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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작가: 엄이빈
연지아는 한 손으로 배를 감싸 쥐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거실에 있던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고 연지아가 남든 떠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연지아는 현관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르며 버텼다. 배 속의 아이가 진정된 뒤에야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당으로 나가 의자에 앉아 한동안 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몇 분 뒤, 마음을 정리한 그녀는 별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차에 오르자 강현수가 물었다.

“무슨 일로 부른 거야?”

연지아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 건네며 말했다.

“경업 금지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하더라고요.”

강현수는 계약서를 받아 대충 훑어본 뒤 돌려주며 말했다.

“성유원은 네 능력을 잘 알아. 그래서 경계하는 거겠지. 그래도 당분간은 관련 업계에 들어갈 생각 없잖아.”

연지아는 작게 대답했다.

“네.”

강현수는 시동을 걸고 차를 몰아 떠났다.

연지아를 제이드 팰리스에 데려다주었을 때는 이미 밤 열 시였다. 집에 돌아와 정리를 마친 뒤 연지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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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송나겸이 입을 열었다.“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나서, 그날 밤 연지아는 성시하를 데리고 강진연의 집에서 묵었다.다음 날은 바로 할아버지의 팔순이었다.연지아가 전에 경매로 준비한 선물은, 며칠 전 강진연 집에 들렀을 때 이미 미리 할아버지께 전해 둔 상태였다.강현수는 그날 오후가 되어서야 급히 돌아왔다.그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눈가에는 피로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고, 얼굴도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고성주가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그래도 결국 돌아왔네요.”강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지아 씨랑 성주 씨도 고생 많았죠.”고성주는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뭘 고생했어요. 제일 힘든 사람은 교수님이죠.”연지아도 가까이 다가와 불렀다.“교수님.”강현수는 연지아를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나 먼저 할아버지 뵙고 올게. 이따 다시 얘기하자.”고성주가 말했다.“얼른 다녀와요.”강현수는 어른들 쪽으로 가서 거의 30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다.그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어머니는 미리 사람을 시켜 식사를 준비해 두었고, 강현수가 겨우 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하자 곁에 앉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나 들었어. 네가 마음에 둔 여자 있다며.”원래는 오늘 강현수가 돌아오기만 하면, 그 틈을 타 선이라도 한번 보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강진연이 미리 어머니에게 말했다.“엄마, 괜한 걱정 좀 하지 마. 오빠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 있어. 아직도 그 사람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가 아무리 다른 여자 소개해 줘도 안 볼 거야.”강현수는 어머니를 한번 보고 말했다.“엄마, 제 일은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도 생각이 있어요.”어머니는 한숨을 쉬었다.“엄마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하니. 진연이가 말한 사람이 설마 그 연지아 씨니?”강진연은 직접 이름을 밝히진 않았다.하지만 강진연이 연지아를 집에 데리고 왔을 때 보였던 반응만 봐도, 그리고 어른들 앞에서 연지아를 그렇게 칭찬하던 걸 떠올리면,

  •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제328화

    연지아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침실에 들어선 뒤에는 이미 마음을 추슬러 놓은 상태였다. 성시하는 아직 침대에 앉아 하품을 하고 있었다.“에블린 이모!”“시하 일어났네.”성시하는 잠에서 깨면 꼭 안아 달라고 했다.연지아는 팔을 벌려 성시하를 안아 올렸다.딸의 등을 천천히 두드려 주면서도 마음은 유난히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배 안 고파? 뭐 좀 먹을래?”성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연지아는 도우미에게 먹을 걸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 뒤, 성시하를 데리고 먼저 씻기고 잠옷으로 갈아입혔다. 두 사람이 다시 나오자 도우미는 이미 성시하가 먹을 걸 준비해 둔 상태였다.“아빠는?”연지아가 말했다.“아빠는 바빠. 우리 먼저 먹자.”“네.”성시하는 작게 대답했다.연지아는 침실 안에서 성시하와 함께 먹을 걸 먹으며 애니메이션을 틀어 줬다.다시 성시하를 재워 놓고 나서, 연지아는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갔다. 그 자리에서는 정문 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송나겸이 조수석 문을 열어 주자 안연청이 차에 올라탔다.송나겸은 몸을 돌려 성유원에게 무슨 말을 짧게 건넨 뒤, 그대로 차에 올라탔다. 뒤이어 운전기사가 모는 페라리가 그 뒤를 따라 나갔다.두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성유원은 몸을 돌려 별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2층 쪽을 봤고, 연지아는 그대로 커튼을 닫아 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침실 문이 열렸다.성유원이 안으로 들어와 먼저 침대에 잠든 성시하를 한 번 보고, 소파에 앉아 있는 연지아를 향해 낮게 말했다.“나와. 얘기 좀 하자.”연지아는 시선도 들지 않은 채 태블릿 화면만 보고 있었다. 성시하 사진과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다. 목소리는 차갑고 담담했다. “너랑 내가 할 얘기는 이혼뿐이야. 그거 말고는 더 할 말 없어.”성유원은 가라앉은 눈으로 연지아를 바라봤다.방 안은 그대로 조용해졌다.한참 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나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연지아의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다음 날.

