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별채 1층은 본채의 엄격하고 고전적인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세련된 블랙 앤 골드 톤의 바 테이블과 최신식 게임기들이 줄지어 있는 게임존 그리고 중앙을 차지한 고급스러운 포켓볼 다이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휴식 공간이었다.
“본채랑은 완전 다르잖아요~”
“그렇지!! 여기는 나만의 공간이야~ 2층에는 침실도 있어.”
“와~ 그렇구나!! 선배는 2층 침실도 이용하는 거예요?”
“응. 밤새고 게임하다 뻗을 때나 가끔 센치해지고 싶을 때?”
별이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이자 보롬이 옆에서 부추겼다.
“우리 별이 눈 커진 것 봐!!! 진짜 너
파티가 무르익고 밤이 깊어갈 때쯤, 거실의 활기찬 소음도 조금씩 잦아들었다.별이의 무릎 위에서 까르르 웃던 초롬의 딸 초해는 어느새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해달이 그런 초해를 다정하게 안아 들었다.별이와 보롬이 남은 뒷정리를 하러 주방으로 향하는 사이, 해달은 품 안에서 곤히 잠든 초해를 데리고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갔다.침대에 초해를 눕히고 이불을 깃 아래까지 조심스럽게 덮어준 해달이 살그머니 문을 닫고 주방으로 합류했다.아이를 방에 눕히고 여자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그 순간.거실 테이블에 남은 것은 초롬, 율, 시우, 석이 형, 그리고 지안과 신호까지 오직 남자들뿐이었다.술잔을 만지작거리던 지안의 눈동자가 이내 차갑게 가라앉았다.낮 동안 별이 앞에서는 철저히 감추었던 어젯밤의 진실을 꺼낼 차례였다.지안이 먼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문강륜이 움직였었어. 어젯밤에.”그 한마디에 흩어져 있던 남자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지안에게로 꽂혔다.율이 잔을 내려놓으며 미간을 찌푸렸고, 묵묵히 듣고 있던 석이 형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지안은 담담하지만 서늘한 목소리로 문강륜이 별이에게 수면제를 먹여 납치하려 했던 전말을 털어놓았다.준휘 형이 이미 문성그룹의 목줄을 쥐고 법적 매장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말까지 끝마치자, 거실 안에는 서슬 퍼런 침묵이 감돌았다.“…미친 새끼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네.”초롬이 나직하게 욕설을 뱉었다.제 동생의 경사로 가득했던 공간이 순식간에 차가운 살기로 물들었다.율 역시 주방 쪽을 슬쩍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지만,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nb
– 야!!! 한별!!! 대박!!! 나 어떡해!!!“보롬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별이가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자 옆에 있던 지안의 미간도 살짝 좁아졌다.수화기 너머로 보롬이가 꺽꺽거리며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 나 드디어 임신했나 봐! 방금 테스트기 확인했는데 완전 선명하게 두 줄 나왔어!!!“뭐, 뭐?! 진짜 두 줄이야?!”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율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지 제법 되었지만 워낙 아기가 안 생겨 은근히 속앓이를 해왔던 보롬이었다.– 어떡해, 나 너무 좋아서 눈물 나, 진짜…! 아, 율 오빠 알면 좋아서 뒤집어질 텐데 아직 말도 못 했어! 야, 한별! 너 지금 어디야? 당장 만나서 이 기쁨을 나눠야 해!감격에 겨워 횡설수설하는 보롬이의 목소리에 별이마저 눈시울이 붉어지며 어버버하는 사이, 지안이 슥 손을 뻗어 별이의 휴대전화를 가져갔다.지안에게는 절친 율의 아내이자, 또 다른 절친 초롬이의 이복동생인 보롬 역시 제 식구나 다름없었다.“강보롬.”– 어? 지, 지안 오빠?!전화기 너머 보롬이의 흥분 섞인 목소리가 한풀 꺾였다.지안은 제 품에 안긴 별이를 빤히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린 채 나직하게 말했다.“축하해. 율이 녀석 드디어 아빠 되네. 근데 우리 별이는 어제 와인에 절여져서 오늘 나랑 꼼짝 말고 누워 있어야 하니까, 자랑은 율이한테 먼저 해.”– 헉, 와인? 대박…! 미안 미안, 내가 눈치가 없었다! 지안 오빠 축하 고마워요
입술이 맞닿은 틈 사이로 은밀한 숨소리가 흩어졌다.지안의 거친 호흡이 별이의 숨결을 집요하게 집어삼켰다.6년의 갈증을 한 번에 터트려내듯 깊고 짙은 키스였다.별이는 지안의 단단한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냈다.눈앞의 지안은 지독하게 절박해 보였다.“별아… 한별.”입술이 떨어졌을 때, 지안이 붉어진 눈으로 별이를 내려다보았다.지안의 시선이 문강륜의 손길이 닿아 풀려 있던 단추 세 개에 머물렀다.강륜의 흔적이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안의 안을 잔인하게 헤집었다.지안은 그 불쾌한 잔상을 제 손으로 전부 씻어내려는 듯, 별이의 셔츠를 거칠게 밀어내며 피부 위로 입술을 묻었다.“선배…”별이가 가느다란 신음을 뱉으며 지안의 머리칼을 거머쥐었다.지안의 입술은 쇄골과 목덜미를 따라 집요하게 붉은 자국을 새기듯 내려갔다.오직 제 체취와 온기로만 별이의 온몸을 덮어버리겠다는 독점욕이었다.닿는 피부마다 뜨거운 전율이 일어났다.지안의 셔츠 단추가 바닥으로 툭, 툭 떨어졌다.서로의 맨살이 빈틈없이 맞닿았다.“…하.”참지 못한 거친 호흡이 얽혀들었다.문강륜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워내고 제 것으로 가득 채우는 지안의 손길 속에서, 두 사람만의 뜨거운 밤이 깊어갔다.다음 날 아침.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에 지안이 먼저 눈을 떴다.제 품에 파묻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별이의 하얀 얼굴이 보였다.어젯밤의 흔적이 남은 별이의 어깨 위로 이불을 조심스럽게 덮어준
