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81 - チャプター 290

467 チャプター

제281화

이른 아침부터 소박하고 아담한 집 안에는 맑고 고요한 기운이 감돌았다.강유영은 손을 씻고 대청 앞 향로에 향을 꽂았다. 이내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며 그윽한 단향이 은은하게 번졌다.어느덧 사월 초하루, 경성을 쫓기듯 떠나온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그녀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편안하고 자유로운 나날이었다.강유영은 이 소박한 삶이 참으로 달콤하고 좋았다.“강 소저.”도경진이 집으로 찾아왔다.“대인께서 오늘은 어찌 이리 한가하십니까?”강유영은 돌아보며 예쁘게 미소 지었다.매일 마음이 편안한 탓일까.조막만 한 얼굴에는 은은한 윤기가 감돌았고, 까만 눈동자는 투명하게 반짝였다.경성에서 기가 눌린 채 지내던 때보다 훨씬 생기 있고 앳된 태가 났다.“오늘은 쉬는 날이라서요.”도경진은 그 화사한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얼굴을 붉혔다.“쉬는 날인데 어찌 나들이라도 가지 않으셨습니까?”강유영은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그녀의 시선이 도경진의 얼굴에 머물렀다.도경진은 참으로 수려한 사내였다.뚜렷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목구비에 올곧은 군자의 기품이 배어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실은 소저께 함께 나들이를 가자 청하러 왔습니다.”도경진의 얼굴이 조금 더 붉게 물들었다.“날이 참 좋습니다. 교외의 경치가 한창 좋을 때라 연을 하나 만들었는데, 함께 들놀이라도 가시지 않겠습니까?”요 며칠 강유영이 자주 바깥바람을 쐬는 것을 보았으니, 교외로 나가 연을 날리자고 청하면 기꺼이 응할 것이라 여겼다.“대인, 앉으시지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강유영은 대답 대신 조용히 자리를 권했다.도경진은 자리에 앉았는데, 늘 다정하고 부드럽던 그녀의 얼굴에 진지함이 묻어있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녀가 이토록 정색한 얼굴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어찌 말씀드려야 할까.강유영은 시선을 내리깔았다.도경진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 상처를 주지 않고 거절할 수 있을지 깊이 망설여졌다.“편히 말씀하십시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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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이후 조사예와의 혼담을 단호히 거절하자, 어머니는 그와 한바탕 크게 다투기도 했다.이곳에 내려온 뒤로는, 어머니도 강유영이 길에서 보살펴 준 정을 생각해 마음을 돌린 줄로만 알았는데, 부임 초기라 정신없이 바빠 어머니의 행적을 미처 살피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처음엔 제게 은자 천오백 냥을 빌려 달라 하셨습니다. 제게 그런 큰돈이 없어 거절했습니다.”강유영은 그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연기가 아님을 알았기에 솔직히 털어놓았다.“그 뒤로는 제 마차를 내어 달라 하셨습니다. 대인께서 매일 관아에 나가실 때 쓰면 좋겠다면서요. 마차는 저도 써야 하기에 거절했습니다.”그녀는 남을 험담하는 성격이 아니었다.도경진에게 고자질할 작정이었다면 진작 말을 꺼냈을 것이다.모자 사이를 이간질할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그저 도 부인의 억지가 도를 지나쳐 더는 묵과할 수 없었을 뿐이다.“그런 일이 있었군요.”도경진의 수려한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달아올랐다.“소저께선 괘념치 마십시오. 돌아가서 어머니께 단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어머니가 뒤에서 그런 몰상식한 짓을 벌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강유영의 재물을 탐내어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다니!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그건 그냥 듣고 넘길 수 있습니다.”강유영이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하지만 요 며칠은 대놓고 제게 신분이 미천한 평민이라며 깎아내리셨습니다. 오씨 어멈에게는 저를 대인의 첩으로 들이고 싶다는 뜻까지 내비치셨다더군요.”여기까지 말한 강유영의 부드러운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그녀가 평민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허나 반드시 사내에게 시집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설령 누군가에게 시집을 간다 해도, 자신과 같은 평민에게 정실로 갈지언정 남의 첩실로 들어앉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황제가 후궁으로 부른다 해도 거절할 생각이었다.