  •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제327화

    ‘저년이 대체 뭐라고.’성유원은 그런 안연청을 조용히 바라봤다.연지아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도우미에게 말했다.“위에 올라가서 시하 좀 보고 있어.”도우미는 성유원을 한 번 힐끗 보더니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연지아는 시선 한 번 비끼지 않고 두 사람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소파에 기대앉아 다리를 꼬고 두 팔을 가슴 앞에 감싼 채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서늘한 눈빛이 두 사람을 훑었다.“계속해.”안연청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자의 품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그런데 여자가 저렇게 오만한 태도로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걸 보니, 꼭 심판이라도 하러 온 사람처럼 느껴졌다.‘쟤가 무슨 자격으로 저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거지.’안연청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저년 얼굴을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겨우 화를 눌러 삼킨 채 고개를 들어 성유원을 바라봤다.남자의 잘생긴 얼굴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고, 눈빛에는 분명한 불쾌함이 묻어 있었다.그걸 본 안연청은 속이 조금 나아졌다.성유원은 안연청을 보며 말했다.“연청아, 너 먼저 가.”안연청은 눈에 어린 억울함을 억지로 감추며 막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연지아의 비꼬는 목소리가 울렸다.“왜, 안연청 씨를 여기서 재우지 그래. 저렇게 서럽게 우는데, 좀 더 안아 주고 달래 줘야 하는 거 아니야?”성유원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좁아졌다. 얼굴도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연지아.”연지아는 남자의 서늘한 눈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안연청은 연지아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의 분노 대신, 이제는 노골적인 도발과 우쭐함만 남아 있었다.연지아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금방 연결됐다.익숙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지아야.”성유원은 여자의 행동을 지켜보며 눈빛을 더 차갑게 식혔다.연지아가 말했다.“교수님, 송나겸 씨 연락처 있어요?”“있어. 왜?”“저 지금 송 대표님한테 바로 연락할 일이 있어요. 번호 좀 보내 주세요.”강현수는 묻지 않

  •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제326화

    퍼레이드가 끝날 때쯤이 되어서야 인파도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성유원은 그제야 연지아의 손목을 놓아주고, 성시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하지만 성시하는 방금 아빠가 에블린의 손을 잡고 있었던 걸 똑똑히 봤다. 그래서 신이 나서 말했다.“아빠가 에블린 이모 손 잡았다.”성유원은 성시하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이제 아빠가 시하 손잡아줄게.”“응.”성유원은 성시하의 작은 손을 잡았고, 성시하는 다시 연지아의 손을 잡으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딸이 저렇게 기뻐하는 걸 보자, 연지아도 덩달아 마음이 풀렸다.두 사람은 그렇게 성시하의 손을 하나씩 잡고 걸었다.워낙 눈에 띄는 외모였던 탓에, 가는 내내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성시하는 다시 다른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모습을 봤지만, 이제는 더는 부러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사람들이 자기들을 바라볼 때마다 작은 얼굴에는 자랑스러운 표정까지 번졌다.밤이 되어 불꽃놀이가 시작될 때까지 세 사람은 계속 함께 있었다.직원은 그들을 위해 기념사진도 찍어주었다.성유원이 성시하를 안고 있었고, 성시하는 말했다.“아빠, 에블린 이모 손도 잡아.”연지아가 뭐라 말하려던 순간 손이 갑자기 따뜻한 손바닥에 잡혔다. 연지아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남자를 한 번 봤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불꽃이 하늘 위에서 터지는 순간 직원이 셔터를 눌렀다.그렇게 불꽃 아래 서 있는 세 식구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았다.오늘 너무 신나게 논 탓에 성시하는 차에 오르자마자 금세 연지아에게 기대 잠들었다.성유원은 돌아가는 내내 차를 아주 천천히 몰았다.연지아는 성시하를 품에 안은 채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쳐 지나가는 화려한 밤거리의 불빛을 조용히 바라봤다.차 안은 아주 고요했다.두 사람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별장에 도착하자 현관 앞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빨간 페라리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차는 그대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성유원이 차

