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61 - チャプター 270

467 チャプター

제261화

그런 상황은 강유영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현재 그녀의 수중에는 이백여 냥의 은자가 있었다. 그중 절반 이상은 서준에게 빌린 것이기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갚아야 했다.만약 하 낭자가 천 냥만 빌려준다면, 오씨 어멈을 모시고 어디로 떠나든 당분간은 풍족하게 지낼 수 있었다.그리고 전당포는 훗날 적당한 사내를 찾아 혼례를 올릴 때 되찾으면 그만이었다.설령 마땅한 혼처를 찾지 못한다 해도, 은자를 주고 가짜 신랑을 고용해 혼례를 치른 뒤 전당포만 되찾고 이혼하면 될 일이었다.강유영은 하 낭자의 눈치를 살피며 내심 가슴을 졸였다.자신에게 전당포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절대 하 낭자에게 은자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입 밖에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하 낭자는 자신의 속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으니, 매몰차게 거절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하 낭자는 빙긋 웃으며 강유영을 바라보았다."이자는 꼭 쳐서 갚겠습니다."강유영은 다급히 덧붙였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하 낭자는 소매에서 은표 한 뭉치를 꺼내 강유영 앞에 내려놓았다."여기 오천 냥이 있습니다. 강 소저께서 훗날 혼례를 올리실 때, 잊지 말고 제게 돌려주시면 됩니다."보흥 전당포가 건재하는 한, 강유영이 이깟 은 오천 냥을 떼먹을 일은 없었다. 게다가 이 기회에 그녀에게 신세를 지울 수 있으니, 하 낭자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래였다."고맙습니다."강유영은 상대가 이토록 통 크게 나올 줄은 미처 몰랐기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이 정도 은자라면 오씨 어멈을 모시고 떠나는 길이 결코 궁색하지 않을 것이다.제대로 된 마차 한 대를 사고 마부도 고용해서 경성에서 아주 멀리 떠날 수 있었다.그 뒤로 며칠 후, 어느덧 정월 스무아흐렛날이 밝았다.강유영은 작은 손난로를 품에 꼭 안은 채, 처소 밖 회랑에 서 있었다.고개를 들어 담장 너머를 바라보니, 화려한 불빛들이 앞뜰을 밝히고 있었다. 직접 가보지 않아도 대청에 모인 사람들이 얼마나 왁자지껄하게 연회를 즐기고 있을지 단번에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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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알겠다."강유영은 한참 동안 서유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일단은 데려간다고 말해 서유를 안심시켜두는 편이 나았기에, 그 이후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밤이 깊어지자, 하늘은 칠흑처럼 먹구름이 끼어 별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가자꾸나."강유영은 손난로를 꼭 품은 채 방을 나섰다.이 시각이면 조원철은 취기에 곯아떨어졌을 것이다."예." 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유영의 뒤를 바짝 따랐다."이 깊은 밤에 어딜 가는 거냐?"그 순간, 마당으로 들어서는 듯한 조원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와 달리 묘하게 나른하고 부드러운 음성이었고, 희미한 등불 빛이 그의 크고 단단한 체구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강유영은 소스라치게 놀라 손에 든 난로를 꽉 쥐며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이 시간이면 진작에 침소에 들어 잠을 청해야 할 그가 어째서 이곳에 나타난 것인가.기척을 눈치챈 서유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조원철의 눈동자가 별빛을 머금은 듯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강유영은 가슴이 두근거려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내게 오려던 참이었느냐?"조원철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나지막이 물었다.그 순간, 그가 잔뜩 취해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강유영이 걱정되어 찾아갔던, 그날의 밤이 떠올랐다.그날도 그는 이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예."어차피 도망칠 수 없게 된 강유영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이끌려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의 단단하고 억센 팔이 그녀를 품에 꽉 가두었다.그의 몸에서 은은한 과실주 냄새와 특유의 짙은 감송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축축하고 끈적거리던 열기, 얽혀들던 숨결, 그리고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그때와 똑같은 칠흑 같은 밤, 똑같은 체향, 똑같이 미친 듯이 뛰는 심장 박동.