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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321 - Chapter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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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화

유소영은 화장함 안에 있는 물건을 전부 쏟아내고는 바닥에 숨겨진 비밀 공간을 발견했다.비밀 공간을 열자, 놀랍게도 책자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다급한 손길로 책자를 꺼내어 대강 훑어보았다.빼곡하게 적힌 글자들은 온갖 횡령 자금의 액수와 출처, 그리고 사용처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었다.유소영의 동공이 흔들렸고, 손끝이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려왔다.장부다…… 드디어 찾았어!“세자! 장부입니다! 이것 좀 보세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고준형에게 장부를 건넸다. 그 눈빛은 마치 긴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듯 희망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고준형은 들고 있던 등불을 그녀에게 넘겨주고는 찬찬히 장부를 살폈다.유소영은 그의 곁에 서서 함께 내용을 들여다보았다.그녀는 이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지만 낯선 이름이 태반이었다.고준형이 설명했다. “형부에서 잡아들인 관원들과 대부분 일치하오. 그런데 이 장부에는 아직 발각되지 않은 자들의 이름도 적혀 있군.”유소영의 시선이 한 이름에 꽂혔다. 임근. 바로 임 재상이었다!군량 횡령 사건의 자금 대부분이 그에게 흘러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강회산이 횡령한 액수는 임 재상이 챙긴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다시 말해, 십중팔구 임 재상이 강회산을 조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생각이 깊어지던 찰나, 밖에서 갑작스러운 소란이 일었다.유소영은 즉시 경계 태세를 갖췄다.……마당.달빛은 짙게 드리워져 마치 안개가 낀 듯 흐릿했다.담벼락에 투영된 나무 그림자는 괴물의 날카로운 발톱처럼 끊임없이 뻗어 나갔다.주 어르신이 바닥에 쓰러진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무리 지어 서 있었다.석심은 호위들을 이끌고 검은 옷의 사내들과 맞서고 있었다.칼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고요했던 작은 마당에 죽음의 소란을 불러왔다.주 어르신은 몸을 일으켜 혼란을 틈타 달아났다.이 늙은 몸으로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곤 관아에 알리는 것뿐이었다.그러나 문 앞에 다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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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유소영은 말문이 막힌 채, 우두머리로 보이는 검은 옷의 사내가 선 뒷모습을 응시했다.그녀는 실로 큰 충격을 받았다.어떻게 이삭일 수 있지!그는 그토록 정직하고 청렴했는데…….다시 생각해보니, 과거의 강회산도 겉으로는 청렴한 관리였다.짧은 적막이 흐른 뒤, 검은 옷의 우두머리가 어깨를 들썩였다. 웃음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탄식인지 알 수 없었다.“본래는…… 살길을 터주고 싶었습니다.”그렇게 말하며 그가 몸을 돌려 얼굴을 가린 복면을 벗겨 냈다.드러난 얼굴은 과연 이삭의 그 강직하고 올곧은 얼굴이었다.유소영은 무의식중에 고준형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으나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이삭이 손을 들어 다른 자들에게 물러가라 명했다.방 안에는 세 사람만 남게 되었고, 마치 허심탄회하게 대화라도 나눌 수 있을 듯한 분위기였다.이삭이 고준형에게 물었다.“저인 줄 어떻게 아셨습니까?”고준형은 담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 대인의 체형은 알아보기 쉬우니까요.”이삭은 짐을 던 듯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솔직히 말해서, 고 세자. 차라리 세자께 일찍 잡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면 굳이 숨기느라 애쓸 필요도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고준형이 엄숙하게 물었다.“언제부터 이 횡령 사건에 가담한 것입니까? 당초 은사의 사건 때만 해도 극구 그를 위해 선처를 호소하지 않았습니까. 설마 막북 전쟁 때부터 관여한 것입니까?”이삭은 부인하지 않았다.그는 비통한 눈빛으로 고준형을 바라보았다.“제가 세자였다면 방금 저를 못 알아본 척했을 겁니다. 고 세자, 제 이름을 부르는 순간 죽음이 확정된다는 것을 모르셨습니까? 세자뿐만 아니라 그 뒤에 계신 세자 부인까지 말입니다.”“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그는 세자와 세자 부인이 제 발로 죽음으로 걸어 들어오는 듯해 너무 어리석어 보였다.