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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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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아!” 처절한 비명이 난향원에 울려 퍼졌다. “부군... 부군! 살려주세요! 거세는 싫습니다… 싫다고요! 악!”고장훈은 임유정의 비명을 차마 들을 수 없는지 귀를 막고 무기력하게 주저앉았다.고 부인은 불안에 떨며, 평소 잘 하지도 않던 불공을 드리기 위해 눈을 감고 염주를 빠르게 돌리며 경건한 자세를 유지했다.반 시진이 채 되지 않아 장씨 어멈이 밖으로 나왔다. 손은 이미 씻어 깨끗했지만, 옷자락에는 핏자국이 배어 있었다. 고 부인과 고장훈이 서둘러 다가갔고, 두 사람이 묻기도 전에 장씨 어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혈은 되었습니다. 당장 목숨이 위태롭지는 않을 겁니다.”고 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장훈도 안도가 되었지만, 밀려오는 고통과 자책감 온몸에 힘이 풀려버렸다. 그는 고개를 들어 안을 쳐다보았다. 임유정을 어찌 마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잘못 데려온 의원 때문에 사고가 났고, 장씨 어멈을 불러 그녀를 거세했다. ‘나를 죽도록 원망하겠지.’고 부인은 고장훈을 한번 쳐다보더니 당부했다. “들어가서 유정의 곁을 잘 지켜주거라.” 고 부인은 장씨 어멈을 배웅하려다가, 길을 꺾어 영향원으로 데려가 차를 대접했다. 이 야심한 시각에 차를 마시는 것이 주요 목적은 아니었다. 장씨 어멈도 이를 눈치채고 있었다.고 부인이 묵직한 돈주머니를 꺼내 직접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입을 뗐다. “어멈이 손을 써준 덕분에 내 며느리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되었소. 이 은혜는 후작부와 재상부 모두 잊지 않을 것이오!”장씨 어멈은 그녀가 건넨 돈주머니를 받지 않았다. 장씨 어멈은 궁 생활만 수십 년이었고 이 정도 처세는 이미 꿰뚫고 있었다. “저는 명을 받들어 일할 뿐입니다. 손만 움직일 뿐 입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겁을 주려고 후작부와 재상부를 들먹이실 필요도 없고, 입막음용으로 돈을 쓰실 필요도 없습니다. 이만 궁으로 돌아가 복명해야 하니, 차는 마시지 않겠습니다.” 말을 마친 장씨 어멈은 돈주머니를 찻상 위에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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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고준형은 밖의 밤 풍경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어머니께서 저를 믿어주신다면, 그자는 제가 처분하겠습니다.” 고 부인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리였다. 영민한 고준형이 후작부의 명예를 보존할 방도를 모를 리 없었다.고준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 부인에게 예를 갖추고 물러났다. 그는 돌팔이를 데리고 유경원으로 돌아갔다.돌팔이는 세자의 태도가 부드러워 보이자, 그가 성격 좋고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는 유경원으로 가는 내내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세자, 사실 저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고향에 물난리가 나지 않고,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렵지 않았다면, 이런 짓까지 하지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그분의 하혈은 정말 저와 상관없는 일입니다. 제발 자비를 베풀어 용서해 주십시오!” 그가 아무리 애걸복걸해도 앞장서 걷는 고준형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를 압송하던 호위가 싸늘한 얼굴로 꾸짖었다. “입 닥쳐라!”곧 일행은 청우각에 도착했다. 이곳은 본래 임유정이 머물던 곳이었다. 임유정이 이사한 뒤 청우각은 잠시 비어 있었고, 낮에 청소하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준형은 마당의 오동나무 아래에 멈춰 섰다. 달빛이 일렁이며 낙엽이 바람에 흩날렸다. 뒷짐을 진 고준형의 월백색 의복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모습은 폭풍우 속에서 펄럭이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그는 달빛을 빌려 거친 나무줄기를 바라보았다. 마치 명화를 감상하듯 진지했다.그는 등 뒤에 있는 돌팔이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고통만이 사람에게 교훈을 주는 법이지.” 하지만 돌팔이는 알아듣지 못했다. “세자, 저는 정말 결백합니다!” 고준형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눈동자는 평온하면서도 서늘했다. “네가 저지른 일에 대해 후작부는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 다만, 여기에 두 가지를 두고 가야 할 것이다. 하나는 멋대로 처방 약을 지은 네 손이고, 하나는 스스로 단속하지 못한 네 혓바닥이다.” 