강유영의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이리 와서 얘기라도 나누자꾸나."조원철이 침상 끄트머리에 걸터앉으며 강유영을 당겨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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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그녀의 가녀린 두 팔이 조원철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그 순간 거칠게 입술을 탐하던 조원철도 움직임을 멈추었다.'드디어... 나를 받아준 건가!'곧이어 폭풍처럼 거세고 뜨거운 입맞춤이 몰아쳤다.그의 푸른색 두루마기와 강유영의 연분홍빛 치마가 바닥으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상아색 속적삼마저 한데 뒤엉켜, 누구의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조원철은 강유영을 비단 이불 위로 조심스레 눕히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붉게 달아오른 눈꼬리는 물론이고, 귓바퀴부터 목덜미까지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그녀의 양옆을 짚고 있는 그의 단단한 팔뚝에는 핏줄이 터질 듯 불거져 나왔고, 녹아내릴 듯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강유영의 수려한 얼굴은 독한 술을 들이켠 듯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길게 드리워진 속눈썹 아래, 취한 듯 몽롱한 눈빛을 한 그녀는 차마 조원철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불을 꺼주십시오"그녀가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다. 옅은 숨소리가 섞인 그 애달픈 음성은 조원철의 이성을 사정없이 헤집어 놓았다.조원철은 손을 한 번 휘둘렀다.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촛대의 불길이 조용히 꺼졌다.무겁고 짙은 어둠이 두 사람을 삼키듯 내려앉은 순간, 그는 강유영을 단단히 옭아매었다.그녀는 두려움에 몸을 잔뜩 웅크렸다.지난번의 그 고통은 여전히 강유영의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막상 이 순간이 닥치자 다시금 도망치고 싶어졌다."이번엔 그리 아프지 않을 테니 겁내지 말거라."조원철은 강유영의 귓가에 입술을 부비며 낮게 속삭였다.어둠 속이라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살갗으로 느껴지는 타는 듯한 열기와 귓가를 간질이는 그의 젖은 숨결이 그녀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거리다가 이내 몸에 힘을 풀고, 그저 그가 이끄는 대로 향했다. 마치 한 마리의 가엾은 나비와 같이…나무에서 흘러내린 투명하고 뜨거운 송진이 천천히 나비의 몸을 덮쳐왔다. 송진에 뒤덮인 나비는 옴짝달싹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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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지난밤, 그리고 그 동안의 시간들은 오롯이 그녀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다.단 한 점의 후회도 없었다.오늘 이후로 그와는 철저하게 남남이 될 것이다.'강녕하십시오, 오라버니.'조원철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보물을 다루듯, 더없이 소중하고 애틋한 손길이었다.그는 침상 가장자리에 걸터앉으며 그녀에게로 손을 뻗었다."또 왜 이러십니까?"강유영은 그의 단단하고 뜨거운 가슴팍을 힘껏 밀쳐냈다."목욕해야지."조원철이 다정하게 대답했다."어서 가보세요. 씻는 건 이따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강유영은 몸을 비틀며 완강히 거부했다.허리부터 아랫배까지 뻐근한 통증이 밀려와 저도 모르게 옅은 신음이 나왔다.이럴 때만 다정하게 구는 그의 태도가 더욱 가슴을 후벼 파기 시작했다. 그런 다정함 따위는 이제 필요 없었다."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다지 않았느냐?"조원철은 그녀를 안은 팔을 놓아주지 않았다."잠시 누워 있으면 나아질 겁니다. 어서 가세요. 단장하고 혼례복도 갖춰 입으셔야 할 텐데, 자칫 길시라도 놓쳐 폐하와 회남왕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고요."강유영이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그럼 잠시 누워 쉬거라."결국 조원철은 그녀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강유영은 이불을 끌어당겨 엉망이 된 몸을 대충 덮었다.비단 이불 곳곳이 축축하게 젖어 있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서늘하게 느껴졌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불쾌함을 견뎌냈다. 조원철이 방을 나서는 즉시 대충 몸을 씻고 진국공부를 빠져나갈 생각이었다.그런데 그가 갑자기 촛대에 불을 밝혔다.휘장 너머로 스며든 희미한 불빛이 강유영의 눈을 자극했는데, 이내 커다란 손이 불쑥 나타나 휘장을 걷어 올렸다.