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소영이 뒤에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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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쾅!문과 창문은 나무 판자로 덧대어져 빈틈없이 봉인되었다.유소영은 붉은 불빛을 보았다. 이내 피어오른 짙은 연기가 문틈으로 밀려들었고, 매캐한 기운에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그녀는 한 손으로 입과 코를 막은 채 다른 손으로는 고준형의 팔을 움켜쥐었다.“세자, 불길이 금방이라도 들이닥칠 것 같아요…… 콜록콜록…….”“일단 밀실로 들어가지.”고준형의 눈빛은 차분했다.중요한 물건들이 아직 밀실에 남아 있었다.집 밖.이삭은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애달픈 눈빛을 했다.“나를 원망하지 마십시오. 저 또한 강요받은 일입니다.”고준형이 그를 알아보지만 않았더라도 사람을 죽여 입을 막을 것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었다.……“불을 꺼라! 어서 불을 꺼!”이삭 일행이 떠난 뒤, 아직 정신이 몽롱하던 주 어르신은 집에 불이 난 것을 보고 황급히 기어 일어나 소리쳤다.그러나 마당 저편에서는 석심 일행이 여전히 검은 옷의 사내들에게 발이 묶여 불을 끄러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주 어르신은 힘겹게 우물가로 달려가 물을 길어 불을 끄려 했다.그러나 그 정도의 우물 물로는 거센 불길을 잡기에 턱없이 부족했다.“세자! 고 세자! 아이고, 하느님!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주 어르신은 비통한 어조로 눈물을 글썽였다.그는 연로한 탓에 물 몇 통을 나르자 금세 기력이 다했고, 결국 물통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그 순간, 그는 무력감에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아무도 없느냐! 게 누구 없느냐! 어서 불을 꺼 다오!”마침내 석심 일행이 달려왔다.거센 불길을 확인한 석심은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그는 이성을 잃고 주 어르신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며 성난 목소리로 물었다.“세자와 부인께서 안에 계십니까!”주 어르신은 부들부들 떨며 손을 들어 불타는 집을 가리켰고, 그저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불을…… 어서 불을 꺼 주게.”석심은 사색이 되어 곧장 호위들을 이끌고 물을 길어 나르기 시작했다.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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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이삭은 주씨 가문 저택을 나서자마자 곧장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왔다.사람을 죽였으니...... 아무런 감정이 없을 리 만무했다.처자식은 이미 잠든 뒤였다. 그는 휘장을 걷어내고 곤히 잠든 가족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이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비몽사몽간에 잠에서 깬 이씨 부인은 남편이 침상 머리맡에 소리 없이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나으리, 이 밤중에 어딜 다녀오셨습니까?”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걱정스레 물었다.이삭은 부인의 손을 꽉 잡더니 와락 품에 끌어안았다.“부인, 몇 년만 더 지나면 우리 고향으로 내려가세. 그때 가서 큰 저택을 하나 장만하는 거요. 정자도 있고 연못도 있는 마당 딸린 집으로 말이오. 당신이 꽃과 나무를 좋아하니, 심고 싶은 만큼 실컷 심을 수 있게 해주겠소.”“그리고 시중들 노파도 몇 명 들이는 게 좋겠소. 겨울에 당신이 직접 온 식구 빨래를 하느라 고생하지 않게…….”그는 아내의 거친 손을 어루만지며 안타까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이씨 부인은 그저 그가 술에 취해 훗날을 꿈꾸는 것이라 여겨 그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나으리, 저는 나으리를 따르며 부귀영화를 바란 적 없습니다. 그저 온 식구가 평안하고, 사람으로서 부끄러움 없이 살기만을 바랄 뿐입니다.”이삭의 등이 순간 뻣뻣하게 굳었다.잠시 후,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평안…… 그래, 평안할 것이오.”쾅!누군가 대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침상에서 곤히 자던 아이들이 놀라 깼고, 이삭의 동공도 심하게 흔들렸다.밖에서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형부에서 나왔습니다! 이 대인께서는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객잔.고준형은 호위를 남겨 유소영을 보호하게 한 뒤, 자신은 형부로 향했다.방 안에 남은 유소영은 만감이 교차했다.그녀는 장부에서 찢어낸 종이 뭉치를 꺼내어 그 위에 적힌 이름과 거래 내역을 꼼꼼히 살폈다.이 부분에는 이삭의 이름이 없었다.오히려 임 재상에 관한 내용이 수두룩했다.설마 임 재상이 강회산의 배후이자, 오라버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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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세자, 어젯밤 정말 이삭을 잡으셨나요?”