  •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제325화

    안연청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올라왔다.성유원은 어젯밤 내내 안연청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안연청은 밤새도록 불안에 시달렸다.그런데 오늘 오전이 되어서도 성유원은 끝내 연락하지 않았다.결국 안연청은 참지 못하고 직접 성유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성유원은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이렇게 말했다.“연청아, 이번 건 네가 너무 심했어.”안연청은 그 단호한 말투를 듣는 순간 더 서럽고 속상해졌다. 결국 참지 못하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유원 오빠, 걔가 지금 예뻐졌다고 마음이 흔들린 거야? 설마 걔 좋아하게 된 거 아니지? 걔는 그냥 성형으로 뜯어고친 거야. 유원 오빠 꼬시려고 돌아온 거라고.”안연청은 늘 이 바닥에서 자기보다 더 눈에 띄는 여자는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지금의 연지아를 보고 있자니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위기감이 들었다.예전엔 그렇게 못생기고 뚱뚱했던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다른 얼굴로 돌아왔다. 그것도 하필 성유원 눈앞에.그러니 안연청 눈에는 그 여자의 의도가 너무 뻔해 보였다.성유원이 낮게 말했다.“연청아, 안씨 가문에 들어가서 좀 진정해.”그 말은 곧, 지금은 안연청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안연청은 그 말에 더 서러워졌다.송정미가 다급하게 딸을 붙잡고 물었다.“연청아, 엄마한테 말해 봐. 대체 무슨 일이야? 에블린 때문이야?”안연청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유원 오빠가 이제 걔 편까지 들기 시작했어. 엄마, 나 진짜 더는 못 기다리겠어.”안연청은 집안일에 직접 손댄 적은 없었다. 가족들한테 사랑만 받고 자란 공주였으니까.그래도 송나겸과 안씨 가문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송낙겸과 성유원 사이에 이해관계가 깊게 얽혀 있다는 것도.안씨 가문 내부가 정리되지 않으면, 성유원도 안씨 가문과 쉽게 혼인 관계를 맺지 않을 거라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그런데 이제 연지아까지 돌아오면서 안연

  •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제324화

    성민우의 목소리가 조금 무거워졌다.“우진 씨는 위약금 물더라도 텐휘 테크랑은 절대 안 붙을 거야.”연지아는 그 말을 듣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자기 오빠도 남한테 휘둘리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근데 임강민은 절대 안 물러나겠지.”“응. 지금 둘이 완전히 부딪힌 상태야.”“이대로 가면 회사 일만 더 꼬여.”“우진 씨가 지금 자동차 업체 하나랑 협력 얘기하고 있어. 투자 규모만 해도 수천억이야. 지금 여이진 총감도 부한 테크에 와 있고, 그쪽 계약만 제대로 성사되면 텐휘 테크 쪽은 더는 신경 안 써도 돼. 우리 회사도 최근에 새로 개발한 게임 하나를 부한 테크랑 막 계약했거든.”연지아는 성민우가 어떻게든 부한 테크를 도우려 한다는 걸 알았다.그 말을 들으니, 아직은 방법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조금 숨이 트였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연지아는 성시하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 거실 소파에는 성유원이 앉아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연지아는 오늘 파란색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허리에는 하얀 벨트를 둘렀다. 머리는 낮게 묶여 있었고, 화장기 없는 흰 얼굴은 한층 더 청초해 보였다. 그리고 통통 튀며 계단을 내려오는 성시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온기가 담겨 있었다.성시하는 오늘 파란 공주풍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둘이 나란히 보니 꼭 모녀룩 같았다.성유원은 전화를 끊었다.“아빠!”성시하는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아빠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성유원은 딸을 안아 올리며 말했다.“오늘 우리 시하 진짜 예쁘네.”성시하는 원래도 자기가 예쁜 걸 아는 아이였고, 그래서 칭찬받는 걸 무척 좋아했다.“그럼 에블린 이모도 오늘 예뻐?”성시하가 묻자, 성유원은 고개를 돌려 연지아를 한번 바라봤다. 잠깐 눈이 마주쳤고, 그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거두며 딸에게 말했다.“응, 이모도 예뻐.”성유원의 칭찬을 들었지만, 연지아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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