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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チャプター

제511화

길쭉한 얼굴의 사내는 한참을 고심하더니 유소영의 제안을 거절했다.“세자 부인, 저희는 그저 도둑을 잡으려는 것뿐이니 관아까지 번거롭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그리하면 부인의 시간만 낭비될 뿐입니다. 차라리 속전속결로 끝내게 저희가 마차에 오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유소영은 즉시 웃음기를 거두고 싸늘하게 말했다.“내가 이미 한 발 양보해서 마차를 수색하게 해주겠다는데, 어찌 이리도 방자하게 구는 것이냐!”“함께 관아로 가서 관아의 노파에게 수색을 맡기든가, 아니면 당장 내 앞에서 꺼지거라! 내가 만만해 보이더냐!”석심은 벙쪘다.부인께서 제법 무서우시군......길쭉한 얼굴의 사내 안색이 푸르락붉으락 변했다.다른 사람에게 마차를 수색하게 하려면 반드시 초상화와 대조해 보아야만 했다.그러나 운 측비의 얼굴이 초상화에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유소영은 사내가 묘수를 짜낼 시간조차 주지 않고 곧장 명령했다.“석심, 출발해라!”“예, 부인!”석심은 마치 갑자기 든든한 뒷배가 생긴 개처럼 위세를 부리며 얼굴이 긴 사내를 냅다 밀쳐냈다.“됐고, 길이나 막지 마쇼! 우리 부인께선 바쁘신 분이니까!”길쭉한 얼굴의 사내는 몰래 어금니를 꽉 깨물었지만, 멀어지는 마차를 그저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다른 호위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제 어떡합니까? 정말로 세자 부인을 이대로 보내드릴 셈입니까?”“객잔 주인의 말에 따르면, 운 측비께서 세자 부인의 마차에 타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차라리 위험을 감수하고 억지로라도 사람을 빼앗아 오시지요!”사내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지며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를 단숨에 끊어냈다.“다들 입 닥쳐라! 저분은 세자 부인이시다. 우리가 함부로 나설 수 있는 분이 아니야!”그러나 그 역시 이대로 순순히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그는 지체 없이 다음 지시를 내렸다.“몰래 저 마차의 뒤를 밟아라! 만약 안에 사람이 있다면 조만간 내릴 것이다!”“알겠습니다!”……마차 안.운 측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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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무슨 방법이더냐?”운 측비가 꽤 다급하게 캐물으며 간절한 눈빛으로 유소영을 바라보았다.유소영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전에, 마마께서 아시는 모든 것을 제게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운 측비는 즉시 거절했다.“안 된다. 아직 성을 무사히 빠져나가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너에게 말해 줄 수 있겠느냐?”유소영의 어조는 유난히 차분했다.“상황이 변하지 않았습니까?”“지금 저는 측비 마마 일행과 얽혀 이미 같은 배를 탄 처지입니다.”“성을 빠져나간 뒤에 한가롭게 마마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그러니 지체하지 말고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면 즉시 두 분이 성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운 측비는 여전히 망설였다.“안 돼…… 반드시 우리가 먼저 성을 나가야만 해.”결국, 그녀는 여전히 유소영을 믿지 못하는 것이었다.유소영이 담담하게 말했다.“운 측비 마마, 마마께서도 보셨다시피 저까지 표적이 되었습니다. 지금 제 처지에 중간에 마마 일행을 내버려 두고 제 자신을 노출할 리는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말을 바꿀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오히려 걱정되는 쪽은 저입니다. 마마께서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어 제가 두 분의 도주를 돕게끔 꼬드긴 것이 아닐까 하고요.”“만약 정말 그렇다면, 제가 초왕부의 미움을 살 위험을 무릅쓰고 이 일을 하는 건 너무 수지타산이 맞지 않지요.”운 측비가 즉각 부인했다.“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건 아니야. 그러나 쉽게 말해 주지도 않을 거다.”그녀 곁에 있던 사내도 입을 열었다.“어찌 됐든 일단 우리부터 성 밖으로 내보내 주시오!”유소영은 될 대로 되라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그렇다면 저도 어쩔 수 없군요.”운 측비가 다급히 말했다. “너! 아까는 방법이 있다고 했잖아!”유소영이 태연하게 대꾸했다.“분명 방법은 있습니다만...... 제가 모험을 좀 해야 합니다.”