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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 진실을 쥔 자

작가: 8489
last update 게시일: 2026-04-16 19:42:43

회장실 문이 닫히자마자, 공기가 확 풀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숨이 더 막혔다.

복도에 서 있는 네 사람 사이에, 아무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누가 먼저 입을 열면, 그 순간부터 밀린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

그 침묵을 깨고 먼저 웃은 건 윤지연이었다.

“와… 재밌네.”

가볍게 던진 말인데, 분위기를 찢어버렸다.

“진짜 찾을 필요도 없고, 그냥 믿게만 만들면 된다는 거잖아.”

서아가 바로 받아쳤다.

“그건 네가 틀렸을 때 얘기지.”

지연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왔다.

“…또 그 말이야?”

입꼬리는 웃고 있는데,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서아가 피식 웃었다.

“계속 틀리니까.”

짧은 침묵.

공기가 바로 싸늘해졌다.

지연이 한 걸음 다가왔다.

“야.”

낮게,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너—지금 상황 파악 안 돼?”

서아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답했다.

“완벽하게 되는데?”

“그래?”

지연이 웃었다.

“그럼 더 웃기네.”

짧은 숨.

“지금 누가 더 유리한지도 모르고 입 털고 있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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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엄마.”유도현의 그 한마디가 폐교 교실 안에 오래 머물렀다.유서연은 아들의 손을 놓지 못했다. 손가락 마디마다 힘이 없었지만, 그 손만큼은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다.유도현도 피하지 않았다.유도현. 유도하.두 이름이 그의 안에서 부딪히는 대신, 처음으로 나란히 앉았다.서아는 그 모습을 보며 눈을 감았다.이름을 되찾는다는 건 누군가의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름과, 빼앗긴 이름이 서로를 죽이지 않도록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었다.그때 차라온이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유도현 씨.”유도현은 천천히 그녀를 보았다.차라온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저는 당신과 어머니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선택을 빼앗았습니다.”교실 안은 조용했다.“강도현이 했던 짓을 증오하면서, 저도 같은 방식을 썼습니다. 다만 더 다정한 말로 포장했을 뿐입니다.”유서연이 낮게 말했다.“라온아.”차라온의 눈물이 떨어졌다.“저는 용서받으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오늘부터 강윤서 기념재단의 모든 권한을 독립 보호 절차에 넘기겠습니다. 제가 숨긴 아이들 명단도, 보호 장소도, 감시 기록도 전부 제출하겠습니다.”지연이 차갑게 물었다.“그럼 ‘윤서의 후계자’는 당신이야?”차라온은 고개를 저었다.“처음엔 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서아의 눈빛이 굳었다.“그럼 누구예요.”차라온은 떨리는 손으로 노트북을 열었다.“3년 전, 재단 내부에서 갈라졌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천천히 돌려주자고 했고, 다른 사람은 끝까지 숨겨야 한다고 했습니다.”“다른 사람?”차라온은 화면을 돌렸다.Kang Yoon-seo Memorial FoundationDelegated Control: Protected Child BCurrent location: Taesung Medical Archive도윤의 얼굴이 굳었다.“Protected Child B. 태성의료기록보관소.”유도현이 물었다.“그 사람도… 우리 같은 사람입니까?”차라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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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에서 소리가 먼저 떠올랐다.삐— 삐— 삐—규칙적인 기계음.그 다음에야 감각이 돌아왔다.차가운 공기. 무거운 몸. 그리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답답함.윤서아는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흐릿한 천장. 형광등 불빛이 번져 보였다.“…여기…”입을 열었지만 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목이 바짝 말라 있었다.그때였다.“환자분! 눈 뜨셨어요?”간호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까워졌다. 발걸음 소리가 이어졌고, 곧 의사가 따라 들어왔다.서아의 시야에 여러 얼굴이 겹쳐 보였다.“의식 돌아왔습니다. 동공 반

  • 핏빛 유산   1화 — 핏빛 유산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윤서아는 비를 맞은 채 서 있었다.숨이 가빴다.“…태준.”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눈앞.강태준.그리고—그 옆에 서 있는 윤지연.“왜 여기 있어…”짧은 침묵.지연이 먼저 웃었다.“언니.”한 걸음 다가왔다.“죽은 줄 알았는데, 끈질기네.”공기가 식었다.서아의 시선이 태준에게 향했다.“…너.”입술이 떨렸다.“설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서아를 보고 있었다.감정 없는 얼굴.“…말해.”“아니라고 해.”정적.하지만—그는 끝내 아무

  • 핏빛 유산   10화 — 탈출

    문이 잠긴 소리가 아직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철컥.그 짧은 금속음이—이 방을 완전히 밀실로 바꿔버렸다.윤서아는 움직이지 않았다.눈앞.한수민을 닮은 여자.하지만—전혀 다른 존재.“…엄마 아니야.”그 말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도윤이 먼저 움직였다.문으로 달려갔다.손잡이를 잡았다.철컥.돌아가지 않았다.“잠겼습니다.”낮고 짧은 보고.서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당황하지 마.”도윤이 뒤를 돌아봤다.“상대가 유도했습니다.”“알아.”짧은 침묵.서아의 시선이 방 안을 훑었다.문. 창문. 가

  • 핏빛 유산   9화 — 죽은 줄 알았던 여자

    비는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차창 위로 흐르는 물방울이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윤서아는 아무 말 없이 앞을 보고 있었다.손에는—반지.피가 말라붙은 채 남아 있는 반지.“…이상해요.”강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서아의 시선이 움직이지 않았다.“뭐가.”“당신 어머니.”짧은 침묵.“죽은 기록이 없습니다.”서아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뭐?”도윤이 말을 이었다.“사망 신고.”“없습니다.”정적.“장례 기록도 없고.”“화장 기록도 없습니다.”차 안 공기가 멎었다.“…그럼 뭐야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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