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호텔 최상층,두터운 정적이 감도는 스위트룸의 공기는 숨이 막힐 듯 무거웠다.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이 대리석 바닥에 반사되어 번쩍였지만 그 빛은 따스함 대신 서늘한 냉기만을 머금고 있었다.그 차가운 바닥 위로 학교에서는 기세등등하던 창민과 태리가 사시나무 떨듯 무릎을 꿇고 있었다.“있지? 얘들아? 내가 너희를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야.”지안의 목소리는 낮고 낮았지만 그 울림은 방 안의 모든 가구 위로 날카롭게 박혔다.소파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그들을 내려다보는 지안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그 옆을 지키는 율 역시 평소의 장난기 어린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마치 사형 집행관처럼 무거운 침묵을 유지했다.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창민은 이대로 맥없이 당하는 것이 억울했는지 파르르 떨리는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그리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우리를 잡아 와서 어쩌려고…?”지안의 눈동자가 서서히 창민을 향해 구르며 멈췄다.“넌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궁금하냐?”“…때릴 거면 빨리 때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말도 있잖아.”하. 요것 봐라.창민의 영혼 없는 헛소리에 지안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하지만 그 웃음은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지안의 기분이 극도로 언짢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창민은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싶어 급하게 다시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지안은 단단한 구두 굽 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딱,딱하고 불길하게 울릴 때마다 창민의 어깨가 움찔거렸다.지안이 저에게 다가올까 봐 노심초사하는 창민의 예상과는 다르게 지안은 두 걸음 정도 천천히 떼더니 태리의 앞에 우뚝 멈춰 섰다.공포심에 젖은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태리에게 지안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이름을 불렀다.“이태리.”“어…?”“네가 잘하는 게 있다며?”잘하는 것? 태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떨리는 눈으로 지안을 바라보았다.그 눈동자 안에는 지안을 향한 오랜 집착과 뒤틀린 동경, 그리고 지금 마주한 거대한 공
Última atualização : 2026-03-16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