“그러나 두 분은 저를 믿지도 않으시는데, 무슨 자격으로 제게 위험을 감수하라고 요구하시는 겁니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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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유소영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어찌 육황자란 말입니까!”그 방탕하고 호색하며 터무니없기 짝이 없는 육황자?그가 어째서 오라버니의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운 측비는 고개를 돌렸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야…….”유소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말씀하시려거든 똑바로 하십시오.”“그러지 않으면 오늘 우리 세 사람은 이곳에서 함께 죽게 될 것입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손에 불쑥 비수가 들리더니, 운 측비의 목을 겨누었다.운 측비 곁에 있던 사내는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손을 쓰려 했으나, 유소영의 경고에 가로막혔다.“이분이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거든 가만히 계십시오!”운 측비 역시 유소영이 자신에게 칼을 들이밀 줄은 꿈에도 몰랐다.“진, 진정해!”가까스로 초왕의 손아귀에서 벗어났건만 이렇게 어이없이 죽고 싶지는 않았다.유소영의 안색은 차갑고 어두웠다.“그럼 똑바로 말씀해 보십시오. 대체 어찌 된 영문입니까!”“숨김없이 털어놓으신다면 두 분이 무사히 떠날 수 있게 돕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 같이 죽는 겁니다.”그녀의 태도는 무척이나 진지하여 농담하는 기색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러나 운 측비는 돌연 실소를 터뜨렸다.“유진소……. 대체 너와 무슨 관계지?”유소영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저의 친오라버니입니다!”그녀는 자신이 품고 있던 슬픔을 두 배로 부풀려 드러냈다.이러한 상황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은 상대의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함이었다.과연 운 측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시고 경악과 함께 일말의 안타까움이 번졌다.“그 자가 네 오라버니였다고?”유소영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그해, 오라버니께서는 대리 시험을 강요받으셨습니다. 사건이 발각된 후 오직 오라버니 혼자서만 처벌을 받으셨고, 온갖 고문과 모욕을 겪으신 끝에 결국 미쳐 버리셨습니다.”운 측비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지금은…….”“이미 세상을 떠나셨습니다.”유소영은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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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유소영은 오라버니의 성품을 굳게 믿었다.과연, 운 측비도 그렇게 말했다.“나는 그 사람의 재주에 마음이 끌렸지. 처음에 그는 내가 여자인 줄 모르고 좋은 형제로 대했고, 내게 자신의 글씨를 꽤 많이 주었어. 나도 그에게 왕불지의 서첩을 주었지. 그러나 내가 여자라고 고백했을 때, 그는 기겁하며 도망쳐 버렸다.”“내가 다시 찾아갔을 때, 그는 나를 피하며 만나 주지 않았고…….”유소영은 비수를 꽉 쥐었다. “그 뒤에 일어난 대리 시험 사건은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네 오라버니가 남긴 책론들이…… 내 방에 있었거든. 그날 육황자가 갑자기 찾아왔다가 그것들을 보게 된 거다. 그는 그때 바로 네 오라버니에게 대리 시험을 치르게 할 생각을 품었지. 그러나 나는 그가 그저 지나가는 말로 한 줄만 알았어.”운 측비는 그 일을 말하며 죄책감이 서린 눈빛을 띠었다.그녀는 마치 이미 죽은 유진소를 보는 듯 유소영을 물끄러미 응시했다.“육황자가 정말 그렇게 할 줄은 몰랐다. 네 오라버니가 그 일로…… 목숨을 잃을 줄은 더더욱 몰랐고.”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울었다.곁에 있던 사내는 여전히 그녀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유소영은 비수를 쥔 손에 힘을 풀고는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런 것이었구나…….육황자였어.사내는 운 측비를 다독이며 유소영을 재촉했다.“이제 우리가 여길 빠져나가게 도와주어야 하지 않소!”유소영은 두 눈에 초점이 없었다.“먼저 진술서를 쓰고, 서명에 지장을 찍으십시오.”“뭐라고?”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요구하는 게 너무 많지 않소! 지금 생사가 달린 마당에 먼저 보내 줄 수는 없단 말이오!”유소영이 차갑게 비웃으며 조롱했다.“아직 죽지는 않으셨지 않습니까.”“그러나 제 오라버니는 이미 세상에 없습니다.”“그저 서명하고 지장을 찍는 것이 그리 어렵습니까?”사내가 분통을 터뜨릴 때, 운 측비가 입을 열었다.“내가 쓰지.”그녀는 단호한 태도였다.사내가 그녀를 꾸짖었다. “안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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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초왕은 순간 멍하니 굳어버렸다. 