유소영은 탁자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며 걱정스레 물었다.고준형이 입을 열었다. “잡긴 했소. 그러나 아직 심문에서 나온 건 없소.”“이삭을 체포한 건 세자께서 미리 계획하신 일이었나요?”고준형은 그녀의 눈 밑에 드리운 검푸른 그늘을 바라보았다. “어젯밤 한숨도 못 잔 게요?”“의문이 너무 많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세자께서 말씀하셨잖아요, 오늘 모든 걸 알려주겠다고. 설마 식언하시진 않겠죠?”“확실히 이삭을 일찍부터 의심했소. 강 소저를 이 대인의 집으로 보내기 전부터 말이오.”그 말에 유소영은 꽤 놀란 기색이었다.그렇게 일찍부터 의심했다고?“그럼 어째서…….” 의문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유소영은 곧 답을 알 수 있었다. “세자께서 강 소저를 이삭의 코앞에 보낸 건, 뱀을 굴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서였나요?”고준형이 가볍게 턱을 끄덕였다.“얼추 맞소.”“본래는 강 소저가 장부를 쥐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이삭이 움직이게 하려 했소. 그래서 줄곧 사람을 붙여 이삭을 감시했고,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었지. 그러나 의외였던 건 이삭이 강 소저를 해치려 하지 않고 도리어 장부를 찾으려 했다는 점이오.”유소영의 눈빛이 무거워졌다.“어젯밤 이삭도 인정했습니다. 강 소저를 자극해 기억을 앞당겨 되찾게 한 건 자신이라고요. 그러나 이해가 안 가는 건 그가 왜 장부를 가지려 했냐는 겁니다.”“그리고 어젯밤 우리 모두 장부를 확인했잖아요. 거기엔 이삭의 이름이 없었어요. 강회산이 빠뜨린 걸까요, 아니면 그가 군량 사건에 가담하지 않은 걸까요?”고준형이 하나씩 설명했다.“장부에 이삭의 이름이 없는 건 사실이오. 그러나 내가 이전에 조사한 단서에 따르면 이삭은 결코 무고하지 않소. 그렇기에 내가 직접 위험을 무릅쓰고 그가 꼬리를 드러내도록 유도한 것이오.”유소영이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 세자께서 어젯밤 사람들 앞에서 그를 지목하신 거군요…….”고준형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그렇소.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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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제가 한 말은 다 헛소리였어요!” 유소영이 필사적으로 해명했다. “빠져나가기 위해서...... 세자께서 계획이 있으신 줄 진작 알았더라면 저도 그렇게 꾸며내지는 않았을 겁니다!”고준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렇소. 따지고 보면 다 내 불찰이오. 부인까지 휘말려 놀라게 했으니.”유소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아닙니다.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전 상관없어요.”.......황궁.“빌어먹을! 짐이 사람을 잘못 봤구나. 이삭이 탐관오리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황제의 진노에 어전 서재는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고준형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폐하, 이삭은 이미 하옥되어 심문을 받고 있습니다. 그가 배후는 아니나, 그자의 신임과 총애를 받고 있음은 분명합니다.”황제의 얼굴은 서릿발이 내린 듯 차갑고 매서웠다.“고준형, 솔직히 말해 보아라. 짐이 틀린 것이냐?”고준형은 고개를 반쯤 숙인 채 공손히 예를 갖춘 자세를 유지했다.“폐하께서 등극하신 이래 군자금을 늘려 연전연승을 거두셨고, 세금을 감면하여 백성들이 평안히 생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황제는 고준형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정작 짐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는구나. 짐이 관원들의 급여를 삭감한 것이 틀렸다고 생각하느냔 말이다!”고준형의 표정은 맑고 투명했다.“제왕의 공과는 백성과 역사서가 평가하는 것입니다. 관원으로서는 원망이 있을지 모르나, 양나라의 백성으로서 온 세상이 폐하의 은덕을 칭송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황제는 얼굴을 굳혔다.“그러나 짐이 모든 이를 만족시키고 옳다는 말을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러니 이삭 같은 조정의 중신이 원한을 품고 이런 악행을 저지른 게 아니겠느냐!”“고준형!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자들을 색출해 내야 한다! 그들의 명분이 아무리 그럴싸하다 한들 범죄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설마 병든 어린 아들이 있는 게 이삭 그자뿐이겠느냐? 그가 횡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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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유소영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간밤에 한숨도 못 잤으니 그럴 만도 했다.