도경진은 불쑥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머니의 비열한 처사에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자신이 애지중지 보듬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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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도경진은 가슴이 미친 듯이 뛰고 목이 타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그는 소맷자락을 꽉 쥔 채 마음속 깊이 담아 두었던 진심을 남김없이 털어놓았다.방금 강유영의 말은 분명 자신과 절연하겠다는 뜻이었다.지금 당장 고백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대인, 그동안 보살펴 주신 은혜는 깊이 감사드립니다. 허나 저는 혼인할 뜻이 없습니다.”강유영은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부인의 말씀처럼 대인은 탐화랑이자 조정의 재목이며, 앞날이 창창한 분이십니다. 저는 출생도 불분명한 고아이기도 하니… 대인께서 굳이 저 같은 사람과 얽히실 이유가 없습니다.”그녀는 모질게 싫다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에둘러 거절했다.그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소저, 저는 소저의 과거를 개의치 않는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모든 건 소저의 뜻이 아니었습니다.”도경진은 한 걸음 다가서며 다급히 말했다.“혼인할 마음이 생기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어머니 일은 제가 책임지고 설득하겠습니다. 비록 지금은 낮은 벼슬아치에 불과하나, 제겐 공적이 있습니다. 소저를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는...”늘 평정심을 유지하던 그의 얼굴이 절박함으로 일그러졌다.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절절한 고백이었다.“대인, 그만하십시오...”강유영이 목소리를 높여 그의 말을 단호히 끊었다.그의 순수한 진심은 고마웠으나, 그녀는 진정 누군가와 혼인할 마음이 없었다.게다가 도 부인의 그 지독한 억지를 견디며 며느리 노릇을 할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거절의 말을 어찌 꺼내야 할지 난감했지만, 방금 던진 짧은 한마디면 충분했다.똑똑한 그가 그녀의 굳은 의지를 모를 리 없었다.“소저...”도경진은 허망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유영이가 이리도 분명하게 말하는데, 도 대인은 이 나이를 먹고도 어찌 이리 눈치가 없는가?”열린 문가에서 나른하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강유영과 도경진이 동시에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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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세자?”밖에서 단비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유영은 온몸이 급격히 굳어지며 안색이 백지처럼 하얗게 변해 버렸다.단비가 세자라 부를 사람은 조원철밖에 없었다.그가 기어이 이 먼 소주 땅까지 쫓아온 것일까?아니, 그럴 리 없었다. 그는 분명 역모에 휘말려 차디찬 감옥에 갇혀 있을 테니 이 먼 곳까지 올 가능성은 적었다. 이내 들려오는 발소리는 점점 방 안과 가까워졌다.그 묵직한 소리에 그녀는 입이 바싹 마르고 숨이 가빠졌다.너무나도 익숙한 절제된 발소리였다.정말 그가 온 것이다.이내 낯익은 훤칠한 인영이 시야에 들어왔다.예전처럼 꼿꼿하고 근엄한 자태였다.허나 자세히 보니 낯빛이 형편없이 초췌했고, 눈 밑은 깊게 패어 있었으며, 턱에는 푸릇하게 수염이 돋아 있었다.꽤 오랫동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듯한 모습이었다.그는 입술을 피가 날 만큼 꽉 깨문 채 성큼성큼 문지방을 넘어섰다.칠흑같이 짙은 눈동자는 날카롭게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 깊은 곳에는 억누를 수 없는 광포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방 안의 세 사람은 모두 조원철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얼어붙었다.강유영은 숨이 턱 막혔다.마치 매서운 매에게 노려진 가엾은 새처럼, 본능적인 공포가 등줄기를 타고 뻗어 내렸다.발은 바닥에 뿌리내린 듯 옴짝달싹할 수 없었고, 사지는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필사적으로 뒷걸음질치려 했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그때, 도경진이 재빨리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그는 강유영과 조원철 사이에 과거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다만 강유영이 조원철을 몹시 두려워하며, 그의 등장을 전혀 반기지 않는다는 것만은 본능적으로 느꼈다.진국공부를 쫓기듯 떠난 것도 분명 둘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깊은 골이 패었기 때문이리라.이유는 중요치 않았다.그녀가 저 사내를 마주하기 싫어한다면, 자신이 온몸으로 막아 주면 그만이었다.무공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세자는 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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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이리 와.”