이내 누군가에게 인질로 잡힌 유소영이 비틀거리며 마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그녀를 위협하고 있는 자들은 한 사내와 여인이었다.사내는 비수를 유소영의 목에 바짝 들이밀었고, 여인은 그 사내의 등 뒤에 숨어 있었다.그럼에도 초왕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여인이 바로 운 측비라는 사실을 말이다!초왕의 미간이 험악하게 일그러지며, 그의 두 주먹이 꽉 쥐어졌다.“네놈들…….”그가 막 입을 떼려던 찰나, 마차 반대편에 있던 석심이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부인! 이 빌어먹을 도적놈들! 당장 우리 부인을 놓아주지 못할까!”유소영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초왕을 애절하게 바라보았다.“전하, 제발 저 좀 살려 주십시오!”유소영을 억류하고 있던 사내가 싸늘한 음성으로 위협했다.“우리를 성 밖으로 무사히 내보내라. 그렇지 않으면 이 여자의 목숨은 없다!”길을 지나던 백성들이 그 광경을 보고는 삼삼오오 발걸음을 멈추고 몰려들었다.“아니, 저게 대체 무슨 일이야?”“도적 떼가 나타난 모양인데…….”“인질로 잡힌 저 부인은 뉘시오?”“초왕께서도 와 계신 듯하오.”점점 몰려드는 구경꾼들을 보며 초왕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석심이 초왕을 향해 절박하게 외쳤다.“전하! 우리 부인께서는 아무런 죄가 없으십니다! 만일 부인께 털끝만 한 상처라도 생긴다면, 저는 세자께 뵐 면목이 없습니다!”초왕의 곁에 서 있던 얼굴이 긴 사내가 은밀히 속삭였다.“전하, 저 세자 부인이란 자는 몹시 교활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저들이 한패거리인 것 같은데…….”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초왕의 서늘하고도 매서운 눈빛이 그에게 꽂혔다.“저들을 성 밖으로 내보내라!”유씨가 의도적으로 운 측비를 도우려 한 것이든 아니든, 수많은 백성이 지켜보는 이 상황에서 인질의 안위는 내팽개친 채 범인을 잡는 데만 혈안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게다가 유씨 본인 역시 아무런 잘못이 없는 무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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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남쪽 성문.초왕이 막 사람들을 이끌고 밖으로 추격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한 목소리가 그를 멈춰 세웠다.“전하, 잠시만 멈추십시오.”초왕이 즉시 몸을 돌리자, 마차에서 내리는 수려한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고 세자? 어찌 된 일인가,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벌써 안 것인가?”초왕의 말에는 의심이 다분히 섞여 있었다.고준형은 한 손을 말아 쥐고 입가에 댄 채 두어 번 기침을 내뱉었다. 급히 달려오느라 숨이 벅찬 듯했다.“전하, 신은 전하를 뵙기 위해 급히 찾아왔습니다.”“사냥터 쪽에 일이 생겼으니, 부디 당장 돌아가셔서 대국을 수습해 주십시오.”초왕의 안색이 급격히 굳어졌다.“무슨 일이 생겼단 말이냐!”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러나 고준형은 주위의 백성들을 힐끗 살피며 입을 떼기 곤란한 기색을 내비쳤고, 그 모습에 초왕은 더욱 조바심이 났다.“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고준형은 그저 말했다. “사안이 중대하니 전하께서 돌아가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초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혔다.“좋다, 본왕은 당장 돌아가겠다.”그는 운 측비를 생포하는 일을 얼굴이 긴 부하에게 맡기고, 곧바로 말에 올라타 사냥터로 쏜살같이 달려갔다.고준형은 제자리에 선 채로 시선을 돌려 석심을 바라보았다.옥돌처럼 맑고 서늘하면서도 이른 봄의 매서운 추위 같은 그의 눈동자에 일순간 파문이 일었다.“부인은.”석심이 즉시 두 손을 모아 모아 보고했다.“부인께서는 그 두 사람에게 인질로 잡혀 성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미 사람을 시켜 은밀히 뒤를 쫓게 하였으니…….”고준형은 그의 말을 자르며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내가 부인의 곁을 한 발자국도 떠나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지 않았더냐.”석심은 순간 굳어졌다.“그러나…… 일이 너무 갑작스레 벌어졌고, 부인께서도 따로 계획이 있으신 듯하여…….”고준형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몸을 돌려 마차에 올랐다.그러나 세자의 그 침묵이 석심의 마음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그는 자신이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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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마차 안.