돌팔이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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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고장훈은 차마 임유정을 마주할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 그의 침묵은 그 무엇보다 확실한 대답이었다. 임유정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거꾸로 솟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곧이어 그녀의 얼굴이 악귀처럼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악! 제게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거세를 했다면 여인으로서의 그녀의 삶은 끝난 것이다! 설령 설 신의가 와도, 불임할 수 없는 몸을 고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노화도 빨라질 것이다. “아니야! 아니라고! 이건 꿈이야!”그녀가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하자, 고장훈은 상처가 덧날까 봐 강하게 그녀를 내리누르며 품에 안았다. “다 내 탓이오, 다 내 잘못이오. 내가 그 돌팔이 말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임유정은 다 죽은 사람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소립니까?” 돌팔이가 제 신분을 밝혔을 때 임유정은 이미 혼절한 상태였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고장훈은 어쩔 수 없이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제야 그녀는 설 신의의 제자라던 자가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마신 약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고장훈이 계속해서 말했다. “알고 보니 유 소저가 설 신의의 제자였소. 진짜는 유 소저였소! 우리가 그녀를 믿지 않았던 것이오.” 임유정은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 유명한 설 신의의 제자가 유소영일 줄이야!’ 문득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이 죽을 듯이 아파할 때, 유소영이 고장훈을 불러 안으로 들여보내며, 출처 모를 돌팔이 말을 믿을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맡길 것인지 물었었다.당시 그녀는 그 말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심지어 유소영이 시간을 끌어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데 유소영이 진짜 신의의 제자였다니!’임유정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후회가 막심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자기 잘못만은 아닌 것 같았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답니까! 왜 숨겼답니까, 왜 돌팔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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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충용 후작은 그제야 손을 멈췄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느라 헐떡거렸고, 가법에 따라 처벌을 집행하던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고장훈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그는 무장답게 인내심이 강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비명을 지르거나 살려달라 빌지 않았다. 옷감과 뒤엉킨 등 위의 핏자국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고 부인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어서! 어서 장훈이를 부축하거라!”충용 후작이 임 재상에게 말했다. “사돈, 이 못난 놈을 낳은 제 잘못입니다. 오늘 이놈을 매질해 죽인다 해도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정이같이 착한 며느리에게 감히…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 한 제 잘못입니다!”임 재상이 답했다. “이 일은 유정이에게도 잘못이 있소. 후작부에서 제때 손을 써서 내 딸의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이미 큰 은혜를 입은 셈이지.”임 재상의 시선이 유소영에게 향했다. “듣자하니 세자 부인이 손을 썼다던데. 과연 설 신의의 제자답군. 그러니 전에도 세자의 목숨도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그의 눈빛은 독수리의 발톱처럼 날카롭고 위험했다.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로지 유소영만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유소영은 자리에 앉아 가볍게 목례했다. “전적으로 궁에서 오신 어멈의 솜씨 덕분입니다. 제가 한 일은 그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임 재상의 음침한 눈에 웃음기가 어렸다. 그 웃음은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세자 부인이 너무 겸손하시구려. 고 세자, 자네는 참으로 좋은 아내를 얻었네.”고준형의 어조는 평온했다. “부인의 말이 빈말이 아닙니다. 