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복수는 오빠들이 해줄게: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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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박유민은 심하나의 곁으로 걸어가더니 작은 손으로 심하나를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아빠가 이혼하면 하나 이모를 엄마로 삼을 거예요. 저는 장애가 있는 데다가 감옥까지 갔던 사람이 제 엄마이길 바라지 않아요. 하나 이모는 얼굴도 예쁘고 춤도 잘 추니까 하나 이모가 우리 엄마가 된다면 친구들이 다 저를 부러워할 거예요!”곧이어 박유민은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심하나를 바라봤다.“게다가 우리 증조할아버지는 엄마 때문에 쓰러져서 지금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엄마는 재앙을 부르는 사람이에요!”박유민은 심소윤을 모함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지어냈다.심소윤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이때 박유민이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엄마는 춤도 하나 이모만큼 잘 추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엄마가 천재 무용수라고요? 저는 안 믿어요!”박유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박승현을 바라보았다.“아빠, 제 말이 맞죠?”박승현은 그제야 심하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심하나의 예쁘장하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는 순간, 박승현은 곧바로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시선을 내린 그의 눈동자에 잠시 서늘함이 스쳐 지나갔다.“확실히 하나가 추는 춤이 더 예쁘지.”그의 부드러운 눈빛을 본 심소윤은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사랑하는 사람이 추는 춤인데 예쁘지 않을 수가 있을까?예전에 친정에 갈 때면 박승현은 늘 습관적으로 심하나를 찾았고 심소윤은 그때마다 질투심을 느꼈다.박승현에게 그 얘기를 해본 적도 있었는데 박승현은 오히려 표정을 굳히며 뻔뻔하게 굴었다.“하나는 네 동생이잖아. 왜 그렇게 이기적이야? 어떻게 여동생한테 질투심을 느낄 수 있어?”그 뒤로 심소윤은 절대 그런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지금 생각해 보니 박승현은 심소윤이 자신의 속내를 꿰뚫어 보자 창피한 마음이 들어 역정을 냈을 것이다.김선화는 박승현의 말을 듣더니 활짝 웃었다.“승현아, 엄마는 네 마음 다 알아. 그러니까 네 말은 하나랑...”심하나가 다급한 척 발을 구르면서 원망스러운 듯이 말했다.“이모!”심하나는 그렇게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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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남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유민의 조롱 섞인 비아냥이 날카롭게 들려왔다.“최고라니 말도 안 돼요. 엄마는 집에서 밥도 제대로 못 하는데 말이에요. 우리 엄마는 공부도 많이 못 해서 우리 아빠 인맥 덕분에 의사가 된 거예요. 엄마한테 감사 인사를 할 바에는 차라리 우리 아빠한테 감사 인사를 하세요.”앳된 아이의 목소리가 비수가 되어 심소윤의 마음을 사정없이 찔렀다.심소윤은 박유민이 그런 얘기를 할 줄은 몰랐다.심소윤이 병원에서 이뤄낸 성과는 순전히 그녀의 실력 덕분이었고 박승현의 덕을 본 적은 전혀 없었다.심소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박유민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내가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건 내 능력 덕분이야. 너는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본 적도 없잖아.”심소윤은 다른 조롱은 다 참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폄하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박유민은 심소윤의 차가운 표정을 보자 그녀가 정말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어 잠깐 무서웠다.그러나 두려움은 이내 혐오감으로 변질되었다.공부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심소윤이 무슨 수로 의사가 된단 말인가?‘엄마는 허영심이 너무 강해. 하나 이모처럼 진솔하지도, 너그럽지도 않아!’“엄마는 아빠의 재력과 권력만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공부도 열심히 안 한 엄마가 어떻게 의사가 돼요? 엄마가 하나 이모처럼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아요?”옆에 있던 김선화는 냉담한 눈빛으로 심소윤을 힐끗 보았다.“쓸모없는 것. 우리 아들 인맥 덕분이 아니면 네가 그 병원에서 일할 수 있었겠어? 네가 진짜 뭐 의사라도 된 것 같아?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박승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심소윤을 바라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만해. 사람이 창피한 줄 알아야지. 