갑자기 쏟아지는 빛에 강유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조원철이 침상 곁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순간 강유영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어찌 이리 뻔뻔하십니까!"그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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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예.” 강유영은 순순히 대답하고는 그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어서 가세요. 지체하다간 청운님이 또 뭐라고 하실 겁니다.”'이 사람이 날 아쉬워할 일이 뭐가 있겠어.' 설령 아쉬워한다 해도, 그저 아직 흥미가 가시지 않았을 뿐이라 생각했다.오늘 이전까지는 늘 그의 명에 따랐지만 이번엔 아니었다.그녀는 먼 곳으로 떠나 그가 없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너도 옷을 입거라. 감기 걸리겠다.”조원철은 그녀의 속적삼을 집어 들어 입혀주려고 손을 뻗었다.분홍색 면 소재의 속적삼은 모서리에 작은 동백꽃 하나만 수놓아져 있었는데, 손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고 그녀의 체향이 배어 있는 듯했다.“이따 제가 입겠습니다.”강유영은 얼굴이 화끈거려 얼른 속적삼을 빼앗아 이불 속으로 쑤셔 넣었다.평소에는 맺고 끊음이 확실한 사람이 오늘은 왜 이리 늦장을 부리는 걸까?조원철은 몸을 돌려 두어 걸음 가더니, 다시 뒤돌아보며 물었다. “청란 일행은 어디 있느냐?”강유영은 심장이 쿵쿵 뛰었지만 긴장한 기색을 억누르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밖을 지키고 있지 않을까요? 따로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습니까?”청란 일행은 이미 그녀가 딴 곳으로 보낸 뒤였다.'제발 이대로 넘어가줬으면....'그녀는 떠나야 하고 그 계획에 어떤 차질도 용납할 수 없었다.만약 조원철이 청란 일행이 사라졌다는 걸 눈치챈다면 필히 의심을 품을 것이다.“아니다.” 조원철은 잠시 고민하더니 당부했다. “너는 오늘 처소 안에만 있거라.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아무 데도 가지 말고.”“예, 그리 하겠습니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여 답하고는 밖으로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이불을 걷어내고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눈에 닿는 곳마다 붉고 푸른 자국이 얼룩덜룩한 것이, 성하지 않은 곳을 찾을수가 없었다.왜 그렇게 거친 입맞춤을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아....”침상에서 일어나던 강유영은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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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강유영은 차마 속사정을 설명할 길이 없어 애써 시선을 피하며 화제를 돌렸다."다 준비하고 아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단비가 말했다. "저와 어멈이 상의해서 마부는 돌려보냈습니다. 저나 서유 모두 마차를 몰 줄 아니 번갈아 가며 몰면 됩니다. 굳이 은자를 낭비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그러자꾸나. 어멈, 제가 부축할 테니 이만 가시죠."강유영은 은자가 넉넉하다는 사실을 오씨 어멈에게 설명하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한시라도 빨리 성을 빠져나가는 일이었다.단비와 서유가 번갈아 마차를 몬다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빨리 출발하는 것이 상책이었다.그렇게 네 사람은 서둘러 마차에 올랐다.단비와 서유는 마부석에 나란히 앉고, 강유영과 오씨 어멈은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아씨, 안색이 몹시 창백하십니다. 간밤에 잠을 설치셨습니까?"마차가 덜컹거리며 출발하자, 오씨 어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예." 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멈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행여 일이 틀어질까 마음을 졸이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그녀는 손을 들어 붉게 달아오른 뺨을 어색하게 쓸어내렸다."진국공부는 세자의 혼례로 정신이 없을 터이니, 아무도 아씨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게다가 국공 부인은 아씨가 떠나기를 누구보다 바랬을 사람이지요. 세자께서도 이제 정실을 맞으셨으니...."말을 잇던 오씨 어멈은 흠칫하며 입을 다물었다.어멈이라고 어찌 그녀의 속마음을 모르겠는가? 조원철이 그녀에게 품은 마음 역시 단순한 남매의 정이 아니라는 것쯤은 진작 눈치채고 있을 것이었다. 두 사람은 명목상 남매지간이고, 결코 맺어질 수 없는 사이였다. 그리고 애지중지 키운 아씨를 첩실로 들여보내는 일은 어멈도 원치 않았다."그분의 일은 이제 저와는 무관합니다, 어멈." 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차창 너머를 내다보았다. "성문에 다다른 것 같은데.... 어째서 남문인 거지?"