조원철은 갈라진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강유영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도경진의 넓은 등 뒤에 숨어, 생전 처음으로 그의 명을 거부했다.그는 분명 그녀를 경성으로 끌고 갈 생각일 것이다.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억지로라도 용기를 내어 그를 거스르고,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살고 싶었다.“세자, 강 소저는 이제 자유의 몸입니다. 소저께서 세자를 뵙기 싫어하시니 억지로 데려가려는 것은 도리가 아닌 줄 압니다.”도경진은 굳은 얼굴로 차갑게 말했으나, 천성이 온화하여 큰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강유영은 고마운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짝짝짝!서준은 박수를 치며 웃어 댔다.“아주 눈물겨운 영웅의 미인 구출극이로군.”그는 사태가 어찌 돌아가든 상관없었다.어차피 조원철과 도경진 모두 그에게는 연적이었다.두 사람이 서로 싸운다면 판국은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다.“강유영.”조원철이 그녀의 이름을 천천히 불렀다.그 말투에는 뭐라 형용하기 힘든 짙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강유영은 고개를 더 푹 숙인 채 입술만 꽉 깨물었다.그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다행히 도경진이 앞에서 막아 주고 있었고, 서준이 불을 지피고 있긴 하나 명색이 서왕이니 조원철도 감히 함부로 나서진 못할 터였다.이 두 사람을 방패 삼아 오늘만 무사히 넘긴다면, 다음번엔 그가 영영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숨어 버리리라 다짐했다.방 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숨을 쉬기조차 버거울 지경이었다.“세자, 강 소저는 세자를 뵙길 원치 않으십니다. 이제 더는 국공부의 식솔도 아니지 않습니까. 평소 곧은 성품을 지니신 세자께서 연약한 여인을 이리 핍박하실 리는 없다고 믿습니다. 제 생각엔 이만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도경진은 굳은 표정으로 소매 안에서 주먹을 꽉 쥔 채 의연하게 입을 열었다.“도 통판.”조원철의 시선이 마침내 강유영을 떠나 도경진을 향했다.“이건 우리의 집안사이니 그대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오. 이만 비키게.”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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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강유영은 숨이 턱 막혔다. 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을 가로막은 도경진을 밀어냈다.“강 소저...”도경진은 고개를 돌려 애타는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저를 찾으러 오신 것이니 애먼 사람을 끌어들이지 마십시오.”강유영은 핏기 없는 얼굴을 치켜들고 조원철을 바라보았다.까만 눈동자에는 물기가 가득 고여 안개가 낀 듯했다.그녀는 본래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했다.도경진이 자신 때문에 화를 입는 것은 더더욱 원치 않았다.조원철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자였다.이제 막 시작된 도경진의 창창한 앞길을 망칠 수는 없었다.조원철의 붉어진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가슴이 불규칙하게 오르내렸다.내 앞에서 이 정도로 저자를 감싸는 것이냐.“도 대인도 참, 백주 대낮에 양가 여식을 꾀어내다니 국법이 우스운 모양이군.”서준이 다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허나 세자, 이제 막 감옥 문을 나선 처지에 그리 대놓고 소주성까지 행차하셔도 괜찮은가? 행여 꼬투리라도 잡혀 아바마마의 귀에 들어가면, 또다시 감옥에 끌려갈까 두렵지도 않은 게요?”할 수만 있다면 서준은 조원철을 다시 감옥에 보내고 싶었다.“제 일에 서왕 전하께서 나서실 필요 없습니다.”조원철은 강유영에게 서늘한 시선을 보냈다.“따라오거라.”말을 마친 그는 강유영을 향해 손을 뻗었다.“잠깐!”서준은 앞으로 나서며 강유영 앞을 가로막았다.“서왕 전하,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조원철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유영아.”서준은 몸을 돌려 강유영을 마주 보았다.강유영은 파리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으나, 머릿속은 온통 조원철에 관한 생각뿐이었다.진심으로 그를 따라가기 싫었다.하지만 그가 직접 찾아왔으니 누가 막을 수 있을까.결국 그를 따라 진국공부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그다음엔?평생 해를 볼 수 없는 곳에 갇혀, 남의 눈을 피해 숨겨진 외실로 살며 그의 뜻대로 휘둘리게 될 것이다.언젠가 다시 햇빛을 볼 날이 온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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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조원철은 감정이 없는 차가움 목소리로 잔혹한 진실을 폭로했다.