네가 인맥 덕분에 의사가 됐다는 걸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돼야 만족할래?”박승현은 답답했다.집에서는 심소윤이 어떤 소란을 피우던 상관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의 체면을 구기는 짓을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박승현은 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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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그들에게 신경 쓸 생각이 없었던 심소윤은 바닥에서 일어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아프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병실 안, 박건형은 이미 정신을 차렸다.심소윤이 안으로 들어오자 박건형은 자애로운 표정으로 심소윤을 바라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소윤아, 왔니? 어서 이리 와. 너한테 할 말이 있어.”심소윤은 다가가서 침대 옆에 앉은 뒤 빨개진 눈으로 박건형을 바라봤다.“할아버지, 말씀하세요. 저 듣고 있어요.”병상 위에 누워있는 박건형은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고, 금방 깨어난 탓인지 두 눈에 힘이 없고 얼굴도 초췌해 보였다.박건형이 웃으며 말했다.“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렇게 슬픈 표정 지을 필요 없어. 당장 죽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그냥 조금 아플 뿐이에요. 곧 나을 수 있을 거예요.”박건형은 웃기만 할 뿐 그 말에 대꾸하지는 않았다.“소윤아, 그동안 승현이랑 유민이를 챙기는 데 신경 쓰느라 집에 자주 못 왔었지? 나는 병원에 있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당분간 우리 집에서 나랑 같이 있어 주겠니? 나는 죽기 전에 너를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네가 승현이랑 유민이랑 행복하게 사는 걸 보면 나도 만족할 것 같아.”‘행복?’그 두 글자에 심소윤은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그럴 일은 평생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숙였다.박건형은 박승현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를 것이다.심소윤은 목이 타들어 갔다. 박건형의 수척한 모습을 보니 도저히 이혼하고 싶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결국 그녀는 한참 뒤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알겠어요, 할아버지.”‘참자.’어차피 그녀는 3개월 후면 떠날 것이다.박건형은 박씨 가문 사람들 중 유일하게 그녀에게 잘해준 사람이었기에 심소윤은 그의 은혜를 갚는다고 생각하고 당분간 박건형과 함께 있어 줄 생각이었다.심소윤은 박건형에게 이불을 덮어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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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고찬솔은 심소윤이 돌아오자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고, 그 순간 그에게서 느껴지던 싸늘한 기운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찬솔은 심소윤을 본 순간, 눈동자 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소유욕을 완전히 감추며 대수롭지 않은 듯한 얼굴로 심소윤을 바라봤다.“어디 갔다 온 거야?”심소윤은 고찬솔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그래서 그녀는 고찬솔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찬솔아, 그동안 이곳에 머무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나 내일 박승현 본가로 들어가려고. 그래서 더는 이곳에서 지낼 수 없게 됐어.”말을 마치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흠, 본가로 간다고?”고찬솔이 느긋한 어조로 그 말을 되풀이했다.심소윤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조금 전 고찬솔이 내뿜는 살기를 느낀 것만 같았다.심소윤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고찬솔은 시선을 들어 심소윤을 바라보았다. 파문 하나 일지 않는 평온한 그의 눈빛에서 겁을 주려는 의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찬솔은 오히려 서글서글한 예쁜 눈으로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는데 눈빛만 봐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고맙다고 할 필요는 없어. 여기는 원래 내 친구가 세주려고 내놓은 집이니까. 오히려 내가 고맙지.”고찬솔이 덤덤히 말했다.그의 목소리는 매우 감미로웠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차갑게 느껴졌다.“응.”심소윤이 뭔가 더 말하려고 하는데 고찬솔이 집 안을 둘러보면서 먼저 말을 꺼냈다.“이 집은 누나를 위해 남겨줄게. 앞으로 그곳을 떠나고 싶을 때가 온다면 언제든 여기로 오면 돼.”항상 자신을 배려해 주고 챙겨주는 고찬솔의 모습에 심소윤은 조금 감동을 받았다.“하지만 이건 네 친구 집인데 그렇게 하는 건 좀 실례가 되지 않을까...”“원래 아무도 살려고 하지 않던 집이었어. 