네 엄마가 나한테 방을 안 줬으니까, 나는 네 침대 옆자리밖에 없잖아.”중현이 자기 처지가 딱한 양 능청을 떨었다.“네가 싫다고 하니, 별수 있나? 네 엄마한테 가서 받아 줄지 물어볼 수밖에.”조금 전까지 걱정스럽던 지안의 마음이 곧장 가라앉았다.방금 한 말이 나이 든 아빠의 마음에 상처를 준 건 아닐까, 따뜻한 말이라도 한마디해 줘서 너무 슬프지 않게 해 줘야 하나 싶었는데.결과는...“잘 자.”중현이 침대에서 내려왔다.지안이 침대에 그대로 앉은 채, 중현을 붙잡지 않았다.“가 봐. 어차피 홍일 삼촌이 100% 던져 버릴 테니까.”“그러면 내가 내던져지는 순간 너도 같이 데려갈 거다.”중현이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말투에 흐트러짐이 없었다.“우리 부자는 복도 함께 누리고, 어려움도 함께 겪는 사이지.”지안이 입을 다물었다.‘아빠는 어떻게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치는 재간이 있지?’중현이 지안 앞으로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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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강솔이 중현의 시선을 알아차렸다.“서재로 갈래?”“그래.”두 사람이 앞뒤로 걸었다.서재에 도착한 두 사람이 함께 소파에 앉았다. 중현은 강솔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별다른 내용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렇게 조용하고 편안한 공기 속에서 중현은 한동안 쌓였던 피로가 한결 풀리는 기분이었다. 강솔이 중현에게 얼마나 큰 존재인지는 다른 누구보다 중현 자신이 잘 알았다. 강솔과 함께 있기만 하면, 마음 한구석이 절로 풀어지고 가벼워졌다.강솔은 중현에게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모든 것을 내어주고서라도 꼭 지키고 싶은 존재.“솔아.”중현이 불쑥 그 이름을 불렀다.강솔이 고개를 들었다.“응?”중현의 짙은 눈동자에 짙은 감정이 스몄다. 그 눈빛에는 오직 강솔 한 사람만이 담겨 있었다.“난... 진짜 널 좋아해.”강솔이 잠시 멍해졌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고백을 할 줄은 몰랐다.‘방금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런저런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가 아니었나?’“J시에서 사는 게 좋아, 아니면 H시에서 사는 게 좋아?”중현은 강솔에게 반응하고 당황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고백을 마치자마자 화제를 돌렸다. 마치 늘 하던 일상 대화처럼.“둘 다 그럭저럭.”강솔이 무심히 답했다. 낯선 도시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강솔은 그 마음을 중현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J시는 강솔이 자라며 쌓아 온 삶과 기억이 깃든 곳이고, H시는 지금의 삶과 성장을 받쳐 주는 곳이다.두 도시 모두 강솔에겐 의미가 깊었고, H시에서 사는 삶에도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그래도 굳이 한 곳을 골라 영원히 살라고 한다면 강솔은 J시를 택할 것이다.똑똑-“아가씨, 벌써 밤...”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홍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홍일이 뒷말을 잇다가 중현을 발견하고 멈췄다. AI 같은 무표정한 얼굴이 중현 위에 멈춰 섰다. 작은 추궁이 담긴 눈빛이었다.“어떻게 여기 계십니까?”“우리 할 얘기가 있어서.”강솔이 말했다.홍일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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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강솔이 아래층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아빠 잠깐 내려갔어.”지안이 잠시 멎었다.‘설마 방금 내가 한 말 때문에...’“내려가 볼래?”강솔이 물었다.“네?”지안이 잘 따라잡지 못했다.“아빠가 홍일 삼촌이랑 같이 아래층 가서 얘기 좀 한다고 내려갔어.”강솔은 두 사람 소리가 커져서 구경을 가장 좋아하는 신동을 깨우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싸우기라도 할까?”지안이 답했다.“아빠는 홍일 삼촌 상대 안 돼.”‘이렇게 말하면 아빠 체면이 영 깎이긴 하지만...’‘홍일 삼촌은 정말 강하니까.’