마차가 자신이 계획했던 경로를 벗어났다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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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차라리 제가 아이들 중 한 명과 함께 강 소저의 뒤를 밟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는 전하 곁에 남아 대업을 도와야 합니다.”남풍이 애타는 목소리로 간청했다.“네가 직접 가거라.”서준은 단호하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경성의 일은 내가 알아서 도모할 것이다.”“전하...”“이는 명령이다.”서준은 턱을 치켜들며 차가운 눈빛으로 남풍을 내려다보았다.“반드시 그 아이를 무사히 지켜 내야 한다. 또한, 사내놈들이 그 아이 곁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막아라. 경성의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나 역시 그 아이를 찾아갈 것이다.”“소인, 명 받들겠습니다.”서준의 엄명에 남풍은 더 이상 고집을 피우지 못하고, 황급히 마차가 사라진 방향으로 향했다.진국공부는 곳곳에 붉은 비단이 내걸려 온통 잔치 분위기였다.정오 무렵이 되자 끊임없이 밀려드는 빈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악사들은 경쾌한 곡을 연주했고, 무희들은 곡에 맞춰 춤을 추었다.“황제 폐하 납시오!”고익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앞뜰에 울려 퍼졌다.진국공 일가는 물론이고 저택을 가득 메운 빈객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폐하를 뵈옵니다.”진국공의 얼굴은 벅찬 감격으로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자식의 혼례에 황제가 친히 발걸음했다는 것은 가문에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회남왕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납작 엎드린 가운데 홀로 꼿꼿이 서 있는 진국공을 힐끗 쳐다보았다.“폐하께서 어찌 친히 납시셨습니까?”과거 남강을 평정하며 세운 눈부신 전공 덕에, 건정제는 그에게 어전에서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된다는 특권을 내렸다.그러니 그가 황제 앞에서 뻣뻣하게 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모두 고개를 들라. 경들은 모두 짐의 충직한 신하이고, 두 가문이 사돈의 연을 맺는 것 또한 짐이 친히 내린 혼약이거늘, 짐이 어찌 모른 척할 수 있겠나? 새신랑과 신부는 어디 있는가?”평소 근엄하기만 하던 건정제의 얼굴에 드물게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곧 당도할 것입니다. 길시에 맞추어 혼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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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밖에서도 요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그리고 이내 회남왕의 수하들이 진국공부로 들이닥치더니 건정제를 향해 달려들었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살수들마저 모습을 드러냈다.호위 무사들이 그들에게 맞서며 곳곳에서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다.“사위, 뭘 멍하니 서 있는가! 당장 황제의 목을 치지 않고!”회남왕이 돌연 조원철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건정제는 앞을 막아선 조원철의 뒷모습을 보며 안색이 굳어졌다.조원철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폐하, 반역자의 간악한 혀놀림에 현혹되시면 안 됩니다.”“사위, 자네가 바로 어전 지휘사가 아닌가? 자네가 경성의 병력 배치도를 내게 넘기지 않았다면, 내 어찌 이만한 병력을 쥐도 새도 모르게 성안으로 들일 수 있었겠는가?”회남왕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건정제가 자신을 칠 기회만 노리고 있다는 것은 그는 진작 꿰뚫어 보고 있었다.마침 그 역시 황제의 자리를 탐내고 있던 차였다.조원철이 뜻을 함께한다면 기꺼이 사위로 거두어 줄 요량이었다.허나 끝까지 반항한다면, 죽더라도 조원철을 길동무로 삼을 작정이었다.건정제의 의심병이 얼마나 심한지, 회남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폐하, 심려치 마십시오. 신이 이미 밖에 병력을 배치해 두었나이다.”조원철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고했다.밖에서 들려오는 함성은 점점 더 커져만 갔고, 또 한 무리의 무사들이 밀려 들어와 건정제를 철통같이 에워쌌다.“단 한 놈도 살려 두지 말고 모조리 베어라!”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직감한 회남왕이 악을 썼다.은밀한 곳에 매복해 있던 자들이 또다시 튀어나왔다.수는 적었으나 하나같이 무공 실력이 상당하여, 눈 깜짝할 새에 대청 바닥이 붉은 피로 물들었다.조원철은 무사들을 지휘하며 건정제를 향한 공격을 철통같이 막아 냈다.회남왕이 제아무리 용맹하다 한들 수적 열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고, 조원철이 펼치는 합공의 덫을 빠져나가기란 불가능했다.