누나가 여기서 살아주면 오히려 고맙지.”고찬솔은 소파에 몸을 기대며 나른한 자태로 다리를 꼬면서 시선을 살짝 들어 심소윤을 바라보았다.“내가 짐 정리하는 거 도와줄까?”심소윤은 고찬솔의 맞은편에 앉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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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거실이 잠시 조용해졌다.심소윤은 침묵 속에서 짐을 정리하다가 고찬솔이 도화지를 하나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두는 걸 보았다.심소윤을 바라볼 때 고찬솔의 눈에서 서늘함이 사라졌고 시선을 내려뜨릴 때는 은근히 눈빛이 부드러워졌다.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말했다.“이렇게 풀 죽어 있는 건 누나 스타일이 아니잖아. 지금 한 번 그려보는 건 어때?”심소윤은 고찬솔을 바라보았다.고찬솔은 서재 한가운데 서서 흰 조명을 받고 있었고, 조명 때문에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 위로 약간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심소윤은 고개를 들어 고찬솔을 바라보며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고찬솔은 그녀를 격려해 주려는 걸까?심소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손목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통증에 심소윤의 이마에 서서히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그 통증에 심소윤은 자기도 모르게 감옥 생활을 했던 때를 떠올렸고, 그날 밤을 떠올리자 심소윤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감옥에 있을 때, 그녀와 같은 방을 썼던 다른 수감자들은 펜을 들고 글을 쓰는 심소윤을 질투해 그녀를 흠씬 두들겨 팼다.교도관에게 들킬까 봐 두려웠던 그들은 심소윤의 머리에 이불을 씌워서 그녀가 소리를 내지 못하게 했고, 마지막으로 부서진 거울의 파편으로 심소윤의 손목과 팔목의 인대를 끊었다.그것은 심소윤이 평생 잊을 수 없는 통증이었는데 그녀가 그런 통증을 느껴야 했던 이유는 박승현과 박유민 때문이었다.그녀의 그림 실력을 무시하던 박승현과 박유민은 심하나의 미래를 위해 심소윤의 인생을 무참히 망가뜨렸다.심소윤의 손이 더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심소윤이 그만두려고 펜을 내려놓으려고 할 때, 온기 어린 따뜻한 손이 갑자기 그녀의 손 뒤로 내려앉았다.고찬솔의 안정적인 힘 덕분에 도화지 위에 선이 점점 더 매끄럽게 그려졌다.귓가에서는 고찬솔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고 그에게서 나는 옅은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무서워하지 마.”고찬솔이 또박또박 힘 있는 목소리로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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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익숙하면서도 낯선 곳에서 깨어난 심소윤은 순간 이곳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하지 못했다.발목에서는 계속해 통증이 느껴졌다.“사모님, 앞으로는 다친 발목을 꼭 조심하셔야 해요. 비 오는 날에 발목이 아프다면 족욕을 하시면 좋아요. 너무 많이 걸어 다니는 건 좋지 않아요. 그렇지 않으면 나을 수 없을지도 몰라요.”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심소윤은 그제야 자신이 박승현의 본가 침실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의사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박승현이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박승현은 차가운 얼굴로 온몸에서 서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고, 심소윤을 보는 순간 혐오스러운 눈빛을 해 보였다.그는 심소윤의 침대 옆으로 걸어가더니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꽉 쥐면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심소윤, 너 정말 치밀하다.”심소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갑자기 왜 지랄이야?”“내가 지랄한다고?”박승현은 코웃음을 치면서 한없이 어두운 눈빛을 해 보였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모습이었다.“돌아왔으면서 문도 안 두드리고, 일부러 비를 맞아서 쓰러진 거 아니야? 할아버지 앞에서 불쌍한 척해서 할아버지가 하나를 욕하기를 바랐던 거 아니냐고. 심소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악독해?”심소윤은 아픈 상태라 아직도 안색이 굉장히 창백했는데 박승현의 말을 듣고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날 것만 같았다.박승현은 심하나 때문에 그녀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박유민이 박승현의 말을 이어받았다.그는 심소윤이 친엄마가 아니라 원수라도 되는 듯이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엄마는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왜 항상 하나 이모를 못살게 구는 거예요? 제가 보기에 엄마는 감옥에서 3개월 더 지내야 해요!”