아무리 신의의 제자라 해도 모든 것에 능통할 수는 없고, 어젯밤 제 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적었습니다. 오늘 후작부에서 재상을 모신 것은 제 아우가 저지른 어리석은 짓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자 함입니다. 만족하는지요?”임 재상은 여전히 유소영을 주시했다. “만족하네. 다만 내 부탁할 것이 하나 있네.”충용 후작이 즉시 물었다. “사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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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직접 전해라.” 고준형이 분부했다.서신은 진 점주가 쓴 것이었다. 평강방이 문을 닫은 뒤, 진 점주는 고준형의 추천을 받아 관장공서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날짜를 따져보니 이제 막 부임했을 시기였다. 유소영은 의구심을 품고 서신을 열었다. 하지만 서신의 내용은 그녀에게 전하는 작별 인사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씨, 왜 그러세요?” 아민이 물었다. “진 점주가 황성을 떠난다는구나.” “네? 왜요! 관장공서가 얼마나 좋은 곳인데, 그걸 포기한답니까?” 유소영도 그의 나약한 태도에 화가 났다. “나도 묻고 싶구나,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지.”심씨 어멈은 세자 부인이 외출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가로막았다. “세자 부인, 먼저 세자께 여쭈어야 합니다!”월하각. 호위가 서재로 들어왔다. “세자, 세자 부인께서 외출하려 하십니다.” 고준형은 손에 든 공문을 내려놓고 눈을 들어 물었다. “무엇을 하러 간다더냐?”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합니다.” 고준형의 눈빛은 고요한 물결처럼 평온했다. 그는 다시 공문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네가 동행하여 부인을 보호하거라.” “네!”……유경원을 나선 유소영은 우연히 고장훈과 마주쳤다. 고장훈은 그녀를 발견하고 무척 놀란 눈치였다. “유… 형수, 외출하시는 길이오?” 고장훈은 상처가 깊었지만 주로 등에 집중되어 있어 걷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그는 임유정이 보고 걱정할까 봐 난향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유소영과 마주치게 되었다.그녀가 급히 서두르는 것을 보니 요긴한 일이 있는 듯했다.유소영은 당장 진 점주를 찾는 것이 급했다. “나가는 길입니다.” 무언가를 더 말하려던 고장훈은 낯익은 호위를 발견하고 입을 다물었다. 결국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는 그저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예전의 감정을 뒤로하고 기꺼이 임유정의 지혈을 도와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 어젯밤 장씨 어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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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유소영이 그 몸종에게 물었다. “살렸느냐?” “다행히 제때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둘째 부인께서는 여전히 요지부동이고, 마님과 장군께서 타이르고...”유소영은 고개를 들어 담장 너머 멀리 시선을 두었다. 막 거세한 몸으로 첩을 들인다는 말을 들었으니, 누구든 견디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임유정 같은 사람이 정말 죽고 싶어 할까? 그저 눈앞의 난관을 넘기기 위해 시늉을 하는 것일 뿐이겠지.’ 고장훈은 분명 그 속임수에 넘어갈 것이다. 온통 임유정 생각뿐이니, 그녀가 상처받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고 부인은 다르다. 후작부는 임유정의 불임 소식이 반갑지 않을뿐더러, 임 재상이 오늘 직접 후작부에 첩을 들일 준비를 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임 재상의 속셈을 알 수 없으나, 유소영은 양쪽 모두 흡혈귀처럼 임유정의 몸에서 마지막 한 방울의 피까지 빨아먹으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아씨, 우선 유경원으로 돌아가요.” 아민은 유소영이 또 얽혀들까 봐 작은 목소리로 제안했다. “그래.” 유소영은 시선을 거두고 발걸음을 옮겼다.난향원 안채. 고 부인이 백방으로 타일러 보았지만, 임유정은 한마디도 듣지 않았다. 그녀는 서럽게 울며 가련한 모습으로 고장훈에게 말했다. “부군, 차라리 저를 죽이십시오! 이대로 죽으면 적어도 깨끗할 수 있으니! 저는 이제 온전치 못한 몸이고, 폐인이나 다름없어요! 제가 죽어야 부군이 새 부인을 맞이하고 아이도 가질 수 있을 겁니다.”고장훈은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등 상처가 터지는 줄도 모르고 그녀를 꽉 껴안았다. “첩을 들이는 일은 난 모르는 일이오! 당신 말고는 누구도 필요 없소! 내 평생 부인은 당신 하나뿐이오!” 그들은 세상 가련한 연인처럼 서로를 안았고, 고 부인은 그 사랑을 갈라놓는 악인이 되었다. 고장훈은 고개를 돌려 고 부인을 내쫓았다.“어머니! 부탁입니다! 제발 가주세요! 저는 절대로 첩을 들이지 않겠습니다! 