콰아아앙!별장의 침실 문이 거칠게 부서졌다.열린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온 살기에 문강륜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시야를 가득 채운 건 형형하게 빛나는 천지안의 눈빛이었다.“…천지안.”강륜이 이름을 채 다 뱉기도 전이었다.공간을 단숨에 좁혀온 지안의 주먹이 강륜의 턱에 그대로 박혔다.퍼억—!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강륜의 고개가 꺾였다.가공할 완력에 밀려난 강륜이 협탁을 들이받으며 바닥으로 사정없이 굴러떨어졌다. 스탠드가 요란하게 박살 나며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컥…! 쿨럭, 윽!”강륜이 핏덩이를 뱉어내며 거친 신음을 흘렸다.지안은 바닥에 쓰러진 강륜의 멱살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네까짓 게.”지안의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낮고 고요했다.지안의 시선이 강륜 너머, 침대 위로 향했다.단추가 세 개나 풀려 속살을 드러낸 채 누워 있는 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 순간, 지안의 이성을 붙잡고 있던 마지막 줄이 끊겼다.“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퍽! 콰직!“아아악—!”강륜의 비명이 외딴 별장을 찢어발겼다.지안은 바닥에 구르는 강륜을 내려다보며 그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짓밟아 뭉개버렸다.압도적인 폭력 앞에 문강륜의 오만함은 흔적도 없이 조각났다.그 사이, 뒤따라 들이닥친 준휘가 빠르게 움직였다.준휘는 단 한 걸음에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갔다
붉은 와인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별이의 고개가 툭 떨어졌다.눈앞이 사정없이 흔들리더니 이내 지독한 암전이 찾아왔다.문강륜은 완전히 의식을 잃은 별이를 안아 들고 침실로 향했다.매끄러운 시트 위에 별이를 조심스럽게 눕힌 그가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잠든 별이를 빤히 쳐다보았다.단정한 숨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방 안에서, 강륜의 눈빛이 무섭게 일렁였다.천지안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별이의 모든 것을 망가뜨려서라도 빼앗고 싶었다.지안이 목숨처럼 아끼는 여자니까, 그녀의 몸이라도 가져서 그 오만한 놈을 바닥까지 추락시키고 싶었다.하지만… 막상 무방비하게 누워 있는 별이를 보니 가슴 한구석이 이상하게 무거워졌다.순수하게 저를 믿고 지안의 걱정을 하던 맑은 눈망울이 잔상처럼 스쳤다.사실 강륜 역시 별이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다.제 마음에 들어온 유일한 여자였기에, 온전히 제 사람으로 만들어 누구보다 아껴주고 싶다는 마음이 마음 한편에 아주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지안을 무너뜨리기 위한 도구로만 쓰기엔 별이가 너무 소중했고, 그렇다고 이대로 지안에게 순순히 보내기엔 그녀를 향한 집착을 버릴 수가 없었다.들끓는 소유욕과 그녀를 아껴주고 싶다는 순수한 애정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뒤엉켰다.강륜은 제 안에서 일어나는 이 기묘한 혼란에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낮게 읊조렸다.“내가 왜 이러지.”그러나 혼란도 잠시, 지안의 당당한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 억눌러왔던 열등감이 폭발했다.평생 천지안이라는 이름 석 자에 밀려 뺏기고 살아왔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이번에도 양보하면 제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결국, 강륜의 눈에서 이성의 빛이 완전히 꺼졌다
같은 시각, 문성그룹 부회장실.“뭐? 천준휘가 돌아와서 판을 깨?”문강륜이 책상 위의 전화를 거칠게 내려놓으며 이를 갈았다.강서희의 독점욕과 준휘의 야망을 이용해 천지호텔을 먹으려던 계획이 준휘의 배신으로 완전히 망했다.하지만 문강륜은 이대로 물러설 놈이 아니었다.“재미있어지네. 하지만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야.”문강륜의 눈이 화면 가득 띄워진 천지그룹의 주식 현황판을 향했다.그는 이미 천지그룹의 우호 지분을 야금야금 사들이고 있었다.장부 유출이 안 된다면,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주식 시장에서 천지그룹의 경영권을 통째로 흔들어버릴 2차 계획이 있었다.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문강륜의 머릿속에 또 한 사람이 떠올랐다.지안의 곁에서 머무는 여자, 별이였다.“지안이 놈이 가진 걸 다 뺏으려면, 별이 씨부터 흔들어야겠지.”문강륜은 지안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 그리고 제 소유욕을 채우기 위해 별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할 생각을 하며 비열하게 웃었다.며칠 뒤, 천지호텔 로비.퇴근하던 별이의 앞을 고급 외제차 한 대가 가로막았다.차 문이 열리며 문강륜이 매끈한 미소를 지으며 내렸다.“별이 씨, 안녕하세요. 지안이 문제로 개인적으로 상담할 게 좀 있어서 들렀습니다.”차에서 내린 문강륜이 평소처럼 매끈하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지안과 강륜이 친한 사이인 줄로만 알고 있던 별이는 아무런 의심 없이 걸음을 멈췄다.회사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 사정을 전혀 모르는 별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