조금 화가 난 심소윤은 주먹을 살짝 움켜쥐었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면서 덤덤히 두 사람에게 물었다.“나는 분명히 문을 두드렸는데 전혀 못 들은 거야?”심소윤의 말에 박유민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그는 박승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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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박승현의 확신에 찬 말을 듣는 순간 심소윤은 차갑게 웃었다.박승현을 사랑했을 때는 그의 모든 걸 믿었었고 그를 떠날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심소윤은 박승현이 자신의 삶을 망칠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와 이혼하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그를 떠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박건형은 뭔가 더 말하고 싶은 듯했는데 계단 앞에 서 있는 심소윤을 발견하고는 이내 활짝 웃으며 자애로운 얼굴로 그녀를 불렀다.“소윤이 깨어났니? 여기 와서 앉아.”심소윤은 사실 물을 마시려고 내려간 것인데 할아버지가 부르니 당연히 가야 했다.1층으로 내려가 소파에 앉을 때까지 심소윤은 박승현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박승현은 그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자기도 모르게 불안함을 느꼈다.그는 심소윤이 최근 들어 자신에게 차갑게 군다는 걸 느꼈다. 정말로 떠나려고 마음먹은 사람처럼 말이다.“소윤아, 어때? 조금 괜찮아졌니?”이마에 붙이고 있던 해열 패치는 이미 떼어냈다. 심소윤은 자신의 이마를 만져보더니 웃는 얼굴로 박건형을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저 다 나았어요.”“나았으면 됐다.”박건형은 심소윤의 어깨를 토닥이며 주름 가득한 얼굴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당분간은 여기서 편히 지내도록 해. 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 준다고 생각하고.”“할아버지,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심소윤은 조금 슬픈 얼굴로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열심히 치료받으시면 나으실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당분간 여기서 쭉 지내면서 할아버지를 보살펴드릴게요.”박건형은 흐뭇한 얼굴로 심소윤을 바라봤다.그가 마음에 들어 한 손주며느리답게 심소윤은 효심도 깊고 사려도 깊었다.박승현은 심소윤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의 작은 불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는 경멸 어린 눈빛으로 심소윤을 지긋이 바라보았다.‘정말 간악하단 말이지.’할아버지를 위해 이곳에 남는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본가에 남아있고 싶어서일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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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지금 그녀에게 남은 꿈은 그림뿐이었다.그러니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심소윤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대학교에 다닐 때 패션 디자인 쪽을 공부한 적도 있었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떨리는 손으로 도화지에 최대한 부드럽게 선을 그려보려고 노력했다.손목의 상처 때문에 심소윤은 아주 느리게 그림을 그렸고, 원피스 하나를 그리는데도 무려 두 시간이 소모됐다.그사이 심소윤은 그림에 집중하느라 박유민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발견하지 못했다.방과 후 집으로 돌아온 박유민은 사실 심소윤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심소윤의 방 앞을 지나칠 때 자기도 모르게 귀신에 홀린 듯이 안으로 들어갔다.심소윤은 며칠 동안 박건형의 곁에서 그를 챙겨주며 박유민에게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박유민은 그 때문에 짜증이 났고 쪼잔한 심소윤은 자기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침실 문이 닫혀 있지 않아 박유민은 문 앞에서 심소윤이 창가 앞에 앉아 펜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가까이 다가간 박유민은 삐뚤빼뚤한 선으로 그려진 원피스를 보더니 조롱하듯 차갑게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이렇게 못 그려 놓고 창피한 줄도 몰라요?”박유민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상처가 되는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심소윤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미간을 찌푸린 채 박유민을 바라보았다.박유민은 계속해 그녀를 깎아내렸다.“엄마는 예술 감각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그림을 잘 그리겠어요? 하나 이모는 엄마랑 달리 예술 감각이 뛰어나서 엄마보다 그림을 백 배는 더 예쁘게 그릴 수 있어요. 엄마는 한낱 가정주부니까 그 손으로 밥이나 해요. 저 배고프니까 지금 당장 밥해줘요!”