“네놈이 그걸 어찌...”서준은 무심코 되물으려다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그리 묻는 것 자체가 자신의 비열한 소행을 인정하는 꼴이었다.그는 당황한 눈으로 강유영을 쳐다보았다.“어떻게...”강유영은 경악과 배신감에 휩싸여 하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킨 채 말을 잇지 못했다.그날 밤, 자신을 구하려다 칼에 찔린 그를 정성껏 치료하며 깊이 감사했던 마음은 지금도 생생했다.그 모든 것이 철저히 자신을 기만하기 위해 꾸며낸 연극이었다니!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머리가 아찔해졌다.“유영아, 내 말을 들어 봐. 그때는 내가...”서준의 여유롭던 얼굴에 처음으로 다급함이 어렸다.‘빌어먹을 조원철. 대체 어디까지 내 뒷조사를 한 거지?’물론 그때는 강유영에게 연심을 품기 전이었으니, 그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뿐이었다.“가자.”조원철은 손을 뻗어 강유영의 가는 손목을 억세게 움켜쥐었다.손끝에 부드러운 살결이 닿은 순간에야, 요 며칠간 그를 괴롭히던 지독한 초조함이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강유영은 발버둥 치며 그를 따라가지 않으려 완강히 버텼다.눈시울은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뺨 위로는 속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빨간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싫어!’“세자...”참다못한 도경진이 다급히 나섰다.하지만 조원철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허리를 숙여 강유영을 번쩍 안아 올렸다.그녀가 미처 발버둥 치기도 전에, 그의 서늘한 속삭임이 귓가를 무섭게 파고들었다.“오씨 어멈은 내가 데리고 있다.”강유영의 허우적거리던 다리가 허공에서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얼굴의 핏기가 씻은 듯 가시며, 당장이라도 기절할 듯 창백해졌다.그는 오씨 어멈을 인질로 삼아 잔인하게 그녀를 협박하고 있었다.그리고 그녀에겐 그에게 반항할 수단이 남아 있지 않았다.서준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강유영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이가 오씨 어멈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왜 그 노인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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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조원철의 눈은 핏줄로 인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가까이서 보니, 늘 흐트러짐 없었던 도포 자락도 구겨져 있어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경성에 있을 때보다 몰라보게 야위어 있었다.이내 조원철의 커다란 손이 강유영의 가는 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다른 팔은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옭아맸다.강유영은 꼼짝없이 그의 품에 갇히고 말았다.그녀의 긴 속눈썹이 불안하게 떨렸다.새까만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서렸고, 조막만 한 얼굴은 핏기가 가셔 창백하기 그지없었다.붉은 입술마저 파리하게 질려 있었다.그의 거칠고 뜨거운 숨결이 얼굴에 닿을 때마다, 그녀는 흠칫거리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지금껏 그가 이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눈앞의 사내는 그녀가 알던 고고한 조원철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수 있는 야수처럼 느껴졌다.비좁은 마차 안에는 무거운 적막이 감돌았다.그 적막이 그녀의 숨통을 조여 왔다.극도의 두려움에 미친 듯이 요동치는 자신의 심장 소리만 귓가를 때렸다.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도, 그렇다고 시선을 피할 수도 없었다.이 밀폐된 공간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극도의 분노에 사로잡힌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목을 쥔 그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자 숨이 턱 막혔다.파리했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고통과 공포에 짓눌려 저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이제야 무서운 줄 알겠느냐? 도경진 그놈과 야반도주할 때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더냐.”조원철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눈빛은 살을 에는 듯 서늘했다.다행히 목을 쥔 손의 힘은 살짝 풀어 주었다.야반도주라는 말에는 경멸과 조소가 묻어났다.그녀는 요월원에 그가 준 모든 물건을 한 치의 미련도 없이 팽개치고 떠났다.