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진 말을 들은 뒤 지나윤은 조수석에 앉은 채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아직 지나윤이 다음으로 어디 가고 싶은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유시진은 옆에서 바로 차를 출발시키지 않았다.그렇다고 지나윤에게 재촉하듯 묻지도 않았고, 굳이 서두르게 하지도 않았다.그저 충분한 시간과 자유를 주고 싶었다.그 배려를 지나윤 역시 느끼고 있었다.예전 지나윤이 유시진 곁에 있을 때는 너무 사랑했어서 늘 조심스러웠다.그리고 유시진 역시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자기가 사랑하는 만큼은 아닐까 봐 두려웠고, 그래서 더 사랑받고 싶었다.하지만 나중에 유시진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뒤, 유시진 곁은 괴롭고 모순되고 마음이 무너지는 공간이 되어버렸다.이후 유시진이 정말 변했다고 해도 지나윤이 느낀 건 압박감과 부담뿐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유시진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남자의 옆에 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안정됐고, 더 차분하게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지나윤은 턱을 괸 채 창밖을 바라봤다.딱히 무언가를 보고 있는 건 아니었고 그냥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유시진은 곁눈질로 그런 지나윤을 한번 힐끗 바라보자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스쳤다.하지만 오랫동안 응시하지는 않았다.자기 시선이 너무 뜨겁고 노골적이면 생각을 방해할까 봐서였다.한편 지나윤은 계속 생각 중이었다.원래 이경성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이전에 한번 심장 발작이 왔을 때는 큰일 없이 넘어갔지만, 아마 그때가 유언장을 작성하게 된 계기였을 가능성이 컸다.그리고 이안영은 그 유언장 내용을 아마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내용을 알았기 때문에 이경성을 죽일 마음까지 먹은 것이다.지나윤은 천천히 눈을 들어 올리고는 지금 존재하는 그 유언장을 떠올렸다.사실 당시 유언을 들었을 때만 해도 지나윤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이경성이 이안영을 편애한다는 건 이씨 집안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고, 반대로 친손녀인 자기를 싫어한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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