박유민은 자신이 심소윤을 배려해 주었다고 생각했다.심소윤이 그에게 밥을 해준다면 그녀를 용서해 줄 거라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어차피 심소윤은 그와 박승현을 떠날 수 없으니 틀림없이 기회를 틈타 그의 환심을 사려고 할 것이다.그러나 박유민의 예상은 틀렸다. 심소윤은 그를 무심히 바라본 뒤 계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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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고찬솔은 심소윤에게 요즘 그린 디자인이 있냐고 물었다.심소윤은 벽난로 속으로 던져져 잿더미가 된 자신의 그림을 떠올렸다. 사실 그녀는 그 그림이 아깝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그린 건 맞지만 그녀가 상상했던 것을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그건 영혼이 없고 스케치 수준도 처참한 결과물이었다.심소윤은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의심했다.‘내가 과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심소윤은 잠시 뒤 고찬솔의 문자에 답장을 보냈다.[영감이 없어서 못 그렸어.]거기서 대화가 끝날 줄 알았지만 고찬솔은 이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낮으면서도 허스키했고 또 매우 감미로웠다.“누나, 영감이 없는 거야? 아니면 그릴 용기가 없는 거야?”심소윤의 손이 살짝 떨렸다.그녀는 고찬솔이 자신의 마음을 잘 읽는다고 생각했다.지금도 그랬다. 그는 마치 그녀의 앞에 서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의 거짓말을 바로 꿰뚫어 보았다.“영감도 없고 그릴 용기도 없어.”심소윤은 솔직히 대답했다.손의 상처는 사실 별것 아니었다. 그러나 매번 펜을 들 때마다 감옥에서 당했던 일들이 떠올라서 힘들었다.고찬솔은 잠시 침묵하다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상처는 나을 수 있어. 하지만 누나가 포기해 버린다면 미래가 없을지도 몰라.”고찬솔은 심소윤을 위로하려고 했다.“내일 날씨 좋던데. 영산시 기원산이 일몰 명소인 거 알지? 내일 나랑 같이 가볼래? 어쩌면 거기서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어때?”고찬솔은 가벼운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고 심소윤은 좋다고 한 뒤 그에게 주소를 보내달라고 했다.만약 고찬솔이 그녀를 데리러 온다면 괜히 성가신 일이 생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고찬솔은 잠시 침묵하다가 알겠다고 했다.전화를 끊은 뒤 고찬솔은 어두운 얼굴로 비싸 보이는 가죽 소파 위에 앉았다.룸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사람들은 통화하는 고찬솔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색이 시시각각 달라졌다. 전화를 끊은 뒤 고찬솔은 곧바로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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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김선화에게 밀려난 심소윤은 비틀거리다가 발목을 또 한 번 다치게 되었고, 찌릿한 통증 때문에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그런데 다행히 옆에 있던 의자를 잡아서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심소윤은 김선화의 말에 대꾸하고 싶지도 않았다.김선화는 그동안 매일 같이 심소윤을 괴롭혔다.처음에 그곳으로 이사 왔을 때는 불길한 년이라고, 그녀 때문에 박건형이 아픈 거라고 욕했었다.그리고 그 뒤에는 틈만 나면 그녀를 괴롭혔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게 하고, 별장에서 마음대로 다니지 말라고 하고, 뭔가를 잃어버리면 곧바로 그녀부터 의심했다.김선화 같은 사람과 말싸움을 해봤자 기분만 언짢아질 뿐이었다.심소윤은 중심을 잡은 뒤 박건형의 곁에 가서 앉았다.“할아버지, 복어탕 좀 드세요. 오후에 할아버지를 위해서 제가 직접 끓인 거예요. 의사 선생님이 간이 약한 음식들을 먹으면 좋다고 해서 복어탕을 끓여봤어요.”심소윤은 그렇게 말하면서 박건형을 위해 국을 떠줬다.맑은 국물 위에 송송 썬 파가 동동 떠 있어 맛있어 보였고, 또 향긋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해서 박건형은 입맛이 돌았다.박건형은 김선화의 말을 무시하고 미소 띤 얼굴로 심소윤을 바라봤다.“역시 우리 손주며느리가 최고야. 내가 복어탕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말이야.”박건형은 그렇게 말하면서 국을 한 숟가락 떠먹더니 연신 감탄했다.“입에 맞으신다니 다행이에요. 앞으로 자주 해드릴게요.”심소윤의 요리 실력은 다년간의 노력으로 다져진 것이었다. 그동안 심소윤은 입맛이 까다로운 박승현과 박유민에게 밥을 해주려고 일부러 오성급 호텔 셰프에게 요리를 배웠었다.그러나 지금은 손목의 상처 때문에 무리해서는 안 됐다.박건형은 심소윤의 손목에 남은 흉터를 보고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내가 먹고 싶을 때 얘기할게. 다음에는 그냥 여기 가사도우미한테 시켜. 네 손은 너무 무리하면 안 되잖아.”심소윤은 마음이 뭉클했다.박건형은 박씨 가문 사람들 중 유일하게 그녀의 손목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었다.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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