유소영은 진술서를 꺼내 고준형에게 보여주었다.어두운 마차 안, 희미한 촛불 아래서 고준형은 평온한 얼굴로 진술서를 다 읽었다.이내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유소영을 바라보았다.“아주 잘했소.”“그러나 이 진술서를 부인이 가지고 있는 건 위험하오.”유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습니다. 세자께서 형부로 가져가 보관해 주십시오. 예전의 그 귀걸이와 함께……”갑자기 그녀의 안색이 변했다.“귀걸이……”그녀는 덥석 고준형의 팔을 붙잡았다. “세자, 제 오라버니가 남긴 귀걸이 말입니다. 혹시 운 측비의 것이 아닐까요?”고준형은 붙잡힌 팔을 슬쩍 내려다보며 여느 때처럼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이 진술서로 보아하니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오.”유소영은 아까 운 측비에게 귀걸이에 대해 묻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지금이라도 뒤쫓아가면 늦지 않겠습니까?”고준형은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안심시켰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오. 그것이 운 측비의 물건이라 의심된다면, 다른 방도로도 얼마든지 조사할 수 있소.”유소영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듣고 보니 그렇네요.”“만약 그 귀걸이가 초왕부에서 나온 것이라면, 틀림없이 출입 기록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게다가 이미 운 측비의 진술서를 확보했으니, 귀걸이 건은 그저 오라버니와 운 측비가 아는 사이였다는 사실을 덧붙여 증명할 뿐이었다.조금 진정한 뒤에야 자신이 아직도 세자의 팔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소영은 화들짝 손을 뗐다.“죄송합니다……”고준형이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부인과 나 사이의 약조를 또 잊은 게요?”유소영은 문득 그 일이 떠올라 순식간에 안절부절못했다.“제가…… 무심코 말이 헛나왔습니다.”바로 그때, 유소영의 몸이 훌쩍 허공으로 떴다.어찌 된 영문인지 세자가 제 허리와 등을 받쳐 안고는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힌 것이다.정신을 차렸을 때 유소영은 이미 그의 몸 위에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유소영은 숨이 막히고 심장이 터질 듯 뛰어, 바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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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유소영은 오기가 생겨 몸을 일으키려 애써 보았다. 그러나 도무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대놓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세자, 저 좀 놔주세요.”고준형이 웃으며 말했다. “진작 말하지 그랬소. 나는 부인이 자꾸 꼼지락거리길래 몸이 가려운 줄 알았소.”유소영은 할 말을 잃었다.이 시각이면 아직 성문이 닫히지 않았을 때였다.마차가 성 안으로 들어서자, 고준형은 객잔을 하나 찾아 유소영을 그곳에 머물게 했다.유소영은 그가 자신을 이곳에 바래다주고는 곧장 사냥터로 달려갈 줄 알았다.그러나 이 사내는 곧장 침상 위로 드러눕는 것이 아닌가.유소영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세자, 아까는 분명……”말이 반쯤 나왔을 때, 침상에 누워 있던 사내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기어이 곁에 눕히고 말았다.유소영은 반강제로 그의 곁에 누웠고, 몸을 옆으로 돌린 그의 품에 꽉 안기고 말았다.“폐하께서 자객의 습격을 받으셨으니 자객을 색출하는 일은 필시 또 내게 떨어질 것이오. 오늘 밤은 꼼짝없이 밤을 지새워야 할 테니 그전에 잠시만 쉬게 해주시오.” 고준형은 눈을 감은 채 꽤나 지친 기색으로 말했다.유소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이 좨주가 낙마한 일이 겨우 마무리되었는데, 이번엔 폐하께서 자객의 습격을 받는 사건까지 터지지 않았는가.그녀조차 세자의 처지가 골치 아프게 느껴졌다.“그럼, 세자께서는 푹 쉬세요. 저는……”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고준형이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부인, 내 곁에 잠시만 누워 있어 주시오.” 그는 옆으로 누워 입술을 그녀의 뺨에 거의 맞댈 듯이 다가왔다. 그의 더운 숨결이 맴돌며 옷깃 사이로 스며들자, 그녀의 마음이 일순 어지러워졌다.그 후, 유소영은 반듯하게 누운 채 눈을 뜨고 휘장 천장만 빤히 바라보았다.제 곁에 누운 사내는 금세 잠이 들었는지, 숨소리가 고르고 평온했다.어느새 유소영도 피로가 몰려와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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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황제의 천막 안.