지금까지 지안이 본 사람 중에 홍일보다 더 강한 사람은 없었다.강솔은 입을 다물었다.중현의 실력이 어떤지 강솔도 잘 알지 못했다. 함께 산 5년 동안 중현이 직접 손을 쓸 일이 없었고, 어쩌다 다툼이 생겨도 데리고 다니던 경호원들이 알아서 처리하곤 했으니까.“근데 아빠가 딱히 지지는 않을 거야.”지안이 곧장 말을 보탰다.강솔도 그 말에는 동의했다.중현은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자기 약점을 가지고 상대의 강점에 부딪치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 강솔이 지금까지 중현에게서 약점이라 할 만한 걸 발견한 적도 없었지만.실제 상황은 강솔과 지안의 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현이 홍일과 함께 저택 바깥의 정원에 도착하자, 중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보아하니 그쪽, 내가 마음에 안 들지?”“예.”홍일이 답했다.“언제 그만둘 거야?”홍일의 무표정한 얼굴에 보기 드물게 물음표가 어렸고, 곧 답했다.“안 그만둡니다.”“그럼 그 못마땅함, 평생 안고 살아.”중현은 그런 말을 하면서도 맞을 걱정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다.“너희 아가씨가 나랑 다시 결합하든 안 하든, 나는 평생 너희 아가씨 곁에 있을 거니까.”홍일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하 대표님은 저를 못 이깁니다.”중현이 시원하게 인정했다.“맞아.”“하 대표님을 수행하는 그 경호원들도 저를 못 이깁니다.”“그렇지.”“하 대표님께서 아가씨에게 한걸음 다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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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저는 늘 판단하고 있습니다만, 신동은 그렇지 못합니다.”홍일이 답했다.즉, 신동은 알아서 정리해라.강솔과 지안은 멀찍이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 무슨 말을 나누는지 들리진 않았지만, 둘이 한참을 같이 서 있는데도 손을 쓰거나 다투는 기색은 없어 보였다.“가자. 안 싸울 거야.”강솔이 지안의 손을 살짝 쥐었다.지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중현과 홍일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몰랐다. 다만 강솔은 홍일이 중현에게 매수당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이유는 간단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홍일이 일부러 중현의 자리를 강솔 옆에 붙여 두었다. 게다가 중현이 떠난 뒤 강솔에게 한마디를 더 던졌다.“아가씨, 하중현 대표님... 괜찮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강솔은 어이없다는 듯 홍일을 보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미 끝난 인연에 미련 두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 하지 않았던가?’“구애자로 받으셔도 됩니다.”홍일이 한마디를 보탰다.“심부름꾼으로 부리시면 되지요.”“구애자가 심부름꾼이에요?”강솔이 그 말 속 모순을 짚었다.“제 기준으로는요.”홍일이 답했다.강솔의 말문이 막혔다.중현이 진짜 못된 남자라고 한마디하려던 차에... 홍일이 뒷말을 이었다.“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심부름꾼으로 부려 줬으면 합니다.”“그래야 그 사람의 골칫거리를 대신 정리해 줄 수 있고, 그 사람은 편해지고, 저는 기쁘니, 양쪽에 다 유익한 것 아닙니까.”강솔의 시선이 홍일 위에 머물렀다.이렇게 일 외의 개인적인 얘기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홍일 씨, 좋아하는 사람 있어?”강솔이 물었다.“없습니다.”홍일이 시원하게 답했다.“진짜?”“진짜입니다.”좋아한다는 말은 너무 가벼웠다. 밥 먹는 걸 좋아하고, 노는 걸 좋아하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한다. 상대가 잘생겨서, 노래를 잘해서, 말이 재미있어서.이 단어는 너무 많은 곳에 쓰일 수 있었다. 홍일은 그런 가벼운 표현을 별로 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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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강정숙과 작별한 강솔이 차에 올라 자리를 떴다.