부인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어찌 이토록 냉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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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고 부인이 혼절한 뒤 후작부의 의원이 금방 도착했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다. 그녀는 깨어난 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내가 잘못한 것인가?” ‘어찌하여 나으리와 아들 모두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단 말인가?’ 국씨 어멈이 몹시 걱정하며 말했다. “너무 나쁜 생각 마십시오. 그저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임 소저보다 유 소저의 꿍꿍이가 더 무섭습니다.”고 부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여기느냐?” “생각해 보십시오. 설 신의의 제자라는 그 큰 비밀을 죽어라 숨기지 않았습니까. 어젯밤 그 돌팔이가 알아보지 못했다면 지금까지도 감쪽같이 속았을 겁니다! 게다가 소리 소문 없이 세자까지 꼬여냈으니, 장사꾼 딸을 얕잡아 봐서는 안 됩니다. 또 예전의 혼수 도난 사건도 그렇습니다. 보통 여자 같으면 진작 난리를 쳤을 텐데, 유 소저는 태연하게 지금까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아, 오히려 매일 가시방석에 앉게 만들지 않습니까. 저런 여인은 임 소저보다 다루기 훨씬 어렵습니다!”국씨 어멈의 말에 고 부인의 가슴이 요동쳤다. ‘두 며느리 중 누구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구나. 도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유경원. 향설원. 유소영은 책상 앞에 앉아 요 며칠 점포들의 수입을 확인하고 있었다. 능연각의 장부를 살피던 중, 아민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씨, 밖에서 난리가 났어요. 마님께서 화가 나서 쓰러지셨대요!” 신이 나서 먹을 가는 아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유소영을 괴롭히던 사람들이 당하는 꼴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유소영이 물었다. “세자도 알고 있느냐?” 아민이 밖을 보며 투덜거렸다. “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세자도 참 이상하죠. 어머니가 화가 나 쓰러졌는데, 가보지도 않으니.”유소영도 같은 의구심을 가졌다. 이치대로라면 호위들이 분명 보고했을 것이고, 세자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여유가 안 된다면 그녀에게라도 대신 가보라고 했을 것이다. 아민은 방안에 외부인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속삭였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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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황궁. 황제는 높은 자리에 앉아 고준형의 보고를 조용히 듣다가,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이 군량 사건에 연루된 관리가 한둘이 아닐 거라 예상은 했다. 처음에는 그저 본보기로 삼아 경고만 주려 했다. 농가의 쌀독에도 좀벌레 몇 마리는 있기 마련인데, 하물며 이 거대한 양나라에 어찌 없겠느냐. 전쟁도 끝났으니 굳이 긴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거늘. 그런데.”황제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고준형이 올린 명단을 확인하던 황제의 몸에서 제왕의 살기 서린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이렇게 많은 이들이 연루되어 있을 줄이야.”고준형이 예를 갖췄다. “아직 배후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또한 소신은 이번 평담 전쟁이 예전 막북 전쟁의 군량 횡령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여깁니다.”황제도 짐작하는 바가 있었다. “강씨 가문 사건을 말하느냐. 그렇다면 이 명단은 잠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네가 직접 조사해 명확히 밝히거라.” “네.” “요즘 고생이 많구나. 명색이 신혼인데 신부와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오늘은 일찍 물러가라.”고준형은 인사를 올리고 물러났다.한편, 유소영은 무척 의아했다. 세자가 강지영을 위해 마련해준 거처에서 노부인을 마주쳤기 때문이다. 노부인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소영아, 왔느냐? 이곳은 본래 내 친정집의 별원이다. 준형이가 지영이를 잠시 머물게 한다기에, 마음이 놓이지 않아 직접 보러 왔다.”노부인은 사실 충용부에 너무 오래 갇혀 있다 보니 바람이나 좀 쐬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할머니.” 강지영이 멀리서 달려오더니 유소영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기억납니다, 두 번이나 본 적 있지요! 소저가 준형 오라버니의 부인인가요?”유소영은 그녀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강 소저의 기억력이 좋으시군요.”강지영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참 예쁘네요. 예쁜 사람은 마음씨도 좋다더니, 제 병을 고쳐준다고 들었어요. 고마워요. 그런데 마땅히 답례할 것이 없습니다. 