잠에서 깨어 보니, 머리맡에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몸을 일으켜 열어 보니 옥로떡이었다.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다과가 아니었다.“아민.”부르는 소리에 아민이 곧바로 들어왔다.“아씨!”“이 옥로떡은 누가 가져다둔 것이냐?”“세자이실 겁니다! 이 방에 드신 분은 세자뿐이시니까요.”유소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무래도 세자가 보낸 것 같지는 않았다.“아씨, 여기 아래에 쪽지도 깔려 있는데요!”쪽지에는 단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목을 적셔 주고 폐를 보호한다.힘이 넘치면서도 군자의 기품이 느껴지는 필체를 보아하니 분명 세자가 쓴 것이었다.유소영은 지난밤 연기를 마신 탓에 확실히 목이 좋지 않았다.세자가 미안함을 느끼고 보상 차원에서 보낸 것이 분명했다.아민은 아씨와 세자가 평범한 부부처럼 다정하게 지내길 바랐다.“아씨, 세자께서 참으로 다정하지 않으십니까?”유소영은 한 입 베어 물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너무 달구나.”아민이 싱글벙글 웃으며 대꾸했다. “달달하니 좋지요!”……형부.고준형은 진한 차를 마시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사건을 처리했다.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니 심신이 지쳐왔다.이 사건만 해결되면 정말이지 관직을 내려놓고 싶었다.“대인, 이삭이 입을 꾹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보통내기가 아닙니다.”고준형이 침착하게 명했다. “이씨 부인과 어린 아들을 옥으로 들여보내 면회를 시켜라.”“예, 대인!”감옥.족쇄를 쓴 이삭은 힘없이 벽 구석에 기대어 있었다.그는 처자식에게 자신의 몰골을 보이고 싶지 않은 듯 어두운 구석으로 몸을 잔뜩 웅크렸다.이씨 부인은 어린 아들을 안은 채 옥문 살창 너머로 이삭에게 슬프게 따져 물었다.“사람들이 다들…… 당신이 횡령을 했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 짓을 한 거예요?”그녀는 흐느껴 우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열 살이 된 어린 아들은 철이 들어 있었다.아이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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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몇몇이 모여 귓속말을 나누었다.“저분은 뉘 댁 부인이시오? 얼핏 보고 선녀가 내려온 줄 알았지 뭡니까. 우리 같은 고달픈 심문관들을 위로하러 오신 게 아닌가 하고 말이오.”“아무튼 우리 집사람은 아니군.”“낯이 익은데…… 생각났소! 세자 부인이시오! 지난번 관서에 오신 적이 있지 않소!”다시 보니, 과연 세자가 발걸음을 재촉해 그 부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마차 옆.유소영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세자.”고준형이 물었다. “어찌 이리 왔소?”유소영이 대답했다. “세자께서 늦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기에 한번 와보았습니다. 혹 제가 폐를 끼친 것은 아닌지요?”고준형이 입을 떼기도 전에, 부하 몇 명이 다가와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부인을 뵙습니다.”“부인께서는 대인의 퇴청을 마중 나오신 겁니까?”유소영은 수줍은 듯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준형이 헛기침을 했다.“바깥바람이 차니 먼저 마차에 오르시오.”석심은 생각했다.바람? 바람이 어디 있다고?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은 법.유소영의 등장은 마치 아름다운 풍경과도 같아 발길을 멈추게 했으나, 모두 점잖은 군자들이라 그저 감상할 뿐 헛된 마음은 없었다.더는 볼 아름다운 풍경이 없자, 관원들도 흩어졌다.다만, 멀어지면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대인은 참 복도 많으시지, 저리 아름다운 부인을 두셨으니 말이오.”“듣자 하니 저 부인이 원래는 고씨 가문 둘째 공자의 처였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세자의 부인이 되었다더군.”“그건 내가 아오. 세자가 폐하께 청해 혼인을 하사받은 거라오.”“설마 그럴 리가! 어찌 동서를 아내로 맞겠다고 청한단 말이오?”내막을 아는 이가 설명했다. “그게 말하자면 길다네…….”마차 안.고준형이 대뜸 물었다. “무엇을 하러 왔소?”담담한 말투였다. 화가 난 건 아니었으나 아내가 찾아왔다고 해서 기쁜 기색도 없었다.유소영이 미간을 찌푸렸다.“오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까?”고준형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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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유소영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세자께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만약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그건 모함을 받은 것일 테지요.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자의 결백을 증명할 것입니다. 