어릴 적부터 그가 건넨 모든 흔적을 깨끗이 지워 버리며, 그와의 작은 연결고리조차 남겨 두지 않으려 애썼다.그 모든 게 도경진이라는 놈 때문이었다.내가 그놈을 너무 우습게 보았군.방금 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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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악력이 너무 센 탓에 턱뼈가 으스러질 듯 아파왔다.'이대로 내 숨을 끊어놓으려는 걸까.'강유영은 공포에 질려 눈을 감았다.“아프다고? 도경진 그놈 품에선 아프지 않더냐!”조원철이 손의 힘을 조금 풀었으나, 여전히 날 선 분노가 서린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정말 대인과 도망친 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그저 떠나고 싶었을 뿐입니다.”눈물이 쉴 새 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렸다.그녀는 거창한 것을 탐낸 적은 없었다.그저 오씨 어멈을 모시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다.조원철에겐 끔찍이 아끼는 정인이 있지 않은가.'어찌하여 나를 놓아주지 않고 이렇게 옭아매려는 걸까.'“내 곁을 떠나고 싶다고 하였느냐?”굵은 핏대가 선 조원철의 목소리가 섬뜩하게 가라앉았다.순간 차가운 한기가 온몸에 스며들었다.“저희는 남매지간입니다. 저는 더 이상....”강유영은 용기를 내어 억눌러왔던 진심을 내뱉으려 했다.하지만 숨겨둔 외실 취급을 받는 것은 싫다는 뒷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조원철이 거칠게 입술을 짓눌러왔다.형벌과도 같은 입맞춤이었다.그는 사납고 집요하게, 떨리는 입술을 파고들었다.억눌렸던 울화를 토해내듯 몰아붙이며 그녀의 옅은 숨결마저 모조리 삼켜버렸다.“흐읍....”강유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수치심에 발버둥 쳤다.주먹을 쥐어 단단한 가슴팍을 내리치며 온몸으로 저항했지만, 그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숨 막히는 열기 속에서 짙은 감송향이 코끝을 감돌았다.입술 안쪽에서는 비릿한 피 맛이 번졌다.요란하게 흔들리며 내달리는 마차의 수레바퀴 소리가 안에서 새어 나오는 가녀린 신음을 묻어버렸다.조원철의 입술이 집요하게 목덜미를 타고 내려왔다.날 선 콧날이 하얀 피부를 쓸어내리자 뜨거운 숨결이 고스란히 닿았다.“안 됩니다....”그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애원했다.이미 두 번의 밤을 함께 보냈기에, 이 거친 몸짓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 않았다.이곳은 얇은 휘장 하나를 사이에 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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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기루의 기녀들조차 번듯한 방에서 사람을 맞거늘, 길 위를 달리는 마차 안이라니…조원철은 지금 이 수치스러운 방식으로 그녀에게 굴욕적인 벌을 내리고 있음이 틀림없었다.강유영은 숨이 넘어갈 듯 오열했다.조원철은 도주에 대한 분노와 도경진을 향한 질투심이 한데 엉켜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폭발한 상태였다."제발... 여기선 안 됩니다..."강유영은 조원철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눈물범벅이 된 채 애원했다.하지만 애원은 분노에 사로잡힌 그에게 닿지 않았다.조원철은 한 치의 틈조차 내어주지 않고 강유영을 품으로 단단히 옭아맸다.강유영이 고개를 저으며 밀어냈으나, 억센 힘을 이기지 못하고 허리가 활처럼 휘어졌다.가느다란 목덜미가 드러나며 그가 남긴 붉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아..."강유영은 손바닥을 꽉 쥐며 새어 나오는 비명을 간신히 삼켰다.결국 그녀는 깊은 절망감에 휩싸여 더 이상의 발버둥을 포기했다."도경진 그놈 품에 안겼을 때는 아프지 않더냐?"조원철이 강유영의 어깨를 쥐고 서늘하게 쏘아붙였다.강유영은 흐느끼느라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도경진과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거늘, 이토록 모욕적인 오해를 받다니 참담했다.하지만 굳이 변명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진실을 말한다 한들 지금의 조원철이 믿어줄 리 만무했다.어느새 밖에는 후드득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거친 빗줄기가 바닥을 때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강남의 거센 빗소리가 마차 안의 옅은 울음소리를 조용히 덮어주었다.조원철은 강유영의 턱을 쥐고 억지로 시선을 맞추려 했다.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끝내 눈을 질끈 감았다.휘장 너머에 청운이 있다는 사실에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녀는 입술이 터지도록 깨물며 억지로 신음을 삼켜야만 했다."도경진의 품에서도 이리 파르르 떨었느냐?"조원철은 붉게 달아오른 강유영의 얼굴을 매섭게 주시했다.수치심으로 붉게 물든 얼굴은 안쓰러우면서도 단단한 반항기가 서려 있었다.평소 늘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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