얼마 못 가 회남왕은 몸에 자상을 입은 채 짐승처럼 포효하다가 무릎이 꺾이고 말았다.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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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한편, 경조윤(京兆尹: 죄수를 심문하는 기관)의 감옥.옥졸이 청운을 이끌고 가장 깊숙한 감방 앞으로 다가갔다.“수고가 많네.”청운은 은괴 한 정을 꺼내 옥졸의 손에 쥐여 주었다.“서두르십시오. 윗선의 감시가 매서워 저희들도 오래 눈감아 주긴 곤란합니다.”옥졸은 감방 안에 꼿꼿이 서 있는 인영을 힐끗 살피며 작게 당부했다.그는 진국공 세자의 기백에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감옥에 갇힌 죄수 신세가 되었음에도 낭패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그는 여전히 예전의 고고하고 기품 넘치는 국공부 세자 그대로였다.“염려 말게.”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옥졸이 자리를 피하자, 청운은 그제야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세자.”수수한 청회색 죄수복 차림의 조원철은 뒷짐을 진 채 담담히 서 있었다.인기척에 돌아선 그의 얼굴은 수척해진 기색 하나 없이 평온했다.“어찌 되었느냐?”청운은 한 걸음 다가서며 초조한 얼굴로 낮게 고했다.“세자, 국공 어르신께서 세자의 안위를 몹시 걱정하고 계십니다. 이미 친분이 있는 대신들과 뜻을 모아 폐하께 상소를 올릴 생각이십니다. 세자께서 회남왕의 역모와 무관함을 밝히고 풀려나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너는 아버지를 만류하지 않고 뭐 했느냐?”조원철이 싸늘한 어투로 물었다.“제가 나서서 만류해 보았습니다만, 어르신께서는 자식을 구하려는 마음이 앞서 설득하기 어려웠습니다.”청운이 답했다.“하여 제가 먼저 세자의 뜻을 여쭙겠다 하였습니다. 어르신께서도 허락하셨으니, 이제 세자께서 하명만 하시면 됩니다.”“아버지께 경거망동하지 마시라고 전해라.”조원철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폐하의 이번 처사는 나를 시험하려는 뜻일 것이다.”“예.”청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호만규 쪽은 어찌 된 일이냐?”조원철이 그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호 부지휘사의 말로는, 병력을 이끌고 출발하려던 찰나 서왕 전하께서 돌연 황명을 들고 나타나 모든 시위의 지휘권을 가져가셨다 합니다.”청운이 답했다.“세자의 짐작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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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조원철은 떠나기 전 그녀에게 요월원에서 기다리라 단단히 당부했고, 그녀는 순순히 그의 말에 따랐다.다만 워낙 눈물이 많은 탓에, 그가 하옥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또 눈이 붓도록 울 수도 있었기에 미리 무사하다고 일러 두는 편이 더 나았다.“예.”청운은 행여 기색을 들킬까 두려워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세자, 더 하명하실 일이 없으시다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래, 가 보거라.”조원철이 고개를 끄덕였다.청운은 발걸음을 재촉해 감옥을 나섰다.“어찌 되었습니까? 세자께서 뭐라 하시던가요?”밖에서 기다리던 청류가 그를 보자마자 다가와 물었다.“내 짐작대로 세자께서도 국공 어르신께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하셨다. 폐하께서 우릴 떠보려는 심산이니, 그저 가만히 때를 기다리라 하시더구나.”청운은 팔짱을 낀 채 수심 가득한 얼굴로 앞만 보며 걸었다.“그럼 국공 어르신께 그대로 전하면 될 일을, 어찌 그리 수심이 가득하십니까?”청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세자께서 유영 아씨를 찾으셨다.”청운이 무거운 표정으로 답했다.“그래서 어찌 답하셨습니까? 설마 사실대로 고한 것은 아니시지요? 지금 세자께 그 사실을 털어놓으시면 안 됩니다!”얘기를 들은 청류는 다급히 청운을 다그쳤다.“어서 말씀해 보십시오, 형님!”“내가 미쳤다고 세자께 사실대로 고하겠느냐? 그저 처소에 얌전히 계시다고 둘러댔다.”청운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지금 상황에 내가 어찌 진실을 고할 수 있겠어?”“잘하셨습니다. 허나 세자께서 곧 풀려나실 텐데, 우리가 언제까지고 속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결국 들통날 일입니다.”청류가 난감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청운은 한참을 걷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청류를 돌아보았다.“서유가 유영 아씨를 따라나선 게 확실하지?”“그럴 겁니다.”청류가 답했다.“그 아이의 임무가 아씨를 호위하는 것이니, 아씨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갔을 겁니다.”“서유에게 은밀히 서신을 전해서, 세자께서 하옥되셨다는 사실이 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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