그것이 아내 된 도리니까요.”“반대로, 만약 정말로 죄를 지어 마땅한 벌을 받는 것이라면 제가 어찌 죄인과 운명을 함께하겠습니까? 그건 제게 좀 곤란한 일이지요.”그녀의 대답은 가히 빈틈이 없었다.고준형의 성품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어 그가 내세운 가정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면서도, 진실한 태도로 자신이 정숙하되 어리석게 순종만 하는 여인이 아님을 밝힌 것이다.고준형의 시선은 담담했으나 그 안에는 옅은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어쩌면 폐하께서 혼인을 하사하신 그 순간부터 부인과 나의 운명은 하나로 묶인 것일지도 모르오.”유소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세자 말씀이 옳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가정을 하시는지요?”고준형은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저 문득 든 생각이오. 사람의 일에는 기쁨과 슬픔,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법인데 이삭의 부인처럼 끝까지 떠나지 않고 곁을 지키는 이를 얻는다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이겠소.”유소영은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그에게서 은연중에 배어 나오는 고독을 느꼈다.어릴 적 밖에서 자라 부모와 가깝지 않았기에 이런 감상을 느끼는 것이리라.떠나지 않고 버리지 않는다는 말은 듣기엔 쉬워도 행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친부모조차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은데, 하물며 한 이불 속 베개를 나누는 사이야 오죽하겠는가.고준형은 창문의 휘장을 내리고 유소영을 응시하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부인이 내게 시집온 것은 후작부의 세자라는 신분 때문이지, 나라는 사람 때문이 아니지 않소. 그러니 만일 훗날 내가 정말로 옥살이를 하게 된다면 세속의 굴레를 짊어지지 말고 부인 몸을 보전하시오. 나는 부인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오.”유소영은 그가 이토록 진지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세자, 혹 무슨 변고라도 생겼나요? 군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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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유소영의 이름이 거론되자 조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너와 고준형 사이의 원한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선 안 된다. 하물며 유소영은 널 치료해 기억을 되찾게 해 주지 않았느냐.”강지영이 조담을 빤히 쳐다보았다.“제가 무슨 짓이라도 할 거라 생각하십니까?”“전 그저 고준형이 미울 뿐, 죄 없는 사람에게 보복할 생각은 없습니다.”“말씀대로 유소영이 저를 구해 주었으니 마땅히 감사해야겠지요.”“그러니 더더욱 그녀를 고준형 곁에 두어서는 안 됩니다…….”조담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대체 복수를 하려는 것이냐, 아니면 아직도 고준형을 잊지 못한 것이냐.”강지영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으나 입가에는 웃음이 서렸다.“그저 억울할 뿐입니다. 전 혈육을 잃었는데, 어찌 제 원수는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알고 싶었습니다…… 그가 잘 지내는지."“하지만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 수 있습니다. 유소영은 임유정과는 다릅니다. 그녀는 고준형이 직접 선택한 아내이자, 인륜을 저버렸다는 오명까지 무릅쓰고 폐하께 청해 맞이한 여인이니까요…….”“그만해라, 지영아!” 조담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그는 강지영이 스스로를 이토록 괴롭히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네가 모르는 사정이 많아. 고준형이 유씨를 아내로 맞은 건 후작부가 유씨 가문의 은혜를 입었음에도 고장훈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이다. 그녀 또한 어쩔 도리가 없었던 가여운 여인일 뿐이야.”강지영은 조담의 말 속에 담긴 보호의 뜻을 감지했다.“고준형을 편드시는 겁니까, 아니면 유소영을 편드시는 겁니까?”조담이 얼굴을 굳혔다.“누구의 편도 아니다. 난 그저 공의의 편에 서 있을 뿐이야.”강지영은 떨리는 두 손을 짚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고준형에게 전해 주십시오. 제게 빚진 목숨 하나를 조만간 받으러 가겠다고 말입니다!”조담은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더니 끝내 한마디만 남겼다.“가 보마. 푹 쉬거라.”강지영은 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울다 웃기를 반복했다.그들은 이제 돌아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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