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밖에서 단비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유영은 온몸이 급격히 굳어지며 안색이 백지처럼 하얗게 변해 버렸다.단비가 세자라 부를 사람은 조원철밖에 없었다.그가 기어이 이 먼 소주 땅까지 쫓아온 것일까?아니, 그럴 리 없었다. 그는 분명 역모에 휘말려 차디찬 감옥에 갇혀 있을 테니 이 먼 곳까지 올 가능성은 적었다. 이내 들려오는 발소리는 점점 방 안과 가까워졌다.그 묵직한 소리에 그녀는 입이 바싹 마르고 숨이 가빠졌다.너무나도 익숙한 절제된 발소리였다.정말 그가 온 것이다.이내 낯익은 훤칠한 인영이 시야에 들어왔다.예전처럼 꼿꼿하고 근엄한 자태였다.허나 자세히 보니 낯빛이 형편없이 초췌했고, 눈 밑은 깊게 패어 있었으며, 턱에는 푸릇하게 수염이 돋아 있었다.꽤 오랫동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듯한 모습이었다.그는 입술을 피가 날 만큼 꽉 깨문 채 성큼성큼 문지방을 넘어섰다.칠흑같이 짙은 눈동자는 날카롭게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 깊은 곳에는 억누를 수 없는 광포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방 안의 세 사람은 모두 조원철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얼어붙었다.강유영은 숨이 턱 막혔다.마치 매서운 매에게 노려진 가엾은 새처럼, 본능적인 공포가 등줄기를 타고 뻗어 내렸다.발은 바닥에 뿌리내린 듯 옴짝달싹할 수 없었고, 사지는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필사적으로 뒷걸음질치려 했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그때, 도경진이 재빨리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그는 강유영과 조원철 사이에 과거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다만 강유영이 조원철을 몹시 두려워하며, 그의 등장을 전혀 반기지 않는다는 것만은 본능적으로 느꼈다.진국공부를 쫓기듯 떠난 것도 분명 둘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깊은 골이 패었기 때문이리라.이유는 중요치 않았다.그녀가 저 사내를 마주하기 싫어한다면, 자신이 온몸으로 막아 주면 그만이었다.무공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세자는 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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