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졌다.“너...!”그녀는 곧장 영안후를 향해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대인, 보셨습니까? 저 아이가 점점 더 말을 듣지 않습니다!”영안후 역시 못마땅함이 가득 서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금영! 네 어머니께 예를 갖추거라!”이어 그는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계속 말을 이었다.“태자와의 혼약을 파기하겠다고 한 것도 허락했는데, 어찌 아직도 이리 불만이 많느냐?”금영이 그 가소로운 소리를 들으며 서늘하게 웃었다.“전 제 파혼을 두 분께 허락 맡은 적 없습니다만?”영안후가 당장이라도 탁자를 내리칠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저 말대꾸하는 꼴 좀 보아라! 대체 누구를 닮아 저러는지!”그때, 송정희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배명월이 마치 평화의 사절이라도 된 듯 부드럽게 나섰다.“아버지, 어머니, 진정하세요. 언니 일로 화를 내시다 몸이라도 상하시면, 명월이 마음이 아픕니다.”두 사람의 표정은 배명월의 손길 한 번에 봄눈 녹듯 금세 누그러졌다. 특히 송정희는 배명월의 고운 손을 꽉 맞잡으며 감격스러운 듯 다정하게 말했다.“그래도 다행이다. 너를 다시 찾았으니... 역시 자식은 핏줄을 나눈 친자식이 제일이구나.”영안후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명월이만 한 아이가 없지.”원래도 편애가 극심했던 집안이었으나, 이제 배명월이 태자와 혼인까지 맺게 되자 그들은 아주 대놓고 배명월의 편을 들며 금영을 이방인 취급했다. 금영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그 유치하고도 화목한 연극을 보면서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느끼지 못했다. 부모의 사랑을 두고 구걸하거나 다투고 싶은 마음은 진작에 버렸기 때문이다. 다만 이 구역질 나는 가식의 공간은 일분일초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하실 말씀이 없다면,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금영이 담담히 고개를 숙이자, 그제야 영안후가 헛기침을 하며 본론을 꺼내 들었다.“오늘 너를 부른 것은, 한 가지 물어볼 일이 있어서다.”금영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그저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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