같은 시각, 강정숙이 핸드폰 연락처를 열어 여윤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솔이 방금 출발했어. 솔이가 너희 본가에서 손톱만큼이라도 서러움을 당하면, 네 회사 시스템을 털어서 자료들 풀어 버릴 수도 있어.]두 사람이 톡 친구로 등록된 후, 강정숙이 먼저 메시지를 보낸 건 처음이었다.여윤재의 답장이 빠르게 왔다.[걱정 마.]강정숙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더는 보지 않았다.여윤재가 여진동에게 말했다.[아버지, 그쪽 사람들한테 미리 못 박아 뒀어요?]“안 했다.”여진동이 답했다.여윤재가 미간을 좁혔다. 이 말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진 게 드러나 보였다.강솔을 부르자고 한 것도 여진동이고, 미리 사람들한테 일러두어 강솔이 서러움을 당하지 않게 하겠다고 한 것도 여진동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말인가?“그자들한테 한 시간 일찍 오라고 했다.”여진동의 얼굴은 늙었지만 정신은 또렷했다.“시간을 따져 보면 지금쯤 다 모였을 거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네가 가서 직접 해라.”여윤재의 시선이 여진동 위에 머물렀다. 직감이 어딘가에 함정이 있다고 말했다.여진동이 재촉했다.“뭐 하고 멍하니 있어? 좀 있으면 솔이도 도착한다. 도착해서 듣기 싫은 소리부터 들리길 바라는 거냐?”“도대체 뭘 하시려는 건데?”여윤재의 입에선 아버지께 쓰는 존댓말마저 빠져 있었다.여진동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손녀를 집에 불러 밥 한 끼 먹이고, 집안 어른들한테 인사 좀 시키자는 것 말고, 내가 뭘 더 하겠냐?”여윤재가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자 여진동의 속이 조금씩 타들어 갔다.‘지금이 몇신데 아직도 그쪽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지 않다니.’“안 가?”여진동이 다시 재촉했다.“목적을 말씀하지 않으시면 안 가겠습니다.”여윤재는 어릴 때부터 셈 속에서 살아왔다. 크게는 LS그룹 지분 다툼부터, 작게는 일상의 사소한 일까지.여윤재는 그렇게 20년 가까이 잠잠히 살아왔다.그 사이 부자는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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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강솔의 손에 들어가는 편이, 여씨 집안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여윤재와 진정숙이 딸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보면, 분명 강솔에게 든든한 짝을 붙여서 함께 여씨 집안을 이끌도록 할 게 분명했다.이런 속내는 여윤재도 다 짚어 냈다.그러나 중요하지 않았다.어차피 여윤재가 원하는 것도 이들의 그러한 셈과, 좀 있으면 도착할 중현의 위세를 빌려 지분 양도를 한층 매끄럽게 풀어 가는 것이었다....40분 뒤.강솔이 도착했다.여씨 집안의 만찬 자리도 그 시점에 맞춰 준비되었다. 집안 어른들 대부분이 자리에 모였다.가족 만찬의 자리는 항렬과 위계에 따라 미리 짜여 있었다. 본 테이블에는 여진동과 여윤재 외에, 여씨 집안 몇몇 대주주와 늦게 도착한 여태진이 앉아 있었다.강솔은 여진동의 왼쪽에 앉았다. 강솔 옆자리 하나가 비어 있었다.그것을 알아챈 한 사람이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보더니 물었다.“저 자리는 누구를 위해 비워 둔 겁니까?”항렬과 위계로만 따져 보면, 이 자리에 앉을 만한 다른 친족은 없어 보였다.“설마 하중현 대표?”다른 사람이 받았다.“하중현 말이요?”“우리 진동 어르신께 들었는데, 오늘 가족 만찬 외에 J시 쪽에서 귀빈 한 분이 더 오신다고 하더군요.”“하씨 집안은 우리와 얽힐 일이 없는데, 어떻게 와요?”“그 말씀이야말로 이상하네요. 어찌 얽힘이 없다고 합니까.”“...”말을 보탠 이는 여진동의 동생이었다. 강솔이 들을까 봐 일부러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명목상으로는... 그분이 윤재의 전 사위 아닙니까?”강솔은 들었다.다만 H시에 온 뒤로 너무 자주 들은 이야기였다. 지금은 마음에 큰 동요가 일지 않았다.다만... 중현이 온다는 얘기를 강솔은 어째서 듣지 못했지.‘하중현... 여 회장이나 여진동 어르신이 부른 건가, 아니면 제 발로 오는 건가?'이런 생각이 강솔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때 문 쪽에서 사람 몇이 들어왔다. 선두에 선 사람은 손수 맞춘 검은 정장 차림이었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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