절 미워하는 것은 아니지요?”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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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어린아이처럼 군 것이니 마음에 두지 마시오.”유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그녀는 여느 때처럼 평온했지만, 옆에 있던 아민은 눈을 반짝이며 설레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세자가 진심으로 아씨와 혼인하고 싶어 했다니! 두 분이 진짜 부부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닐까?’유소영은 강지영의 맥을 짚으며 진료를 시작했다. 며칠간 약기운이 얼마나 퍼졌는지, 침을 놓아 피를 뽑아내도 될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강지영의 몸은 예상보다 훨씬 허약했다. ‘이럴 리가 없다.’ 그녀는 강지영의 몸종에게 물었다.“내가 지어준 약을 제때 복용했느냐?”몸종이 공손히 답했다. “다 마셨습니다. 다만.”유소영은 몸종이 무언가 숨기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엄하게 물었다. “무엇이냐? 사실대로 말해라.” “소저께서 며칠 전에 다치시는 바람에 이틀간 약을 끊었습니다.”유소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쩐지 몸이 너무 약하더라니.’ 하지만 강지영의 안색을 보면 다쳐서 피를 흘린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유소영은 방 밖으로 나와 고준형에게 말했다.“세자, 강 소저가 다치는 바람에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침을 놓기에 적절하지 않습니다.”고준형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의술을 의심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가 정중하게 물었다. “기억을 빨리 되찾아줄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오?” “세자, 이 일은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고준형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미간에는 무거운 기색이 감돌았다. 유소영은 그의 절박함을 읽어냈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 강지영이 어떻게 다쳤는지도 묻지 않았다.……고준형은 유소영을 데리고 노부인을 뵈러 갔다. 방 안. 노부인은 고준형과 유소영을 유심히 살피더니,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젊은 부부가 다투고 나서 어른 앞이라 억지로 사이좋은 척하는 모습 같았다.“두 사람은 언제쯤 내게 증손주를 안겨줄 거냐? 할미는 너희의 좋은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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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이거 놔! 놓으란 말이다!”강지영이 갑자기 미친 듯이 날뛰었다. 힘이 얼마나 센지 대여섯 명을 연달아 밀쳐버렸다. 오직 힘이 장사인 아민만이 밀려나지 않고 멧돼지처럼 강지영의 허리를 껴안아 침상 위로 넘어뜨린 뒤 짓눌렀다. 유소영도 그 광경을 보고 달려들어 아민과 함께 그녀를 눌러 잡았다. 그러고는 겁에 질려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있는 몸종에게 소리쳤다.“밧줄을 가져와라!”강지영은 본능적인 공포에 휩싸여 엄청난 잠재력을 뿜어냈다. 그녀는 자신을 구속하는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몸부림치며 포효했다. “만지지 마! 만지지 말라고! 악! 다 죽어버릴 거다!”몸종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밧줄을 찾으러 급히 일어났다. 때마침 고준형이 들어왔다. 그의 시야로 침상 위의 혼란스러운 광경이 들어왔다. 유소영은 온몸으로 강지영의 상체를 누르고 있었고, 아민은 강지영의 다리를 꽉 붙들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몹시 힘겨워 보였고, 금방이라도 강지영에게 전세가 역전될 판이었다. 강지영의 몸종은 고준형을 보자 밧줄 찾을 생각도 잊은 채 다급히 다가와 도움을 청했다.“세자, 소저께서.”고준형은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유소영도 기력을 다해가고 있었다. 강지영이 고개를 돌려 고준형을 바라보았다. “죽여버릴 거야!”그녀의 분노가 무시무시한 힘을 만들어냈고, 아민이 잠시 방심한 사이 강지영의 발길질에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아씨!” 아민은 넘어지면서도 유소영부터 걱정했다.아민이 떨어져 나가자, 유소영은 더 이상 강지영을 억누르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단단히 붙잡아주었다. 상황이 워낙 긴박해 뒤에 누가 있는지 확인조차 못 했다. 그녀가 다시 강지영을 누르려고 달려들려 하자, 뒤에 있던 사람이 그녀를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죽고 싶은 것이오?”그녀는 순간 멍해졌다. 이어 그 사람의 손에 끌려 옆으로 몸을 피했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보니, 강지영이 맹수처럼 침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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