몇몇 황자가 침상 곁을 지키고 있었다. 모두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 반응은 제각각이었다.“부황! 신이 반드시 그 자객 놈들을 잡아다 갈기갈기 찢어발기겠습니다!”“부황…… 부황, 제발 눈을 뜨십시오. 양나라에는 부황이 계셔야 합니다.”“부황, 아직 태자를 세우지 않으셨습니다! 부황……!”상덕 태감이 한쪽에 서서 몹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암살 사건이 발생한 숲속.고준형은 주위를 면밀히 살피며 자객의 단서를 찾고 있었다.조담이 그의 뒤에 서서 냉철하게 추측했다.“그 자객들은 필시 오래전부터 매복해 있었을 테고, 이 일대 지리에 무척 밝을 것이오. 폐하께서 습격을 받으신 직후 자객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아 명백히 계획된 일이 분명하오. 이제 와서 그들을 잡기란 희망이 희박해 보이오.”고준형은 나무 한 그루 곁에 쪼그려 앉은 채 침착하게 물었다.“폐하의 상처는 어떠하시오?”“태의의 말로는 폐하께서 입으신 상처가 극심하다 하오. 목숨은 부지하셨으나 이대로 깨어나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지실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하더군.”말을 하던 조담이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았다. “벌써 난리가 났소. 처음에는 다들 폐하의 옥체를 걱정하더니, 태의의 말을 듣고 나서는 서둘러 태자 자리를 두고 속앓이를 하기 시작했소. 자네도 느껴지지 않소? 저마다 딴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고준형의 길고 흰 손가락이 거친 나무 기둥을 쓸어내렸다.그 위에는 얕은 검흔이 하나 남아 있었다.그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는 그저 사건을 조사할 뿐이오. 조 대인은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소.”조담은 고준형의 뒷모습을 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렇다면 유소영은 어떻소? 그녀가 누군가에게 납치당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오?”고준형은 몸을 일으켜 조담을 등진 채, 깊고 서늘한 눈빛을 띠었다.“조 대인과 내 처 사이에 내가 모르는 무슨 과거라도 있는 거요?”조담의 안색이 미세하게 가라앉았다.“자네가 넘겨짚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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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해자 옆, 여인의 시신은 이미 들것에 실린 채 흰 천이 덮여 있었다.유소영이 구경꾼들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자, 석심 일행이 그 양옆을 바짝 따랐다.맨 앞으로 다가간 유소영은 시신이 입고 있는 옷이 운 측비의 것과 같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보았다!그녀의 눈동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잘게 떨렸다.이내 그녀는 앞으로 달려가 시신을 덮고 있던 흰 천을 확 걷어치웠다.물에 퉁퉁 불어 창백하게 질린 얼굴은...... 틀림없는 운 측비였다!유소영은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얼어붙었다. 그녀의 두 눈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시신 운구를 맡은 호위는 그녀의 신분을 몰라 황급히 흰 천을 다시 덮으며 윽박질렀다.“뭐 하는 짓이오! 어서 비키지 못해!”석심이 황급히 다가가 유소영의 앞을 막아서며 그들의 접근을 차단했다.“부인, 우선 객잔으로 돌아가시지요.”유소영은 좀처럼 혼란스러운 정신을 수습하지 못했다.그녀는 운 측비 일행이 무사히 떠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그들은 분명 성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갔다.그런데 어째서...... 운 측비가 주검이 되었단 말인가.어째서 운 측비의 시신이 뜬금없이 해자에서 발견된 것일까…….객잔으로 돌아온 유소영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했다.끔찍한 시신을 마주한 뒤라 도무지 입맛이 돌지 않았다.하물며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히 살아 숨 쉬며 말을 섞던 사람이 아니던가.오시가 가까워졌을 무렵, 고준형이 찾아왔다.방에 들어선 그는 침상에 누워 기운 없이 축 처져 있는 유소영을 보고는 곧장 다가가 장포 자락을 걷어 올리며 침상 곁에 걸터앉았다.“몸이 좋지 않은 것이오?”말과 함께 그는 손을 뻗어 유소영의 이마를 조심스레 짚어보았다.다행히 열은 없었다.정자세로 누워 있던 유소영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고준형을 바라보았다.“운 측비가 죽었습니다.”고준형의 반응은 무덤덤했다.“알고 있소. 석심에게 보고를 받았소.”타인의 생사 따위, 그에게는 애당초 관심 밖이었다.유소영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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